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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 2018. 07. 20.
     눈 오는 밤에는 유모레스크와 함께
    글쓴이: 변재구  날짜: 2006.01.21. 16:07:36   추천: 137
    변재구:








        눈 오는 밤에는 유모레스크와 함께



        늦은 이야기이지만
        지난 5-6일 이틀에 걸쳐서
        딸과 함께 매물도라는 섬을 다녀왔다.

        딸의 표현대로 빠져버리고 싶을 정도의 푸르고 깊은 남해바다.
        환상처럼 나타나는 등대 섬.
        막힌 것이 하나도 없는 바다의 수평선
        그리고 파도가 삼키고 내뱉어내던 바위들
        하얀 포말

        그리고 신선한 굴과 해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꺽어댄 쐬주한병
        딸의 손을 잡고 마치 천국을 다녀온 듯한 착각
        중앙시장의 풍요한 회
        그리고 호텔 멀리로 바라보이던 야경

        시간이 난나면 꼭 한번을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구나
        다음에 시간이 되면 상세한 글을 올리리라
        약간의 사진도 함께
        - 石 -



        동창회 홈에 올려졌던 벗의 글입니다.
        학창시절 나름의 개똥철학으로 매사에 치열했던 그였기에
        도대체 따뜻한 정을 느끼기가 어려웠던 친구였는데
        친구가 이렇듯 다정다감하게 변한 걸 보면
        분명 세월 앞에서는 독불장군이 없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속으로 내재되어 있던 벗의 온기가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용해되어 나왔는지도 모르지요.

        벗의 글을 읽으면서 문뜩 유모레스크를 떠올렸답니다.
        중학교 시절 커다란 배터리를 까만 고무줄로 묶어 쓰던
        투박한 라디오가 하나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워낙 귀했던 라디오라 차지가 힘들었지만
        부모님 몰래 심야음악방송을 끝까지 들으며
        사춘기적 감성에 한껏 빠져 있을 때였지요.

        라디오 드라마에서 부녀가 출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기억이 희미하지만
        동업자의 배신으로 아빠의 회사가 졸지에 부도났고,
        식구들은 서울의 화려했던 생활을 접고
        쫓기다시피 한적한 시골로 이사했을 겁니다.
        실의에 빠져있었던 아빠는
        그래도 동업자를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애초 동업을 말렸던 엄마는 아빠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어
        홧김에 별거를 선언하고 떠났을 겁니다.

        시골 밤은 유난히 어두웠지요.
        때마침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성년이 다 된 딸아이가 아빠의 팔짱을 끼고
        뒷산 오솔길로 모시고 나섰지요.
        소리 없이 내리던 눈은 이미 소복하게 쌓여
        시야 전체를 설국으로 펼쳐놓았고
        아무도 깨어있지 않는 눈 오는 밤에
        두 부녀만이 자연이 연출하는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지요.

        "아빠 사랑해요."
        "난 반드시 아빠를 닮은 사람하고 결혼 할 거예요."

        그때의 배경음악이 유모레스크였습니다.
        가볍고 맑은 듯 하면서도 습습한 우수가 배인 곡
        감수성이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의 나는
        상상 속에서나마 그 딸을 깊이 사랑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세상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배신당했던 아빠가
        딸에게서만이 유일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그 행복을
        뼈저리게 부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벗의 글을 읽자마자 바로 음악 사이트를 뒤져서
        기억을 더듬어 그 유모레스크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그 시절의 그 감성이 그대로 배여 있을 리야 없겠지만
        혹여 누더기의 실밥처럼
        어렴풋이 추억의 편린이나마 건져 올리기를 갈망했을 겁니다.
        그리고 벗의 글에 이렇게 꼬리 글을 달았습니다.

        "자네와 자네의 귀여운 딸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



        글: 쉬리 변재구
        초대 ☞ 쉬리의 비바사
        곡: Homoresque(flute) /dvo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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