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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희 시 모음 33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04.07.07. 18:20:45   조회: 2347   추천: 360
    여명문학:

    홍수희 시 모음 33편
    ☆★☆★☆★☆★☆★☆★☆★☆★☆★☆★☆★☆★
    4월

    홍수희

    화선지 위에 어둠을 그린다
    그만 문(門)은 닫히고 만다
    아무리 많은 색깔을 늘어놓아도
    그릴 수 없는 내 속의 캄캄한 어둠
    어둠은 또다른 어둠을 부르고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느닷없는 돌개바람의 미친 자기 분신,
    당신은 나에게는 지나친 백야(白夜)!
    부활의 4월은 내게 부활을 주지 않고
    내 영혼의 무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저 단단하고 거대한 바윗덩이는
    끝끝내 움직여 흔들릴 줄 모른다
    어찌하여 바위는 구르지 않는가
    시지프가 굴리고 굴리던 바위, 어찌하여
    4월의 부활은 내 영혼의 부활을
    흔들어 깨울 줄을 모르는가
    마침내는 나만이 홀로이 책임져야 할
    나의 원죄(原罪)를 묵상하는 밤,
    나의 어둠은 비로소 시작된다
    피투성이 부활은 어렴풋 기지개 켠다.
    ☆★☆★☆★☆★☆★☆★☆★☆★☆★☆★☆★☆★
    겨울 숲 아시나요

    홍수희

    잎 지고 새 떠나간 겨울 숲에는
    외로움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 남아 윙윙 부는
    바람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인기척에 놀라 툭,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삭정이만 사는 것도 아니지요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 꽃씨가 산답니다
    파릇파릇 새순이 산답니다

    부끄럽게 웃고 있는
    꽃 무리도 숨어살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숨어살지요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지는 말아요

    희망한다는 것은
    어둠 속에 감추어진
    그 너머를 바라보는 일이니까요

    겨울 숲에는 두근두근
    설레는 봄날이 숨어살아요
    ☆★☆★☆★☆★☆★☆★☆★☆★☆★☆★☆★☆★
    그네가 있는 풍경

    홍수희


    흔들거리지 않는 그네는
    쓸쓸하다

    외롭고 고단한
    우리 가는 이 길에
    누군가 등 좀 밀어줬다고
    허공에서 그대
    잠시 즐거웠단 들

    너무 탓할 일도
    아닌 것이다
    너무 나무랄 일도
    아닌 것이다

    허공에서
    뒤척여 보지 않고서야
    어찌 낮은 데의 평화를
    알 수 있으랴

    바람 속에 퍼덕퍼덕
    휘둘려 보지 않고서야
    어찌 한 길을 가는
    잔잔한 행복을
    알 수 있으랴

    움직이지 않는
    그네를 보면 나는 오늘도
    뜨거운 손으로 높이
    높이 올려주고만 싶다
    ☆★☆★☆★☆★☆★☆★☆★☆★☆★☆★☆★☆★
    그렇게 2월은 간다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
    꽃비

    홍수희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그대여
    마음에 그 사랑을 들이기 위해
    낡고 정든 것은
    하나 둘 내치시기를

    사랑은 잃어 가는 것이다

    보라,
    꽃잎도 버릴 때에
    눈이 부시다
    ☆★☆★☆★☆★☆★☆★☆★☆★☆★☆★☆★☆★
    꽃이 피기도 전에

    홍수희

    당신이 내 안에서 피고지기를
    벌써 몇 번인지 몇만 번인지

    나의 첫사랑,
    그러나 나는 이제 당신을 위해
    봄이 오기도 전에 꽃씨를 심고
    꽃이 피기도 전에
    그 향기에 취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내게 죽음이라면
    또한 당신이 내게는 생명이란 걸
    당신이 내게 아픔이라면
    또한 당신이 내게는 기쁨이란 걸
    당신이 내게 끝없는 미로迷路라면
    또한 당신은 반듯한 목적지란 걸

    이제 나는 알듯도 해요

    당신이 내 안에 피고지기를
    이후로도 거듭 반복되겠지만
    이제 그것으로 당황하지 않아요

    꽃이 피기도 전에 나는
    당신의 향기에 취할 수도 있어요
    ☆★☆★☆★☆★☆★☆★☆★☆★☆★☆★☆★☆★
    내 안에 있는 행복

    홍수희

    새처럼
    수줍은 그것은
    소매를 붙잡으면
    이내 날아가고 맙니다

    첫눈처럼
    보드라운 그것은
    움켜쥐면 사르르 녹고
    맙니다

    그러나
    바위처럼
    단단한 그것은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행복,
    찾으면 찾아지지 않고
    놓아줄 때 비로소
    보여집니다
    ☆★☆★☆★☆★☆★☆★☆★☆★☆★☆★☆★☆★
    내 잔이 넘치나이다

    홍수희

    때로는 당신의 사랑이
    나를 힘들게 하시었네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당신이 불어주던 휘파람 소리

    그 길이 아니면 아니 된다고
    나를 인도하시었네

    어찌 편한 길은 그대로 두고
    비탈진 그 길로 인도하시었네

    사랑의 언덕은 높고도 험해
    십자가 없이는 오르지 못하리 당신이 두 팔 벌려 서 계신 그곳

    그곳에 나 다다를 때까지 임이여, 휘파람을 불어 주소서
    내 잔이 넘치나이다
    ☆★☆★☆★☆★☆★☆★☆★☆★☆★☆★☆★☆★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홍수희

    내가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부재가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만질 수 없는 당신이 야속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돌아서서 우는 까닭은
    당신의 등이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말씀이 모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냉정함이 모다 나를 위한 배려인 까닭입니다

    세상이 나를 두고 저만치 멀어 보여도
    고독이 함박눈처럼 창틀을 하얗게 뒤덮어도
    내 마음이 이렇게 풍요로운 까닭은
    님이여, 당신이 내 안에 계신 까닭입니다

    오늘도 잎 떨어진 스산한 뜨락,
    왼 종일 내 영혼 서성이며 설레이느니
    내 마음이 이렇게 붉어지는 까닭은
    님이여, 당신만이 나를 태울 불꽃인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당신의 등이 너무 뜨거운 까닭입니다
    ☆★☆★☆★☆★☆★☆★☆★☆★☆★☆★☆★☆★
    내일은 비

    홍수희


    슬픔도
    적당할 때 눈물이 난다

    태풍의 눈 속인가
    너무나 고요한 내 마음이여

    그대와 나 사이
    이다지도 깊은 심연을 두고

    하루는 너무 조용히
    왔다가는 내게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내일은 비,
    ☆★☆★☆★☆★☆★☆★☆★☆★☆★☆★☆★☆★
    능소화 꽃잎에 울다

    홍수희


    한 발짝만
    단 한 발짝만 물러나면
    내가 보일텐데요
    내 슬픔이 보일텐데요
    내 분노의 정체도 보일텐데요
    내가 내게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이리도 어려워요
    돌아가는 세상이야기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이
    이리도 어려워요
    한때는 그리도 쉬워 보이던 것
    내 웃음소리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밤낮 이글거리는 머릿속
    한 발짝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저 헝클어져 치열한 파도의 소용돌이
    잠잠해질 것 같은 데도요
    빗줄기 속 불면의 밤들은 아랑곳없이
    아스팔트는 뜨겁게 침묵하는데
    주홍빛 능소화만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그래서 그런데 눈물만 나요
    ☆★☆★☆★☆★☆★☆★☆★☆★☆★☆★☆★☆★
    다시 사랑하기 위하여

    홍수희


    사랑으로 아파 본
    사람은 안다

    사랑은
    포기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바램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지우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그 기대가
    저 혼자 자라
    내 마음의 순수를
    갉아먹기 전에

    결점이 많은
    그대로의 당신은
    얼마나 인간적인가

    울고 웃는
    그대로의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이 어느 날
    기대도 없이 등뒤에
    감춰둔 꽃다발처럼

    놀라운 선물을
    고백하도록 사랑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홍수희


    그대의 한숨이 들릴 만큼의
    거리에만 서 있을게요

    그대의 눈빛이 보일 만큼의
    거리에만 서 있을게요

    다시는 아프지 않게
    너무 가까이 서 있지 않을게요

    다시는 아프지 않게
    너무 멀리에 서 있지도 않을게요

    언제나 이웃해 있는
    비오는 날의 두 그루 은행처럼

    온몸이 젖어도 외로웁지 않게요
    어깨 한 번 으쓱하며 웃고 말게요
    ☆★☆★☆★☆★☆★☆★☆★☆★☆★☆★☆★☆★
    마음의 간격

    홍수희

    전화 몇 번 하지 않았다고
    내가 그대를 잊은 건 아니다
    너의 이름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그대를
    영영 떠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리운 그대여 부디,
    세상의 수치로
    우리들의 사랑을 논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대와 내 마음의 간격
    어느 비 오거나 눈 내리는 날에
    홀로 뜨거운 찻잔을 마주 한 날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떠오른다면
    이미 너는 내 곁에 있는 것
    우리의 사랑도 거기 있는 것
    이 세상 그 무엇도
    너와 나 사이
    다정한 마음은 어찌하지 못할 테니
    ☆★☆★☆★☆★☆★☆★☆★☆★☆★☆★☆★☆★
    별 바라보기

    홍수희

    너를 보면 알 것 같다
    왜 질퍽이는 절망 속에 빠져있을 때
    가물가물 저기 희망이 보이는 건지
    새벽은 왜 침침한 어둠의 끝자락을 붙들고서만
    조심조심 피어나는지
    희망은 절망의 오래된 친구
    너를 잡으려하면 슬픔을 먼저 사귀어야 하네
    ☆★☆★☆★☆★☆★☆★☆★☆★☆★☆★☆★☆★
    별이 지기 전에

    홍수희


    사람 속으로 들어갈수록
    외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낯익은 얼굴들이 오히려
    낯선 얼굴일 때가 있습니다

    밖으로 나갔던 내 마음이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여

    문밖에서 오랫동안
    쓸쓸하게 서성거리는 날은

    키만 멀쑥이 커버린 가로등도
    골목에 부끄럽게 숨어버리고

    내가 사는 마을에 어둠이 와도
    불 밝혀줄 점등인이 없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는 일이
    나를 잊는 일보다 더 어려워

    풀잎처럼 파르르 흔들거리는 날에
    별빛 하나 추억처럼 깜박이는데

    벗이여, 저 별이 지기 전에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
    봄은 온다

    홍수희


    봄은 온다
    서러워 마라
    겨울은
    봄을 위하여 있는 것

    잿빛으로 젖어있던
    야윈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따순 햇살을 보아

    봄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는 것
    불러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이야

    사랑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 것
    인내하며 가꾸어야
    꽃이 되는 것이야

    차디차게 얼어버린
    가슴이라면
    찾아보아 남몰래
    움트며 설레는 봄을

    키워보아 그
    조그맣고 조그만 싹을
    ☆★☆★☆★☆★☆★☆★☆★☆★☆★☆★☆★☆★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홍수희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
    부치지 못한 편지

    홍수희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나의 하루
    지치고 고달펐거늘
    그대 생각에 조금은 행복했노라
    보지 않아도 내 마음 거기 있노라
    꽃은 지고 다시 피나니
    이제 기척 한 번 주시기를
    나 여기 있다
    한 말씀 하여주시기를
    때로는 투정 섞어 적어보지만
    끝내 부치지 못하는 편지
    내 마음 이미 그 곳에 있어
    계절의 오고 감이 그저 섧거늘
    행여 연약하다 책망하실 까
    쓰고서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
    행여 가벼웁다 눈 흘기실 까
    목메여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
    내 마음 한 켠엔 수북히 쌓여만 가는
    그대가 읽어야 할 편지가 있네
    ☆★☆★☆★☆★☆★☆★☆★☆★☆★☆★☆★☆★
    새해 아침에

    홍수희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주고서 받을 셈은 잊게 하시고
    더 주지 못한 아쉬움만
    갖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받고 싶은 한 마디는 잊게 하시고
    주어야 할 한 마디만 내내
    기억하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창가에는 불빛 하나 걸어두게 하시고
    문 두드리는 소리 행여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현란한 겉치레의 행적(行蹟)보다는
    관심의 작은 몸짓 하나가
    부디 기적의 시작임을 알게 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격식이나 체면에는 덤덤하게 하시고
    진실로 서야 할 자리를 분별하는
    견고한 지혜를 허락하소서.

    내게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일상(日常)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오늘이 곧 영원으로 이어진 길 위에
    놓여 있음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만 남게 하소서
    사랑만이 삶의 이유가 되게 하시고
    오직 사랑만이 내게는 하루의
    목적이 되게 하소서.......
    ☆★☆★☆★☆★☆★☆★☆★☆★☆★☆★☆★☆★
    섬진강 편지

    홍수희

    다시는
    기억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놓고
    섬진강에 와서 울었다
    땡볕 아래
    꽃길도 지쳐 지쳐
    흐느적 휘청일 때에
    단숨에 달려와 바라보는
    애잔한 섬진강의 잔물결이여
    사랑이
    어찌 저절로 되겠는가
    상처마저 축복의 붕대로
    감싸주어야 하리
    다시는 추억도 않으리라
    다짐해 놓고
    오래 오래 너를 위해
    기도하리라
    섬진강에 와서
    나는 울었다
    ☆★☆★☆★☆★☆★☆★☆★☆★☆★☆★☆★☆★
    슬픔이 지나가네

    홍수희

    꽃이 피면
    지어야 할 때를
    꽃이 알듯이

    바람이 불면
    잦아들 때를
    바람이 스스로 알고 있듯이

    우리들 사랑도
    머무를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알고 있다면

    희망이여,
    무에 슬픔이고
    좌절이고 있겠습니까

    있으라 하면
    있으라 하신 그 자리에
    물러나 있으라 하면
    물러나 있을 그 자리에

    제 자리를
    흐뭇이 지키겠으니
    조금의 여유인들
    부리겠으니

    당신은
    언제나 내 것,
    슬픔은
    저만치 지나갑니다
    ☆★☆★☆★☆★☆★☆★☆★☆★☆★☆★☆★☆★
    아름다운 선물

    홍수희

    내 삶에 그대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자주 만나진 비록 못하여도
    못 견디게 외로웁거나
    때로 기쁨으로 가슴 벅찰 때
    전화를 걸면
    언제나 거기 있어
    목소리만 들어도 반가운 사람.

    한숨을 지으면
    한숨을 짓는 대로
    웃음을 웃으면
    웃음을 웃는 대로
    물어보지 않고도
    느끼는 사람
    보지 않고서도
    나눌 수 있는 사람.

    삶이란 그렇게 울고 웃으며
    함께 걷는 것이라고
    나란히 말할 수 있는
    그대는
    나에게 소중한 선물...

    그대가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
    아름다운 발자국

    홍수희

    세상
    수많은 발자국 속에
    흔들리는 발자국 보입니다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멈추어 서서
    방향을 고뇌한 흔적

    한참을 선 자리만
    지켜보다가 다시 시작한
    발자국도 보입니다
    삶의 무게에 휘둘려
    넘어졌다 일어선
    발자국도 보입니다

    세상
    수많은 발자국 속에
    유독 흔들리는
    발자국 정겹습니다

    세상
    직선 위의 발자국 속에
    가끔은 뒤돌아본
    발자국 아름답습니다

    흔들리며 뒤척이며
    걸어가는 길, 사랑으로
    가는 바로 그 길입니다
    ☆★☆★☆★☆★☆★☆★☆★☆★☆★☆★☆★☆★
    아름다운 선택

    홍수희


    숨 고르는 길목마다

    오던 길도
    갈래지어 펼쳐집니다

    눈 한 번
    깜박일 때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달콤한 것보다는
    오히려 메마른 것을

    넘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것을

    평탄한 길보다는
    굽고 후미진 길을

    아름다운 이여,

    이것이 당신께 닿는
    외길입니까
    ☆★☆★☆★☆★☆★☆★☆★☆★☆★☆★☆★☆★
    야생화

    홍수희

    너에겐 그늘이 있었네
    눈가 푸르스름한
    이미 예고된 그늘이 네게 있었네

    깊고 후미진 산 속,
    가시 많은 덤불 비집고 나와
    함초롬히 이슬 머금고 피어 있는 너

    죽음이 없이는 부활 없느니,
    온전히 다시 죽기 위하여
    낮게 아주 낮게 엎드려 피어 있는 너

    단 하루를 산다 하여도
    온몸으로 다시 살기 꿈꾸는 너는
    은총의 길이 만큼 그늘을 드리운 너는

    이 세상 가장 어두운 산 속,
    비바람 온통 가슴에 안아
    고통을 관통한 화사한 부활이 되고픈 너는

    너에겐 그늘이 있었네
    눈가 푸르스름한
    별빛 흩어지는 그늘이 네게 있었네
    ☆★☆★☆★☆★☆★☆★☆★☆★☆★☆★☆★☆★
    오늘은 비

    홍수희

    하루종일 어두웠다
    한낮에도 나는 내 안에 불을 켜지 못했다
    어두운 내가 어두운 내 안에서 나와
    어두운 하루종일 어둠을 만지작거렸을 뿐이다
    역시 어두운 저녁 어두운 여덟 시
    여전히 어두운 TV화면이 입을 열었다
    마침내 하늘이 단비를 뿌렸습니다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던 서울에서는
    궂은 비가 이어진 가운데
    초속 20m가 넘는 돌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특히 강풍특보가 내려진 해안지방에는
    최고 초속 30미터가 넘는 돌풍도 불었습니다
    비바람에 암흑현상까지 나타나
    차량들은 한낮에도 전조등을 밝혀야만 했습니다
    마침내 하늘이 단비를 뿌렸습니다
    그제야 환하니 내 안에 불이 들어온다
    가뭄으로 쩌억쩍 갈라지던 내 마음의 풍경에도
    단비 내리려 하루 종일 어두웠구나
    오늘 뒤집힌 우산 아깝지 않구나
    세상 버릴 게 아무 것도 없구나
    그랬구나 참말 그랬구나
    ☆★☆★☆★☆★☆★☆★☆★☆★☆★☆★☆★☆★
    우리라는 말은

    홍수희

    얼마나 다정한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따뜻한 말
    나는 알지 못하네

    눈이 맑은 그대
    얼굴 바라볼 때에
    외로웁지 않겠네
    우리 함께 한다면

    너와 내가 혼자
    서 있을 때엔
    빙산처럼 차가웠던
    잿빛 슬픔도

    ´우리´라는 말 앞에선
    봄눈 속의 아지랑이
    없던 용기 불쑥
    솟아오르네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사랑스런
    몸짓 알지 못하네

    아무렴 험한 세상
    거센 비바람에도
    두려울 것 없겠네
    우리 함께 간다면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 그 말이
    너와 내가 노래하며
    다정히 손잡을 때에

    눈부시게 웃으며
    피어난다네
    불꽃보다 뜨거워라
    ´우리´라는 말
    ☆★☆★☆★☆★☆★☆★☆★☆★☆★☆★☆★☆★
    이 가을이 저물기 전에

    홍수희


    잊어줄 것은 잊어주자
    나무도 한 해를 고개 숙여 감사하며
    품었던 아픔 품었던 오해
    훌훌 벗어 가볍게 서지 않느냐

    한 발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보이지 않느냐
    상처 입기 쉬운 우리 마음도
    저마다 제 안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싸리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비워버린 가슴으로 다시 만나자
    바람 씽씽 부는 겨울벌판에 서서
    뜨거운 손을 붙잡고 울자

    우리 다시 그리운 이름이 되자
    한때는 나를 슬프게 했던 사람이여
    사람이여, 이 가을이 저물기 전에
    ☆★☆★☆★☆★☆★☆★☆★☆★☆★☆★☆★☆★
    인연

    홍수희

    아무렴
    잘 있겠지 하면서도
    자꾸 맘이 켕긴다
    한마디
    소식 없이 지내면서도
    행여 외롭지는 않을까
    시선은 자꾸
    너의 마음 밭을 서성거린다
    물론 네게는
    나보다 가까운 사람
    곁에 있지만
    이래도 저래도
    생각 키우는 건
    네가 너무 여린 가슴을
    지녔기 때문,
    부디 행복하여라
    언제나
    봄날처럼 환히 웃기를
    나는 이 쪽
    반대편 별 끝에 서서
    너를 위해
    불 하나 태운다
    ☆★☆★☆★☆★☆★☆★☆★☆★☆★☆★☆★☆★
    하고 싶은 말

    홍수희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산다
    너에게 짧은 안부 묻고 싶어
    전화했더니
    지금은 안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짧은 안부 묻고 싶은
    너에게서 전화 받은 날
    나도 지금은 바쁘다고 했다
    지나고 보면
    왜 그리 바쁜 날이 많았는지
    정작 나의 마음이 보이지 않도록
    왼손에게는 늘
    오른손이 바쁘다고 했다
    오른손에게는 늘
    왼손이 바쁘다고만 했다
    정작 나의 마음이 보이지 않거나
    너의 마음이 보이지 않기를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산다
    스스로 그렇게 바쁘다, 바쁘다,
    되도록 이면
    마음이 보이지 않기를
    ☆★☆★☆★☆★☆★☆★☆★☆★☆★☆★☆★☆★
    행복한 결핍

    홍수희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하나 내게 있으니
    때로는 가슴 아린
    그리움이 따습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주고 싶은 마음 다 못 주었으니
    아직도 내게는
    촛불 켜는 밤들이 남아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올해도 꽃을 피우지 못한
    난초가 곁에 있으니
    기다릴 줄 아는
    겸손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내 안에 찾지 못한 길이 있으니
    인생은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기 때문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내 안에 무엇이 또 자라난다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
    희망과 절망사이

    홍수희

    살다보면 그런 날 있지 않겠나

    다시는 희망이라는 달콤한 입발림에
    속고 싶지 않은 날
    제딴에는 철저히 속았다 싶어
    절망이여 너와 벗하여
    휘청이고 싶은 날
    찌그러진 깡통처럼 온전히 으깨지고
    망가지고 싶은 날
    그런 때 뒤를 돌아보게나
    희망조차 나에게는 절망이었다는
    야릇한 그거,
    희망이라 이름 붙인 그것이 바로 안으로는
    절망이었다는 아! 아!
    아릿한 그거,
    이제 이름을 바꿔보게나
    나에게는 절망이 이제 희망이라네
    희망이 바로 다정한 절망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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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4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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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64915
    120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57917
    119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11420
    118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0524
    117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59221
    116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6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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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677169
    107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545258
    106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541166
    105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36299
    104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594179
    103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277194
    102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42181
    101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39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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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393245
    98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33331
    97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480317
    96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58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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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987168
    92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353135
    91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31220
    90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183190
    89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065130
    88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156270
    87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24103
    86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988242
    85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58183
    84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845157
    83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21208
    82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54168
    81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11152
    80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975151
    79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869133
    78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23244
    77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5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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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17356
    74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88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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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179312
    71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988186
    70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07160
    69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192311
    68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291178
    67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177315
    66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5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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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61202
    63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34208
    62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1978334
    61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77169
    60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64154
    59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61294
    58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479723
    57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32557
    56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073640
    55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745658
    54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069680
    53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39354
    52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63289
    51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399253
    50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07259
    49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541523
    48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06369
    47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16243
    46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208299
    45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363448
    44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295331
    43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3990263
    42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696335
    41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297261
    40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74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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