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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자 시 모음 18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04.12.29. 18:01:11   조회: 1959   추천: 257
    여명문학:

    허영자 시 모음 18편
    ☆★☆★☆★☆★☆★☆★☆★☆★☆★☆★☆★☆★
    《1》
    가을 기도

    허영자

    이 쓸쓸한 땅에서
    울지 않게 해주십시오

    쓰거운 쓸개 입에 물고서
    배반자를
    미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나날이 높아가는 하늘처럼
    맑은 물처럼
    소슬한 기운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먼산에 타는 뜨거운 단풍
    그렇게 눈멀어
    진정으로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
    《2》
    가을비 내리는 날

    허영자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
    《3》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
    《4》
    꽃피는 날

    허영자


    누구냐 누구냐
    또 우리 맘속 설렁줄을
    흔드는 이는

    석 달 열흘 모진 추위
    둘치같이 앉은 魂을
    불러내는 손님은

    팔난봉이 바람둥이
    사낼지라도
    門 닫을 수 없는
    꽃의 맘이다.
    ☆★☆★☆★☆★☆★☆★☆★☆★☆★☆★☆★☆★
    《5》
    나목에게

    허영자


    캄캄한 밤은
    무섭지만

    추운 겨울은
    더 무섭지만

    나무야 떨고 섰는
    발가벗은 나무야

    시련 끝에
    기쁨이 오듯이

    어둠이 가면
    아침이 오고

    겨울 끝자락에
    봄이 기다린단다

    이 단순한 순환이
    가르치는 지혜로

    눈물을 닦아라
    떨고 섰는 나무야.
    ☆★☆★☆★☆★☆★☆★☆★☆★☆★☆★☆★☆★
    《6》
    나팔꽃

    허영자

    아무리 슬퍼도 울음일랑 삼킬 일
    아무리 괴로워도 웃음일랑 잃지 말 일
    아침에 피는 나팔꽃 타이르네 가만히
    ☆★☆★☆★☆★☆★☆★☆★☆★☆★☆★☆★☆★
    《7》
    너무 가볍다

    허영자

    나 아기 적에
    등에 업어 길러주신 어머니

    이제는
    내 등에 업히신 어머니

    너무 조그맣다
    너무 가볍다
    ☆★☆★☆★☆★☆★☆★☆★☆★☆★☆★☆★☆★
    《8》
    떡살

    허영자

    고운 네 살결 위에
    영혼 위에
    이 신비한
    사랑의 문양 찍고 싶다

    '이것은 내 것이다'

    땅속에 묻혀서도
    썩지를 않을
    저승에 가서도
    지워지지 않을

    영원한 표적을 해두고 싶다
    ☆★☆★☆★☆★☆★☆★☆★☆★☆★☆★☆★☆★
    《9》
    무지개를 사랑한 걸

    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
    《10》
    비 오는 날

    허영자


    비 오는 날이면
    처녀시절 생각이 난다
    비 맞고 서 있는 나무처럼
    마음 젖어 서러이 흐느끼던 그때

    비 오는 날이면
    처녀시절 생각이 난다
    아득히 비 내리는 신비한 바깥
    머언 머언 내일을 내다보던 그때

    비 오는 날이면
    처녀시절 생각이 난다
    박쥐우산 하나를 바람막이로
    용감하게 세상을 밀고 가던 그때.
    ☆★☆★☆★☆★☆★☆★☆★☆★☆★☆★☆★☆★
    《11》
    빈 들판을 걸어가면

    허영자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오래오래 마음으로 사모하던
    어여쁜 사람을 만날 상 싶다

    꾸밈없는
    진실과 순수
    자유와 정의와 참 용기가
    죽순처럼 돋아나는
    의초로운 마을에 이를 상 싶다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아득히 신비로운
    神의 땅에까지 다다를 상 싶다.
    ☆★☆★☆★☆★☆★☆★☆★☆★☆★☆★☆★☆★
    《12》
    얼음과 불꽃

    허영자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 속에
    얼음과 눈보라를 지니고 있다

    못다 이룬 한의 서러움이
    응어리져 얼어붙고
    마침내 마서져 푸슬푸슬 흩내리는
    얼음과 눈보라의 겨울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은 누구나
    타오르는 불꽃을 꿈꾼다

    목숨의 심지에 기름이 끓는
    황홀한 도취와 투신
    기나긴 불운의 밤을 밝힐
    정답고 눈물겨운 주홍빛 불꽃을 꿈꾼다.
    ☆★☆★☆★☆★☆★☆★☆★☆★☆★☆★☆★☆★
    《13》
    여름 소묘

    허영자


    견디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불벼락 뙤약볕 속에
    눈도 깜짝 않는
    고요가 깃들거니

    외로운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저토록 황홀하고 당당한 유록도
    밤 되면 고개 숙여
    어둔 물이 들거니.
    ☆★☆★☆★☆★☆★☆★☆★☆★☆★☆★☆★☆★
    《14》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
    《15》


    허영자


    그윽히
    굽어보는 눈길

    맑은 날은
    맑은 속에

    비오며는
    비 속에

    이슬에
    꽃에
    샛별에...

    임아


    온 삼라만상에

    나는
    그대를 본다.
    ☆★☆★☆★☆★☆★☆★☆★☆★☆★☆★☆★☆★
    《16》
    刺繡(자수)

    허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낼 듯

    머언
    극락정토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
    《17》
    친전(親展)

    허영자

    그 이름에
    살 속에 새긴다
    暗靑(암청)의 文身

    不可思議(불가사의)의 윤회를 거쳐
    마침내
    내 영혼이 고개 숙이는 밤이여
    무거운 운명이여

    절망의 눈비
    회의의 미친 바람도
    숨죽여 坐禪(좌선)하는 고요

    '사랑합니다'

    참으로 큰
    슬픔일지라도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살 속에
    그 이름 새기며
    이 봄밤
    눈떠 새운다.
    ☆★☆★☆★☆★☆★☆★☆★☆★☆★☆★☆★☆★
    《18》
    행복(幸福)

    허영자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만큼
    신바람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두는

    바윗 틈새 같은 데에
    나뭇 구멍 같은 데에

    幸福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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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56107
    88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812303
    87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735176
    86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587270
    85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613171
    84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793301
    83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51183
    82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329196
    81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84183
    80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84331
    79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57236
    78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437247
    77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81334
    76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543320
    75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65392
    74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58224
    73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86134
    72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062170
    71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413136
    70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67225
    69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223194
    68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114132
    67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214274
    66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61105
    65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022244
    64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96185
    63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1031160
    62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64210
    61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89171
    60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44153
    59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1003153
    58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905138
    57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54244
    56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88208
    55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82204
    54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47357
    53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919247
    52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1023128
    51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288316
    50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30189
    49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41172
    48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255313
    47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28180
    46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279320
    45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80331
    44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56231
    43 이양우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4.07.05.2926204
    42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81209
    41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101339
    40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710172
    39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903154
    38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98295
    37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541725
    36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70561
    35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120643
    34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831663
    33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102684
    32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86356
    31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99292
    30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36256
    29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47262
    28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614524
    27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46373
    26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46244
    25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31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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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080265
    21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32337
    20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49267
    19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8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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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697208
    16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875227
    15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98277
    14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51271
    13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3007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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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2041301
    9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86317
    8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57341
    7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869320
    6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56288
    5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76348
    4 홍수희시모음 70편 김용호 2004.07.07.2418367
    3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40267
    2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526284
    1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706304
    0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5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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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8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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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1936339
    -21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4277516
    -22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31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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