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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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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진시모음 20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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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5.07. 23:31:46 조회: 528 추천: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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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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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진시모음 20편
☆★☆★☆★☆★☆★☆★☆★☆★☆★☆★☆★☆★
《1》
개나리
서병진
물푸레 본가를 두고
울타리도 아닌 곳곳에
앞 다툼을 하지 않고
계절 따라 피는 개나리꽃
겨우내 헐벗고
차디찬 눈꽃 덮여
시간에 숨 고르다가
해를 보고 달을 보면서
검은 바지 벗고
푸른 바지 갈아입어
노란 저고리 두르고
향기로 피어나는 꽃잎
별들은 꽃잎 하나하나
속삭이는 것 안 보여도
마디마디 꺾어 심어 놓은
하나둘 늘어나는 나무야.
☆★☆★☆★☆★☆★☆★☆★☆★☆★☆★☆★☆★
《2》
고향이 그리워
서병진
누구나 늙어지면 고향이 그리워져
사무친 생각 속에 외로워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을 뿜는 신세타령 하면서
늙으면 훗날 걱정 속앓이 하는 나이
찾아갈 곳이라는 고향뿐 이라는 것
어느덧 세월이 쌓여 양지바른 곳으로.
☆★☆★☆★☆★☆★☆★☆★☆★☆★☆★☆★☆★
《3》
과거
서병진
지난 일
생각하면
그래도 때에 따라
오늘의
쓰임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저 멀리
보이는 길로
가야 하는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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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사람이
서병진
하얀 얼굴
떠오르는 그 사람
새벽 산 올랐든 그때
번쩍번쩍 걸이는 우레가
아득한 시간을 씹어 본다
밥상 앞에
그대의 얼굴
총총히 주셔 담은
한 바구니 사랑이
넘쳐흐르는 외로움
산이나 바다는
어머니 가슴에
사뿐히 앉아 속삭이던
시간에 어제와 오늘 묻혀
먼 산에서 메아리 울린다.
☆★☆★☆★☆★☆★☆★☆★☆★☆★☆★☆★☆★
《5》
달동네의 벽화
서병진
으슥한 달동네
오목조목한 불빛에
벽화는 말이 없다
별들은 길동무의
길잡이 친구로
달은 바다를 끌어 올린다
담벼락 벽화는
물고기의 천국
뛰놀다 다이빙을 한다
달동네 모퉁이
화필에 웃음꽃으로
이웃사촌 바다가 있다.
☆★☆★☆★☆★☆★☆★☆★☆★☆★☆★☆★☆★
《6》
들꽃 향기
서병진
봄에서
겨울까지
꽃 피고 꽃 지는 듯
들꽃에
향기 나는
벌 나비 꽃술들은
짝짓고
사랑하면서
굽은 다리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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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메주
서병진
동지섣달
가마솥에 푹 삶아서
거무스름하게 물러지면
한 바가지 두 바가지 푹푹 떠서
하얀 보자기에 돌돌 말아서
두 다리로 단단하게 다져서
안방 아랫목에 보란 듯이
나체로 신방 치레한 후
짚방석 거적에 일렬로 매달아
오르지 못하는 턱걸이에
사십여 일 동안
속은 속대로 검게 타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게로다
따뜻한 날에
햇살 받는 장독대
독탕에 숯과 고추를
동동 띄어 놓고
일광욕에 익어
맛으로 자랑스럽게 태어나
우리 입맛 살리는 천하의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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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못으로 태어나서
서병진
둘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사명을
펄펄 끓는 용광로에
달군 연금술로 태어나서
때리면 때린 대로
얻어맞도록 좋게
대가리를 넓혀서
꿍꿍 맞고 왔습니다
날씬한 몸체는
목재의 깊숙이 들어가면
나이테 상처 나는 소리
심금을 울립니다
세월 속에 아물면
맞은 대가리는 든든한 기둥이
두 개가 하나로 되는 순간
의지하는 버팀목으로
새 삶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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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붓을 든 여인
서병진
무기정 절세가인
월이(月伊) 기생은
뭇사람 가슴으로 품어
밤하늘 별을 헤아린 여인
왜적 간자 잠재워 놓고
안주머니 지도 꺼내어
당항포 바닷길 붓으로
유인한 왜적 수장시킨
속시개는 말한다
달빛 내린 윤슬
월이의 얼굴에는
오직 구국의 눈빛으로
푸른 바다 칼보다 강한
붓으로 휘감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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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산막이 옛길
서병진
깊숙한 고즈넉 길 산으로 둘러 쌓여
새소리 바람소리 괴산호 물결소리
산막이 지나는 마음 가슴으로 품는다
외다리 출렁대는 연인의 가슴 안고
흔들는 마음으로 호수에 던져 놓고
푸른꿈 잡아당기는 산막이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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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숟가락 인생
서병진
하루하루 쌓이는 세월
숟가락 담아보는 인생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잡는
숟가락 인생
서툰 시절 엄마 손에 길들여
편안히 운전하는 세월 속에
삶을 피워 가는 줄 모르는
숟가락 타령
수십 년 같이 살아도
싫증나지 않고 해가 갈수록
떨어질 수 없는 상큼한 입맛에
고장 없는 튼튼한 숟가락 밥그릇
언젠가는 헤어지는 날
한순간 반짝이었던 삶도
종착점 닿을 때 깨끗한 물에
숟가락 인생 찰랑찰랑 씻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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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시가 있는 숲길
서병진
이 마을 밤하늘은 별들의 천국
새록새록 별 하나가 숲길로 내려와
소쩍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옆집 강아지는 멍 멍 멍
꼬리 달린 별 하나가 마을에 왔나 보다
샘실 마을은 별들의 천국
별들이 내려와 불꽃놀이를 한다.
이 마을 밤하늘은 별들의 잔치
작은 옹달샘 하나가 졸졸
쉼 없이 소리내어 행복을 퍼내곤
실개울 조약돌 틈에서 시를 읊조리는데
풀잎마다 이슬 빛 찬미
이파리 없는 나무들도 숨을 쉬는 밤
별들이 내려와 불꽃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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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느 시인의 무덤
서병진
어느 시인의
묘소 참배로
이른 아침부터
몸을 씻고 나셨다
나무를 심는 날
한식 조상 찾는 날
묘소를 둘러보는 날
평생 못 가질 병
격리하던 소록도 시인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많은 걸작을 남겼다
무덤가 보리는
보리피리로 말없이
그대를 바라보며
파랑새가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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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웃음꽃
서병진
우리 집 구석진 곳 홀로이 핀 한 송이
언제나 웃음으로 윙크로 인사하니
해님도 따라 윙크로 우리 모두 한 식구
거실에 거린 거울 웃음꽃 거린 거울
볼수록 너나 구별 없어진 웃음꽃을
가족의 화목 자랑이 동네방네 찍었네
꿈속의 그대 얼굴 자꾸만 뉘우친다
먼발치 잠을 깨워 원고지 펼쳐 놓아
컴퓨터 자판기 소리 새벽으로 울린다
있는 것 없는 것은 들리듯 안 들리듯
뇌에서 작동하는 뇌파의 상상력이
일상에 잠재력 힘의 메아리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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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자아존중감 사랑
서병진
사랑을 품은 사랑 넉넉한 저 하늘에
편지를 띄워놓고 함께할 임을 찾아
떠나는 자아존중감 삼라만상 이어네
대낮에 젖은 사랑 책갈피 차곡차곡
쌓았던 이야기들 모아서 가슴에다
꽃 씨앗
뿌려 놓고서
북돋우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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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재경고성문인
서병진
한양길
뚜벅뚜벅
꿈 안고 왔건마는
고달픈
나날에는
고성의 책갈피에
문학인
인명사전에
명명수록 두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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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조기청소
서병진
천마산 기슭에
아담한 꿈의 전당
근무 시절 방학 때
반별 편성하여 인근의
송도해수욕 밀려온 쓰레기들
하얀 모래사장 몸살을 한다
하얀 파도 쏴
밀어붙이는 해초들
산더미처럼 모여든다
삶을 바다 물결에 더불어
살아가는가 봐 다이빙대
몸 던져 쾌감 즐기는 젊음이
즐비한 여관
줄줄이 손잡고 나와
나란히 바닷가를 걷는 모습
학생의 눈 부끄럼 없는 연인
획 거리며 걷는 자태 눈살을
찌푸리는 모래사장 천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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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중추절
서병진
한가위 보름달에 소망을 비는 두 손
황혼을 도래하는 나이에 젊은 시절
지난 날
허무한 날들
다쳐온 날 위하여
한가위 고유명절 보름달 둥글둥글
뜨는 달 소원성취 비는 손 두 손 모아
닳도록
간절함을 토하는
인생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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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참빛 인생
서병진
하얀 뭉게구름 산자락에 떠있고
봄날의 아지랑이와 풀내음은
저마다 멋과 향기 내어 산과 들을 덮는다.
산과 강을 따라 부는 바람은
나뭇가지 물결치도록
내 마음 흔들려 강물과 함께
떠내려가는 봄날이다.
미완의 꿈들을 세월에 묻고
가시발길 걸어온
지난 고난의 흔적은
바람과 구름 같은 인생을 돌아본다.
맑은 황혼이 반짝일 때
아름다운 꽃 피어
참으로 빛나는 인생이라
그대의 가슴에
그대의 얼굴에
꽃처럼 그려 넣어
천진한 사랑이 되도록
아름다운 꽃 피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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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칠보산에서
서병진
일곱 봉우리마다
고스란한 보석처럼
빛나는 봉우리에
풍광을 즐기는 칠보산
쌍곡폭포 하얀 물안개 속
일곱 빛 무지개로 뜨더니
오색 영롱 계곡을 휘감아
살포시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예불소리 끊어진 터에
자갈 밟는 걸음 조심스러워
호두알 줍는 청아의 임은
송이 향기 은은하다.
드넓은 떡 바위에
떡 매는 보이지 않고
오가며 앉아 쉬는 정담에
서산에 해 넘어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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