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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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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무엇을 담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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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 상 날짜: 2006.12.02. 13:2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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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떻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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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무엇을 담고 있나.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이 세상 소식을 들고 하늘로 돌아 간지 어느 새, 14주기다. 시인이 의정부 의료원에서 눈을 감은 것이 1993년 4월 28일의 일이었다. 그는 분명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살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세상 소식은 분명 아름다웠으리라. 그는 항상 아름다운 청소년기의 기억 속에서 살던 사람이었다. 그는 그의 생각과 행동을 항상 그곳에 가두고자 했다. 그가 태어 난 곳은 일본이지만 그의 청소년기를 지탱해준 곳은 마산이었다.
마산에서 새로이 시작한 그의 삶은 행운이었다. 그가 마산중학교 삼학년에 편입하여 오학년 재학 중 그는 담임교사인 김춘수 시인을 만난다. 그해 그는 담임 교사였던 김춘수의 주선으로 유치환 시인의 추천을 받아 월간 ‘문예’에 시 ‘강물’을 발표한다. 어쩌면 일본으로부터 귀국 후 그의 마산 정착과 시인 김춘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그를 존재시킨 근원적 힘인 셈이다.
그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다. 비록 그가 여비가 없어서 마산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한사코 그는 마산을 잊지 못했다. 부모님의 산소가 마산을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핑계이며 정작 그는 마산에서의 아름다운 꿈과 행복, 그리고 그 정경을 잊지 못하고, 오히려 그 곳을 잊고자 애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를 아프게 한 기억 중의 하나가 소위 동백림 사건이다. 1967년 군사 독재 정부의 서슬이 퍼랬던 시절, 독일 유학생이 중심이 된 소위 해외 유학파 간첩단 사건에 그가 연루되어 심한 고문 끝에 6개월여의 실형을 살게 된다. 고문의 휴유증으로 생각되지만, 그 이후 그의 삶은 술과 질긴 인연을 맺게 된다. 소위 요샛말로 부랑자(노숙자)가 되어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한다. 그 때,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 그의 부인 목순옥이다.
목순옥은 그의 친구 목순복의 누이 동생인데, 그녀의 철저한 희생정신이 천재 시인 천상병의 목소리를 세상에 더 크게 남게 했다. 그의 삶을 우리가 모두 조명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우리가 이기를 벗어나 살던 천상병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그것은 오만이 아닐까? 그 나마 그의 마음을 그가 남긴 시를 통해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그의 시 ‘귀천(歸天)’은 무엇을 담고 있나. 그의 삶을 모르는 이는 단지 아름다운 한 몇 편의 시로 ‘귀천’을 읽고, 낭송하고, 더 나아가 추억하고자 할 것이다. 이 ‘귀천’의 ‘하늘’은 그의 청소년기를 지켜 준 마산인 셈이다. 김춘수 시인을 은사로 맞게 해준 마산, 그를 시의 세계로 인도한 ‘문예’ 와 유치환 시인, 그리고 그를 아낀 그의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그곳, 마산, 마산은 그에게 하늘이고도 남음이 있다. 어느 시에서 그는 ‘아버지는 고향 산소에 있고, 나는 차비가 없어서 고향에도 못가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의 영혼은 언제나 마산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그의 시 귀천은 마산에서 어릴적 자신의 삶과 풍경을 이야기 했으며, 그것은 그가 영원히 동경하던 세계이기도 했다. 어쩌면 청 장년기 그의 삶은 술에 기대어 그곳을 벗어나지 않으려 몸부림 친 외지에서의 고독한 기행(奇行)이었던 셈이다.
2004.4.28 천상병 시인의 삶을 그리워하며, 시인 정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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