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
어느 날 갑자기
대책 없이 가라앉는
여린 감성들을 주체하지 못해
가위눌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쉽게 꼬리를 감추는
가을의 마지막 미련일까요
계절이 다 가도록
뚜렷한 결실이 없는
한해의 허망한 후회일까요
한때 녹음으로 충실했던 나무가
화려한 단풍으로 물들었던 기억을
단지 추억으로 넘긴 채
바람에 실려 스러지는 낙엽들을
그저 처연하게 바라보고만 있듯이
이유를 알 수 없는 허탈에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초점 잃은 습한 시선으로
바람에 실려 떠나는 가을 멜로디를
그저 망연히 바라보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게 서둘러 떠나려면
어느 홀씨와 더불어
어떤 바람을 기다려야 할까
아직도 작지만 여문 씨앗이
눈물만큼이라도 남아 있을까...
바람에 실려 떠나기에 아주 적당한
하얀 깃털의 투명한 가벼움으로...
글 사진: 쉬리 변재구
초대 ☞ 쉬리의 비바사
음악: 바람에 실려 /하남석
바람에 실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