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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윤 시 모음 81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4.10.07. 21:31:34   조회: 922   추천: 356
    여명문학:

    전병윤 시 모음 81편
    ☆★☆★☆★☆★☆★☆★☆★☆★☆★☆★☆★☆★
    겨울 나그네

    전병윤

    내 가슴엔 언제나
    남들만 들끓어
    나를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날 모른다

    내 가슴을 버리려고 하섬엘 갔더니
    마침 석양 눈발이 내리자 또,
    나를 찾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여기 저기서 죄어 왔다

    까맣게 잊었던 지난날
    내 집 앞에 살던 소나무가
    면사포를 쓰고 나오자
    노루 새끼는 눈을 털고 나왔다
    그리고, 정말로 잊었던
    순아의 발자국 소리도 들렸다

    사랑하는 것들이
    내 가슴속에서 웅성거릴 때
    내가 이 세상에 있음을 보게 되는가
    바람 한 줄기
    귀를 때리고 지나 가면서
    사랑과 영혼이 함께 숨쉴
    가슴 밭을 일구어 보란다.
    ☆★☆★☆★☆★☆★☆★☆★☆★☆★☆★☆★☆★
    겨울 나그네 5
    비안도

    전병윤

    비안도*에 눈이 내린다
    바다에 떠 있는 기러기가
    헤일이 일 때마다
    소금물에 초절임 당하고,
    겨울 바람이 된소리로 흐느낄 때
    고독이 가슴을 후빈다

    기러기가 되어 물을 딛고
    날아오를 수도 있지만
    언제나 하늘만 올려다보고 사는 섬,
    결코 높이 솟을 생각을 않는 섬

    한 해 몇 차례씩
    철새가 왔다 울며 떠나고,
    바람이 사철 술렁거려도
    흔들림 없이
    제자리 지키고 있는 섬,
    한 생애 황토밭 떠나지 않는
    민초의 웅이 박힌 가슴 같은 섬.
    ☆★☆★☆★☆★☆★☆★☆★☆★☆★☆★☆★☆★
    겨울 나그네 6

    전병윤

    지평선 한 점으로
    떠난 그를 찾아간다
    섣달의 해가 설원을 넘고 있다
    외롭게 혼자 간 그 사람
    발자국마다 그늘이 고여 있다

    앞서 간 사람 따라가다
    내 발자국 뒤돌아 보면서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본다
    빛이 세면 그림자는 진한 것
    그림자 밑에 깔린
    슬픔을 쪼아먹다가
    이내 날개를 잃은 새여

    따지고 보면 일상
    그늘을 안고 사는 이승
    저 설원 끝, 가면 이별인데
    잠 못 이루는 겨울 밤

    창가에 달빛이 왜 괴로웠던가
    사랑도, 이별도 익히고 보면
    한 줄기 무지개 빛인 것을.
    ☆★☆★☆★☆★☆★☆★☆★☆★☆★☆★☆★☆★
    겨울 나그네 7

    전병윤

    어누 땐가 상현달이
    내 눈을 콕콕 찌르더니
    오늘은 눈꽃이 핀
    섣달 매화 가지에 앉아서
    내 가슴을 두들겨 팬다

    지금까지 놓고 온
    디딤돌들이 흔들리는 이빨처럼
    제자릴 못 잡고
    하나씩 빠져나간다

    그래, 철없는 나이라면
    다시 이빨이 날 텐데
    사람들은 지구처럼 공전과 자전을 못하고
    왜 평면의 외길만 가고 있는가
    이 눈 위에 발자국이라도 찍어보자
    그래, 어느 봄이 왔다 가면서
    흩뿌린 매화 꽃잎이
    내 발자국에 머물러 주겠지.
    ☆★☆★☆★☆★☆★☆★☆★☆★☆★☆★☆★☆★
    겨울 나그네 8

    전병윤

    산모퉁이 돌아가다
    굴참나무 마른 잎새 오스스
    겨울 이야기 소리에 발이 섰다
    잎을 떨구지 않고 겨울을 사는 나무
    대한 바람이 된소리로 고문을 해도
    소한 눈발이 발목을 잡고 매달려도
    놓아주질 않는 나무

    어젯밤 뉴-스 생각이 떠올랐다
    젊은 여인이 갓난 딸을 버렸다
    늙은 아버지가 짐이 되어
    아들은 아버지를 눈 속에 묻었다

    굴참나무 죽은 잎도 붙잡고 있는데
    눈 덮인 가시덤불 속에서도
    곷을 부풀리는 인동초처럼 사는 것
    그러면 가슴속에 장미도 피고
    짐 벗을 날 올 텐데
    신종 천륜의 해법은 무엇일까?
    ☆★☆★☆★☆★☆★☆★☆★☆★☆★☆★☆★☆★
    겨울 나그네 9

    전병윤

    불빛 환한 그대 창가에
    설토화 꽃잎 쏟아지는 눈발
    온몸으로 받으며
    뜨거운 내 가슴
    남김없이 슬어 주던 밤
    지우려고,
    눈길을 가고 있습니다

    달빛 바래고
    밤도 하얗게 깊었는데
    백열등 촉수를 높이고
    잠을 쫓고 있는 지난날
    그림자마저 지워진 줄 알았는데
    장밋빛 붉던 그대 가슴속
    아직 난,
    해바라기로 살고 있습니다.
    ☆★☆★☆★☆★☆★☆★☆★☆★☆★☆★☆★☆★
    사랑과 영혼

    전병윤

    사랑과 영혼을 태워
    등불 하나씩 허공에 매달고
    이승을 밝히는 연꽃

    인고의 시간을 베틀에 걸고
    해와 달의 빛을 짜서
    사랑의 꽃잎, 영혼의 불을 밝혔다.

    사랑과 영혼의 등식이 익어 가는 밤
    어둠을 삭히고 중생의 길 밝힌
    연등 빛 이승이 환-하다

    누군가의 가슴에 등불이고 싶다
    밤이슬에 별빛이 물 드는
    연꽃 축제의 시 낭송,
    기적도 등불을 흔들어 주고 간다.
    ☆★☆★☆★☆★☆★☆★☆★☆★☆★☆★☆★☆★
    사막에서

    전병윤

    모하비사막이 노을에 타고 있다.
    원시의 처녀인 모래벌
    그 미끈한 엉덩짝에
    이방인이 발자국을 남긴다

    사랑의 냄새가 싫은 것일까
    문득 바람이 일어
    발자국을 지운다

    무시로 사막의 시녀가 되어
    쓸고 닦고 쌓고 허물면서, 그러나
    창조의 손을 놓지 못하는 바람,
    먼 산마루에 어둠이 밀려들자
    금방 모래 틈새로 숨어버린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다만 맨살로 태양을 안고
    개벽을 잉태하는 꿈을 꾸면서
    사막은 사막의 방식대로 살 분.
    ☆★☆★☆★☆★☆★☆★☆★☆★☆★☆★☆★☆★
    가을 장안산에서

    전병윤

    산바람 살 깍여
    몸살 앓는 억새가
    흐드러진 장안산

    산을 불태운 단풍
    이젠 속살 드러내고
    멀어진 하늘 유혹하고 있다.

    귓불이 하얀 멧새들
    재잘거리는 산 이야기
    그 태고의 신비로움

    바위 틈새 가랑잎도
    온 몸으로 떨면서
    바람 따라 떠날 것을 알고 있다.
    ☆★☆★☆★☆★☆★☆★☆★☆★☆★☆★☆★☆★
    가을 편지

    전병윤

    밤을 새워 쓴 당신의 편지가
    오늘 아침
    내 뜰에 팔랑팔랑 내려앉아
    말없이 깔렸네요
    잎, 잎새마다
    당신 얼굴이 피어 있는데
    어떤 잎에는 눈물이 묻어 있고요
    또 다른 잎에서는
    붉디붉은 웃음이 들리네요

    나는 아침나절 내내
    잎, 잎새마다 깊이 사랑한다고
    내 심장의 두근거리는 지문을 찍어
    답장을 써 보냅니다
    마르지 않는 샘물,
    비바람에도 변함 없는 바위처럼
    사랑은 그렇게 솟구쳐 올라
    두 사람 영혼을 단단히 묶어 놓습니다
    ☆★☆★☆★☆★☆★☆★☆★☆★☆★☆★☆★☆★
    갈매기 춤
    전병윤

    파란 무대 위 갈매기들
    하얗게 춤을 춘다
    날개로 바다를 짚고 물 머금어
    하늘에 뿌리는 무지개 춤,
    바다와 하늘 사이에 선(線), 선)善)을
    그렸다 지우는 무변의 춤을 춘다

    집 한 채 없어도 좋은 사랑
    동전 한 잎 없어도 좋은 생의 춤,
    가슴 맑은 춤보고 있다.

    ☆★☆★☆★☆★☆★☆★☆★☆★☆★☆★☆★☆★
    거금도 봉수대

    전병윤


    서해에 떠 있는 거금도엔
    불타고 있는 적대봉 봉수대가 있다

    완도 거문도 여수에 보낸 적신호로
    남해를 지켜 주던 봉수대
    지금도 식지 않고 따끈거린다

    적대봉 오르는 초입에 핀 동백꽃이
    봄 햇살 위에 앉아
    지난 세월 한 잎 두 잎 떠들고
    봉수대 함성의 불빛을 찾는다

    적대봉 내림길엔
    신평교회 십자가가 노을을 태우고,
    정동리 노인정의 석양은 시간에 감기는데
    할머니는 조금 남은 하얀 웃음을
    손자 손에 꼭꼭 쥐어주고 있다.

    *거금도 :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에 속해 있는 섬.
    ☆★☆★☆★☆★☆★☆★☆★☆★☆★☆★☆★☆★
    겨울 산
    전병윤

    향적봉에 하늘 쌀밥이 고봉으로 쌓이네.
    오래 전부터 뼈만 남은
    주목 가지, 솔가지에서 흰 꽃이 피어나네.
    상수리 헐벗은 몸뚱이에서도
    하늘 쌀밥이 꽃을 피우고 있네.

    향적봉에 하늘 쌀밥이 덕담으로 쌓이네.
    온 세상이 내 덕, 네 덕이네
    얼룩진 시간들만 견디지 못해
    모든 말을 입 속에 묻고 있네.
    영영 말을 말자고

    죽은 나무, 산 나무가 함께 흰 꽃이 되네.
    삶과 죽음이 같이 사는
    산, 산, 산
    산 곳에서는 지금 깊은 잠의 뿌리들이
    기지개를 켜고 봄꿈을 깨려는 참이네.
    지구의 나이테를 칭칭 감고서
    ☆★☆★☆★☆★☆★☆★☆★☆★☆★☆★☆★☆★
    겨울나그네·2

    전병윤

    격포항에 눈이 내린다
    깊은 밤을 건너서 아침까지
    하늘 꽃이 지고 있다

    하늘은
    높고 낮은 음부(音符)로 눈을 내리고
    바다는 장엄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파도를 부른다

    그냥 '눈'이라는 단어로는
    해석할 수 없는 음색
    흥분한 바다, 눈은 쉬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애무한다

    하얀 밤 바닷가를 서성거리는
    마음이 눈 먼 나그네,
    삭삭삭 임을 찾는 눈 소리에
    그리운 정만 겹겹이 쌓인다.


    겨울나그네·3

    해는 온종일 눈 속에 숨어서
    산과 들 태초에 그랬듯이
    하나로 만들어 놓고
    달은 어두운 터널 내 가슴을
    하얗게 비쳐주고 있다

    *
    장터목산장 백열등이 싸늘한 밤
    꿈길 앓는 나그네,
    내일은 또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발자국도 없이 뛰어온 이 길

    가슴 속엔 그대 뿐
    한 세상 손 잡지 못해
    커진 그리움이
    아직도,
    이 밤을 팽팽히 당기고 있다.
    ☆★☆★☆★☆★☆★☆★☆★☆★☆★☆★☆★☆★
    경기전의 가을빛
    전병윤

    한 해의 빛과 그림자가 익힌 노란 시간들은
    육백 년 세월의 끈을 경기전에 계속감고
    사람들은 은행잎을 밟으면서
    지난 세월의 바랜 실꾸리를 풀며 간다

    한 시대의 바람을 칼에 감고 살았던
    이성계의 어진이 경기전을 지키고 있다
    어느 날 영정은 서울 나들이 길에 오른 후
    노자가 바닥을 보았는지 종무소식인데
    기다리던 사이 또 가을은 와서 익고 있다

    한옥마을 청사초롱은 늘어서서
    새벽으로 가는 세상을 보고 있다
    빨간 하이힐 옆에 빛나는 검정 구두가 가고
    헤진 운동화 옆에 맨발이 가고 있다
    은행잎도 불빛에 떨어져 가고
    흰머리 뒤에 검은머리도 간다,
    큰 별 작은 별들이 우주의 수레바퀴에 물려
    빛과 그림자로 교차하는 것을 보고 있다.
    ☆★☆★☆★☆★☆★☆★☆★☆★☆★☆★☆★☆★
    계룡산 산바람

    전병윤


    바람맞으며 계룡산에 왔다
    신원사 구룡사 갑사 동학사의 범종은
    계룡산 닭 울음소리를 기다리고
    관음암과 문수암 길상암 미타암의 목탁은
    제 가슴 소리로 세상을 아프게 친다

    부처님께 108배 하고나서 세상을 본다
    나보다 먼저 산이 나를 보고
    나는 여승의 얼굴에 내려앉은 햇살을 본다
    양지쪽 빨래줄에 널어 놓은 여승들의 허물,
    그 허물이 속세의 바람을 하얗게 말리고 있다

    바람 맞으며 계룡산에 왔다
    바람아, 불어라!
    이승의 가슴속 거미줄에 걸려있는
    검은 그림자들 날려라
    바람아, 불어라! 하얗게, 하얗게
    ☆★☆★☆★☆★☆★☆★☆★☆★☆★☆★☆★☆★


    고인돌
    《고창 매산에서》

    전병윤

    梅山(매산)에 하늘 꽃이
    매화로 지고 있다
    신석기 청동기 때에도 그랬으리
    세월이 이끼 되어
    매화 닮은 돌 꽃이
    지석 개석 위에 긴
    세월만큼 짙게 피어 있다

    저 탱석 돌맨을 지키는
    이름 모를 부족장
    날마다 세월에 구슬을 꿰어
    은하에 걸어놓고
    누구를 위하여 별들을 밤마다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는가

    고인돌 동네 추장께 고함
    지구촌 여기저기선 포성이 울어대고
    허리 묶인 내 강산에 끊어진 철긴
    녹슬고 녹슬어 이을 길 없고
    가슴이 수수강처럼 매말라
    사랑도 예사로 버리는 세상
    너무 웃자라난 황금
    그가 말할 수 있도록 길들일
    조련사가 필요한 세상
    오늘도 매산에 눈이 내린다
    ☆★☆★☆★☆★☆★☆★☆★☆★☆★☆★☆★☆★
    고향 냄새

    전병윤

    내 고향은 진안 백운
    고향 하늘에 머물렀다 가던
    뭉게구름에도 하얀 고향 냄새가 묻어 있었다.

    맨 먼저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 젖냄새
    다음엔 어머니 목소리
    고향엘 가면 어머니의 냄새, 목소리가 있다

    밥 짓는 냄새, 살구꽃 환한 봄빛
    산딸기 달콤한 맛, 꾀꼬리 노란 소리
    겨울에도 따뜻한 어머니 손결
    색색으로 오감이 싹튼 고향땅
    꿈의 씨앗을 심은 곳
    삶이 지루할 땐 고향을 찾아 간다.

    목숨을 건 독립운동가, 이산가족, 이민자들
    모국의 냄새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백골이 되어 서도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가
    사람은 죽을 지경이면 고향을 찾는다
    아니 죽어서도 고향으로 간다.
    ☆★☆★☆★☆★☆★☆★☆★☆★☆★☆★☆★☆★
    골 비었다는 말

    전병윤

    분수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사람,
    좀 모자란 듯한 사람을
    골 비었다고 얕잡는다.
    그래서 골다공증도 싫어하겠다.

    닭과 집오리는 날지도 못하면서
    소리만 크다
    골이 차서 그렇겠다.
    제비나 기러기는 높고 멀리 날 수 있기에
    보고 듣는 것도 많겠지만
    말 수가 적은 것은
    골이 비어서 그렇겠나?

    비어 있고 차 있는 것은 등가(等價)이다
    허와 실이 있기에 만물의 생멸이 있고
    지구가 돌면서 밤낮을 짓는 것 또한 그렇다
    그래서,
    꽉 찬 것은 넘쳐버리나니
    골 빈 듯 그냥 웃어주는
    코믹한 세상은 참 편하다.
    ☆★☆★☆★☆★☆★☆★☆★☆★☆★☆★☆★☆★
    곰티재 뻐꾸기

    전병윤


    곰티재 뻐꾸기는 사백 년을 울고 있다
    정명가도(征明假道)의 요청을 거절하자
    풍신수길은 침략의 이빨을 드러내고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사월에 부산을 물어 뜯어먹고
    칠월엔 웅치[곰티재] 혈전이 벌어졌다
    수천 명 관군과 의병들의 혼은 뻐꾸기가 되었다
    뻐꾹, 뻐국.......
    이복남 장군도 뻐꾹, 뻐꾹!
    정담 김제 군수도 뻐꾹, 뻐꾹!
    뻐꾹새들이 전주부성과 호남을 지켜냈다

    덕봉 마을 계곡엔 의병들의 떼혼이 산다
    날이 궂으면 성황당 돌들도 뻐꾹, 뻐꾹!
    폐총 가시 덤풀에선 어린 뻐꾸기도 그 대를 아는지
    삐약, 삐약 .......

    웅치에선 패하고 다음 날
    안덕원 전투에선 대승을 했다
    (왜적은 금산 쪽으로 패주하고)
    그 때를 잊지 않으려 대승리라 부르고 있다
    칠월이 오면 뻐꾸기 소리로 곰티재가 시끄럽지만
    우리는 듣지 못하고 산다.

    *정명가도 : 일본이 선조 때 왕께 요구하기를 명나라를 정벌할테니
    조선은 길을 내어 달라는 요청.
    ☆★☆★☆★☆★☆★☆★☆★☆★☆★☆★☆★☆★
    그대여 좀더 가까이

    전병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간격 없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대와 간격을 좁히려고
    정(情)의 심줄을 팽팽이 당기고 있어요.
    틈새 넓어진 크레바스가 되면
    당길 수도 뛰어넘을 수도 없지 않아요?

    그대여, 가까이 와요.
    가슴과 가슴을 사랑으로 밭갈이하여
    진실이라는 뜨거운 씨를 파종해 봐요.

    좀 더 가까이 와요.
    쓴 바람, 짠 비가 오고 검은 눈이 와도
    함께 가요, 끝없는 세상길
    사랑의 심지를 돋아 밝히고서
    영육의 꽃잎이 질 때까지.
    ☆★☆★☆★☆★☆★☆★☆★☆★☆★☆★☆★☆★
    꽃 몸살
    전병윤

    사람들은 사춘기의 봄 산을 넘으면서
    젖몸살의 열병을 앓지만
    꽃들은 인동의 가지에 봄물이 오르면
    해동의 꽃 몸살을 앓는다.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통증을 앓을 때에
    이성은 눈을 떠 사랑을 키우고
    천기와 지기가 꽃눈에 봄빛을 충전시키면
    꽃 가슴은 터져서 봄 하늘에 부연 향기를 물들인다.

    매화 라일락 서향 오동 꽃들은
    온갖 잡것들 불러모아
    세상살이 울긋불긋 봄 잔치 벌여 놓고
    꽃 몸살을 풀고 나서야 봄을 놓아준다

    사람들은 인생의 봄 산을 넘으면서
    오감이 통하는 젖몸살을 앓고 나서야
    세상 보는 눈을 뜨고
    무지갯빛 우주의 길을 찾는다.
    ☆★☆★☆★☆★☆★☆★☆★☆★☆★☆★☆★☆★
    꽃 지문

    전병윤


    꽃에도 지문이 있다.

    얼음장 뚫고 피어난 복수초
    노란 병아리보다 생생한
    지문이 있어
    얼음을 녹이고 꽃이 되었다.

    속살을 겹겹이 싸안은 동백,
    얼굴 붉은 지문을 감추고
    겨울 하늘을 물들인다.

    박꽃의 지문을 보면 눈이 시리다.
    꽃들은 지문으로 통한다.
    지문은 꽃들의 모국어다.

    지문은 자존심이다.
    무궁화의 자존심을 보아라.
    우주의 모든 것들은 지문을 가지고 산다.
    꽃에도 지문이 있다.
    ☆★☆★☆★☆★☆★☆★☆★☆★☆★☆★☆★☆★
    꽃잎 지는 밤

    전병윤

    불면 속에 담배 피워 물고
    현관을 나서 보니
    밤하늘별은 숙면에 들었는지
    어둠만 팽팽히 당기고 있다

    시누이바람이 매화 가지를
    흔들고 지나갈 때
    쏟아져 내리는 꽃잎들
    환히 불 밝힌 밤

    봄 비린내가 은하를 적셨는지
    별들은 꽃잎 속으로 파고드는데
    그대 순정은 어디에
    빈 가슴속 찬바람 휘도는
    아, 꽃잎 지는 밤
    ☆★☆★☆★☆★☆★☆★☆★☆★☆★☆★☆★☆★
    당신, 매화

    전병윤

    달빛은 또 수틀 위에
    매화나무 본을 떠놓고
    노목(老木) 상처 깊은 속까지
    제 빛살로 한 뜸 한 뜸 놓고 있습니다

    세월을 늘어뜨린
    영기(靈氣) 맺힌 꽃눈이
    반짝, 윤회를 꿈꾸면서
    "겨울이 추울수록 향은 맑고
    달빛이 밝을수록 꽃은 희다”고 말합니다

    오늘 달빛 씻어
    당신 어깨에 걸어놓고 갑니다
    꽃 가슴 여민 당신 앞에 설 때면
    세월이 부끄러워 이젠
    때묻은 속옷 벗어 던지겠습니다.
    ☆★☆★☆★☆★☆★☆★☆★☆★☆★☆★☆★☆★
    데미샘의 길

    전병윤


    신암리 선각산 배꼽자리 차지하고
    잠자지 않는 데미샘이 있다
    어머니는 산나물을 캐 올 때마다
    데미샘 물 한 병씩 들고 와서
    약수라 하며 내 앞에 내미셨다
    후에 알았지만, 그 물은 한 방울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섬진강 발원수였다

    데미샘은 만년을 하루같이
    달빛을 이고 별빛을 입고
    마령과 운암, 강진과 구례, 평사리와 하동 땅
    마른 입 적시면서 순리를 찾아
    남南으로 넓고 깊은 길을 냈다

    섬진강 오백리 길을 낮은 소리 높은 소리로
    사람의 길도 순리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넉넉한 가슴에 채우고도 넘치는
    데미샘은 광양만에 이르러 비로소
    세상길이 통하는 바다로 길을 이어
    하나가 되었다.

    데미샘 : 섬진강의 발원지인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에 있는 샘
    ☆★☆★☆★☆★☆★☆★☆★☆★☆★☆★☆★☆★
    도솔암에서

    전병윤

    태초부터 조물주는 큰 손으로
    영취산 한쪽을 벼랑으로 깎아 놓고
    도솔암에 향불을 피우게 했다
    중생들 헛발 디딜까, 그래서인지
    산 속엔 향이 가득하다

    오늘은 도솔암에 황사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 뼈 속까지 아리아리한 이 곳에
    내가 왜 왔을까
    위선이 진실을 이기고
    애증이 날로 커서
    바위덩어리가 된 짐 벗어 보려고
    어제의 메시아, 아니 오늘의 불타에 매달린다

    새벽 인력 시장에서 하루의 인생을 판
    사람의 배낭은 가볍다
    젊음을 팔아서 모은 것들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둔 내 속을
    대웅전 부처가 내려다보고 배시시 웃고 있다.
    ☆★☆★☆★☆★☆★☆★☆★☆★☆★☆★☆★☆★
    동백섬

    전병윤

    아침 바다에 뜬 섬 하나와
    내 가슴에 핀 동백꽃 하나와

    봄뜰 붉은 사랑
    물들여
    이내 심장을 꺼내 간
    사람아

    이제껏 가슴속
    그리운
    섬 하나 안고 산다.
    ☆★☆★☆★☆★☆★☆★☆★☆★☆★☆★☆★☆★
    동화사에서

    전병윤

    팔공산, 하늘 아래
    동화사 큰 절이 있다
    대머리 산엔 흰 모자가 쓰였는데
    산자락을 물들인 봄은 분홍빛이다
    염원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통일 대불 약사여래불을 세웠을까
    분단 60년 춘하추동이 감돌았던 한(恨)
    이제 그만 풀어야지
    통일의 장애물이 3?8선인가, 아니다
    가슴에 그어 놓은 선이 철책이다
    가슴속 철책을 걷어내지 못한 사람들
    팔공산 동화사 통일 대불 앞에서 들어 보라
    약사여래불의 염원이 무엇인가를,

    환갑이 되기 전에 풀어야 할 매듭
    풀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열반에 들면 괴로움이 소멸 될까
    통일만을 신주단지로 삼으면 그 날이
    보일 것을, 약사여래불 입가에 번진 미소는
    사람들 가슴속 들여다 본 괴로움이다
    ☆★☆★☆★☆★☆★☆★☆★☆★☆★☆★☆★☆★
    떠나는 구름 한 장

    전병윤

    논 밭둑 땀방울 빚어
    세월 썼던 친구여
    오늘은 흰 국화를 둘러치고
    사진으로 앉아 인사 받는구려

    귀를 세우고 입 좀 열게나
    그 많은 말들 다 잊었는가

    이승의 인연 거미줄처럼 얽어 놓고
    미련 없이 털어 버린 빈 손
    그대와 나 이승과 저승의 이방에서
    하늘이 보이면 거기
    꿈꾸는 흑 진주를 찾겠네

    가을 바람 타고
    기러기들 돌아오는데
    그대는 떠나가는 구름 한 장.
    ☆★☆★☆★☆★☆★☆★☆★☆★☆★☆★☆★☆★
    망상 해변

    전병윤

    파도는 사랑의 제스처
    바다는 모래 벌에 심은
    사랑의 시어를 가꾸며 산다

    해변 석류 먹은 연인들
    달빛이 뒤따르면서
    사랑이란 아프면서 영글어 간다고
    귀띔을 해 준다

    마음은 파도를 타며 출렁이고
    달빛은 사랑의 밀어를 해변 쪽에
    밀어붙이고 있다

    한 세기가 낡은 옷을 벗는
    망상 해변,
    새 봄의 사랑을 위하여 여기
    한 그루 장미를 옮겨 심는다.
    ☆★☆★☆★☆★☆★☆★☆★☆★☆★☆★☆★☆★
    문패·1

    한 생애 당신의 소리
    당신의 향기 기억하듯
    문패가 걸렸습니다

    무거운 짐 부려 놓고
    당신 가슴 밤새도록
    빗물에 적시고도
    아침 햇살에 절인 속 말리던
    든든한 모습 보았었지요

    문패 떼어내고
    내 가슴 구멍 뚫리던 날
    개구리 울음마저
    골짝을 채우고 넘쳤습니다

    애초에 태울음
    여울져 은하로 흘러가고
    이젠 저승의 당신
    어느 별에 문패를 걸었나요.


    문패·3

    문패를 보면
    그때 헤어진 사람이
    눈에 자꾸 밟힌다
    언덕 밑에선 햇쑥이 잠을 털고
    밭둑에선 산수유 꽃이
    봄을 피우던 날
    내 고사리손 잡아준 그 사람

    낙엽이 되어 쌓인 날들
    쓸어내고 보면 그 자리
    바람처럼 떠난 사람
    시린 발이 서 있다
    산도 들도 추억 속에 잠들고
    강가에선 조각달이 떨던 밤

    물안개 자욱한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그 때 헤어진 그 사람처럼
    ☆★☆★☆★☆★☆★☆★☆★☆★☆★☆★☆★☆★
    부활제
    전병윤

    부활*은 평화의 씨앗인가
    오늘은 부활제
    평화의 나무가 무성하다
    예수의 부활을 믿는 신앙심은
    자신의 부활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밭 평화나무엔
    부활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린다
    부활을 믿는 자만 그 열매를 따먹을 수 있다.

    예수의 부활은
    신화가 아닌 참 부활이어야 한다
    부활의 의미는 너와 내가
    서로 돕고 사랑하는 일이다.
    이는 사람이 가야 할 하나의 길인 것이다
    절대자는 부활을 믿는 자들의 가슴에만
    사랑의 씨앗을 싹틔워주고
    육신을 푸른 영혼으로 영생토록 한다.

    나는 여호와의 거울 앞에 앉아
    아버지의 부활을 믿는 나를 보고 있다.
    자신도 누군가의 부활임을 믿기 때문에.
    ☆★☆★☆★☆★☆★☆★☆★☆★☆★☆★☆★☆★
    噴水분수

    전병윤

    분수는 낙수다, 추락이다.
    추락은 부서지는 꽃이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추락한다.

    쏘아올린 화살, 총알, 포탄
    인공위성, 별들도 추락한다.
    사람도 길을 가다가
    황혼을 만나면 하늘과 손을 잡고는
    영혼만 남겨 놓고 추락한다.

    처마끝 빗물, 내동산 폭포, 위봉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추락을 보았다.
    추락은 절대의 눈물로 얼룩진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대신하여
    세상의 모든 희열을 대신하여
    ☆★☆★☆★☆★☆★☆★☆★☆★☆★☆★☆★☆★


    사랑도 포구

    전병윤

    가슴에 박힌 사랑의 옹이
    뽑아 버리려고 내 사랑도*에 왔다

    해는 바다 끝이 젖어 있고
    떠날 사람 아무도 없는 포구에서
    우리는 타야할 배를 놓치고
    기우는 해만큼이나 마음이 바빴다

    어둠은 점점 바다를 덮어
    뱃길이 보이질 않았다
    속 타는 내 가슴속을 보았는지
    갈매기 두어 마리가 어둠에 묻힌
    바다길이 끼룩끼룩 더듬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긴 밤을 새우며
    출렁이는 바다 이랑을 손톱이 닳도록
    뒤집고 도 뒤집어 별의 꿈과
    시디신 사랑의 씨앗을 캐냈다

    왜 그리움이 쌓였을까
    사랑이 그리운 사람은 사랑도 포구가에서
    까만 밤을 모래 벌에 묻어 보면 안다

    사랑도 포구 : 통영시 사랑도면
    금평리에 있는 포구
    ☆★☆★☆★☆★☆★☆★☆★☆★☆★☆★☆★☆★
    사랑의 향기가 묻어나겠지
    -아내의 앨범.5-

    전병윤

    교복의 하얀 카라
    양 갈래로 묶어 내린 머리칼
    세월과 함께 바래져 갔네.

    옥잠화 웃는 소리
    햇빛도 깔깔대던
    그 때가 걸어나와
    웃는 얼굴로 반기네.

    세월이 피고 지는 사이
    초록 발자국은 간 데 없고
    하얀 웃음이 곱기만 하네.
    ☆★☆★☆★☆★☆★☆★☆★☆★☆★☆★☆★☆★
    산 머루

    전병윤

    가을이 오고, 산기슭
    산 머루 타는 냄새
    까맣게 영글면
    아이들은 산비탈에 긴 목을 매었다

    눈동자 초롱초롱한 계집애는
    까맣게 탄 내 가슴만 따먹고
    내 가슴 가시덤불에
    불지르고 갔다

    세월이 옹이 박힌
    내 유년을 틀어쥐고
    아직도 놓을 줄 모르는 나

    오지 않을 걸 알면서
    행여나 기다리는 마음,
    제철이 오기만 하면
    까맣게 가슴 태우는 산 머루.
    ☆★☆★☆★☆★☆★☆★☆★☆★☆★☆★☆★☆★
    서시
    -시와 동행

    전병윤


    어린 꿈이 뛰고 날던 그 곳에
    맑은 시, 영혼의 집이 있다

    가슴에 콱 꽂히는 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면 그대는 어쩌겠는가
    끓는 물이라도 좋다
    풍덩 빠져서 떠내려 가다가
    이방인 마을이라도 좋다
    밭을 일구고 잘 익은 시를 따면서
    고향에서처럼 살겠다

    허브 식물이 저 혼자만의 향을 내듯이
    나만의 문향이 밴 비단을 짜겠다
    그리기 위해서
    산과 바다와 땅위의 모든 생명들의 존재
    그 사랑과 삶이 반죽 되어 시의 향을 내는
    영혼의 실을 뽑는 물레를 돌리겠다.
    ☆★☆★☆★☆★☆★☆★☆★☆★☆★☆★☆★☆★
    선암사의 무화과

    전병윤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꽃술을 안으로 싸안은
    맵지도 시지도 않은
    찬물같은 비구니

    밤이면 달빛에 젖어 우는
    풀벌레 되었다가
    아침 햇살에 꿈을 말리는
    네 가슴속에 잠자는 사랑을 본다

    아무도 마음 주지 않는 고독을
    꿀꺼덕 삼키면서
    눈감고, 입 다물고
    이승을 가볍게 딛고 가는 네
    헐렁한 삶을 배운다.
    ☆★☆★☆★☆★☆★☆★☆★☆★☆★☆★☆★☆★

    전병윤

    메시아가 찰라를 틈타
    바다에 던져놓은 고독의 쉼표,
    거기엔 자유가 있다

    사람의 그림자가 얼씬거리지 않는 섬
    태고의 숨결만 일렁이는
    금욕의 쉼표다
    미지의 푸른 씨앗이다

    무인도에 가 보라
    비어 있는 가슴에 사랑이 차 오른다
    외로운 사람, 영혼의 발자국에
    달빛이 고인다, 햇빛이 굼실거린다
    아무도 없는 섬엔 사랑의 영혼만이 산다
    애초부터 메시아는 고독을 몰랐던 것이다.
    ☆★☆★☆★☆★☆★☆★☆★☆★☆★☆★☆★☆★
    세병관에서

    전병윤


    할아버지-! 저, 세병관(洗兵館)1에 왔어요.
    350년 세월 너머에서 내 말귀 담을 수 있을까?

    우리 마을 할아버지 몇 분은 꿀 장수다
    한해 겨울 꿀통 지고 통영까지 갔다가
    세병관에 들러왔다면서 엄청난 그 규모에 놀랐고
    제 59대 삼도통제사 전동흘(全東屹)2 장군이
    왜구를 잡아 호통 치는 실전 그림을 보았다고
    웃어넘기면서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곤 했다
    장군은 세병관에 앉아서 남해 섬들을
    이리저리 옮겨놓기도 하고 바닷길을 새로 내면서
    국태민안의 밤을 까맣게 지새웠으리라
    때로는 별똥별이 단칼에 어둠을 가르고
    남망산 위에 뜬 달이 통영만 앞 바다에 은파를 띄워도
    외롭기는 매한가지, 찻잔 속에서 떠오른 고향
    이제는 먼 옛날 고혼(孤魂)을 달래며
    세병관, 저만 홀로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할아버지! 저, 세병관 떠나요.
    대답은 언제쯤 내 귓불에 와 머물까?

    1) 세병관 : 보물 제 29호 경상남도 충무시 문화동에 있는 조선 중엽의 군영. 선조 37년(1640)통제사 이경춘에 의해 창건됨, 통제사들이 군을 다스리던 곳.
    2) 전동흘 : 진안 출신 장군으로 철산부사(장화홍련 원귀의 한을 풀어준 장본인).
    제 59대 삼도 통제사로 세병관에서 근무(1679. 7~1680. 10). 이후 오위도총관, 포도대장, 훈련대장(지금의 총참모총장 격) 역임. 작자의 12대조.
    ☆★☆★☆★☆★☆★☆★☆★☆★☆★☆★☆★☆★
    세시 풍속 8
    -추석

    전병윤

    추석은 내 가슴에
    고향불을 지른다
    타는 불을 재우려면
    고향땅을 밟아야 한다

    사람은
    연어가 아니어도
    철새가 아니어도
    죽을 지경이면 고향으로 간다

    꿈 씨앗을 묻어 놓고 떠나온 땅,
    어린 날이 자라고 있는 고향,
    꿈은 추석이 키워주고 있다
    고향에 가면 내 꿈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내
    고향불은 항상 밝게 타고 있다.
    ☆★☆★☆★☆★☆★☆★☆★☆★☆★☆★☆★☆★
    세시 풍속 9
    -유월 유두

    전병윤

    유월 보름 새벽 인경 소리에 깨어
    유두는 앞들 밭고랑을 헤치고 온다

    유둣날은 찰밥에 강낭콩 익는 냄새,
    설기떡 훈짐에도 배가 불렀다
    수박 참외 자두 등 여름 과일은 놓고
    농신제(農神祭)를 지내고 나서
    마을마다 유두연을 벌인다

    아낙들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감고
    폭포 약수 물맞이를 한다
    남정네들은 시냇가에서 천렵을 한다
    아버지 따라가서 천렵국을 먹은 것이
    지금도 혀 끝에 묻어 고향 맛을 당긴다

    유두는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그 때 가져갔지만
    그래도 보름달은 유두의 생일도 찾아주고
    농신제를 지냈던 농민들의 얼굴도 보고
    올해의 한 매듭을 남겨 놓고 중천을 가고 있다.
    ☆★☆★☆★☆★☆★☆★☆★☆★☆★☆★☆★☆★
    세시풍속1

    전병윤

    -설날-

    어머니는 섣달 내내
    설을 만들고 계셨다
    베틀을 세우고,
    무명실로 잉아에 날줄을 걸어놓고,
    씨줄을 감은 실꾸리와 함께
    북통에 들어앉으셨다
    북통은 미친 듯이 낮과 밤을
    무명베에 짜 넣어서
    하얗게 설빔을 만들었다
    어느 해인가 천지인(天地人) 모두가
    흰 세상이 되었을 때
    백의 민족 얼을 풀어내시는 아버진
    단군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설은 내 가슴을
    들로 산으로 바다로 밀어냈다
    그래서 지구가 보이고, 우주가 보이기 시작했다.
    ☆★☆★☆★☆★☆★☆★☆★☆★☆★☆★☆★☆★
    세시풍속4

    전병윤

    -칠석을 기다리며-

    1.
    칠석은 견우 직녀가 상봉을 기다리는 날이다. 이날 지상의 까막까치는 한 마리도 볼 수 없다. 모두들 은하수에 모여 견우, 직녀가 건너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몸으로 오작교를 놓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사랑이 밤새도록 은하로 흐르는 것을 나는 보았다. 별들도 해마다 한 번은 만나거늘 38선 이쪽 저쪽 혈육이 마음놓고 가지도 오지도 못한 60년 세월, 돌아오는 칠석엔 철조망을 걷고 오작교를 놓아야겠다.

    2.
    칠석엔 조상의 명복을 빌었다. 개울물에 목욕하면서 재앙과 병을 씻어 내는 수신제(水神祭)를 지냈고, 길쌈 솜씨 예쁘게 해달라고 별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 날 잇속이 고운 고모 앞엔 총각들의 눈이 모였다. 초승달도 재를 넘고 은하수도 기울면 할머니는 고모를 불러 세우고 웃음이 너무 헤프다고 했다. 고모의 웃음은 언제나 향기가 있고 따뜻했다. 웃음은 사람에게만 준 조물주의 선물이라지, 그래 웃음은 따뜻한 가슴의 선물이다. 나도 세상에 있는 동안 누군가에게 가슴의 선물을 주어야겠다.
    ☆★☆★☆★☆★☆★☆★☆★☆★☆★☆★☆★☆★
    세시풍속5

    전병윤

    -백중날에-

    1.
    마을 정자나무 그늘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백종(百種) 음식과 술상을 차려놓고 노래와 춤, 농악이 어우러진 한마당 풍년놀이가 벌어지고, 세 벌 논 맨 호미를 씻는, 호미 씻기를 한다. 그 호미를 걸어놓고 농사를 제일 잘 지은 집 머슴을 소에게 태우는 상머슴 상을 준다. 상머슴은 “아나 농부야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농부가를 부른다. 그 농부가는 쌀 만들고 콩 만들고 고기 만들어 우리네 목숨을 이어 왔다.

    2.
    술 향기와 풍물 소리에 취해 우쭐대던 정자나무는 저녁놀을 부르고 나서, 칠월 백중 보름달을 띄워 올린다. 백중의 소망을 달에게 빈다. 조상의 명복을 비는 망혼제도 올린다. 이렇게 백중이 무르익던 세월, 내게만은 세월이 비껴 가는 줄 알았는데 내 눈가에 잡힌 주름 속에 숨어 있는 줄 정말, 정말 몰랐다.
    ☆★☆★☆★☆★☆★☆★☆★☆★☆★☆★☆★☆★
    세시풍속7
    -사월 초파일

    전병윤


    남풍 먹은 가로수가 연둥 명줄을 흔든다
    은하에서 내려온 별들은 연등에
    불을 하나씩 달고
    부처님 오시는 길을 환히 밝히고 있다

    부처님은 악의 씨앗 태우려고,
    살아 있는 것들의 길을 밝혀 주려고 헤매다
    초파일엔 이 땅엘 찾아오신다

    선과 악은 연등 속에 녹아 촛물로 섞이고
    동자승은 부처님 닮으려고 떼를 쓴다
    염불소리, 목탁소리 하나하나 주워서
    합장한 손에 한 움큼 쥐고

    이 땅에 선사들의 발자국은 많다
    부처님은 해마다 오시지만
    룸비니 허허한 배는 어쩌지 못하고
    초파일 상현달만 인도 하늘을 보고 있다.

    룸비니(Lumvini) : 석가모니가 탄생한 고향
    ☆★☆★☆★☆★☆★☆★☆★☆★☆★☆★☆★☆★
    세시풍속 2

    전병윤

    -삼짇날-

    삼월 삼짇날에
    제비가 봄을 물고 온다
    그런데 서울에는 제비가 없다.

    옛날 선화공주는
    봄으로 화전(花煎)을 빚고
    약수를 떠놓고 온달의 사랑을 빌었다.
    온달은 제비가 물고 온 봄씨를
    행랑채 담장 밑에 묻어 놓고
    공주의 사랑을 빌었다.

    제비는 보여 주었다
    흙집에 알 낳고 새끼 키우는 사랑법을,
    싸움하지 않고도 사는 세상일을,
    토요일 없이도 즐거운 노동의 무게를,
    먼 여행길 비자금도 없이
    빈 몸으로 떠나는 것을

    제비씨, 제발 내년 삼짇날에는
    매일 죽기 살기를 불사하는
    서울, 평양 큰 마을에 집도 짓고
    봄씨앗 좀 물어다 주기를.
    ☆★☆★☆★☆★☆★☆★☆★☆★☆★☆★☆★☆★
    세시풍속 3

    전병윤

    -단오 수릿날-

    할머니께서 환한 낯꽃으로 말했다
    오월 오일 단오는 양기가 가장 센 날이라면서 구기자 차를 달이고 뒷산에서 뜯어 온 수리취를 넣고 단오떡을 만들었다. 수리떡에 구기자차를 마셔야 힘이 솟는다고, 참기름 냄새 반질하게 발라서 식구들 한 입씩 물고 웃었다. 그리고는 창포 삶은 물에 고부끼리 머리를 감아 주고 반짝거리는 머릿결을 들여다보는 거울 속의 단오가 푸르렀다.

    청보리 냄새 우거진 밭머리에 자주색 감자꽃이 웃고, 그 위에 노랑나비가 앉아서 할머니와 지나간 시간들을 세어 보고 있다. 노랑나비는 앞서 간 할아버지의 오랜 신음 소리와 시집 갈 때 흘린 고모의 눈물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왜 세월이 고목 되어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가, 벌어진 감자 밭고랑에 또 한해의 단오를 묻어두고 나비는 날아갔다.
    세시풍속4
    ☆★☆★☆★☆★☆★☆★☆★☆★☆★☆★☆★☆★
    세시풍속 6

    전병윤

    -동지 팥죽-

    동지는 눈보라와 함께 몰아쳐 온다
    눈이 쌓여 오도가도 못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서 못된 짓 하는 역귀(疫鬼)가 되었다.
    그는 피를 보면 바들바들 떤다, 그래서 피 대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리면서 악귀를 쫓는다. 집과 나라안에 재앙이 없도록 해 달라시던 할머니는 “사색당파싸움, 임진왜란, 동학란도 역귀의 작란이다”고 하셨다.
    그래 삼팔선의 철조망, 이스라엘이나 이라크의 전쟁도 역귀의 작란이 틀림없겠다
    이제 그만, 역귀 없는 세상을 위해서 한솥 푸지직푸지직 끓어오르는 평화의 팥죽을 쑤어야겠다.
    ☆★☆★☆★☆★☆★☆★☆★☆★☆★☆★☆★☆★
    소금장수 이야기

    전병윤


    그때 소금장수는 이야기꾼이었다
    갯마을과 산골 마을을 이어주던
    라디오도 없고 햇빛도 희미했던 시절
    오며가며 듣고 본 세상 이야기를
    소금에 섞어 팔고 다녔다

    소금장수는 곰소에서 진안까지
    이야기 반 소금 반으로 하얀 길을 냈다
    그는 소금 자루가 텅 빌 때까지
    과수댁 사랑방에서 유숙했다
    세월은 거침새 없이 흘러
    소금장수와 과수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 가슴에 슬픈 촛불 하나씩 켰다

    소금장수는 길 떠나 재 너머 가고
    과수댁은 아픈 세월만 태우다가
    더듬더듬 소금길 찾아 곰소로 갔다

    그 후 소금장수는 두견새가 되고
    과수댁은 두견화가 되어 슬픈 촛불 들고
    이산 저산 봄산에 불 질러 놓고
    밤새도록 뜨겁게 사랑을 태운다
    간절한 사랑은 영글기 마련인가,
    ☆★☆★☆★☆★☆★☆★☆★☆★☆★☆★☆★☆★
    송광사 예불소리

    전병윤

    봄볕을 못 견뎌
    웃음 터뜨린 자산홍이
    여인의 무심(無心)을 잡는다

    대웅보전 예불 소리
    조계산을 더듬어
    유무(有無)를 하나로 섞어 버린다

    보조국사 지팡이였다는 향나무는
    세상이 마냥 꼬여만 간다고
    몸통을 비틀고 섰다

    부처는 법당의 큰 문 열어 놓고
    비단옷 치장한
    속세를 내다보고
    지그시 웃고만 계신다.
    ☆★☆★☆★☆★☆★☆★☆★☆★☆★☆★☆★☆★
    술병

    전병윤


    원탁에 툴러앉은 술꾼들이
    술병 속의 헝클어진 소리들을 꺼내고 있다
    술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술집은 꼭 사람이 사는 이웃에 있다
    술은 너에게 꽃을 안겨주고 사랑을 입맞춰준다
    그러나 함부로 입을 대선 칼을 뽑는다

    빈 술병 속에 어떤 이는 사랑을 채워 넣고
    어떤 이는 비련을 구겨 넣기도 한다
    어떤 이는 추억을 꺼내 보기도 하고
    ‘소양강 처녀’ 한가락 신나게 불러내 보기도 한다

    밤새도록 술은 사람을 길들이고
    증천 보름달을 새벽까지 붙잡아 놓는다, 그리고
    큰 소리로 진실을 숙성시키고 이데아를 토하고
    사랑에 빨간 물을 들이기도 한다

    술은 아무도 모르는 내 가슴 속
    열길 깊이와 푸른 넓이를 잘 알고 있다
    술병은 맑은 영혼의 무게를 온전히 비워냈지만
    결코 빈 병이 아니다, 아직도 그 속에는
    본색이 환한 보름달이 떠 있다.
    ☆★☆★☆★☆★☆★☆★☆★☆★☆★☆★☆★☆★
    신문 글자를 지우는 어머니

    전병윤

    어머니 계신 곳
    길이 보이지 않아서
    더듬고만 사느라고 뵙질 못했습니다.
    제 목에 왜 당신의 목숨을 걸었는지
    이제사 안개가 조금씩 걷힙니다.

    손수 지어 주신 홑적삼 입고도
    겨울은 따뜻했는데
    지금은 몇 겹을 껴입은 봄도 춥기만 합니다.

    어머니 계실 때엔 목숨도 천근이고
    쌈지 돈도 제 몫을 했는데
    이젠 차떼기 돈도
    까마귀 깃털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 가시던 날엔
    하늘을 노랗게 물들어 주시더니
    오늘 아침엔 왜 신문 글자를
    모두 지우고 계십니까.
    ☆★☆★☆★☆★☆★☆★☆★☆★☆★☆★☆★☆★
    신천옹(信天翁)

    전병윤

    가장 높고 멀리
    팔만 리를 날아가는 새가
    신천옹〔albatross〕이다
    그는 하와이 바닷가에 산다.

    해방이 되어 몸은 가벼웠어도
    마음이 무거웠던 고향 백운은
    사철 내동산이 지키고 산다.
    여름이 오고, 내동산에 저녁놀이 지면
    백로 가족들은 가볍게 산을 넘고
    그게 부러웠던 내 유년은 높게 멀리 있다

    칼기를 구름 위에 띄우고 하와이를 간다.
    불을 뿜고, 악을 쓰고, 잠든 별들을
    마구 흔들어 깨우는 문명의 새,
    그 등에 얹혀 대양을 건너니
    세상일이 태산 같다고
    신천옹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
    쌀자루
    전병윤

    중학생 모자서부터 큰 모자 때까지
    내 머리와 어깨는 쌀자루에 짓눌렸다
    쌀자루를 짊어지고 대웅재*를 넘을 때
    빈 몸으로 재 넘는 사람이 부러웠다
    어머니의 살, 아버지의 살 그 살이
    쌀인 줄 몰랐던 나는
    그 쌀이 내 살이 된 줄을 몰랐던 나는
    하루 빨리 쌀자루를 내팽개치고 싶었다

    시간이 물든 흔적이 지워지고 나자
    한동안 쌀자루를 잊고 살았다

    풍년을 넘는 사이에 쌀자루는 돈 자루로 변했다
    돈 자루가 무거워지자 내 어깨는 가벼워졌지만
    논바닥에 은하처럼 쌀꽃이 뜰 때면,
    어머니가 뒤주 바닥 긁는 소리가 들릴 때면
    꼭 땀 흘리면서 재 넘는 꿈을 꾸었다
    하늘에선 번개 울고 내 가슴엔 소낙비가 내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모든 쌀자루는
    달러자루로 변했다
    요즘같이 달러가 무거워질 때면
    돌아가던 지구도 멈칫거린다
    달러나 쌀자루보다 심보가 무거운 세상,
    햇볕 스민 봄 언덕 같은 세상,
    달이 번갈아 뜨는 밤 없는 세상을 바란다.
    ☆★☆★☆★☆★☆★☆★☆★☆★☆★☆★☆★☆★
    쌍무지개

    전병윤

    밤새 내 가슴에 내린
    궃은 빛살을 엮어
    이 아침 서편 하늘에
    다리를 놓았어요
    짝사랑, 그대 때문에

    부신 눈빛 기다리면서
    가슴 심지 태워
    영혼을 밝혀 두고
    몇 세상 뒤
    그대 오시는 날
    쌍무지개 다리를 놓으려고요
    ☆★☆★☆★☆★☆★☆★☆★☆★☆★☆★☆★☆★
    아나키스트

    전병윤


    제3 땅굴로 들어간다
    (수직 73m, 수평 1,630m)
    수 억 년 동안 얼어 죽은 암벽 속에
    숨 쉬는 화석들이 들락거린다
    누가 팠을까
    눈물에 녹아 물렁물렁한 암벽을
    땀으로 파 내며서 두더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나키스트? 그래 맞다, 무정부주의자?

    땅굴에서 겨우 빠져나와
    햇빛과 종각과 도라산 교회 십자가를 본다
    그리고 얼어붙은 하늘을 깨고
    민통선을 넘어오는 비둘기 떼를 본다.
    ☆★☆★☆★☆★☆★☆★☆★☆★☆★☆★☆★☆★
    아내의 명언

    전병윤


    거실에서 책을 읽다 말고
    서재로 들어가 딴 책을 보다 나왔다.
    아내가 중얼거린다.
    아, 책을 반듯하게 덮어놓아야 했는데

    벽시계 분침을 보고 놀라
    입던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었다.
    아내가 중얼거린다.
    아, 옷을 제자리에 놓아야 했는데

    낡은 가방을 들고 현관을 나서는데
    아내가 또 중얼거린다.
    아, 교통법규 잘 지키라는 명언이겠지

    아내의 중얼거림은 모두 명심보감이다.
    명언을 잘 실행하면 집안이 다습다는데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명언을 삼키다가
    목에 걸린 것이 지금도 옹이로 남아 있다.

    성현들의 명언을 잘만 따라가면
    세상길 환하고 노사 쟁탈도 없고
    쇠 소리 잔잔하고 말소리에도
    ☆★☆★☆★☆★☆★☆★☆★☆★☆★☆★☆★☆★
    아내의 앨범 1

    전병윤


    아침 햇살이 살풋 얹어 놓은
    풀잎에 다이아몬드처럼
    아내의 눈빛이 반짝 거린다
    팽팽한, 푸른 세월이
    앨범 속에 찰싹 붙어 있다

    앨범은 카틀레아 보다 고은
    아내의 세월을 꽉 잡고 있다
    앨범을 열면 청산, 덮으면 가을 산
    아내는 앨범 밖에서 가을 산을 본다
    나도 아내의 산을 바라본다
    산이 내 가슴 가까이 다가온다

    산은 강을 재우고
    강은 산을 적시며 흐른다
    시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 속에
    정오를 지난 산 그림자가 누워 있고
    흰구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는지, 강물만 흐른다.
    ☆★☆★☆★☆★☆★☆★☆★☆★☆★☆★☆★☆★
    아내의 앨범 2

    전병윤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의 사진 한 장,
    비둘기 떼로 둘러싸인 아내가 웃는다
    은혜의 광장엔 평화가 가득하다
    비둘기들은 아내를 소녀처럼 만들어 놓고
    그의 입속에 든 하얀 미소를 쪼아낸다

    비둘기 떼만큼이나 많은 색다른 사람들이
    성당 문만 들어서면 피부는 한 색 되고
    눈빛은 모두 조각에 꽂힌다

    종각에 피었던 르네상스 꽃은 지고
    성모 마리아의 가슴 속에 뜨거운 사랑만
    7월의 노을에 타고 있다.

    *피렌체(FIRENZE):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1865~1871)였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 중심 도시였다.
    ☆★☆★☆★☆★☆★☆★☆★☆★☆★☆★☆★☆★
    아내의 앨범 3

    전병윤


    삼일포 거울을 보고 있는 아내의 사진 한 장
    관동 팔경 물속에 푹 빠져 있다

    삼일만 보고 있으면 가슴이 맑아져
    하늘 땅 속 모두 볼 수 있겠다고
    점점 호수에 빨려들어 와우섬 까지 간다

    옛날엔 선녀들이 살았다는 와우도
    지금도 선녀가 살고 있음직한
    삼일포는 푸르러 옛날이다

    삼일만 보고 있어도 세상이 환히 보인다는데
    사진 속 아내는 삼년을 보고 있었으니
    내 오장육부까지 다 보았겠다

    이젠 내 가슴 깨끗이 씻어야겠다
    내 가슴 속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아내는
    남성보다 후한 모성 때문일까.
    *삼일포 : 금강산 주변에 있는 맑은 호수
    *와우도 : 삼일포 중심에 누워 있는 소같이 생긴 섬
    ☆★☆★☆★☆★☆★☆★☆★☆★☆★☆★☆★☆★


    연꽃

    전병윤

    햇살 젖은 물 비늘 재우고
    목어가 띄운 연꽃이다
    망울 부푼 하늘 받쳐 이고
    오늘 아침
    이슬 한 방울 도르르 말아서
    부처님 앞가슴에
    공양을 올린다
    ☆★☆★☆★☆★☆★☆★☆★☆★☆★☆★☆★☆★
    웰빙(Well-being)

    전병윤

    웰빙은 노적봉이다
    자기 웰빙이 튀고 있지만
    노적봉은 어디에도 없다.
    겉은 멀쩡한 고자박이처럼
    웰빙의 디딤돌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빈 독 하나 채워 보려고
    로또 복권을 산다.
    그것이 불벼락이라도
    맞아 보기를 원하는 가슴 있기에

    맑은 물, 시원한 바람으로
    영혼을 티 없이 씻어 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이 지구촌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그 울타리가 무너지지 않을 때
    별들은 제 궤도를 따라 돌고
    지구는 웰빙의 꽃을 피울 것이기 때문에.
    ☆★☆★☆★☆★☆★☆★☆★☆★☆★☆★☆★☆★

    윷 판

    전병윤

    인생의 윷판이 끝난 빈소엔
    하얗게 밤을 지샌 국화가 졸고
    마당 한가운데 이승의 윷판엔
    모야! 숫이야! 불이 붙었다

    토를 하고도 웃고
    모를 하고도 우는 세상이다
    하늘에 던져져 운명을 짓고
    땅에 떨어지는 윷가락
    세상살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흑마 백마는 고된 세월을 짚어 간다

    시작이 늦다고 지는 것만도
    빠르다고 이기는 것만도 아닌
    윷판 같은 이승
    윷가락을 허공에 던져놓고
    안개 속 길을 간다
    지금,
    나는 윷판 어디쯤에 서 있는가.
    ☆★☆★☆★☆★☆★☆★☆★☆★☆★☆★☆★☆★
    은하에 배꽃 띄우고

    전병윤

    고향 집 뒤뜰엔 배꽃이 한참이데요
    그 하얀 눈부심이 아픔이었어요
    아직도 내 가슴에
    무지개빛 남아 있음에서일까
    그대 가슴 환히 열고
    이 꽃 보내려 했지만
    휘어지지 않는 세상 길
    상기도 멀다 하면
    내게 그대 무게 너무 버거워

    이 산 저 산 진달래 피워 놓고
    두견이 애절하듯
    몇 밤을 부옇게 지새웠어요

    그래, 허공을 짚고 가던 그믐달이
    여울목에 걸려 있는 밤
    당신에게 전이시킬 수 없는
    심장의 고동을 잠재우고
    당신이 건너갈지 모를 나의
    은하에 배꽃 띄우고 왔어요.
    ☆★☆★☆★☆★☆★☆★☆★☆★☆★☆★☆★☆★
    임에게

    전병윤

    반달이 채워지는 밤입니다
    정안수 사발에 소망을 빌고나면
    달 그림자는 옆으로 돌고
    풀잎 이슬도 말간
    달빛이 고였지요

    당신은 내 가슴 어둠 속에
    불시 하나 주셨습니다
    천년 먼 날에도
    마르지 않는 심지로

    당 어디서도 눈뜰 때가 오면
    부스스 일어서는 당신
    내일 아침에 젖은 잠을 말리고
    나팔꽃으로 피어나세요
    큰 소리로 부르고 부르다 못해
    끝내는 당신의 이슬로 맺히려니.
    ☆★☆★☆★☆★☆★☆★☆★☆★☆★☆★☆★☆★
    자운영 꽃 또 피었는데

    전병윤


    남원 주생, 금지 들녘
    자운영 꽃들이 불러내어
    여수행 열차를 타고 간다
    꽃들은 환호하며 손 흔들어 준다

    한 때는 GNP 이백 불
    자운영 꽃들이 어질어질 멀미 앓고
    아낙네 나물 바구니도 어질어질
    하늘 빛은 노랗게 흔들렸다
    종달새 고리에도 슬픈 물이 배어 있었다

    이젠 GNP 이만 불 시대
    오늘, 꽃들은 환호 대신 야유가 만발하다
    VOP의 궁전 320호*로
    왜 봉화 사람들이 빨려들어 가냐고
    자운영 꽃들이 얼굴을 붉힌다
    살진 노고지리의 노래도 삐죽빼죽 얄궂다.

    *320호 : 대검찰청 중수부의 고위 층 범죄 수사실
    ☆★☆★☆★☆★☆★☆★☆★☆★☆★☆★☆★☆★
    장터목 산장

    전병윤

    【지리산 남쪽 중턱에 있는 산장】

    쌍무지개

    밤새 내 가슴에 내린
    궂은 빗살을 엮어
    이 아침 서편 하늘에
    다리를 놓았어요
    짝사랑, 그대 때문에

    부신 눈빛 기다리면서
    가슴 심지 태워
    영혼을 밝혀 두고
    몇 세상 뒤라도
    그대 오시는 날
    쌍무지개 다리 놓으려고요.
    ☆★☆★☆★☆★☆★☆★☆★☆★☆★☆★☆★☆★

    조약돌

    전병윤

    애초엔 산이고 바위였으리라
    너를 보고서야 지구가 둥글고
    자전하는 까닭을 알았다

    파도가 칼 휘두를 때
    살 깎인 아픔 뒹굴고 뒹굴어
    썰물 나간 뒤에 햇살 하나
    반짝
    네 마음 비워낸 것

    군살 털고 그만
    멍든 응어리 삭는 날
    지구도 그만 쉬리라

    ☆★☆★☆★☆★☆★☆★☆★☆★☆★☆★☆★☆★
    진안인삼

    전병윤

    하늘이, 하늘이 삼(參) 신령께 씨를 주셨다
    높고 맑고 샘 깊은 땅심 골라서
    심고 오라고,

    삼 신령은 태백산, 소백산, 노령산맥을
    훑어 내리다가 마이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진안을 에워싼 운장산, 덕태산은
    천하장사 기품이고 섬진강, 금강의
    근원이 되어 하늘의 서기가
    진안에 서려 있음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삼은 장생 불로초가 되고
    이 땅의 천기와 지기를 꾀하여
    영토를 정하였다

    삼은 부와 귀와 장생을 주사하는 미인이다
    그리고 지상에서 마병을 쓸어 내는
    하늘이 정한 천사다
    천사의 나라엔 평화가 꽃 피는 봄과
    행복이 영그는 가을만 있다.
    ☆★☆★☆★☆★☆★☆★☆★☆★☆★☆★☆★☆★
    천상을 꿈꾸는 호박

    전병윤

    호박차를 마시면
    가슴이 노랗게 맑아진다.

    유월 호박꽃이 피었을 때
    무관심했던 그 자리에
    보송한 애송이가 자리 잡고
    매미소리, 여치소리 맺힌
    밤이슬만 먹고살다가
    귀뚜라미가 가을 엮는 소리에 깜짝 놀라
    겉도 속도 한 색으로 둥글둥글 익었다

    어느 날 압력솥에 들어앉아 오욕을 씻고
    육신과 정신을 한 색으로 우려내더니
    오늘은 찻잔 속에서 모락모락 천상을 꿈꾸는구나.

    언제라도 좋다, 둥글둥글 호박을 닮아
    안팎이 없고
    가슴이 환히 비추는 사람과 마주 앉아
    차 한 잔 나누고 싶다.
    ☆★☆★☆★☆★☆★☆★☆★☆★☆★☆★☆★☆★
    철옹성 문 열리다

    전병윤

    아침 안개 모락모락 피어나는 오늘,
    문을 열어 놓았다는 청남대를 찾아 간다
    길가엔 목백합이 생잎 돋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내 가슴 빗장을
    열지 못한 세월이 녹슬어
    끝내 달은 산 너머에 머물고 있다
    얻기보다 버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부터
    내 빗장의 녹을 닦아내고 있다

    별장 접견실에서 두리번거리는 나를 창 너머
    이백 살이 넘었다는 모과나무가 보고 있다
    그래, 모과나무는 지금까지 다 보고 있었다
    5, 6공의 성난 바람들, 빠져나가고 나자
    청남대 빗장이 삐거덕 열렸다.
    그러나 밖은 아직도 미명인데 모과나무는 능청스럽게
    속세의 꽃잎을 물고 있다.
    ☆★☆★☆★☆★☆★☆★☆★☆★☆★☆★☆★☆★
    촛불 시위

    전병윤


    촛불의 원형적 상징은
    어둠을 터뜨리는 빛의 출아다
    서울 거리가 어두워서
    촛불을 밝혔나?
    서울은 촛농되어 두 달 동안 울었다
    대운하의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나라의 길이 어두울 때마다
    촛불은 나서서 갈 길을 밝혔다
    누구를 위한 불빛인가
    어디로 가는 길을 밝히는가
    촛불은 훨훨 대서양을 건너 가고 있는데
    FTA로 가는 길엔 암초가 숨어 있다

    저 촛불이 태풍에 휘말릴까
    이젠,
    온 나라의 거리가 환하도록
    촉수 높은 가로등을 켜야겠다.
    ☆★☆★☆★☆★☆★☆★☆★☆★☆★☆★☆★☆★
    춤추는 봄

    전병윤

    봄은 댄싱의 스릴에 매료된다
    스텝은 잎과 꽃망울의 과속을 부추기고
    리듬은 봄의 허리를 휘감고 돌아간다
    스텝과 리듬이 고난도로 감겼다가
    풀어지는 찰나 힘줄은 조여들고
    핏줄은 핑핑 돌아가는 햇살을 잡는다

    봄과의 호흡이 머릿결에 휘감겼다가
    가닥가닥 풀어지고
    눈빛이 한 각도에서 멎는 순간
    사랑의 불길은 폭죽처럼 터진다

    타이타닉호의 무도장에서 리듬의 밧줄 타고
    날아다니던 춤 아가씨 보다
    봄은 더 진한 춤을 추고 있다
    만인의 파트너가 되어

    봄은 겉과 속을 한데 모을 줄 안다
    그리고 만상의 마음을 줄지도 안다
    세상이 언제나 봄과 같다면
    자스민 향기에 무지갯빛도 참 진하겠다
    솔바람에 밀리는 변산


    변산을 휘감고 살던 바람이
    솔숲을 빠져나와 솔내음 묻은 손길로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바다에 파도를 그리고 있다

    갯벌의 햇살은 부지런히 물기를 걷어 내고
    솔바람은 해변을 거듭 돌면서
    갯벌을 캐는 아낙들 웃음에 맺힌
    땀방울을 굴린다

    사람들의 긴 그림자를 따라
    갯벌은 발자국을 지우고 있고
    솔바람에 밀리는 변산은 노을에 젖고 있다

    이제는,
    바람은 바람끼리 손을 잡고
    파도는 파도끼리 어깨를 걸어야 한다
    갯벌 위의 만리 길… 새만금,
    세상의 모든 길이 환하게 웃을 날 밝았다.
    ☆★☆★☆★☆★☆★☆★☆★☆★☆★☆★☆★☆★
    하모니
    전병윤

    교도소는 담장이 얕을수록 환하다

    사형수 새색시 머리는 세월 속에 서리밭 되고
    교도소에서 태어난 민우는 교도소가 꽃밭이다
    성악의 천재인 한 여인은 날마다 몇 번씩 죽는다

    갖가지 색이 한 색으로 하모니 합창단 되어
    사 년 세월 소리로 반죽하여 서울공연 나선다
    하모니 소리는 바다가 되어
    청주교도소 담장을 넘고, 낯선 세상을 울렸다

    민우는 입양 가려고 특박을 나간다
    입양모 품에서 몸부림치는 민우의 절규는
    572번 어머니 가슴에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
    521번 사형수 할머니가 세상 떠나가는 길엔
    늦은 봄날, 찔레꽃 향기가 하얗다

    교도소는 담장이 얕을수록 환하다
    문에 자물통이 없어야 바람이 시원하다
    백기가 나부껴야 세상이 밝다.
    ☆★☆★☆★☆★☆★☆★☆★☆★☆★☆★☆★☆★
    한 세기의 금자탑

    전병윤

    백의민족 삶을 추스렸던
    전주농림고교 농자들의 높은 기상
    농업의 새 씨앗 뿌리고 가꾸며
    한 세기 동안 쌓은 금자탑,
    영원히, 영원히 빛나리

    맹호같이 용감한 기상으로
    황소같이 꾸준한 인내로
    자원의 터전 가꾸어 갈 생명과학고
    유구한 역사 속에 빛나리

    생명과학 기수들이여!
    온 누리에 녹색자원 꽃 피워라
    햇빛이여, 달빛이여! 여기,
    전주생명과학고교에 비추어라!
    ☆★☆★☆★☆★☆★☆★☆★☆★☆★☆★☆★☆★
    화엄사 가는 길

    전병윤


    화엄사가 내려보낸 마중물 소리가
    산문에서부터 내 길을 끌고 가면서
    천년 감긴 화엄(華嚴)의 실꾸리를 풀어 낸다
    화엄사는 백제 때 연기존자가 씨앗 뿌리고
    자장율사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와
    승병(僧兵)을 이끈 예언선사까지 한 뿌리로,
    참 길고 넓고 깊게 뻗어 자랐다
    그 뿌리가 때 없이 저리고 시릴 때마다
    하늘도 땅도 젖어 얼룩진 화엄의 길,
    아픔을 지우려고 시멘트로 포장을 했다
    그러나 세월이 몸살 할 때마다 흘린 땀과
    신열이 배어 올라 길은 뜨겁고 찐득거린다
    임란, 호란 때 승병들의 거친 숨소리는
    아직도 붉은 소나무 둥치를 흔들고 있는데
    그 때의 목향(木香)은 점점 엷어져서
    카프치노 향기에 밀리고 있다, 그래도
    화엄사는 하루하루를 천년의 베틀에 걸어 놓고
    가면 다시 오지 않는 바람, 바람 같은 세상,
    바람 같은 사람들이 밟는 세월의 발자국을
    은은한 화엄의 무늬로 짜고 있다.
    ☆★☆★☆★☆★☆★☆★☆★☆★☆★☆★☆★☆★
    휴전선

    전병윤

    내 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통일 전망대에 올라섰다
    겨울을 벗은 식솔들 비로소
    몸이 녹았는지
    굴참나무도 벌겋게 눈을 떴다

    죽음이 늘어서 있고
    풀잎들 혼령이 번득이는 휴전선
    언제 겨울을 벗을지
    봄이 와도 으스스 춥기만 하다

    누군가 지워야 할 휴전선
    건봉사 목탁소리도
    신대리 교회 종소리도
    왜 철조망을 비껴만 가는지
    왜 꽃들은 모른 체 웃고만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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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185201
    70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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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68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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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552166
    65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48299
    64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599179
    63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280194
    62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46181
    61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44329
    60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16233
    59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397245
    58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42331
    57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494317
    56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60090
    55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19220
    54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40130
    53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992168
    52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357135
    51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35220
    50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190190
    49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071130
    48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170270
    47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27103
    46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993242
    45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62183
    44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850157
    43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24208
    42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57170
    41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16152
    40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978151
    39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877138
    38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28244
    37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62208
    36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50203
    35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22356
    34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887247
    33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975124
    32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191312
    31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991186
    30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12166
    29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195311
    28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294178
    27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212315
    26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56328
    25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23227
    24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70202
    23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38208
    22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1998335
    21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83169
    20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70154
    19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65294
    18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485723
    17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35558
    16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077640
    15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761658
    14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073680
    13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51354
    12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69289
    11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04253
    10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17260
    9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549523
    8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15369
    7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24243
    6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215299
    5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369448
    4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300331
    3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010263
    2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06335
    1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00261
    0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758318
    -1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15224
    -2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638206
    -3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843224
    -4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37274
    -5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26268
    -6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943225
    -7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055279
    -8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25255
    -9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1985299
    -10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51313
    -11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15335
    -12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790316
    -13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23280
    -14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41346
    -15 홍수희 시 모음 33편 김용호 2004.07.07.2357360
    -16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06265
    -17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494278
    -18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681303
    -19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06265
    -20 김용호 시 모음 85편 김용호 2004.03.12.390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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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47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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