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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숙 시 모음 15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4.10.07. 21:32:28   조회: 828   추천: 164
    여명문학:

    박현숙 시 모음 15편
    ☆★☆★☆★☆★☆★☆★☆★☆★☆★☆★
    시가 나에게 왔다

    박현숙

    가마우지 새처럼
    삶이 벼랑에 매달렸다고 생각될 때
    常同症(상동증) 환자처럼
    허공만 걷어올리고 있을 때
    시는 그렇게
    수혈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작은 것 속에 세게가 있는가
    박명의 시간
    존재의 틈 바퀴에서
    시어들은 충혈 되어 박히고
    눈 갓은 매워왔다
    쓰고 버린 숱한 글자들이
    잊혀진 이름위에
    한 자락 짙은 그늘로 드리워지는 때

    시가 그렇게 나에게 왔다.

    불혹의 어귀에 선 삶에
    마침내
    주렴 속 반월이 되고
    비온 뒤의 홍예가 되어
    고운 꿈 다 받아내는 옷개나루가 되었다

    ☆★☆★☆★☆★☆★☆★☆★☆★☆★☆★
    햇살

    박현숙

    빈집 마당에 들어섰다

    먼지 앉은 장독대와
    마당가의 은행나무 한 그루
    그 나무의 우듬지 까치집
    자잘한 일상들이 툇마루 위를 뒹굴고

    산허리로 오르던 봄
    햇살 한 줌 되어
    처마 밑 시렁에 걸린다

    길고 지루한 장마처럼
    가슴에 볕이 안 들어
    햇살 한 무더기 내 속에 가두고
    그 속에 나를 가두고

    일순간 갇혔던 풍경 속에
    들어와 산다
    ☆★☆★☆★☆★☆★☆★☆★☆★☆★☆★
    하얀 실루엣

    박현숙

    바람에 밀리는 문을 닫으려
    손을 뻗는다

    목 놓아 울지도 못했던 옹근 세월이
    불혹의 어귀에 서 있다.

    어지러운 기억의 한 편에
    소리없이 사위어간
    하얀 실루엣

    뼈아픈 그리움에
    생채기 난 두개골은
    떠나간 기억을 부른다

    어던 소리도 닿은 수 없는
    너의 떵은 신의 영토
    난 고통과 공존하는 육신인 것을

    허공을 휘감는 바람 속에
    실루엣은 먼 기억속으로 사라지고
    바람에 문이 닫힌다
    ☆★☆★☆★☆★☆★☆★☆★☆★☆★☆★
    친구이다

    박현숙

    홀씨가 물빛이 된
    세월은 그리움이었다

    그에게로 향하던 수많은 발거르음도
    기다림에 결이 삭아

    헤진 운동화 구멍 사이로
    말간 햇살 뒹굴고

    긴 세월 멱살 잡던 꿈들이
    마음 열고 바라보니
    아름다운 친구였다

    멍석만한 슬픔으로 앉았던 자리에
    소슬한 바람 한 점
    그 도한 절친한 친구였다
    ☆★☆★☆★☆★☆★☆★☆★☆★☆★☆★
    청춘

    박현숙

    옴 오른 고양이였어

    내 몸에 붙어 악착같이
    놈은 제 영역을 확보해가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벌판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삶이 미친 듯이
    뛰어다녔지

    퀭한 두 눈이
    조바심에 심디를 당겼나봐

    돌진하듯 번져오는 화염에
    자지러지는 경련

    불꽃 속으로 흩어졌던 외마디는
    어둠의 언저리를 돌고 돌아

    새벽이 데리고 온 언덕 위에
    견고한 입상 하나 울고 있었어
    ☆★☆★☆★☆★☆★☆★☆★☆★☆★☆★
    작은 영혼을 보내며

    박현숙

    이슬이 풀잎 굴러
    뿌리로 흐르듯
    어미의 부르짖음을
    재빛 속으로

    귀먹고 눈감긴 시간
    바람은 갈잎으로 날리다가
    눈물에 잡힌다

    사랑과 슬픔은 같은 길로 오는가

    회갈색 미라로 누운
    텅빈 방

    삶은
    엇갈리는 인연에
    나이테를 하나 더
    봄은
    갈잎 위에 싹을 틔우겠지
    ☆★☆★☆★☆★☆★☆★☆★☆★☆★☆★
    유년의 집

    박현숙

    휘날리는 가을이다
    우듬지 둥지르르 응시하던 날
    툇마루에 앉아있던 중년이
    바람에 삐걱이며
    감꽃 같은 유년이 걸어 나온다

    이랑을 파서
    꽃대를 따라 굼을 치던
    뒤란의 텃밭에는
    나팔꽃이 토담을 기어 오르고
    햇살 머물다 간 자리에
    질펀한 초록 마당
    호박넝쿨 환하다

    가을바람으로 향긋하게 익은
    감나무 한 구루
    그냥 치어다보기만 했어도
    가슴 설레게 했던 풋사랑

    위낭소리 아침의 전주곡이던
    유년의 집은
    내 혼곤한 잠의 머리
    환하게 밝혔던 뜨락이었다
    ☆★☆★☆★☆★☆★☆★☆★☆★☆★☆★
    유곽의 누이

    박현숙

    흉물스런 꿈들이 발기하는 유곽의 저녁
    몇 푼어치 사랑에 드리누워 있어도
    누이의 눈물은 차마 흐르지 않는다

    복사꽃 곱게 지던 시절 인연은
    형체도 없는 절망으로 무너지고
    고운 날의 풍경은
    신음하며
    후줄근한 지폐다발 아래로
    누이의 사랑은 물빛이 되고

    둔덕길로 다라온 삶
    습지보호구역 그 이정표를 따라
    달빛에 길 하나 건져내고 있다
    ☆★☆★☆★☆★☆★☆★☆★☆★☆★☆★
    생각하는 사람

    박현숙

    아파트 입구
    높게 쳐진 담벼락에
    여름의 기억들이
    기어오르고

    그 예전 로댕이
    오늘도 변함없이 온 몸으로 앉았는데

    허둥대는 발길을 앞두고
    누가 저 사고의 결박을 풀어줄 것인가

    한 노년아ㅣ 지나간다
    저 젊은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군
    행동은 하지 않고
    ☆★☆★☆★☆★☆★☆★☆★☆★☆★☆★
    빈자리를 바라보며

    박현숙

    빈자리에
    잠재우지 못한 적의가 앉아
    어긋나 돌아선 상처
    몇 번의 세월이 지나야
    맑은 햇살 내릴까

    야윈 날개로 꿈꾸던 비상이
    그래도 아름답기에
    작달비로 쏟아지는 세월
    오래 울지 않기를
    끝내 울지 않기를

    인생은 그렇더군요
    젖은 날개로 날기가
    너무 힘들어
    나는 울고 또 우는데
    남은 웃고 또 웃어요

    숨죽인 흐느낌을
    따스한 바람으로 모두어
    조심스러운 비상을 시도 해봐요
    ☆★☆★☆★☆★☆★☆★☆★☆★☆★☆★
    도마

    박현숙

    허기진 식욕이 냉장고 문을 연다

    부식물을 골라
    도마는 몸을 뒤척이며
    찧고 설고 다진다

    언제부턴가
    도마 위에 오른 고기 살점이
    비명을 질러댔다
    목젖까지 불러온 배를 가르고
    가슴을 저울에 올려
    칼질은 하루도 쉬지 않았으리라

    어느 날
    칼 끝에 마모된 도마의 균열을 보았았다
    그 사이로 토막난 붉은 세월이
    파리해진 웃음같이 헤매고 있었다

    삶이 도마 위에 누워 있다
    ☆★☆★☆★☆★☆★☆★☆★☆★☆★☆★
    눈물 하나 바람에 날려가고

    박현숙

    오월의 어느 주중
    햇살 내려 꽃히는
    함안 여항못은
    은빛으로 잔잔하고
    흐르는 바람
    물이랑을 넘어 수면에 어룽진다

    진저리치는 삭바람에도
    푸른 숨결 풀어내는
    저 고요 속

    반복되는 일상 속에
    기억은 늘 자맥질하고
    구름 속에 가려지는 마음
    눈물 하나 바람에 날려간다

    반추의 길목
    오월의 향기는
    작은 여울
    햇살 속에 풀어지고
    구름조각 베어낸 상처로
    대지는 푸른 키가 자란다
    ☆★☆★☆★☆★☆★☆★☆★☆★☆★☆★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알지

    박현숙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알지
    검불 속에 내리는 가을비가
    어덯게 새삭을 키우는지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알지
    떨리던 나뭇가지의 여운이
    누구의 가슴속에 있는지도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알지
    사금빛 물의 파장이
    절실히 그리워 하는 까닭을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알지
    낙엽을 내려놓고
    길 떠나는 나무의 이야기를

    길 위에 있는 사람은 알지
    서 있던 자리에 내가 없어지는 이유를
    ☆★☆★☆★☆★☆★☆★☆★☆★☆★☆★
    겨울 오동나무

    박현숙

    산문 밖
    오동나무 한 그루

    닿지 않는 인연
    그리움만 매달고

    텅 비었다

    시린 하늘에
    마포빛 연등

    내 속에 들끓던 애증도
    걸어 두었다
    ☆★☆★☆★☆★☆★☆★☆★☆★☆★☆★
    가을 戀書

    박현숙

    내 영혼의 오지에서 흘러나온
    그리움이 마음밭 이랑에 묻혀있습니다

    상여곷처럼 서러웠던 마음이
    눈물로 싹을 틔웠나 봅니다
    채마밭 열무싹처럼 환하게
    그대 여기에 있습니다

    그대는 말했지요
    먼 길을 가는데 힘겨운 것은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외로움을 신고 가는 발걸음 때문이라고

    보십시오
    향 맑은 햇살 아래
    매달린 까치밥도
    달게 익어가는 외로움이었습니다

    그대여 땡감나무 가지마다 걸어둔 등불이
    아직은 따뜻한 가을
    외로움이 시가 되길 바라며
    때늦은 안부를 띄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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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057314
    41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00326
    40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1986225
    39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06200
    38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07208
    37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1954331
    36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54166
    35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39151
    34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20293
    33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441720
    32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0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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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659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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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846273
    10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287268
    9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8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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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889254
    6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1938298
    5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897312
    4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077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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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060279
    1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868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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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3989286
    -7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13292
    -8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49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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