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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 시 모음 21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05.08.20. 17:13:47   조회: 2274   추천: 300
    여명문학:

    기형도 시 모음 21편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
    나리 나리 개나리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 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궁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겅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
    노 을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도시)는 곧 活字(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책)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오후) 6時(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日常(일상)의 恐怖(공포)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숲으로 된 성벽

    기형도

    저녁 노을이 지면
    神들의 商店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城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城

    어느 골동품 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城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
    장미빛 인생

    기형도

    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
    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그는 건강하고 탐욕스러운 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
    단 한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
    사내는 말이 없다,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은 노려보았을까, 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
    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 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얼굴 위를 걸어다니는 저 표정
    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퍼내기 시작한다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
    가는 비 온다

    김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
    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
    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나는 안다, 가는 비......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며
    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
    가는 비......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
    가을에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
    기억할 만한 지나침

    김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 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 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
    껍질

    기형도

    空中을 솟구친 길은
    그늘을 끼고 돌아왔고
    아무것 알지 못하는 그는
    한줌 가슴을 버리고
    떠났다.

    車窓 안쪽에 비쳐오는
    낯선 거리엔
    大理石보다 차가운
    내 幻影이 떠오른다.
    아무것 알려 하지 않는 그는
    미련 없이 머리를 깎았다.

    그는 나보다 앞선 歲月을 살았고
    나와 同甲이었다.

    감싸안은 두 발이
    천장을 디디고 휘청거리는데
    단단히 굳어버린 鋪道엔 바람이 일고
    이 밤은 여느 때 마냥 춥다
    ☆★☆★☆★☆★☆★☆★☆★☆★☆★☆★☆★☆★


    김형도


    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
    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
    달밤

    기형도

    누나는 조그맣게 울었다.
    그리고,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갔다.

    봄이 가고.
    우리는, 새벽마다 아스팔트 위에 도우도우새들이 쭈그려앉아
    채송화를 싹뚝싹뚝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새들은 엇갈려 짚는 다리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南國(남국)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풀어 날렸다.
    이쁜 달[月]이 노랗게 곪은 저녁,
    리어카를 끌고 新作路를 걸어오시던 어머니의 그림자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몹시 허리를 앓았다.
    ☆★☆★☆★☆★☆★☆★☆★☆★☆★☆★☆★☆★
    물 속의 사막

    김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숫잎 흘러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
    그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빛은 터진다
    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젖지 못한다
    물들은 집을 버렸다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
    바람의 집

    김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 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
    아이야 어디서 너는

    김형도

    아이야, 어디서 너는 온몸 가득 비[雨]를 적시고
    왔느냐. 네 알몸 위로 수천의 江물이 흐른다. 찬
    가슴팍 위로 저 世上을 向한 江이 흐른다.

    갈밭을 헤치고 왔니. 네 머리카락에 걸린 하얀 갈꽃이
    누운 채로 젖어 있다. 그 갈꽃 무너지는 西山을 아비는
    네 몸만큼의 짠 빗물을 뿌리며 넘어갔더란다. 아이야
    아비의 그 구름을 먹고 왔느냐.

    호롱을 켜려무나. 뿌옇게 몰려오는 소나기를 가득 담고
    어둠 속을 흐르는, 네 눈을 켜려무나. 하늘에 실노을이
    西行하고 어른거리는 불빛은 꽃을 쫓는다.

    닦아도닦아도 흐르는 꽃술[花酒] 같은 네 江물.
    갈꽃은 붉게붉게 익어가는데, 아이야 네 눈 가득
    아비가 젖어 있구나.
    ☆★☆★☆★☆★☆★☆★☆★☆★☆★☆★☆★☆★
    쥐불놀이

    기형도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걸요?
    돌리세요,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술래
    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
    질투는 나의 힘

    김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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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 곽승란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9.01.01.1813
    189 양성우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1873
    188 함민복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1824
    187 강문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1.01.1604
    186 이윤학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1.01.1703
    185 김지순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11.10.2864
    184 박소정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2624
    183 김재진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2594
    182 첫눈 시모음 35편 김용호2018.11.04.2604
    181 고은영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10.25.2495
    180 권규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954
    179 김동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844
    178 김설화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224
    177 김영국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964
    176 나태주 시 모음 18편 김용호2018.10.25.2254
    175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1934
    174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1862
    173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1952
    172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892
    171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2202
    170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38518
    169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32114
    168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35414
    167 윤보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5.24.3497
    166 안국훈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5.24.31012
    165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3694
    164 안성란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8.05.24.3515
    163 남궁선순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2553
    162 윤재석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419
    161 임두환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316
    160 송영수 글 모음 4편 김용호2018.05.24.2336
    159 신팔복 글 모음 18편 김용호2018.05.24.2205
    158 한숙자 글 모음 23편 김용호2018.05.24.2514
    157 김상영 글 모음 8편 김용호2018.05.24.2338
    156 임숙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8.04.22.6957
    155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5087
    154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44210
    153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4777
    152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50312
    151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919
    150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3986
    149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406
    148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39715
    147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3419
    146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177
    145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32410
    144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3088
    143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34311
    142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48911
    141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45311
    140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38112
    139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35711
    138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37710
    137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3299
    136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3539
    135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3519
    134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3509
    133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32711
    132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2829
    131 십자가시모음 35편 김용호2018.02.05.31314
    130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31810
    129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3169
    128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3729
    127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3229
    126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50415
    125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52614
    124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5613
    123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48312
    122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48012
    121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45411
    120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63413
    119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67715
    118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60917
    117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16420
    116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2824
    115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62521
    114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72224
    113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71226
    112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86342
    111 이필종 시모음 21편 김용호2016.12.13.103651
    110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475102
    109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247201
    108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47107
    107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791303
    106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709175
    105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576262
    104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581169
    103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756299
    102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13179
    101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302194
    100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67181
    99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63329
    98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38234
    97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422246
    96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66332
    95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518318
    94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62691
    93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46223
    92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64131
    91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028169
    90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392136
    89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55224
    88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208193
    87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099131
    86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194271
    85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47104
    84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012243
    83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81184
    82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870158
    81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47209
    80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74170
    79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30152
    78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991153
    77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897138
    76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43244
    75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75208
    74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65204
    73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35357
    72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906247
    71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997127
    70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271315
    69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10187
    68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29170
    67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224312
    66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12179
    65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252319
    64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71330
    63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42230
    62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98203
    61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71209
    60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048338
    59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99171
    58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95154
    57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84295
    56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517724
    55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52559
    54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104642
    53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791662
    52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090683
    51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70355
    50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87292
    49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23254
    48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34261
    47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592524
    46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26371
    45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36244
    44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274300
    43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387449
    42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315334
    41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059264
    40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25337
    39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26266
    38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782319
    37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46226
    36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661207
    35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855226
    34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73276
    33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42270
    32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980228
    31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068281
    30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48256
    29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2023300
    28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73315
    27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43338
    26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835319
    25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43285
    24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62347
    23 홍수희시모음 70편 김용호 2004.07.07.2393365
    22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24266
    21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508283
    20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694303
    19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34266
    18 김용호 시 모음 102편 김용호 2004.03.12.3931233
    17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129287
    16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62294
    15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546262
    14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2731212
    13 도종환 시 모음 40편 [1] 김용호 2004.03.12.2392384
    12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461363
    11 유치환 시 모음 45편 김용호 2004.03.12.3189390
    10 한용운님시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602295
    9 원태연님시모음/25편 김용호 2004.03.12.2680325
    8 용혜원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3402325
    7 안도현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4108509
    6 김남조 시 모음 67편 김용호 2004.03.12.3953348
    5 한시 모음 김용호 2004.02.24.2412510
    4 김시습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4.02.24.2402448
    3 박목월 시 모음 30편 김용호 2004.02.24.2065246
    2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2225480
    1 서정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 2004.02.09.2531445
    0 노천명 시 모음 23편 김용호 2004.02.08.1864400
    -1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1927338
    -2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4248515
    -3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293391
    -4 여명 문학 회칙  여명문학2004.01.25.1968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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