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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후란 시 모음 9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05.08.20. 17:16:23   조회: 2084   추천: 242
    여명문학:

    김후란 시 모음 9편
    ☆★☆★☆★☆★☆★☆★☆★☆★☆★☆★☆★☆★
    고향

    김후란

    내 마음
    나직한 언덕에
    조그마한 집 한 채
    지었어요.

    울타리는 않겠어요.
    창으로 내다보는
    저 세상은
    온통 푸르른 나의 뜰

    감나무 한 그루
    심었어요
    어머니 기침 소리가
    들려요.


    여름
    가을 겨울
    깊어 가는 고향집.
    ☆★☆★☆★☆★☆★☆★☆★☆★☆★☆★☆★☆★
    기쁨과 사랑

    김후란

    우리의 아침은 바람이
    먼저 노크를 한다
    그 이름 기쁨

    정다운 햇살이 고개를 들이민다
    그 이름 사랑

    안녕하셔요
    반갑습니다

    기쁨과 사랑이 찾아준
    우리들의 아침은 언제나 즐겁다

    나는 오늘
    남에게 무에 될까

    나도 남에게 기쁨이 되고 싶다
    사랑이 되고 싶다
    우리 모두 한마음 가족이 되게
    ☆★☆★☆★☆★☆★☆★☆★☆★☆★☆★☆★☆★
    나무

    김후란

    어딘지 모를 그곳에
    언젠가 심은 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다

    높은 곳을 지향해
    두 팔 벌린
    아름다운 나무
    사랑스런 나무
    겸허한 나무

    어느 날 저 하늘에
    물결치다가
    잎잎으로 외치는
    가슴으로 서 있다가

    때가 되면
    다 버리고
    나이테를
    세월의 언어를
    안으로 안으로 새겨 넣는
    나무

    그렇게 자라 가는 나무이고 싶다
    나도 의연한 나무가 되고 싶다
    ☆★☆★☆★☆★☆★☆★☆★☆★☆★☆★☆★☆★
    난초 잎 닦으며

    김후란

    작은 물방울 모여
    맑은 시냇물 바위 넘어 흐르듯
    날이 밝으면
    어디선가 다가와 감도는 향기로움
    난초蘭草 잎 닦으며
    내일을 바라보며
    유리창 퉁기는 우리 가족 정다운 목소리
    평생 물리지 않는 밥처럼
    난 향기 은은히
    미소로 마주 보는 얼굴
    ☆★☆★☆★☆★☆★☆★☆★☆★☆★☆★☆★☆★
    낮은 목소리로

    김후란

    이제 남은 한 시간
    낮은 목소리로
    서로의 가슴을 열기로 하자

    잠든 아기의
    잠을 깨우지 않는 손길로
    부드럽게 정겹게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하자

    헤어지는 연습
    떠나가는 연습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흰 머리칼 하나 발견하듯

    이해의 강을 유순히 따라가며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자

    그리하면 들릴 것이다

    깊어 가는 겨울밤
    세계의 어딘가 에서 울고 있는
    풀꽃처럼 작은 목숨 나를 지켜보며
    조용히 부르는 소리가
    ☆★☆★☆★☆★☆★☆★☆★☆★☆★☆★☆★☆★
    둘이서 하나이 되어

    김후란

    둘이서 하나이 되어
    밝은 이 자리에
    떨리는 두 가슴
    말없이 손잡고 서 있습니다

    두 시내 합치어
    큰 강물 이루듯
    천사가 놓아 준
    금빛 다리를 건너
    두 사람 마주 걸어와
    한자리에 섰습니다

    언젠가는 오늘이 올 것을
    믿었습니다
    이렇듯 소중한 시간이 있어 주리란 것을

    그때 우리는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푸은 밤 고요한 달빛 아래
    손가락 마주 걸고 맹세도 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이슬 젖은 솔숲을 거닐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순수한 것처럼
    우리의 앞날을 순수하게 키워 가자고

    사람들은 누구나 말합니다
    사노라면 기쁨과 즐거움 뒤에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며
    비에 젖어 쓸쓸한 날도 있다는 걸
    모래성을 쌓듯 몇 번이고 헛된 꿈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걸

    그럴수록 우리는 둘이서 둘이 아닌
    하나이 되렵니다
    둘이서 하나이 되면
    둘이서 하나이 되면

    찬바람 목둘레에 감겨든단들
    마음이야 언제나 따뜻한 불빛
    외로울 때는
    심장에서 빼어 준
    소망의 언어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우리만의 밀어
    버릴 수 없는 우리만의 꿈
    약속의 언어로 쌓아올린 종탑
    높은 정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꼭대기에 매어 단
    사랑과 헌신의 종을 힘껏 치렵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
    이토록 가슴이 빛나는 날에
    둘이서 하나가 되면
    둘이서 하나가 되면

    지상의 온갖 별들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불멸의 힘으로 피어나는 날들이
    우리들을 끌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손을 잡고
    같은 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
    사랑

    김후란

    집을 짓기로 하면
    너와 나
    둘이 살
    작은 집 한 채 짓기로 하면

    별바다 바라볼

    꽃나무 가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고

    네 눈 속에 빛나는
    사랑만 있다면
    둘이 손잡고 들어앉을
    가슴만 있다면
    ☆★☆★☆★☆★☆★☆★☆★☆★☆★☆★☆★☆★
    연꽃

    김후란

    霞光 어리어
    드맑은 눈썹

    곱게 정좌하여
    九天世界 지탱하고

    世情을 누르는
    정갈한 默禱

    닫힌 듯 열려 있는
    침묵의 말씀 들린다.
    ☆★☆★☆★☆★☆★☆★☆★☆★☆★☆★☆★☆★
    존재의 빛

    김후란


    새벽 별을 지켜본다

    사람들아
    서로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적막한 이 시간
    깨끗한 돌계단 틈에
    어쩌다 작은 풀꽃
    놀라움이듯

    하나의 목숨
    존재의 빛
    모든 생명의 몸짓이
    소중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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