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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수시모음 25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1.09. 07:14:07   조회: 79   추천: 0
    여명문학:

    이태수시모음 25편
    ☆★☆★☆★☆★☆★☆★☆★☆★☆★☆★☆★☆★
    《1》
    강가에서

    이태수

    낡은 거룻배 한 척
    강가에 붙박여 있다

    늙은 사공은 어디로 떠나버렸는지
    뜬구름 몇 가닥 유유히
    허공에 노 저어 간다

    이젠 노 저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만 같다
    야속한 바람이 옷자락 흔들어 대고

    구름 그림자 아래서
    나는 서성거릴 뿐
    ☆★☆★☆★☆★☆★☆★☆★☆★☆★☆★☆★☆★
    《2》
    나는 왜 예까지 와서

    이태수

    오다가 보니 낯선 바닷가 솔숲입니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포말을 내려다보는
    해송의 침엽들도, 내 마음도 바다빛깔입니다.

    아득한 수평선 위로 날아가는
    괭이갈매기 떼,
    마음은 자꾸만 날개를 달지만
    몸은 솔숲 아래 마냥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솔밭 앞까지 들이치는 파도는
    이 뭍의 사람들이 그리워서 그런 걸까요 ?
    왔다가 되돌아가면서도 끝없이 밀려옵니다
    나는 왜 예까지 와서
    괭이갈매기들 따라 날아가고 싶은 걸까요?
    ☆★☆★☆★☆★☆★☆★☆★☆★☆★☆★☆★☆★
    《3》
    나무는 나무로

    이태수

    있는 그대로를 껴안기로 했다. 뒤집고
    뒤집다가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나를 비껴서 있을 뿐.
    나무는 나무로, 돌멩이는 돌멩이로,
    하늘의 구름은 하늘의
    구름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가 저만큼 떠나고 있는, 아니면
    내가 이 만큼서 서성이고 있는,
    그 사이의 바람 소리를, 미세하지만 완강한
    이 신음 소리를 껴안기로 했다.
    이즈음은 물소리나 바람 소리에
    귀를 맡기고, 마음을 끼얹고, 숙명과도 같이
    내가 택한 이 오솔길을
    걷기로 했다. 터덜터덜 걸으며
    길가에 피어난 풀꽃이나 버티어선 바위,
    돌부리에도 눈길을 주고
    오늘의 이 지상,
    이 가혹한 세월의 틈바구니에서
    떠도는 꿈을 지우며, 때로는
    힘겹게 꿈을 돋우어내며
    걷기로 했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풀잎은 풀잎으로, 아픔과 슬픔은
    아픔과 슬픔으로,
    지워질 듯 되살아나는 희망은 차츰씩
    보듬어 안기로 했다.
    ☆★☆★☆★☆★☆★☆★☆★☆★☆★☆★☆★☆★
    《4》
    나의 슬픔에게

    이태수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싶다. 불을 켜서
    오래 꺼지지 않도록
    유리벽 안에 아슬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
    나의 슬픔은 언제나
    늪에서 허우적이는 한 마리 벌레이기 때문에,
    캄캄한 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거나
    아득하게 흔들리는 희망이기 때문에.

    빈 가슴으로 떠돌며
    부질없이 주먹도 쥐어 보지만
    손끝에 흐트러지는 바람 소리,
    바람 소리로 흐르는 오늘도
    돌아서서 오는 길엔 그토록
    섭섭하던 달빛, 별빛.

    띄엄띄엄 밤하늘 아래 고개 조아리는
    나의 슬픔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싶다. 불을 켜서
    희미한 기억 속의 창을 열며
    하나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다.
    제 몸마저 남김없이 태우는
    그 불빛으로
    나는 나의 슬픔에게
    환한 꿈을 끼얹어 주고 싶다.
    ☆★☆★☆★☆★☆★☆★☆★☆★☆★☆★☆★☆★
    《5》
    내 발소리

    이태수

    한밤, 꿈을 깨어서도 눈을 감은 채
    그 희미한 장면 속으로 들다 말다 한다
    그 숲길에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알 수 없는 소리로 지저귀고
    이름 모를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피어나고 지기도 한 것 같고
    숲만 저 홀로 술렁거리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 모든 장면들은 너무 희미하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 발소리를 내고
    그 발소리가 바로 내가 나에게로 향하던
    그런 소리거나 바람소리였던 것 같고
    먼 길을 정처도 없이 떠도는
    순례자의 발소리이던 것도 같다
    그 장면 속으로 들다 말다가
    다시 꿈속으로 미끄러져 드는가 하면
    내 발소리가 들리다 말다 멎기도 한다
    내가 나에게 연신 말을 건네면서,
    ☆★☆★☆★☆★☆★☆★☆★☆★☆★☆★☆★☆★
    《6》
    늦은 오후 산길에서

    이태수

    나뭇잎 사이로 뛰어내리는
    햇살을 끌어안는다. 늦은 오후,
    산을 오르다가 아득해져 길을 버린다.
    길 없는 길을 더듬으며, 풀 내음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무거운 마음 밀어내고
    허물 벗듯이 시름들도 풀어 내린다.

    끝없는 초록, 풋풋한 가운에 기대며
    가슴에는 조그마한 불씨 하나 불러들인다.
    이만큼에서 목 마르게
    그를 우러러 눈감으며
    들릴 듯 말 듯 감겨오는 실바람 소리, 불현듯
    이마에는 잊었던 불 하나 켜진다

    이윽고 그가 느낌 속에 들어와
    나무와 나무들 사이, 풀숲과 바위들 사이에
    갈 하나 내려놓는다.
    그 길을 따라 걷노라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멧새 한 마리
    마을로 가는 길목에 앉아, 내 마음 그늘에
    따스한 노래 몇 소절 포개고 있다.
    ☆★☆★☆★☆★☆★☆★☆★☆★☆★☆★☆★☆★
    《7》
    다시 사랑을 위하여

    이태수

    모두들 남을 위하여
    가슴을 연다고 한다.
    목숨을 바쳐서 이웃을 구하고
    이 뒤틀린 사회를,
    어둠의 나라를 일으켜
    새롭게 세운다고 한다. 목에
    힘을 주고,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지른다. 자기 하나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위하여 일어서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그런데 유독 그는
    말이 없다. 풀이 죽어 바보처럼,
    말에 떠밀리어
    앉아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남들을 위해 술잔을 기울인다는
    사람들 틈에 끼어
    그는 그저 말없이 술을 마시다가
    그들을 향해 중얼거린다.
    누가 누구를 위하고 있는지,
    이 시대에는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왜 자기를 남이라고 부르면서
    남을 짓이기고 있는지……
    따스한 가슴이 없는 시대의
    이 소음 소음 소음, 어둠의 소용돌이여.
    사랑을 잃은 세월의 앙금이여.
    그리운 사랑의 나라,
    사랑의 마을이여.
    ☆★☆★☆★☆★☆★☆★☆★☆★☆★☆★☆★☆★
    《8》
    달빛

    이태수

    깊은 밤, 달빛이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
    멀리 따스하게 깜빡이는
    불빛 몇 점,
    하지만 아직은 저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언젠가 잠 속에 깊이 빠져 있었을 때,
    침실로 다시 돌아와 보면
    꿈속의 풍경들이 까마득하게 지워져 있듯,

    언젠가 마음 아파 그 아픔이 하염없었을 때,
    내 생애가 다만 하나의 점으로 떠서
    작아질 대로 작아진 한 톨 불씨가 되어 있듯,

    내 마음은 여전히 적멸궁이다
    깊은 밤, 달빛에 젖고 또 젖어 걸으면
    몇 점, 마을의 저 따스한 불빛이
    차라리 아프다. 환하게 아픈 그림 같다.
    ☆★☆★☆★☆★☆★☆★☆★☆★☆★☆★☆★☆★
    《9》
    달빛 속의 벽오동

    이태수

    벗을 것 다 벗은 저 늙은 벽오동나무는
    마치 먼 세상의 성자, 오로지
    침묵으로 환해지는 성자 같다
    말 없는 말들을 채우고 다지고 지우는 저 나무,
    밤 이슥토록 달빛 비단 옷 입고
    이쪽으로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다

    오랜 세월 봉황 품어보려는 꿈을 꿨는지,
    그 이루지 못한 꿈속에 들어가 버렸는지,
    제 몸을 다 내려놓으려는 자세로 서 있다
    달빛 비단자락 가득히
    비단결 같은 가야금 소리, 거문고 소리,
    침묵 너머 깊숙이 머금고 있다.
    ☆★☆★☆★☆★☆★☆★☆★☆★☆★☆★☆★☆★
    《10》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이태수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
    《11》
    마음의 집 한 채

    이태수

    집 한 채 짓는다.
    한밤 내 밀려오는 잠을 천장으로 떠밀며
    마음의 야트막한 언덕, 고즈넉한 숲 속에
    나지막한 토담집 하나 빚어 앉힌다.

    이따금 무거운 마음 풀어 내리던 청솔 푸른 그늘
    언제나 그늘 드리워 주던 그 나무들로
    기둥도 서까래도 만들어
    둥근 지붕의 집을 세운다

    달빛과 별빛,
    서늘한 바람 몇 가득 엮어
    새 소리 풀벌레 소리도 섞어
    벽과 천장, 방바닥을 만든다.
    마음의 야트막한 언덕,
    고즈넉한 숲 속에
    나지막이 앉아 있는 토담집 하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깨어 있을
    마음의 집 한 채
    가만가만 끌어안는다.
    ☆★☆★☆★☆★☆★☆★☆★☆★☆★☆★☆★☆★
    《12》
    말 없는 말들

    이태수

    그에겐 말 없는 말을 듣는 귀가 있다
    그런 귀가 없는 나는
    그 깊고 높은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말하는 건
    그가 소리 내어 말을 하지 않기 때문,
    내가 입을 다물게 되는 것도
    그가 말 없는 말을
    소리 없이 하기 때문이다

    그의 품에서만 높고 깊은 말로 바뀌는
    저 말 없는 말들은
    그만 누리는 아득하고 신성한 말의 성찬일까
    나의 헐벗은 이 기도는
    말 없는 말로 되돌아가는,
    그 안 보이는 길 위에서 목마르게 서성이는,
    말 없는 말들을
    찾아 나서는 안간힘일 뿐,

    나의 말은 기도 속 그 환한 말의
    언저리 어디쯤에서 가까스로 맴돌기도 하지만
    이내 그 말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
    《13》
    먼 불빛

    이태수

    왜 이 토록이나 떠돌고 헛돌았지
    남은 거라고는 바람과 먼지

    저물기 전에 또 어디로 가야 하지
    등 떠미는 저 먼지와 바람

    차마 못 버려서 지고 있는 이 짐과
    허공의 빈 메아리

    그래도 지워질 듯 지워지지는 않는
    무명 속 먼 불빛 한 가닥
    ☆★☆★☆★☆★☆★☆★☆★☆★☆★☆★☆★☆★
    《14》
    못물을 보며

    이태수

    못물을 바라보면
    물 속 깊이 별 하나 눈을 뜬다.
    흐르지 못하고
    조금씩 뒤채일 뿐인 나의 말이여,
    비쩍 마른 네 겨드랑이에
    은밀하게 날개를 달아 보기도 하지만
    부질없구나. 부질없구나.
    못둑의 부들들은 부들부들 떨고
    멧새 한 마리 상한 날개를 비비대는 동안
    못물이여, 너는 또
    꿈 속에서나 흐르고 흐르면서
    바다에 이를 것인가, 하늘로 오를 것인가.
    입 언저리에 말라붙은 나의 말들은 이 밤.
    눈감고 바다에 가 닿고
    하늘에 이르고
    별에 몇 개, 찬 바람에 이마 조아리며
    빛을 섞는다.
    괴어 있는 내 마음, 괴어서
    조금씩 뒤채일 뿐인 못물이여.
    지워지지 않는 별 하나 눈뜬 채
    저토록 아프구나. 아프구나.
    바람불고 밤은 깊어 가고, 못물은
    깊이깊이 뒤채이며 멍이 들고.
    ☆★☆★☆★☆★☆★☆★☆★☆★☆★☆★☆★☆★
    《15》
    바람과 나

    이태수

    문득 가던 길을 멈춰 선다

    바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갔다가 되돌아오는지
    길가의 풀과 나무들, 마음을 흔들어 댄다

    흔들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순간에도,
    아무리 멀어도 가야할 길은 가고야 말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에도 바람은 나를 흔든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지?

    바라보면 저만큼 내가 떠밀려 간다
    떠밀려 가다가 다시 떠밀려 온다
    멈춰서 있는 순간에도 떠밀려 간다

    나는 다시 가던 길을 간다
    떠밀려가다가 되돌아 오고
    오다가 가지만
    떠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
    《16》
    바람이 분다

    이태수

    바람이 분다
    하염없이, 속절없이,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이듯이
    시작도 끝도 없이
    여기가 거기고 거기가 여기듯이
    거기도 여기도 없어진 채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듯이
    너도 나도 다 없어져버려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듯이
    끝도 시작도 없이
    너도 가고 나도 가야만 하듯이

    하염없이, 속절없이,
    바람이 분다

    출처 : 시집 《유리창 이쪽》(문학세계사 2020)
    ☆★☆★☆★☆★☆★☆★☆★☆★☆★☆★☆★☆★
    《17》
    별에 대한 몽상

    이태수

    별들이 또 마음 흔든다
    나는 저 별의 작은 부스러기일까
    왜 별을 향해 팔을 뻗게 되는 걸까
    옛 동방박사들은 빛나는 별을 따라나서
    갓 태어난 아기 성자를 알현하면서
    경배를 했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뜬금 없는 생각을 할까

    하늘에 별들이 없었다면 어떠할까
    시인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꿈을 꿀 수 있었을까
    보리수나무도 골고다 언덕도
    이토록 신비와 경이의
    상징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처도 없이 헤매야만 하는지,
    하나의 꿈이 속절없이 스러지고 나면
    또 다른 꿈이 허공을 떠돌다 말 뿐
    어둠이 짙어질수록 왜 이리 자꾸만
    별들을 향해 팔을 뻗게 되는 것일까
    내가 작은 별의 부스러기여서
    별을 자꾸만 끌어당기고 있는 것일까
    ☆★☆★☆★☆★☆★☆★☆★☆★☆★☆★☆★☆★
    《18》
    새였으면 좋겠어

    이태수

    새였으면 좋겠어. 지금의 내가 아니라
    전생의 내가 아니라, 길짐승이 아니라
    옥빛 하늘 아득히 날개를 퍼덕이는,
    마음 가는 데로 날아오르고 내리는
    새였으면 좋겠어. 때가 되면 잎을 내밀고
    꽃을 터뜨리지만, 제자리에만 서 있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 아니라, 걸을 수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 몸에도
    마음에도 퍼덕이는 날개를 달고 있는
    새였으면 좋겠어. 그런 한 마리 새가 되어
    이쪽도 없고 저쪽도 없는, 동도 서도 없이
    저쪽이 이쪽이 되고, 북쪽이 남쪽이 되는
    그런 세상을 한없이 드나들고 오르내리는
    나는 하염없이 꿈꾸는 풀, 아니면 나무
    아니면, 길짐승이나 전생의 나, 아니면
    지금의 나도 아니라, 새였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아득한 허공에 날개를 퍼덕이는,
    ☆★☆★☆★☆★☆★☆★☆★☆★☆★☆★☆★☆★
    《19》
    옛 우물

    이태수

    나무 그림자 일렁이는 우물에
    작은 새가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간다
    희미한 낮달도 얼굴 비쳐보고 간다

    이제 아무도 두레박질을 하지 않는 우물을
    하늘이 언제나 내려다본다
    내가 들여다보면
    나무 그림자와 안 보이는
    새 그림자와 지워진 낮달이 나를 쳐다본다

    흐르는 구름에 내 얼굴 포개진다
    옛날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우물이
    괸 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
    《20》
    잠깐 꾸는 꿈같이

    이태수

    담담해지고 싶다

    말은 담박하게 삭이고
    물 흐르듯이 걸어가고 싶다

    지나가는 건 지나가게 두고
    떠나가는 것들은 그냥 떠나보내고

    이 괴로움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두 팔로 오롯이 그러안으며

    모두 다독여 앉혀놓고 싶다
    이슬처럼, 물방울처럼

    잠깐 꾸는 꿈같이
    ☆★☆★☆★☆★☆★☆★☆★☆★☆★☆★☆★☆★
    《21》
    절망의 빛깔은 아름답다

    이태수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름답다
    팔을 뻗고 발을 구르는
    이 목마름은 아름답다
    뜬눈으로 밤을 건너거나
    입술을 깨물며 돌아서도
    가눌 수 없는 이 눈물은 아름답다.
    저만큼 가고 있는 네 등뒤에
    눈길을 주며, 강의 이쪽에서
    돌이 되는 가슴은 아름답다.
    지워도 지워도 되살아나는
    아픔과 상처, 강의 저쪽과
    이쪽, 그 사이의 하늘에 번지는
    절망의 빛깔은 아름답다
    ☆★☆★☆★☆★☆★☆★☆★☆★☆★☆★☆★☆★
    《22》
    지나가고 떠나가고

    이태수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가고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하루가 지나간다. 봄, 여름,
    가을도 지나가고

    또 한 해가 지나간다.
    꿈 많던 시절이 지나가고
    안 돌아올 것들이 줄줄이 지나간다.
    물같이, 쏜살처럼, 떼 지어 지나간다.

    떠나간다. 나뭇잎들이 나무를 떠나고
    물고기들이 물을 떠난다.
    사람들이 사람을 떠나고
    강물이 강을 떠난다. 미련들이 미련을 떠나고

    구름들이 하늘을 떠난다.
    너도 기어이 나를 떠나고
    못 돌아올 것들이 영영 떠나간다.
    허공 깊숙이, 아득히, 죄다 떠나간다.

    비우고 지우고 내려놓는다.
    나의 이 낮은 감사의 기도는
    마침내 환하다.
    적막 속에 따뜻한 불꽃으로 타오른다.
    ☆★☆★☆★☆★☆★☆★☆★☆★☆★☆★☆★☆★
    《23》
    풍경

    이태수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
    풍경 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

    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
    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

    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
    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

    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
    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다

    비워도 비워 내도 채워지는 나는
    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어두워질수록 명징하게 울리는 풍경은
    아마도 모든 걸 다 비워 내서 그런가 봅니다
    ☆★☆★☆★☆★☆★☆★☆★☆★☆★☆★☆★☆★
    《24》
    한밤의 소요

    이태수

    한밤중의 적막을 흔들어 깨우는
    슈베르트의 현악 오중주,
    어둠 속에 누워 눈을 감는다
    공기의 입자들이 미동하고
    나는 포근한 숲길을 나선다
    알레그로 마 폰 트로포,
    꿈결을 비몽사몽 헤엄치는 동안
    지나온 길들이 일어서며 다가온다
    잊었던 슬픔들이 얼굴을 내민다
    아다지오에서 프레스토로
    불현 듯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따금 끼어드는 뿔피리소리,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미지의 신비 속으로 든다
    첼로소리가 문득 뛰어오르듯이
    바이올린의 음역에까지 올라간다
    그 소리처럼 나도 공중에 뜬다
    알레그레토? 날개가 돋은
    내가 천장까지 오르내린다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내가나를 벗어나기도 한다
    그 심연 속에서 나는
    어둠을 흔들며 솟구쳐 오른다
    ☆★☆★☆★☆★☆★☆★☆★☆★☆★☆★☆★☆★
    《25》
    이슬방울

    이태수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그 아래 구겨지는 구름 몇 조각
    아래 몸을 비트는 소나무들
    아래 무던던 앚아 있는 바위, 아래
    자꾸만 작아지는 나.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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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9 김지순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6.01.2324
    218 이문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3035
    217 김동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21716
    216 김재진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3194
    215 이성지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6.01.2616
    214 김명인시모음 65편 김용호2019.06.0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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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7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39410
    136 십자가시모음 35편 김용호2018.02.05.42616
    135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43712
    134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43013
    133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48112
    132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45310
    131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60316
    130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63417
    129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58017
    128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58913
    127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59015
    126 조미하 시 모음 65편 수정김용호2018.01.19.60516
    125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76528
    124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81120
    123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73218
    122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33723
    121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74027
    120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87421
    119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114225
    118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84629
    117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97943
    116 이필종 시모음 35편 김용호2016.12.13.128457
    115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618107
    114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539204
    113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583112
    112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2086369
    111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859209
    110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696280
    109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2223178
    108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2327312
    107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773187
    106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469201
    105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184189
    104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907399
    103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304240
    102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645299
    101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249338
    100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2142373
    99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78395
    98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194236
    97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2034141
    96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190182
    95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523138
    94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174229
    93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449212
    92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247137
    91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725279
    90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965108
    89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176260
    88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1154198
    87 선미숙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0.07.1218177
    86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486214
    85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1041173
    84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1062166
    83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1122156
    82 문병란 시 모음 33편 김용호2014.10.07.1105183
    81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168275
    80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1004219
    79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988210
    78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1104447
    77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1082250
    76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1147136
    75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468320
    74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154205
    73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425179
    72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555319
    71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495183
    70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543324
    69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812335
    68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228359
    67 손해일시모음 41편 김용호2014.07.05.3235210
    66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2008267
    65 이운룡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03.01.2503345
    64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878183
    63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2004163
    62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959299
    61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909741
    60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6052566
    59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506647
    58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6156671
    57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286700
    56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772377
    55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299294
    54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583264
    53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3022267
    52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4020555
    51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858376
    50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312248
    49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534349
    48 피천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5.07.29.3855526
    47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508340
    46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307269
    45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942358
    44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593275
    43 김소월 시 모음 31편 김용호 2005.01.05.7172325
    42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241230
    41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898214
    40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130230
    39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4367283
    38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800274
    37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3304276
    36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317288
    35 허영자시모음 29편 김용호 2004.12.29.2212261
    34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2261324
    33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2320322
    32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484345
    31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2145328
    30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488295
    29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2121352
    28 홍수희시모음 70편 김용호 2004.07.07.3120383
    27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3062273
    26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747294
    25 신달자시모음 69편 수정 김용호 2004.07.02.3121316
    24 서정윤시모음 41편 김용호 2004.03.12.2844284
    23 김용호시모음 75편 김용호2004.03.12.4274239
    22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521298
    21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953305
    20 류시화시모음 40편 김용호 2004.03.12.2842267
    19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3236221
    18 도종환 시 모음 40편 김용호 2004.03.12.3326395
    17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927372
    16 유치환 시 모음 45편 김용호 2004.03.12.3422397
    15 한용운시모음 29편 김용호 2004.03.12.2956306
    14 원태연님시모음/25편 김용호 2004.03.12.2877331
    13 용혜원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3653334
    12 안도현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4346515
    11 김남조 시 모음 67편 김용호 2004.03.12.4409358
    10 한시 모음 김용호 2004.02.24.2940515
    9 김시습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4.02.24.2828460
    8 박목월 시 모음 30편 김용호 2004.02.24.2372253
    7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2987486
    6 서정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 2004.02.09.3003454
    5 노천명 시 모음 23편 김용호 2004.02.08.2224407
    4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2122343
    3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4943527
    2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820403
    1 여명 문학 회칙  여명문학2004.01.25.19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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