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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 2021. 04. 23.
     굳세어라 금순아
    글쓴이: 변재구  날짜: 2005.09.16. 14:40:02   추천: 121
    변재구:




    굳세어라 금순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질 때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 달만 외로이 떴다

    철의 장막 모진설움 바꿔서 살아를 본들
    천지간에 너와 난데 원한 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국제통일 그날이 오면
    손을 잡고 웃어보자 얼싸안고 춤도 춰보자


    아마도 이 노래가 유행한 것이 초등학교 시절이었지 싶다.
    동네에서 드물게 있는 라디오마다 이 노래가 붙어 다녔는데
    노래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나도 훤히 알고 있을 정도로
    가히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었다.

    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유행가를 부르면
    마치 큰 죄인 양 금해왔기 때문에 자주 부르지는 않았지만
    우리 또래들끼리만 있을 때는 한껏 소리 높여 부르곤 했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학급회의 때
    익명으로 비리(?)를 고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무개가 유행가를 불렀다"는 투서가 가장 많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당시는 큰 죄가 분명했던 것 같다.

    그렇듯 엄격한 시절에...
    누군가가 이 노래를 멋지게 패러디해서 부르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히트를 넘어서 그 인기가 거의 대박 수준이었다.
    삽시간에 퍼진 그 노래의 가사를 여기에 옮겨본다..

    아부지와아~ 아들간에 도리지꾸떼이 벌어졌는데에~
    아부지가아 아들한테 뽕빠리 삼십육~
    아아들아 개평 좀다오~ 니 애비가 불쌍토 않니이~
    아부우지~ 개소리 마오 이 돈 모아 장가 갈라오~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사를 넘어 차라리 거사였다.
    부자간에 노름은 고사하고 화투장도 못 만질 때,
    더구나 아버지의 돈을 딴다는 건 언감생심 생각도 못할 때,
    한마디로 혁명과도 같은 말도 안 되는 가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지속한 것은
    "아부우지~ 개소리 마오"와 "이 돈 모아 장가 갈라오~"라는 가사가
    부자간에 노름을 한다는 파격을 넘어서
    감히 아버지께 상소리와 같은 막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컸다는 엉뚱한 자부심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틀이 멀다하고 선친께 맞고 자란 내게,
    아버지의 그림자도 밟지 못할 만큼 겁 많고 소심한 내게,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만은 일종의 승리감을 만끽하게 해준
    그야말로 호쾌하고 당당한 내 행진곡이었다.

    그런데 한참이나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
    더구나 이런 유행가를 썩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오늘 아침에 무심코 튀어나온 이 노래는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지난겨울 한참 추웠을 때 꿈에서 선친을 뵈었다.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은 아랫동네에서 살았었고,
    학교 가는 길에 유난스레 바람이 잦은 윗동네가 있었는데
    집에서도 한참 떨어진 그곳에 아버님이 홀로,
    더구나 바깥 평상에서 얇은 담요 한 장으로 잠을 청하고 계셨다.
    내가 아무리 집으로 가자고 권해도 막무가내고,
    짱짱하고 노기등등했던 아버님의 표정도 더 이상 없었다.
    살아생전 아들을 구박했던 역할에 일종의 속죄처럼
    일부러 바깥 잠을 자청하시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아버님의 불쌍하리만큼 측은한 표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목 놓아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심지어는 꿈을 깨고 나서도 어깨가 들먹거릴 정도였으니...

    그래 비록 꿈속이긴 했지만
    선친께서는 부러 날 찾아와 화해를 청했던 것이다.
    당신께서 세상을 떠나셨던 바로 그 나이에 근접한 아들을
    이제는 동병상련과 같은 동지적 애정으로 지켜보시면서
    당신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어렵사리 화해를 청하신 것이었다.
    화해를 시도하는 자체가
    선친에게서는 한마디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아까 흥얼거렸던 어린 시절의 노래 가사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묘한 것은 무심코 흥얼거리는 노래의 가사가
    자꾸만 입안에서 꼬여버리는 것이었다.

    아부지와아~ 아들간에 도리지꾸떼이 벌어졌는데에~
    아부지가아 아들한테 뽕빠리삼십육~
    아아들아 개평 좀다오~ 니 애비가 불쌍토 않니이~

    바로 이 대목에서
    굳이 바깥 잠을 자청하신 아버님의 슬픈 표정이
    습기 머금은 채 오버랩 되면서
    나는 내 의식 저변으로부터 사정없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니 애비가 불쌍토 않니이~"

    불도져처럼 강하게 후비고 들어오는 그 가사의 위력에
    내가 사정없이 치어서
    경황없이 내뱉은 다음 가사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영도다아리이~ 난간 위이에~ 초생달만 외로이 떠따~~~"



    글 사진: 쉬리 변재구
    배경 곡: 굳세어라 금순아 /이생강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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