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명 문 학
  • 전 병 윤
  • 김 성 렬
  • 김 용 호
  • 오 세 철
  • 김 우 갑
  • 김 영 아
  • 전 금 주
  • 김 성 우
  • 김 홍 성
  • 최 규 영
  • 장 호 걸
  • 한 재 철
  • 성 진 수
  • 변 재 구
  • 김 동 원
  • 임 우 성
  • 노 태 영
  • ADMIN 2018. 02. 25.
     정채봉 시 모음 41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4.10.23. 18:30:01   조회: 1496   추천: 123
    여명문학:

    정채봉 시 모음 41편
    ☆★☆★☆★☆★☆★☆★☆★☆★☆★☆★☆★☆★
    《1》
    가시

    정채봉

    장미나무에
    숯불덩이 같은 꽃이 얹히는
    아카시 나무에
    팝콘 같은 꽃이 확 퍼져 있는
    찔레나무에
    아기 손톱 같은 꽃이 앙증스럽게 손짓하는
    오월

    나의 나무는
    꽃은 없고
    가시만 돋아
    ☆★☆★☆★☆★☆★☆★☆★☆★☆★☆★☆★☆★
    《2》
    가장 무서운 감옥

    정채봉

    그는 캄캄한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벽이었습니다.
    문도 없었습니다.
    손바닥만한 창이라도 있을 법한데 창마저도 없었습니다.

    그는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주먹으로 벽을 쳐보기도 하고 발로 차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머리로도 받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감옥 벽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누구하나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아아."
    그는 기진맥진하여 쓰러졌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나오너라."

    그는 대답했습니다.
    "어디로 나갑니까? 사방이 벽인데요."
    "네가 둘러친 벽이면서 뭘 그러느냐?
    그러므로 벽을 허무는 것도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언제 이런 감옥을 지었단 말입니까?
    나는 결코 이런 무서운 벽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이 감옥 이름이 무엇입니까?"

    " '나'라는 감옥이다.
    지금 너는 '나'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란다."
    "어찌 이런 감옥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너 자신만 아는 너의 이기주의 때문이지."

    그는 갑자기 슬퍼졌다.
    그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참 울다가
    눈을 떴다.

    그러자 소리도 없이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광명천지에 우뚝 앉아 있는 자기를 보았다.
    ☆★☆★☆★☆★☆★☆★☆★☆★☆★☆★☆★☆★
    《3》
    그땐 왜 몰랐을까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
    《4》
    기다림

    정채봉

    산사의 돌확에
    물이 넘쳐서
    포갠 하늘조차
    넘쳐흐르네

    너를 기다리는
    지금
    ☆★☆★☆★☆★☆★☆★☆★☆★☆★☆★☆★☆★
    《5》
    꽃밭

    정채봉

    하늘나라 거울로 본다면
    지금 내 가슴속은
    꽃으로 만발해 있을 것이다

    너를
    가슴 가득 사랑하고 있으니…
    ☆★☆★☆★☆★☆★☆★☆★☆★☆★☆★☆★☆★
    《6》
    꽃잎

    정채봉

    새한테 말을 걸면
    내 목소리는 새소리
    꽃한테 말을 걸면
    내 목소리는 꽃잎
    ☆★☆★☆★☆★☆★☆★☆★☆★☆★☆★☆★☆
    《7》
    나의 기도

    정채봉

    아직도
    태초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바다를 내게 허락하소서

    짙푸른 순수가 얼굴인 바다의
    단순성을 본받게 하시고

    파도의 노래밖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는
    바다의 가슴을 닮게 하소서

    홍수가 들어도
    넘치지 않는 겸손과
    가뭄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여유를 알게 하시고

    항시 움직임으로
    썩지 않는 생명 또한
    ☆★☆★☆★☆★☆★☆★☆★☆★☆★☆★☆★☆★
    《8》
    나의 노래

    정채봉

    나는 나를 위해 미소를 띤다.
    나는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나는 나를 위해 꽃향기를 들인다.
    나는 나를 위해 그를 용서한다.
    나는 나를 위해 좋은 생각만을 하려 한다.
    ☆★☆★☆★☆★☆★☆★☆★☆★☆★☆★☆★☆★
    《9》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10》
    눈 오는 한낮

    정채봉

    그립지 않다
    너보고 싶지 않다
    마음 다지면 다질수록
    고개 젓는 저 눈발들
    ☆★☆★☆★☆★☆★☆★☆★☆★☆★☆★☆★☆★
    《11》
    눈을 감고 보는 길

    정채봉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가 또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으세요?

    그 사람 또한 나 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결이
    일지 않던가요?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지게 하거든요.
    ☆★☆★☆★☆★☆★☆★☆★☆★☆★☆★☆★☆★
    《12》
    당신의 정거장

    정채봉

    우리는 정거장에서 차를 기다린다.
    기다리던 사람을 맞이하기도 하고 아쉬운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정거장은 우리들 눈에 보이는 정거장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정거장을 통해 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정거장에 나가 맞아들이고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
    희망, 보람, 도전을 맞아들인 사람은 탄력이 있다.
    절망, 권태, 포기를 맞아들이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한테는 주름으로 나타난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 레일에서 기쁨은 급행이나 슬픔은 완행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찬스를 실은 열차는 예고 없이 와서 순식간에 떠나가나,
    실패를 실은 열차는 늘 정거장에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정거장에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돌아오지 못한다. 누구이건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택하여야만 한다.

    행복이냐, 불행이냐, 기쁨이냐, 슬픔이냐, 성공이냐. 실패냐.
    그러나 모두들 행복과 기쁨과 성공을 원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방심하고 있는 순간에 열차는 왔다가 탄환처럼 사라진다.
    어떠한 순간에도 정신을 놓치지 않는 사람,
    꽃잠이 오는 새벽녘에도 깨어있는 사람,
    작은 꽃 한 송이에도 환희를 느끼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맞이할 수 있다.
    이 보이지 않는 정거장은 수평선이나 지평선 너머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재의 당신 가슴속에 있다
    ☆★☆★☆★☆★☆★☆★☆★☆★☆★☆★☆★☆★
    《13》
    들녘

    정채봉

    냉이 한 포기까지 들어찰 것은 다 들어찼구나
    네 잎 클로버 한 이파리를 발견했으나 차마 못 따겠구나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질 것이므로
    ☆★☆★☆★☆★☆★☆★☆★☆★☆★☆★☆★☆★
    《14》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
    《15》
    맛을 안다

    정채봉

    눈물 젖은 밥맛을 안다
    잠깐 눈을 붙인 단잠 맛을 안다
    혼자 울어 본 눈물 맛을 안다
    자살을 부추기던 유혹 맛을 안다
    1분, 1원, 그 작은 단위의 거룩한 맛을 안다
    흥하게 하고 망하게 하는 사람 맛을 안다
    ☆★☆★☆★☆★☆★☆★☆★☆★☆★☆★☆★☆★
    《16》
    몰랐네

    정채봉

    시원한 생수 한 잔 주욱 마셔보는 청량함
    오줌발 한 번 좔좔 쏟아보는 상쾌함
    반듯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보는 아늑함

    딸아이의 겨드랑을 간지럽혀서 웃겨보고
    아들아이와 이불 속에서 발싸움을 걸어보고
    앞서거니뒤서거니 엉클어져서 달려보는
    아, 그것이 행복인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이 하잘것 없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깊고도 깊은 말씀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
    ☆★☆★☆★☆★☆★☆★☆★☆★☆★☆★☆★☆★
    《17》
    바보

    정채봉

    잠든 아기를 들여다본다
    아기가 자꾸 혼자 웃는다
    나도 그만 아기 곁에 누워 혼자 웃어 본다
    웃음이 나지 않는다
    바보같이
    바보같이
    웃음이 나지 않는다
    ☆★☆★☆★☆★☆★☆★☆★☆★☆★☆★☆★☆★
    《18》
    사람과의 관계에 대하여

    정채봉

    모든 사람들을 좋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마셔요
    노력해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마셔요
    모든 이가 당신을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랍니다
    내가 마음을 바꿀 수밖에는
    ☆★☆★☆★☆★☆★☆★☆★☆★☆★☆★☆★☆★
    《19》
    사랑에 대한 나무의 말

    정채봉

    소녀가 나무에게 물었습니다.
    "사랑에 대해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들려다오."

    나무가 말했습니다.
    "꽃피는 봄을 보았겠지?"
    "그럼."

    "잎 무성한 여름도 보았겠지?"
    "그럼."

    "잎 지는 가을도 보았겠지?"
    "그럼."

    "나목(裸木)으로 기도하는 겨울도 보았겠지?"
    "그럼."

    나무가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나의 대답도 끝났다."
    ☆★☆★☆★☆★☆★☆★☆★☆★☆★☆★☆★☆★
    《20》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정채봉

    내가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누군가가 또 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세요?

    그 사람 또한 나처럼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에 잔잔한 파도결이 일지 않던가요?

    사랑은 참 이상합니다.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지게 하거든요.
    ☆★☆★☆★☆★☆★☆★☆★☆★☆★☆★☆★☆★
    《21》
    사랑을 위하여

    정채봉


    사랑에도
    암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
    《22》
    새 나이 한 살

    정채봉

    한 살
    새 나이 한 살을
    쉰 살 그루터기에서 올라오는
    새순인 양 얻는다

    썩어 문드러진 헌 살 헌 뼈에서
    그래도 남은 힘이 있어
    올라온 귀한 새싹

    어디 몸뿐이랴
    시궁창 같은 마음 또한 확 엎어 버리고
    댓잎 끝에서 떨어지는 이슬 한 방울 받아
    새로이 한 살로 살자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기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벌거숭이

    그 나이 이제
    한 살
    ☆★☆★☆★☆★☆★☆★☆★☆★☆★☆★☆★☆★
    《23》

    생명

    정채봉

    비 갠 뒤
    홀로 산길을 나섰다
    솔잎 사이에서
    조롱조롱
    이슬이 나를 반겼다
    "오!" 하고 나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그만 이슬방울 하나가
    툭 사라졌다
    ☆★☆★☆★☆★☆★☆★☆★☆★☆★☆★☆★☆★
    《24》
    세상사

    정채봉

    울지 마
    울지 마

    이 세상에 먼지 섞인 바람
    먹고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어

    세상은
    다 그런 거야

    울지 말라니까
    ☆★☆★☆★☆★☆★☆★☆★☆★☆★☆★☆★☆★
    《25》
    수건

    정채봉

    눈 내리는 수도원의 밤
    잠은 오지 않고
    방안은 건조해서
    흠뻑 물에 적셔 널어놓은 수건이
    밤사이에 바짝 말라버렸다
    저 하잘것없는 수건조차
    자기 자신 물기를 아낌없이 주는데
    나는 그 누구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켜켜이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송이도 되지 못하고
    ☆★☆★☆★☆★☆★☆★☆★☆★☆★☆★☆★☆★
    《26》
    수도원에서

    정채봉

    어떠한 기다림도 없이 한나절을
    개울가에 앉아 있었네
    개울물은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쉼도 없이 앞다투지 않고
    졸졸졸
    길이 열리는 만큼씩 메우며 흘러가네
    미움이란
    내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네
    ☆★☆★☆★☆★☆★☆★☆★☆★☆★☆★☆★☆★
    《27》

    어느 가을

    정채봉

    물 한 방울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 아침에는
    새하얀 서리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
    《28》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
    《29》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30》
    오늘

    정채봉
    - 사랑의 이삭줍기 노래 -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나를 슬프게 했네

    밤하늘에 별들을 세워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나를 슬프게 했네

    오늘도 내가나를 슬프게 했네
    ☆★☆★☆★☆★☆★☆★☆★☆★☆★☆★☆★☆★
    《31》

    오늘 내가나를 슬프게 한 일

    정채봉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못했네.

    목욕하면서 노래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미운 사람을 생각했었네.

    좋아서 죽겠는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았네.

    나오면서
    친구의 신발을 챙겨 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
    《32》
    이해의 손길

    정채봉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위하여서는
    보이지 않는 그의 마음을 읽어 주셔요.
    그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당신의 따뜻하고 참된
    '이해의 손길'이
    어둡고 가팔진 산길에서도
    사랑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길눈'이 되어 줄 거예요.
    ☆★☆★☆★☆★☆★☆★☆★☆★☆★☆★☆★☆★
    《33》
    콩씨네 자녀교육

    정채봉

    광야로 내보낸 자식은
    콩 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들여보낸 자식은
    콩나물이 되었다.
    ☆★☆★☆★☆★☆★☆★☆★☆★☆★☆★☆★☆★
    《34》
    지울 수 없는 말

    정채봉

    마술사로 부터 신기한 지우개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이 지우개로는 어떠한 것도 다 지울 수 있다. 딱 한가지만 빼고는."
    그는 지우개를 가지고 신문을 지워 보았다

    세계의 높은 사람들 얼굴을
    그리고 말씀을
    그러자 보라 정말 말끔히 지워지고 없지않은가
    그는 신이 났다
    그림책도 지우고
    사진첩도 지웠다
    시도 지우고
    소설도 지웠다

    그는 아예 사전을 지워버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우개로 아무리 문질러도
    다른 것은 다 지워지는데
    한 단어만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문지르고 문지르다
    마침내 지우개가 다 닳아지고 말았다
    그와 그 지우개가
    끝내 지우지 못한 단어는 이것이다

    "사랑"
    ☆★☆★☆★☆★☆★☆★☆★☆★☆★☆★☆★☆★
    《35》
    참깨

    정채봉

    참깨를 털듯 나를 거꾸로 집어들고
    톡톡톡톡톡 털면
    내 작은 가슴속에는 참깨처럼
    소소소소소 쏟아질 그리움이 있고
    살갗에 풀잎 금만 그어도 너를 향해
    툭 터지고야 말
    화살표를 띄운 뜨거운 피가 있다
    ☆★☆★☆★☆★☆★☆★☆★☆★☆★☆★☆★☆★
    《36》
    첫 길들이기

    정채봉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습니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에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습니다.

    새 전화기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합니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 이라는 글 다음에
    자신의 이름 써봅니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래 눈맞춤을 합니다.
    ☆★☆★☆★☆★☆★☆★☆★☆★☆★☆★☆★☆★
    《37》
    첫 마음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 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 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38》
    통곡

    정채봉

    죽음을 막아서는
    안타까운 절규
    "안 돼!"
    온몸을 던져서 막아서는
    여인
    그러나 죽음은
    그 어떤 사정도
    명령도 듣지 않고
    무표정히
    갈 길을 간다
    ☆★☆★☆★☆★☆★☆★☆★☆★☆★☆★☆★☆★
    《39》
    풍선

    정채봉

    불어야 커진다.
    그러나 그만.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옆 사람보다 조금 더 키우려다가
    아예 터져서
    아무것도 없이 된 신세들을 보라.
    ☆★☆★☆★☆★☆★☆★☆★☆★☆★☆★☆★☆★
    《40》
    하늘

    정채봉

    물은 낮은 데로 흐른다
    진리도 낮은 데로 흐른다
    하늘이 높은 데 걸린 것은
    최고의 낮은 터이기 때문
    ☆★☆★☆★☆★☆★☆★☆★☆★☆★☆★☆★☆★
    《41》
    행복

    정채봉

    행복의 열쇠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습니다.
    ☆★☆★☆★☆★☆★☆★☆★☆★☆★☆★☆★☆★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18. 02. 25.  전체글: 147  방문수: 238836
    여명문학
    알림 구름재 박병순 시낭송대회 지정시 모음
    *김용호2013.08.17.1135*
    147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2983
    146 이종승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02.07.2952
    145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2284
    144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1723
    143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1823
    142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1853
    141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1623
    140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1892
    139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1853
    138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1933
    137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1403
    136 김자향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8.02.05.1674
    135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1893
    134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1483
    133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1842
    132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1303
    131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3736
    130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3936
    129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3306
    128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3454
    127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3625
    126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3344
    125 이정애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1.09.4897
    124 김수열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7.12.31.5139
    123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4699
    122 도지현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1.20.91114
    121 10월시 모음 35편 김용호2017.09.17.47315
    120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44716
    119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52815
    118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56117
    117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70732
    116 이필종 시모음 21편 김용호2016.12.13.85943
    115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33592
    114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1958191
    113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311100
    112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612287
    111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558158
    110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426250
    109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328156
    108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440292
    107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286171
    106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126186
    105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918172
    104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495323
    103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978226
    102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224238
    101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892323
    100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305312
    99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39183
    98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899211
    97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496123
    96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850162
    95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215124
    94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914213
    93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051184
    92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939124
    91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971262
    90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71094
    89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859237
    88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848175
    87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732145
    86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111201
    85 박현숙 시 모음 열 다섯 편 김용호2014.10.07.744155
    84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705142
    83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862144
    82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750126
    81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918236
    80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750199
    79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737196
    78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766346
    77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771239
    76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834116
    75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994305
    74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852179
    73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097149
    72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70304
    71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170170
    70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1483307
    69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497320
    68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1910218
    67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622192
    66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729203
    65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1874325
    64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576159
    63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762145
    62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623287
    61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350714
    60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616551
    59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4953629
    58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488649
    57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3949670
    56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326346
    55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2940280
    54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291243
    53 노래가 된 시 16편 김용호2005.10.16.2674248
    52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402511
    51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471362
    50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1998236
    49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061292
    48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245442
    47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168322
    46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3801251
    45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577325
    44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166254
    43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606308
    42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885214
    41 김영랑 시 모음 열편 김용호 2005.01.05.2513198
    40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725218
    39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719268
    38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205261
    37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755219
    36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1894272
    35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813250
    34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1844294
    33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790306
    32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1983326
    31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639311
    30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1969274
    29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764336
    28 홍수희 시 모음 33편 김용호 2004.07.07.2183352
    27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684260
    26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376274
    25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533299
    24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336256
    23 김용호 시 모음 20편/그도세상 김용호 2004.03.12.3782222
    22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3905280
    21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436289
    20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417258
    19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2542206
    18 도종환 시 모음 40편 김용호 2004.03.12.2221377
    17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296355
    16 유치환 시 모음 45편 김용호 2004.03.12.3025380
    15 한용운님시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396288
    14 원태연님시모음/25편 김용호 2004.03.12.2494319
    13 용혜원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3240316
    12 안도현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3868501
    11 김남조 시 모음 67편 김용호 2004.03.12.3723343
    10 한시 모음 김용호 2004.02.24.2006504
    9 김시습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4.02.24.2146442
    8 박목월 시 모음 30편 김용호 2004.02.24.1882241
    7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1813476
    6 서정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 2004.02.09.2264438
    5 노천명 시 모음 23편 김용호 2004.02.08.1739394
    4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1811335
    3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3959504
    2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1961385
    1 여명 문학 회칙 여명문학2004.01.25.1965207
    RELOAD WRIT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