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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방죽가의 사계(四季)
    글쓴이: 전금주  날짜: 2005.10.06. 22:22:53   추천: 111
    전금주:

    어느 방죽가의 사계(四季)

    전금주

    푸른 들 가운데 서서 좌우 수호신 거느리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종(鐘)의 모습으로
    일순(一旬) 자란 못자리판 그림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두 경계선(境界線)이
    서필(書筆)의 한 획(劃)으로 다가온다

    삶의 편린들 우주에 흔적 남기듯
    방죽 위의 물결 또한 자연에 족적 남기고
    내가 있기에 네가 있고
    너와 내가 있기에 자연과 사랑이 있다
    사라지면 그 모습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 그 모습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리

    뉘엿뉘엿 해 잠자러가고
    땅도 제 발걸음 재며 숨을 고를 즈음
    휘청거리는 대나무 낚싯대 등에 걸치고
    깻묵 미끼 준비하고 바구니 하나 들고
    검정 통고무신에 밀짚모자 쓰고
    강아지 곁에 두고 휘파람 불며
    옆 초가집 거치고 작은 개울가 지나
    저녁노을에 취할 준비하고 있는
    산등성 방죽으로 향할 때
    논에 물길 내며 물대려 다가가면
    곁의 미꾸라지와 개구리가 도와주며
    또한 초록 풀잎들 물 튕기다 춤추며 눕고
    눈은 아름다운 모습들 사진 촬영에 정신없고
    마음은 벌써 어머니 곁 식탁으로 향하고 있다




    방죽가 여기저기 아지랑이
    물안개 친구 되어 춤추며 피어오르고

    봄 세상엔 피어오르는 것도 있고
    땅 밑 안으로 깊이 숨는 것도 있다

    하얀 뭉게구름 산등성이에 걸터앉아
    방죽 주변 산새들과 벌레들의 움직임
    개구리와 고기들 노니는 모습
    꽃봉오리와 새 순의 아름다움 만끽하며
    할 일 없어 졸며 배회(徘徊)한다

    개구리들은 2세 위해 따스한 언덕배기
    또는 논가 수분 많은 조용한 곳 택하고
    붕어 잉어 피라미들은 수초(水草) 안에
    자기들만의 집을 지어 해산(解産)할 곳 정하고
    들새들 집터 잡으랴 건축자재 구하랴 분주하다

    하던 작은 일 마치고
    방죽가 큰 나무아래 풀밭 편편한 돌에 앉아
    잔잔한 물 위에 낚시 드리운다
    벌써 나무 그림자는 물속에 있고
    숨어있는 고기들 모습 보이고
    가녀린 수초들의 경기(驚氣) 있는 흔들림도
    잠자리들의 꽁지 춤의 율동도 느껴진다
    모든 것이 새로운 손님으로 눈에 다가와
    낚싯대의 움직임은 그 다음이다





    세상은 온통 난리다

    서로 먼저 나아가려 하다가
    너무 자라 쓰러지는 놈도 있고
    너무 여유 부리며 쉬어가다가
    남의 발아래 밟혀 신음하는 놈도 있다

    뜨거운 공기 참지 못해
    물속 상황 살펴볼 틈도 없이 뛰어 든다
    이전 생각은 물속 상황도 평화롭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곳은 그 생각 그대로이고
    어는 곳은 뛰어든 순간 ‘앗’
    비명소리 만드는 날카로운 돌이 있다
    물속에 있으면 그저 시원해
    내 몸 변화 모르는데
    나와 보니 어깨 팔 다리 후끈거리고
    어느 사이 차가워진 뱃가죽은
    뱃속 상황에 갑작스런 변화를 주어
    전쟁 일보 전이고…

    온 몸도 난리다
    더욱 더 많은 먹이 들어가니
    밖의 면적도 넓어지고 커지며
    주위 생물들 크기 보조 맞추느라 정신없다

    나도 몰래 슬며시 해가 넘어가면서
    덩달아 나도 다음에는 더 큰 모습으로
    방죽에 나가 더 큰 고기를 낚아야지 생각하고
    그런데 다음에 다시 방죽에 낚시 드리워보지만
    어제와 같은 고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니…





    고추 색깔 더욱 진해지고
    쑥과 담배나물 서로 구별 힘들고
    자연이 좋아 공기가 좋아
    하늘의 구름들도 여행을 가버리고
    하늘은 그 혼자 외롭다

    낚싯대 드리워
    따라 나오는 친구들 모습 보면
    봄 그리고 여름 것과 사뭇 달라
    향 그윽하고 토실토실 살도 많다
    고기와 더불어 수초와 개구리도
    그리고 곁의 낚시꾼도 심신 살찌고

    모든 방죽 주변 친구들
    다가올 겨울과 봄을 준비하기 위함인가
    다시 마음 고치고 평화 찾아
    성숙하며 새로움 만들 준비를 위함인가





    이젠 색깔 있는 것 자기 색깔 감추고
    어차피 어려운 길 가고자 하는 것은
    몸의 부피 늘리고 새로운 겹을 쌓고
    연한 우리의 친구들 벌써
    어둠 속에 숨어 내일을 기약하고

    얼음 깨고 낚시를 드리운다
    낚싯줄도 낚싯대 같이 얼었나싶다
    저 속의 낚싯줄 친구도
    얼었는지 아직 대답이 없다
    짬을 내어 가운데 쪽으로 향한다
    ‘아이구’
    깨졌다 그리고
    내 몸의 반(半)이나 보이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끝맺음이 좋아야 한다고
    지난해에도 경고를 받지 않았던가!

    얼음의 깊이가 더해 가고
    소나무 가지는 쌓이는 눈에
    그 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방죽가의 침묵은 넓고 깊어져
    관조(觀照)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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