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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 2018. 05. 23.
     빨간 조끼의 소년
    글쓴이: 변재구  날짜: 2006.01.21. 16:09:22   추천: 141
    변재구:

        빨간 조끼의 소년


        변재구

        [1]
        어제 고등학교 동창 중에서
        처음으로 하늘로 간 벗이 있었지요.
        학창시절에 보이스카웃으로 활동했던
        의젓하고 준수한 친구였는데
        암으로 힘겹게 투병하다가
        오후 4시쯤 처자식만 달랑 남겨두고
        그리도 바쁘게 떠났답니다.

        빨간 조끼의 소년은
        벗이 카페에서 쓰던 닉이었죠
        아픈 와중에서도 홍조를 띤
        영원한 소년으로 남기를 바랬던 친구
        하지만 그 친구는
        남기보다는 떠나기를 택했나봅니다.

        오늘 고교 동창생 카페에는
        벗을 추모하는 절통한 글들이
        연이어 올라와 있네요
        비록 고인이 된 벗이지만
        한 세상 멋지게 살다 간 모양입니다.

        하지만 나는
        내일 아침이면 발인할 벗의 빈소에
        끝내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바쁜지
        일상에 단단히 묶인 내가
        오늘 밤 만큼은 서글퍼지네요.


        [2]
        졸업하고 나서 한번 못 본 친구지만
        녀석은 고통스런 몸을 이끌고
        동창회 카페인 "어린 송아지"를 자주 찾았지요
        글을 남길 때마다 늘 상 입버릇처럼
        "친구들 빨리 담배를 끊으시게" 하면서
        - 벗의 사인은 담배로 인한 폐암이었습니다. -

        벗과 마지막으로 교신한 것이
        일주일 전 메신저였습니다.
        친구의 고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지극히 간단하게 안부만 물었네요.
        하지만 이토록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녀석에게 무리가 되었을지라도
        더 붙잡아 둘 걸 그랬나 봅니다.

        그래요 아마도 이 벗은
        오랜 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어린 송아지"에는
        눌러 쓴 듯 또박또박한 벗의 흔적이
        생생하게 살아있거든요.
        한동안 그 흔적들을
        일과처럼 둘러볼 것 같네요.


        [3]
        벗이여 잘 가시게나
        혹여 길을 걷다가
        빨간 조끼를 입고 미소로 다가오는
        홍조를 띤 미소년을 만난다면
        자네의 환생으로 여기겠네.

        비록 내게 종교는 없지만
        자네가 믿는 그분의 가호로
        하늘나라의 반듯한 곳에 자리할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네.

        여기 노래에서처럼 바람에 실려
        훠이훠이 미련 없이 떠나시게나.
        그래서
        언젠가는 동행하게 될 우리들을 위해
        눈물겨운 상봉의 자리를
        그곳 하늘에서
        쉬엄쉬엄 마련해 주시게나.


        글 사진: 쉬리 변재구
        초대 ☞ 쉬리의 비바사
        음악: 바람에 실려 /하남석




        [에필로그]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소년으로 남아 있는
        그 친구의 3주기가 불과 며칠 전이었네요.
        벗을 보내고 나서 쉬리가 그 유지를 이어 받았습니다.
        철저한 금연주의자가 되었지요.
        그로 인해 애연가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적도 있었고요.

        아래는 위 시를 올리고 나서 적었던 에필로그 입니다.
        지금은 에필로그 속의 에필로그가 되었네요.

        ------------------------------------------
        오늘 장지까지 따라갔던 벗들로부터
        언 땅에 고인을 묻고 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그리 춥질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혹여 지하에 있는 벗이 추울까봐
        밟고 또 밟아 흙을 단단하게 다졌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벗들이 서로에게
        "우리들은 정말 오래 오래 살자."고 굳은 약속을 했답니다.
        “빨간 조끼의 소년”처럼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하자고 다짐 했답니다.

        잠시 사사롭고 무거운 글을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시고 공감해주신 님들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그래요 님들! 정말 오래 삽시다.
        내 친구 “빨간 조끼의 소년”처럼
        남은 이들에게 못을 박지 말고...
        즐거움만으로도 부족한 우리의 여생을 위해
        악착같이 건강하게 오래 삽시다.
        감사합니다.

        "자신과 이웃을 위해 금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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