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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우시모음 20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8.30. 18:14:12   조회: 93   추천: 1
    여명문학:

    박성우시모음 20편
    ☆★☆★☆★☆★☆★☆★☆★☆★☆★☆★☆★☆★
    《1》
    가지 꽃

    박성우

    여자라는 꽃은 적어도 서른이 넘어야
    제대로 된 꽃대를 밀어 올릴 수 있지

    꽃무늬 미니스커트가
    아까부터 꼬고 있던 길다란 다리를 풀더니
    왼 무릎을 치켜들어 의자 위로 올린다

    어디서 처음 보았더라

    따먹을 만큼 따먹었을 법한 가지,
    가지꽃이 깊게 젖은 보라꽃 꽃잎을 뒤로 젖힌다
    ☆★☆★☆★☆★☆★☆★☆★☆★☆★☆★☆★☆★
    《2》
    건망증

    박성우

    깜빡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집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짜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울자울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내가 없는 몸은 우산을 찾지않았고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너무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몸은
    마구 담배를 피워댔다 유리창에 얼핏
    비친 몸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옆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건네왔지만
    내가 없었으므로 몸을 대꾸하지 않았다
    우산 없이 젖은 귀가를 하려 했을 때
    어딘가로 뛰쳐나간 내가 막막하게 그리웠다
    ☆★☆★☆★☆★☆★☆★☆★☆★☆★☆★☆★☆★
    《3》
    경칩

    박성우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꿍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
    《4》
    고추씨 같은 귀 울음소리 들리다

    박성우

    뒤척이는 밤,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 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 울음소리,
    마르면서 젖어 가는 울음소리가 명명하게 들려왔다
    고추는 매운 물을 죄 빼내어도 맵듯
    마른 눈물로 얼룩진 그녀도 나도 맵게 우는 밤이었다
    ☆★☆★☆★☆★☆★☆★☆★☆★☆★☆★☆★☆★
    《5》
    남겨두고 싶은 순간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았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정류장에
    쇼핑백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 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곧 체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 달라 부탁한 건, 다음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쇼핑백을 들고 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쇼핑백,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
    《6》
    단풍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군다
    ☆★☆★☆★☆★☆★☆★☆★☆★☆★☆★☆★☆★
    《7》
    도원경桃源境

    박성우

    뻘에 다녀온 며느리가 밥상을 내온다
    아무리 부채질을 해도 가시지 않던 더위
    막 끓여낸 조갯국 냄새가 시원하게 식혀낸다
    툇마루로 나앉은 노인이 숟가락을 든다

    남은 밥과 숭늉을 국그릇에 담은 노인이
    주춤주춤 마루를 내려선다 그 그릇을 들고
    신발의 반도 안되는 보폭으로 걸음을 뗀다
    화단에 닿은 노인이 손자에게 밥을 먹이듯
    밥 한 숟갈씩 떠서 나무들에게 먹인다

    느릿느릿 빨간 함지 쪽으로 향하던 노인이
    파란 바가지 찰랑이게 물을 떠다가
    식사 끝낸 나무들에게 기울여준다
    손으로 땅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는 노인,
    부축하고 온 지팡이가 다시 앞장을 선다

    어슬렁어슬렁 기어온
    고양이 한마리가 나무 밑동으로 스며든다
    툇마루로 돌아와 앉은 노인이 예끼, 웃는다
    군산시 옥도면 대장도리 1-5번지에는
    무릉도원에 닿아 있는 아흔의 노인이 산다
    ☆★☆★☆★☆★☆★☆★☆★☆★☆★☆★☆★☆★
    《8》
    돌을 헐어 돌을

    박성우

    십여 년 동안 쌓은 돌탑을 헐어낸다

    마당 귀퉁이에 달팽이처럼 둥글게
    감아두었던 돌을 빙 돌아가며 풀어내
    계곡 쪽, 집 가장자리로 길게 당겨간다
    허물어낸 돌을 길게 늘어트려
    축대 겸 돌담으로 다시 차곡차곡 높인다

    골짝 물소리는 쉬이 돌돌 넘어오고
    골짝 물은 어지간하면 못 넘어오게
    큰돌은 양 바깥으로 괴어 올리고
    자잘한 돌은 안쪽에 촘촘 채워 넣는다

    혹여 큰 비 칠 때 내려올지 모를 큰물이
    부득불, 우리 집에 들렀다 가야겠다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려 하면
    그러지 말고 자네 갈 길 가시게나,
    등 토닥여 돌려보낼 만큼 돌을 얹는다

    어쩐지 허전하고 서운키는 하더라도
    정 없이 아주 매정해 보이지는 않게
    돌탑 허물어, 큰 돌은 불끈 안아 나르고
    자잘한 돌은 대야에 담아 옮겨 쟁인다

    이 돌들은 대체로 돌밭을 일굴 적에
    하나둘 캐낸 것들인데 여기에는
    땀이 아닌 오기로 나를 갈아엎을 때
    작심하고 빼낸 돌덩이 몇도 섞여 있다

    무거운 생각들은 계곡 아래로 굴리고
    가뿐한 생각들은 계곡 위로 올리면서

    흥얼흥얼 끙끙 돌을 헐어 돌을 쌓는다
    ☆★☆★☆★☆★☆★☆★☆★☆★☆★☆★☆★☆★
    《9》
    바닥

    박성우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
    《10》
    반나잘 혹은 한나잘

    박성우

    내 어머니 집에 가면
    새실 한약방에서 얻은 달력이 있지
    그림은 없고 음력까지 크게 적힌 달력이 있지
    그 달력에는
    '반나잘' 혹은 '한나잘'이라고
    삐뚤삐뚤 힘주어 기록되어 있지
    빨강글씨라도 좀 쉬지 그려요
    아직까정은 날품 팔만 헝게 쓰잘데기없는 소리 허덜 말어라
    칠순 바라보는 어머니 집에 가면
    반나절과 한나절의 일당보다도
    더 무기력한 내가 벽에 걸릴 때가 있지
    ☆★☆★☆★☆★☆★☆★☆★☆★☆★☆★☆★☆★
    《11》
    봄 가지를 꺾다

    박성우

    상처가 뿌리를 내린다

    화단에 꺾꽂이를 한다
    눈시울 적시는 아픔
    이 악물고 견뎌내야
    넉넉하게 세상 바라보는
    수천 개의 눈을 뜰 수 있다

    봄이 나를 꺾꽂이한다
    그런 이유로 올 봄엔
    꽃을 피울 수 없다 하여도 내가
    햇살을 간지러워하는 건
    상처가 아물어가기 때문일까

    막무가내로 꺾이는 상처,
    없는 사람은 꽃눈을 가질 수 없다

    상처가 꽃을 피운다
    ☆★☆★☆★☆★☆★☆★☆★☆★☆★☆★☆★☆★
    《12》
    소금벌레

    박성우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 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연신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때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 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뜨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 동안
    소금만 갉아먹다 생을 마감한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태산 염전의 늙은 소금벌레 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
    《13》
    쇼핑백 출근

    박성우

    입다물고 살든
    입 벌리고 살든

    속 비우고 살든
    속 챙기며 살든

    언제 끈 떨어질지 모른다
    ☆★☆★☆★☆★☆★☆★☆★☆★☆★☆★☆★☆★
    《14》
    어디까지 왔니

    박성우

    여물게 산다고 살았는데
    어느 세월에 다 흘려 보내셨는지
    가늘고 무른 것들만 어머니 곁에 남아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나는
    들숨에 한 번
    날숨에 또 한 번
    숨소리에 맞춰 숫자를 센다
    중간중간 몇 번의 들숨이
    내 곁에 남았 있나 그런
    슬픈 생각까지 하나 둘
    말 없이 세어 본다
    그 옛날
    들일하고 돌아오던 길
    들컹이는 수레에 실려 당신에게
    쫑알쫑알 묻던 것처럼 오늘은
    어디까지 왔니
    어디까지 왔니
    아이처럼 묻고 싶다
    아직까지 멀었다는
    그 귀한 말을 몇 번이나
    듣고 싶은 날이다.
    ☆★☆★☆★☆★☆★☆★☆★☆★☆★☆★☆★☆★
    《15》
    어머니

    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
    《16》
    유년의 거울

    박성우

    아무도 없는 방에 남겨지던 날이었다

    유년의 나는 벽에 걸린 거울을 떼어 들고는
    방바닥을 천장 쪽으로 기울여보기도 하고
    천장을 방바닥 쪽으로 기울여보기도 하면서 놀았다

    들고 있던 거울을 점점 아래로 기울이다 보면
    아래에 있어야 할 두 발이 들려지는 것 같았고
    위에 있어야 할 머리가 아래로 쏠리는 것 같았는데,
    그것은 무서우면서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었다

    방바닥을 좀 더 들어 올려볼까,
    거울을 훌쩍 기울여 들고 있다 보면
    나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아래쪽으로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아니 나는 기꺼이 거울을 들어 올리고 앉아,
    머리를 흔들어대고 두 발을 바둥거려대면서
    수십 수백 수천 킬로미터 아래로
    끝없이 떨어져 내려갔다

    뒷마당을 거꾸로 하면 장독대가 쏟아지겠지?
    뒷산을 거꾸로 하면 토끼와 고라니가 쏟아지겠지?
    강물을 거꾸로 하면 붕어며 메기가 쏟아져 나올 텐데
    물고기를 주워 담다가 물벼락을 맞으면 어떡하지?
    때 아닌 걱정을 해대기도 하면서 언제까지고 떨어졌다

    그나저나 나,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하는 거지?
    어른어른 현기증이 일면, 얼른 나는
    들어 올리고 있던 거울을 내려놓고 긴 숨을 내쉬었다

    출처 : 시 전문 계간 《딩아돌하》 (2020년 봄호)
    ☆★☆★☆★☆★☆★☆★☆★☆★☆★☆★☆★☆★
    《17》
    찜통

    박성우

    내가 조교로 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청소를 하시다가 사고로
    오른발 아킬레스건이 끊어지셨다

    넘실대는 요강 들고 옆집 할머니 오신다
    화기 뺄 땐 오줌을 끓여
    사나흘 푹 담그는 것이 제일이란다
    이틀 전에 깁스를 푸신 어머니,
    할머니께 보리차 한 통 내미신다

    호박넝쿨 밑으로 절뚝절뚝 걸어가신다
    요강이 없는 어머니
    주름치마 걷어올리고 양은 찜통에 오줌 누신다
    찜통목 짚고 있는 양팔을 배려하기라고 하듯
    한숨 같은 오줌발이 금시 그친다

    야외용 가스렌지로 오줌을 끓인다
    찜통에서 나온 훈기가 말복 더위와 엉킨다
    마당 가득 고인 지린내
    집밖으로 나가면 욕먹으므로
    바람은 애써 불지 않는다
    오줌이 미지근해지기를 기다린 어머니
    발을 찜통에 담그신다 지린내가 싫은 별들
    저만치 비켜 뜬다

    찜통더위는 언제쯤이나 꺾일런지
    찜통에 오줌 싸는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는 홀어머니
    소일거리 삼아 물을 들이키신다

    막둥아, 맥주 한잔 헐텨?
    다음주까정 핵교 청소일 못 나가면 모가지라는디
    ☆★☆★☆★☆★☆★☆★☆★☆★☆★☆★☆★☆★
    《18》
    카드 키드

    박성우

    카드가 사준 정장을 입고
    카드가 사준 구두를 신은 출근길은 벅차다
    어쩌다 카드가 사주는 저녁은 근사하고
    카드가 큰맘 먹고 들여준 침대는 푹신하다

    카드가 현금서비스 해준 축의금을 들고 다녀오는
    직장 동료의 결혼식은 처연하게 찬란하다
    입사 삼년차 카드 키드,
    야근에 지쳐 귀가하는 밤은
    카드가 카드론으로 얻어준 원룸이 있어 아늑하다

    카드 키드가 되기 위한 지난날은 아름다웠다
    스펙에 내준 대학생활은 교양 없이 품위 있었고
    자기소개서 속으로 들어간 스펙은 뻔뻔하게 자랑스러웠다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입사시험,
    처음으로 면접 통보를 받던 날은
    팬파이프 같은 빛이 눈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카드가 사주는 패스트푸드는 먹을 만하고
    카드가 지켜주는 직장생활은 아직 견딜 만하다
    정기적금을 해약해 카드에게 이체하고 남은 돈,
    지방에 사는 양친께 부쳐드리던 손은 대견하다

    월급날 받은 급여는 어김없이 카드에게 옮겨간다
    '언제 취직할 거니'를 지나 '언제 결혼할 거니'까지
    기적적으로 와 있는 카드 키드, 카드는
    희망 복근을 키워보는 건 어떠냐며 헬스클럽을 권유한다
    ☆★☆★☆★☆★☆★☆★☆★☆★☆★☆★☆★☆★
    《19》
    콩나물 가족

    박성우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데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하나같이 기분이 엉망이라면서요
    말시키지 말고 숙제나 하래요

    근데요 저는요
    맨날맨날 물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
    ☆★☆★☆★☆★☆★☆★☆★☆★☆★☆★☆★☆★
    《20》
    해바라기

    박성우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보고 피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말동무 하듯 잔소리하러 오는
    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모종하고 거름내고 지주 세워주고는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 기다린 터에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는 옆집 담을 넘겨다보았다
    처음 보는 할머니와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은
    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등에 슬몃슬몃 손 포개면서,

    우리 집 해바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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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글 목록 2020. 09. 21.  전체글: 272  방문수: 28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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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3 봄비시모음 89편 김용호2020.03.20.1534
    262 최정란 시 모음 20편 김용호2020.02.15.2375
    261 이정규 시 모음 25편 김용호2020.02.15.1714
    260 정해정 시 모음 15편 김용호2020.02.15.1894
    259 최문자 시 모음 31편 김용호2020.02.15.1953
    258 고재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20.02.15.5763
    257 길상호 시 모음 20편 김용호2020.02.15.4785
    256 최승자 시 모음 30편 김용호2020.02.15.1903
    255 나해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20.01.07.1834
    254 윤수천 시 모음 25편 김용호2020.01.07.1852
    253 박소향 시 모음 55편 김용호2020.01.07.1994
    252 문효치 시 모음 21편 김용호2020.01.07.1834
    251 12월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12.05.1853
    250 최영미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9.12.05.2114
    249 1월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12.05.1841
    248 구재기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12.05.1813
    247 공석진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12.05.1914
    246 문인수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9.11.16.1815
    245 이향아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11.16.1754
    244 이문조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11.16.1753
    243 전혜령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9.18.2193
    242 하영순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9.18.2093
    241 노정혜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9.09.18.1943
    240 김윤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8.10.1606
    239 손택수 시 모음 33편 김용호2019.08.10.1764
    238 이규리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8.10.1674
    237 주명옥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8.10.1564
    236 최봄샘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8.10.1673
    235 박인걸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9.08.10.1683
    234 친구에 대한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8.10.1723
    233 윤의섭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8.10.1581
    232 문태준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8.10.2053
    231 강연호 시 모음 47편 김용호2019.07.25.1972
    230 김수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7.25.1522
    229 김인숙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7.25.1531
    228 박광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7.25.1583
    227 서유주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7.25.1731
    226 최영애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7.25.1441
    225 주일례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9.07.25.1442
    224 신미항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9.07.25.1461
    223 안광수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9.07.25.1441
    222 박종영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7.25.1381
    221 박남준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7.25.1232
    220 정용철시모음 21편 김용호2019.06.01.1995
    219 김지순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6.01.1743
    218 이문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2023
    217 김동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653
    216 김재진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2043
    215 이성지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6.01.1855
    214 김명인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742
    213 이길옥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6.01.1741
    212 윤기명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524
    211 이명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6.01.1714
    210 김덕성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1841
    209 찔레꽃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9.06.01.1862
    208 이기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1862
    207 임은숙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1733
    206 김석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893
    205 류인순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5.15.3265
    204 안경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3353
    203 이병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3175
    202 김정래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9.05.15.2875
    201 정미화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2.17.4238
    200 정연화시모음 75편 김용호2019.02.17.3285
    199 오광수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2.17.3296
    198 정일근시모음 15편 김용호2019.02.17.3056
    197 지소영시모음 35편 김용호2019.02.17.2814
    196 박고은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1.01.4304
    195 곽승란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9.01.01.2765
    194 양성우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2804
    193 함민복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3085
    192 강문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1.01.2525
    191 이윤학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1.01.3014
    190 서명옥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11.10.3836
    189 박소정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3644
    188 한효상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11.10.3256
    187 첫눈 시모음 35편 김용호2018.11.04.3114
    186 고은영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10.25.3056
    185 권규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625
    184 김현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829
    183 김설화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705
    182 김영국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495
    181 나태주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10.25.3145
    180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595
    179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753
    178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2443
    177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524
    176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2833
    175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45135
    174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37414
    173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42215
    172 윤보영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05.24.42110
    171 안국훈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5.24.42018
    170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4345
    169 안성란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8.05.24.4256
    168 남궁선순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3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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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 송영수 글 모음 4편 김용호2018.05.24.2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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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 한숙자 글 모음 23편 김용호2018.05.24.3026
    162 김상영 글 모음 8편 김용호2018.05.24.2748
    161 임숙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8.04.22.13938
    160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5617
    159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48611
    158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5328
    157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56813
    156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45911
    155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4407
    154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848
    153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44116
    152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3889
    151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758
    150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36612
    149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3548
    148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39112
    147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54111
    146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51412
    145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42312
    144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40112
    143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51713
    142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3739
    141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40510
    140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43910
    139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40910
    138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37912
    137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33110
    136 십자가시모음 35편 김용호2018.02.05.35614
    135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36610
    134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3629
    133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42110
    132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37710
    131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55116
    130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57315
    129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9614
    128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53013
    127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53413
    126 조미하 시 모음 65편 수정김용호2018.01.19.53912
    125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69514
    124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72916
    123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67118
    122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27921
    121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7824
    120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70221
    119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85525
    118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77428
    117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90843
    116 이필종 시모음 35편 김용호2016.12.13.114855
    115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560104
    114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323204
    113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505108
    112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900303
    111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786178
    110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625274
    109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973174
    108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976303
    107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700185
    106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382196
    105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123183
    104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793333
    103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219237
    102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547251
    101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138337
    100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727320
    99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71292
    98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108225
    97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766135
    96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105174
    95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458136
    94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106228
    93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286196
    92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159133
    91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301275
    90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99105
    89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074252
    88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1044187
    87 선미숙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0.07.1145173
    86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307212
    85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931172
    84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90154
    83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1044155
    82 문병란 시 모음 33편 김용호2014.10.07.963139
    81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88244
    80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937209
    79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936204
    78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1000358
    77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960247
    76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1080131
    75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366317
    74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80193
    73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96175
    72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382315
    71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92180
    70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397322
    69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738332
    68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110234
    67 이양우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4.07.05.3042206
    66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920213
    65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342340
    64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760173
    63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944154
    62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844297
    61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683726
    60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839565
    59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218646
    58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942663
    57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172692
    56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542374
    55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152292
    54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93258
    53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90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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