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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달자시모음 69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04.07.02. 17:39:14   조회: 3137   추천: 316
    여명문학: 수정

    신달자시모음 69편
    ☆★☆★☆★☆★☆★☆★☆★☆★☆★☆★☆★☆★
    《1》
    1월

    신달자

    때는 새벽
    1월의 시간이여 걸어 오라
    문 밖에 놓인 냉수 한 그릇에
    발 담그고 들어오면
    포옥 삶아 깨끗한
    새 수건으로
    네 발 씻어 주련다
    자세는 무릎을 꿇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도
    환히 미소 지어리니
    나의 두 손은 잠시
    가슴에 묻은 채 쉬리라.
    ☆★☆★☆★☆★☆★☆★☆★☆★☆★☆★☆★☆★
    《2》
    4월의 꽃

    신달자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 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루루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듯이
    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
    잠시 이승에 불러 모아
    한번은 화끈하게
    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
    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
    《3》
    간절함

    신달자

    그 무엇 하나에 간절할 때는
    등뼈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끝에
    푸른 불꽃이 어른거린다

    두 손과 손 사이에
    깊은 동굴이 열리고
    머리 위로
    빛의 통로가 열리며
    신의 소리가 내려온다

    바위 속 견고한 침묵에
    온기 피어오르며
    자잘한 입들이 오물거리고
    모든 사물들이 무겁게 허리를 굽히며
    제 발등에 입을 맞춘다

    엎드려도 서 있어도
    몸의 형태는 스러지고 없다
    오직 간절함 그 안으로 동이 터 오른다
    ☆★☆★☆★☆★☆★☆★☆★☆★☆★☆★☆★☆★
    《4》
    개나리꽃 피다

    신달자

    바람 부는 3월
    진회색 개나리 가지들 속에서
    노오란 머리 비집고 나오는
    신생아들
    순금의 애기 부처들이
    지난해 못다 준 말씀을
    세상에 와르르 쏟아내고 계시다
    온 몸으로 순금의 등을 켜고
    거리에 순금의 자비를 내리신다
    화가 잔뜩 난 사람들 여기를 봐라
    하늘의 선물로 내린 빛의 아기들
    세상을 순화시키려고
    거리마다 신생아실을 짓는다
    절하라
    거기가 어디든 모두 법당 안이다
    아기부처들을 태운 황금열차가
    세상의 거리를 달려간다
    3월 설법으로
    개나리꽃 핀다
    ☆★☆★☆★☆★☆★☆★☆★☆★☆★☆★☆★☆★
    《5》
    겨울 연가

    신달자

    한번 더 용서하리라
    겨울 이별은
    땅 끝까지 떨려
    설악산엔 이미
    안개처럼 눈 덮히고
    서울엔 영하로 떨어져
    내 창의 울음 커지는 때
    한번만 더 용서하리라

    5시에 몰려오는 새벽 어둠은 차고
    12월의 노을은 너무 적막해
    몸 속의 뼈는
    회초리로 모두 일어서서
    심장을 내려치는
    영웅적 고독을
    나는 혼자서는 견딜 수가 없어

    그대여 좀 더 따뜻한 날에
    이별할지라도
    지금은 혼자서는 결 딜 수가 없어
    ☆★☆★☆★☆★☆★☆★☆★☆★☆★☆★☆★☆★
    《6》
    겨울 초대장

    신달자

    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아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 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 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 위에
    ☆★☆★☆★☆★☆★☆★☆★☆★☆★☆★☆★☆★
    《7》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신달자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그냥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갈 수가 없다.

    해가 진다
    어두워 오는 마음에
    불을 켠 듯한 이름 하나 없을까

    사각의 공중전화 박스 속에서
    수첩을 뒤적이지만
    가을 억새가 나부끼는
    빈 들판에 나는 서 있고
    이런 마음을 들켜도 좋을
    편안한 이름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공중전화를 보면
    그래도 동전을 찾는다.
    ☆★☆★☆★☆★☆★☆★☆★☆★☆★☆★☆★☆★
    《8》
    구절초

    신달자

    무주구천동 오르는 계곡
    구절초 한마당
    가락으로 흐르고 있네요
    하필이면 그 음절이
    꼭 울 엄마 가슴 에던
    그 곡조 같아서
    나 바람 속에 취해 흥얼거리는
    구절초 한 송이 꺾어
    입술에 대니 그렇구나
    울 엄마 낮술에 취해 있던
    그 내음 그 노래라
    ☆★☆★☆★☆★☆★☆★☆★☆★☆★☆★☆★☆★
    《9》


    신달자

    얘야 일어나라
    어머니 말씀 하나 그대로 상하지 않고 담겨 있다
    몇 천 번 꺼내 들어도
    다시 그대로 더 싱싱해지는 말씀
    왕창 무너지는 모진 강풍에도 끄떡없이
    몸 안에 묻혀 있던 독
    독이 또 하나의 독을 만들며
    또 하나의 독이 다시 또 하나의 독으로 불어나
    강풍을 밀어내던 목소리
    얘야 일어나라
    그 말씀 더 진하게 발효되어 온몸을 울리는
    깊은 항아리
    바람이 숱한 세월을 밀고
    귓전을 칼바람으로 스쳐지나가지만
    얘야 일어나라
    볕살 좋은 곳에 오늘은 뚜껑 열어 두고
    항아리마다 담긴 말씀을 푸욱 익히는
    내 몸의 장독대여.
    ☆★☆★☆★☆★☆★☆★☆★☆★☆★☆★☆★☆★
    《10》
    그리울 때는

    신달자

    모질게
    욕이나 할까부다

    네까짓 거 네까짓 거
    얕보며 빈정대어 볼까부다

    미치겠는 그리움에
    독을 바르고

    칼날같은 악담이나
    퍼부어 볼까부다
    ☆★☆★☆★☆★☆★☆★☆★☆★☆★☆★☆★☆★
    《11》
    그리움

    신달자

    찾아낼 수 없구나
    문닫힌 방안에
    정히 빗은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 이는

    뼈속 깊이깊이 잠든 바람도
    이밤 깨어나
    마른 가지를 흔들어 댄다

    우주를 돌다돌다
    내 살갗 밑에서 이는 바람
    오늘밤 저 폭풍은
    누구의 미친 그리움인가

    아 누구인가
    꽁꽁 묶어 감추었던
    열길 그 속마음까지 열게하는 이는.
    ☆★☆★☆★☆★☆★☆★☆★☆★☆★☆★☆★☆★
    《12》
    기도

    신달자

    아마 이런 마음일 것입니다.
    잘 됐으면,
    일이 잘 됐으면, 자녀들이 잘 됐으면,
    내 앞으로의 일들이 잘 됐으면...
    좋아 졌으면,
    안 좋아졌던 모든 것이 다 좋아 졌으면,
    내 신앙이 좋아졌으면, 우리 식구들의 믿음이 좋아졌으면,
    우리 교회가 날마다 부흥함으로 좋아졌으면....
    육신은 건강했으면,
    아픈 몸이 건강했으면, 건강한 몸은 더 건강했으면,
    심령에는 은혜가 넘쳤으면,
    그리하여 감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는 것이 신나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한 마디로 `복 있는 자`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과 저는 오늘 읽었던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 있는 자`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3절에 있는 말씀처럼,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는 역사가
    일어나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헛되지 않고 하는 것에 열매가 맺혀야 합니다.
    열심히 일했더니 수고의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예배를 드렸더니 은혜가 있어야 합니다.
    기도를 했더니 응답이 있어야 합니다.
    또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은혜가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물질이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하는 일이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건강이 마르지 아니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복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즉 우리의 영, 육간이 날마다 강건함을 입는 자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날마다 진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심령에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로 충만해야 합니다.
    날마다 승리하며 이기는 자 되어야 합니다.
    나누어주고 꾸어주고도 남는 물질의 복도 받아야 합니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용납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싫어하고 멀리는 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하고 몰려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복 있는 자들이 다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13》
    기우는 해

    신달자

    너는 산을 넘고
    나에겐 밤이 온다

    너의 불붙는 옷자락에
    내 피가 기울어 나는 더욱 캄캄해지고
    더 캄캄해질수록 산을 넘는 너의 불꽃은 활활 탄다

    캄캄해지는 것과 불붙는 일
    내 생을 줄이면 이 두 가지일 것
    그 두 가지가 오늘 더 찬란하게 마른 울음으로 땅을 친다

    마음 구석에 달라붙은 상처들은 지구의 반이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옮겨 붙지 않고 따로 타오르고

    나는 어둠에 섞여 따로 어두워지고……
    ☆★☆★☆★☆★☆★☆★☆★☆★☆★☆★☆★☆★
    《14》


    신달자

    물 위를 걷는 사나이가 있었다

    모든 소유를 거부하고
    대신 죽기 위한
    목숨 하난 가진 자는
    가벼운가봐
    물 위에 뜨는 꽃잎처럼
    가지 위에 있는 새처럼

    그이 손이
    늘 비어 있음을
    늦게야 알았다
    모이는 것은
    십자가와 가시면류관과
    피묻은 옷자락

    무덤을 넘어
    날아 오르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사랑은 짐이 아니므로
    가볍게 날아 올랐다

    철근으로 추켜세운
    당당한 육교 위에
    불안하게 흔들리며
    바라보는
    무한창공의 비어있음
    그것이 길인 것을
    늦게야 알았다

    가벼워지는 자가
    오르는 길.
    ☆★☆★☆★☆★☆★☆★☆★☆★☆★☆★☆★☆★
    《15》


    신달자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 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
    《16》


    신달자

    내가 건너온 강이 손등 위에 다 모여 있다
    무겁다는 말도 없이 손은 잘 받아 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꽤 수척해 있다
    툭툭 튀어나온 강줄기가 순조롭지 않았는지
    억세게 고단하게 보인다
    허겁지겁 건너오느라 강의 성도 이름도 몰라
    우두커니 쳐다보기만 하는데
    뭐 이름을 알아 무엇하냐며 손사래를 치는 것인지
    퍼런 심줄 줄기가 거칠게 겉늙어 보인다
    그 강의 이름을 그냥 끈이라 하자
    날 놓지 못하고 기어이 내 손등까지 따라와
    소리 없이 내가 건넌 세월의 줄을 홀쳐매고 있으니
    자잘한 잔물결이 손등 전체에 퍼져
    내가 아무리 떨쳐버리려 해도 세월의 주름은 더 깊게
    내 손을 부여잡고 있다
    그 세월 손아귀 힘이 장난 아니어서 아예
    잠 못 드는 밤 팔베개를 하고 그 강줄기들과 함께 흐르려 한다
    ☆★☆★☆★☆★☆★☆★☆★☆★☆★☆★☆★☆★
    《17》
    너의 이름을 부르면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 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
    《18》
    네가 눈뜨는 새벽에

    신달자

    네가 눈뜨는 새벽
    숲은 밤새 품었던 새를 날려
    내 이마에
    빛을 물어다 놓는다
    우리 꿈을 지키던
    뜰에 나무들 바람과 속삭여
    내 귀에 맑은 종소리 울리니
    네가 눈뜨는 시각을 내가 안다
    그리고 나에게 아침이 오지
    어디서 우리가 잠들더라도
    너는 내 꿈의 중심에
    거리도 없이 다가와서
    눈뜨는 새벽의 눈물겨움
    다 어루만지니
    모두 태양이 뜨기 전의 일이다

    네가 잠들면
    나의 천국은 꿈꾸는 풀로
    드러눕고
    푸른 초원에 내리는
    어둠의 고른 숨결로
    먼데 짐승도 고요히 발걸음 죽이니
    네가 잠드는 시각을 내가 안다
    그리고 나에게 밤이 오지
    어디서 우리가 잠들더라도
    너는 내 하루의 끝에 와
    심지를 내리고
    내 꿈의 빗장을 먼저 열고 들어서니
    나의 잠은
    또 하나의 시작
    모두 자정이 넘는 그 시각의 일이다.
    ☆★☆★☆★☆★☆★☆★☆★☆★☆★☆★☆★☆★
    《19》
    노을

    신달자

    이대로야 돌아설 수 있겠느냐
    지는해 붙안고
    단 한마디 말 전하기 위해
    파초꽃같은 심장을 토해 놓는
    저 마지막 애원

    나는 어리석었다
    손가락 깨물어 피를 낼지라도
    내 심중의 한마디
    전했어야 했다
    ☆★☆★☆★☆★☆★☆★☆★☆★☆★☆★☆★☆★
    《20》
    늙은 밭

    신달자

    늙은 밭에도 잡풀은 자란다
    절반은 자갈이 들어박혀 수명 다해 가는 거친 밭에도
    돌 사이를 비집고 잡풀이 자란다

    이렇게 천둥이 치고 치는 밤
    늙은 여자의 밭에도 이름도 없는 바다의 해일이 쳐들어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잡풀이 온몸을 덮어
    회초리로 쳐도 죽지 않는 잡풀이 살 속을 흔들어
    다만 누워 고요라도 암벽 타듯 끌어안아라 한다

    어쩌다가는 눈에 익은 배롱나무 한 그루
    무슨 인연으로 천둥 낙뢰를 혼자 맞으며
    방에서 새어 나간 마음 한 줄기
    밤새 누가 울었는지 모르게 소나기 없었던 마당이 젖어 있다

    다만 누워 어둠을 꼬아 사슬처럼 온몸에 두르니
    누군가 이리 떼처럼 운다 바스러지듯 운다
    얼마나 단단한 심장인가 하늘이 내려와
    땅을 덮고 땅이 솟구쳐 하늘을 껴안는

    늙은 밭에는 홀로 울음을 달래는
    산 그림자가 산다.
    ☆★☆★☆★☆★☆★☆★☆★☆★☆★☆★☆★☆★
    《21》
    늙음에 대하여

    신달자

    그를 애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스무 살 때는 열손가락 활활 타는 불꽃 때문에
    임종에 가까운 그를 기다렸고
    내 나이 농익은 삼십대에는
    생살을 좍 찢는 고통 때문에
    나는 마술처럼 하얗게 늙고 싶었다

    욕망의 잔고는 모두 반납하라
    하늘의 벽력 같은 명령이 떨어지면
    네 네 엎드리며
    있는 피는 모조리 짜 주고 싶었다

    피의 속성은 뜨거운 것인지
    그 캄캄한 세월 속에도
    실수로 흘린 내 피는 놀랍도록 붉었었다

    나의 정열을 소각하라 전소하라
    말끔히 잿가루도 씻어내려라
    미루지 마라

    나의 항의 나의 절규는
    전달이 늦었다
    20년 내내 전갈을 보냈으나
    이제 겨우 떠났다는 소식이 당도했다

    이젠 마음을 바꾸려는
    그 즈음에∼
    ☆★☆★☆★☆★☆★☆★☆★☆★☆★☆★☆★☆★
    《22》
    늦은 밤에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풀이 죽어
    마음으로
    너의 웃음을 불러들여
    길을 밝히지만
    너는 너무 멀리 있구나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
    《23》
    다만 하나의 빛깔로

    신달자

    백지에 동그라미 그리면
    그 안에
    내 세상이 있다

    조금 비뚤어진 원 안에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나는 그것은
    하나의 빛깔로 움터오는
    새싹인
    아직 이름없는 나의 세상

    마흔 넘어도
    두려움 없이 넓은 공간에 있을 수 없어
    작은 동그라미 그리고 들어서면
    아 드디어
    여린 뿌리를 내리고
    다만 하나의 빛깔로 떠오르는
    나의 세상

    혼탁한 거미줄과
    그 뒤의 안개를 거두어 내고
    가파른 물길 같은
    어둠을 헤엄쳐온 발 끝에
    새벽 5시의 이슬이 터지는
    순간에 접하는 나의 세상

    살갗을 찢는 포만의 욕구
    자생하여 날개를 젖던
    앓던 것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전신으로 한뼘씩 줄여
    동그라미 그리면
    동그라미 그리면
    한점 점으로 찍히는
    단호한 집중

    아직 이름 없는 새싹인
    자궁 속의 태아처럼
    이제 분명한 성(性)으로 자리잡는
    나의 세상이 있다
    ☆★☆★☆★☆★☆★☆★☆★☆★☆★☆★☆★☆★
    《24》
    대리폭행

    신달자

    아 네 거기서 네 네 조금만 더 가세요
    조금만 더 가서 왼쪽으로 돌자마자 우회전
    직진해서 바로 계단 내려오면
    그렇죠 다시 좌회전 다시 우회전 몇 발짝 직진하면……
    네 네 바로 거기 거기 네 네 네 바로 거기에
    나를 통과하는 화살이 박혀 있어요 보이지는 않아요
    소리도 없어요
    사람의 힘으로는 막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나는 그를 두려워해요
    네 그것을 힘차게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흔적 없이 치세요
    내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그렇죠 높이 쳐든 그 돌칼로 내리치세요
    햇볕을 부르는데 먹장구름이 떼를 몰아
    사정없이 날 이끌어 간다는 그 운명을.
    ☆★☆★☆★☆★☆★☆★☆★☆★☆★☆★☆★☆★
    《25》
    뒷산

    신달자

    외로울 적에
    마음 답답할 적에
    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
    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 두고
    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
    돌아갈 것이 없는 빈 몸이다.
    뒷산은 뒷산은 내 몸이다.
    무겁게 끌어 온 신발의 진흙덩이
    서리 감겨 살을 에는 하루의 바람
    모두 모두 부려놓는
    울먹이는 내 몸이다.
    ☆★☆★☆★☆★☆★☆★☆★☆★☆★☆★☆★☆★
    《26》
    등 푸른 여자

    신달자

    바다를 건너왔지

    바다에서 바다로 청남빛 갈매속살에 짓이겨지면서
    그 푸른 광야를 헤엄쳐 왔지
    허연 이빨 앙다문 파도가 아주 내 등에서 살고 있었어
    성깔 사나운 바다였다
    내 이빨 손톱 발톱을 다 바다에 풀어 주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단단한 것을 버리고
    바다와 몸 섞지 않으면 안 된다
    유순하게 물을 따르기만 했는데 팔뚝 굵어진 여자
    망망대해의 질긴 심줄이 등으로 시퍼렇게 몰렸다
    드디어
    암벽화처럼 푸른 지도가 내 등 위에 그려지고 말았어
    배 등에 세상의 바다가 다 올려져 있더군
    몇 만 겹줄을 벗겨내도 꼼짝 않는 바다
    바다를 건너와서도 내려지지 않았다
    시퍼렇게 시퍼렇게 바다를 걷어내어
    지상의 돛으로나 우뚝 세우고 싶은
    내 몸에 파고 든 저 진초록 문신.
    ☆★☆★☆★☆★☆★☆★☆★☆★☆★☆★☆★☆★
    《27》
    등잔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 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아직은 여자인 그 몸
    ☆★☆★☆★☆★☆★☆★☆★☆★☆★☆★☆★☆★
    《28》
    미로

    신달자

    언제나
    시작에서
    길을 잃는다.

    일보의 앞도
    보이지 않는 길

    방황하며 더듬거리며
    내 마음 같은 곳을 찾아서
    걸어간다.
    내 마음 같은
    갈래갈래 엇갈린 길

    길 머리에서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으려 한다.

    한올의 실도 쓰일모 없는
    퇴색한 천연색 실오리를
    나는 정결히 고르고 섰다.

    동행도 없는
    밤의 숲
    머리카락 곤두서는
    아득한 무섬증

    가도가도
    그 자리
    엉거주춤 서성이고 있네.
    ☆★☆★☆★☆★☆★☆★☆★☆★☆★☆★☆★☆★
    《29》
    미망의 노래

    신달자

    우리는 무엇을 나누었는가
    시간을 붙들고 얼굴을 마주하던
    몇 년의 세월에도
    꼭 같은 거리쯤에 서 있는
    우리들 사이로
    눈보라가 날린다
    시대의 찬비 뿌리고 간다.

    내 마흔의 혁명은
    먼 바다 고도에서 울고 있고
    나의 절망은 암초에 걸려
    다시 허리가 꺾이니
    결코 좁혀질수 없는
    먼먼 거리에
    떫은 바람만 머뭇거리고
    이름도 없는 별 두 개가
    제각기 제 빛을 거두어 들인다

    그대여
    사람과 사람이
    어디까지 가까울 수 있느냐
    친할 수 있다고 하더냐
    어제도 마지막 골목에서 돌아서고
    오늘은 그 좁은 골목마저 간 곳이 없구나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길 우리의 장소는 어디에 있을까
    노을이 지는 거리에 서서
    불 켜지는 집들을 바라볼 때
    어둠은 차라리 우리들 마음에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하는 황무지
    무명 찢어지는
    비명만 외치던 곳에
    온화한 미소로 들어앉은 그대여

    오늘은 신사동 하늘에
    낮게 먹구름이 덮히고
    다락방에 숨어 들어가
    젖은 마음을 구름에 부치니

    그대여 두어 방울 떨어지는 어깨의 비
    그것은 비가 아니다
    그대 옷 속을 파고드는 비
    그것은 비가 아니다

    호올로 내가 키우는
    눈물의 눈물
    심장이 뛰는 살아 있는 핏덩이

    진실로 그대에게 전해야 할
    미망의 잠꼬대를 들어주어라.
    ☆★☆★☆★☆★☆★☆★☆★☆★☆★☆★☆★☆★
    《30》
    미모사

    신달자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도
    후 하고 입김만 불어도
    두려운 명령처럼 잎을 접는 미모사
    열세 살 적 민감한 반응을 네게서 본다
    햇살이 닿아도 어둠이 닿아도
    주르르 피가 아래로 몰려
    흔들리지 않으려는 자기 보호에
    그는 잘 길들여져
    상처받지 않으려는 운명적 순응이
    열세 살 순수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오늘
    너의 순종은 굴종으로 보인다
    작은 외압에도 몸 사리며
    돌돌돌 몸을 접어 엎드리는
    너의 연약함에 분통이 터진다
    칼이 닿아도 당당히 잎을 펴는
    뎅겅 목이 달아나도 좌악 가슴을 펴는
    시대적 고집이 너는 아쉽다

    쯧쯧 혀를 차다가 그렇지 그래
    누군가를 닮아서 더 화가 저미는
    멍청하게만 보이는
    딱한 미모사
    ☆★☆★☆★☆★☆★☆★☆★☆★☆★☆★☆★☆★
    《31》
    바람의 생일

    신달자

    개 조개를 넣고 미역국을 끓이는
    오늘은 바람의 생일

    삶은 계란 두 개
    명란젓 두 개
    소고기 완자를 한 접시 차리니

    양수리 물 위를 걸어
    내 집으로 오는데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안개로 얼굴을 싸고 슬며시 비밀처럼 날아든
    바람

    달 밝은 양수리 강가
    머리카락을 날리며 내 두 볼을 감싸던 다정한 바람
    생일상 차려 주고 싶다고
    덥썩 내 뭉클한 외로움이 약속한

    그 바람이 다시
    은근하게 붉은 속살의 언어로
    내 식탁에 앉는
    봄꿈의 한 찰나.
    ☆★☆★☆★☆★☆★☆★☆★☆★☆★☆★☆★☆★
    《32》
    백치 슬픔

    신달자

    사랑하면서
    슬픔을 배웠다.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사랑보다 더 크게
    내 안에 자리잡은
    슬픔을 배웠다.

    사랑은
    늘 모자라는 식량
    사랑은
    늘 타는 목마름

    슬픔은 구름처럼 몰려와
    드디어 온몸을 적시는
    아픈 비로 적시나니

    사랑은 남고
    슬픔은 떠나라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아도
    떠나지 않는 슬픔아
    이 백치 슬픔아

    잠들지도 않고
    꿈의 끝까지 따라와
    외로운 잠을 울먹이게 하는
    이 한덩이
    백치 슬픔아
    나는 너와 이별하고 싶다.
    ☆★☆★☆★☆★☆★☆★☆★☆★☆★☆★☆★☆★
    《33》
    백치애인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다방에서 다방 문이 열릴때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물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또는 시장 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서도
    네가 나타날수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서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수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애인아.
    ☆★☆★☆★☆★☆★☆★☆★☆★☆★☆★☆★☆★
    《34》


    신달자

    선물을 싼 줄은
    절대로 가위로
    싹둑 자르지 마라

    고를 찾아
    서서히 손끝을 떨며
    풀어내야지

    온몸이 끌려가는
    집중력으로
    그 가슴을 열어가면
    따뜻한 줄 하나
    언 땅 밑에서
    조용조용 끌려 나오려니
    우주의 하체가 손끝에
    움찔 닿으리

    곧 선물의 정체가
    보이리라.
    ☆★☆★☆★☆★☆★☆★☆★☆★☆★☆★☆★☆★
    《35》
    봄 강

    신달자


    금방이라도 치마를 획 걷어올릴 것만 같아
    조바심 친다.
    밤새 꿈틀거리며 잠들지 않는 저 봄 강의
    부풀어오르는 엉덩이에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의 서치라이트 불빛이
    숨찬 소리의 신음을 흘리고 가는
    새벽
    저 멀리 버티고 선 올림픽대교의 기둥이
    무슨 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물 속 빛의 교감일까
    조마조마하다 당장이라도 저 봄강이
    온몸으로 속옷까지 풀어헤칠 것만 같다.
    ☆★☆★☆★☆★☆★☆★☆★☆★☆★☆★☆★☆★
    《36》
    봄의 금기사항

    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
    《37》
    부적

    신달자

    얘야
    인터넷에 들어가려면
    부적처럼 종이 한 장
    들고 가거라
    유혹이 번창하는
    홍등가를 지나거든
    게놈의 유전자에
    발목이 잡히거든
    봇물처럼 쏟아지는
    전자파에 눈이 멀거든
    괴물, 수렁, 거친 바람을
    만나거든
    칼칼하게 일어서는
    종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접속에서 접속으로
    뜨거워지는
    어지러운 피로에 떨어지면
    흰 종이 한 장 꺼내
    네 정신으로

    네 이름자를 힘차게 눌러 써 보아라.
    ☆★☆★☆★☆★☆★☆★☆★☆★☆★☆★☆★☆★
    《38》
    빨래

    신달자

    가내(家內)
    붙일 곳 없는
    마음.

    흔들리는 물속에
    옷을 담그다.

    비누를 풀면
    안개 자욱한 역두(驛頭)에서
    손이 시린 여자(女子)
    옷을 주무르면
    쓸쓸한 해로(偕老)에
    잠겨있는 문(門)이 보인다.

    방망이를 두드린다.
    출렁이는 물속에
    가셔지는 때

    가셔지지 않는 때를
    비벼 문지르면
    조금씩 열리는 문(門)
    물에 헹구면
    다시 닫혀진다.

    물을 짠다.
    꼬우며 물을 빼는
    불타는 인내(忍耐)

    십자가를 지듯
    태양(太陽) 아래 몸을 말리는
    옷속으로
    돌아오는 여자(女子)

    빨래줄에 걸쳐진
    그녀의 방황(彷徨)은
    증발(蒸發)한다.
    ☆★☆★☆★☆★☆★☆★☆★☆★☆★☆★☆★☆★
    《39》
    나뭇잎 하나

    신달자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밟을 수 없다
    그것에도 온기 남았다면
    그 스러져 가는 미량의 따스함 앞에
    이마 땅에 대고 이 목숨 굽히오니
    내 아버지 호올로 가시는
    낯설고 무서운 저승길
    내 손닿지 않는 먼 길
    비오니
    그 따스함 한가닥 빛이라도
    될 수 있을까 몰라
    울 아버지
    동행길의 미등이 될 수 있을까 몰라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
    《40》
    낙엽송

    신달자

    가지 끝에 서서 떨어졌지만
    저것들은
    나무의 내장들이다

    어머니의 손끝을 거쳐
    어머니의 가슴을 훑어 간
    딸들의 저 인생 좀 봐

    어머니가 푹푹 끓이던
    속 터진
    내장들이다
    ☆★☆★☆★☆★☆★☆★☆★☆★☆★☆★☆★☆★
    《41》
    너를 위한 노래

    신달자

    문 잠긴 방에도
    새벽 오듯

    창 없는 감옥에도
    봄 오듯

    눈감고 있는 내게
    너 온다

    빛의 속도로
    어둠을 뚫고
    ☆★☆★☆★☆★☆★☆★☆★☆★☆★☆★☆★☆★
    《42》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신달자

    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오늘 나는 꽃 이름하나를 더 왼다
    달빛 잠기는 강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시구를 욀 때
    내 눈은 더 깊어지고 그 만큼 세상을
    더 안아들이면
    너는 성큼 내 앞에 다가서게 될까

    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너의 연인이 되기 위해
    오늘 나는 별 이름하나를 더 왼다
    바람 부는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내가 마음으로 노래 부르면
    내 발 앞에 꿈꾸던 낙원이 열리고
    그 만큼 평화로운 세상 안아들이면
    너는 성큼 내 앞에 다가서게 될까
    ☆★☆★☆★☆★☆★☆★☆★☆★☆★☆★☆★☆★
    《43》
    사람 찾기

    신달자

    둘러봐도 늘 없다
    너무 가까이 내 안에 있음일까
    이 우주안에 너 살고 있음
    나 분명 알아
    내가 알고있는 가장 높은 지식
    너 찾다 눈감는 일
    가장 아름다운 길
    ☆★☆★☆★☆★☆★☆★☆★☆★☆★☆★☆★☆★
    《44》


    신달자

    1
    풀기는 풀어야지

    끝도 없이 뒤엉킨
    실꾸러미
    늘어나는 매듭

    이빨로 뚝 끊어서
    버릴 수 없구나 그대여

    어디랄 것도 없이
    막막하게
    세상사는 엉키기만 하는데

    한숨으로도
    흥으로도
    풀려지지 않는

    이 배반의 미궁을
    통째로 버릴 수는 없구나 그대여

    2
    하나를 풀면
    하나가 엉킨다

    빛도 그늘도
    아득한 층계
    의문의 첫 계단
    더듬어 오르면

    엉키지도 못하면서
    엉키기만 하는

    사랑과 미움의
    앓는 뿌리 보인다

    너는 너의 집으로
    나는 나의 집으로
    풀리면서
    우리는 다시 엉킨다

    엇섞이며
    거부하며
    얽히며 얽히며

    3
    휘청거리며
    어 엉킨다
    살속 깊이
    쑤욱 가시가 들어와도
    앞만 보고 간다
    꼿꼿하게 간다
    뒤돌아보면
    더 엉킨다
    ☆★☆★☆★☆★☆★☆★☆★☆★☆★☆★☆★☆★
    《45》


    신달자

    어둠이 내리면서
    나의 섬은 밝아 왔다

    어둠이 내리면서 나의 꿈은
    별빛으로 내리고
    하루의 심지를 끈 자리에
    깨어나는 섬
    가장 진실된 나무 하나 자라고 있는
    나의 섬에 나는 돌아와 있었다.

    돌아와 있는 이 하나의 사실
    눈이 찔리는 저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바라보는 신세계
    나의 두 발은 초원 위를 걷고 있었다

    꿈의 마른 잎을 따내면
    안식의 꽃 한 송이 피어나고
    순한 불빛이 영원처럼
    섬을 둘러 왔다

    돌아와 있는 이 하나의 현실
    가슴 깊이 키운 새 한 마리
    창공을 난다
    몸 하나로
    무한 공간을 받쳐 든
    나의 섬

    서서히 어둠이 가고
    어둠 따라 섬은 떠나고
    하늘로 이어진 수천의 층계도 내려앉는다
    섬이 지워지고
    어제와 같이 아침이 오고 있었다.
    ☆★☆★☆★☆★☆★☆★☆★☆★☆★☆★☆★☆★
    《46》
    세상에 빛이 되는 삶

    신달자

    인생이란
    너무 눈부시게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내용이 들어 있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결단코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만들며 살아가고
    어딘가 빛을 만들며 사는 일,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지
    ☆★☆★☆★☆★☆★☆★☆★☆★☆★☆★☆★☆★
    《47》


    신달자

    사나운 소 한 마리 몰고
    여기까지 왔다
    소몰이 끈이 너덜너덜 닳았다
    골짝마다 난장 쳤다
    손목 휘어지도록 잡아끌고 왔다
    뿔이 허공을 치받을 때마다
    뼈가 패었다
    마음의 뿌리가 잘린 채 다 드러났다

    징그럽게 뒤틀리고 꼬였다
    정을 패대기쳤다
    세월이 소의 귀싸대기를 때려 부렸나
    쭈그러진 살 늘어뜨린 채 주저앉았다 넝마 같다
    핏발 가신 눈 꿈벅이며 이제사 졸리는가
    쉿!
    잠들라 운명.
    ☆★☆★☆★☆★☆★☆★☆★☆★☆★☆★☆★☆★
    《48》
    손톱

    신달자

    한번쯤은 할켜서 앙칼진 여자의
    성껄머리 보여 주고 싶었다.

    가라 가라 몸 안에서 떠 밀려
    드디어 손 끝에 다달아
    세상 앞에 드러난
    세상을 향한 나의 저항

    그러나 체질적으로
    저항은 조금만 길어도 불편해
    가위를 들여 대 잘라 버린다.
    그것도 잘 다듬으면
    날카로운 펜촉으로 도약
    몸 안에 오래 고인 진한 울화 배어나
    이 세상 어느 벽보판에 붉은 글씨 하나
    남길 수 있거나

    중심없이 흔들리는 세상을 겨냥한
    화살촉으로 키워도 좋으련만
    시원하게 입 한 번 떼지 못하고
    묵묵히 고요히 목이 잘린다.

    콕 찍어 피 한 번 내지 못하고
    으윽하고 소리 한 번 치지 못한 채
    유순한 침묵으로 굳어 잘리고 마는

    그러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멈추지 않고 자라나는
    여자의 숨은 반란.
    ☆★☆★☆★☆★☆★☆★☆★☆★☆★☆★☆★☆★
    《49》
    슬픔

    신달자


    슬픔을 가지고 논다.
    분칠을 벗긴 슬픔
    마알갛게 씻은
    슬픔은 예쁘다.

    다정한 슬픔
    소리없는 슬픔
    빈 주머니 속에서도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노는 슬픔

    양식보다 더 풍성히 쌓여
    슬픔은 부족하지 아니하다.

    나는 슬픔에게 교태를 부린다.
    슬픔은 나를 기르며 지배한다.
    늙지도 않고
    새로운 힘으로 태어나는 슬픔

    눈물도 아닌
    철망도 아닌
    치욕도 아닌
    오늘 슬픔은 예쁘다

    슬픔을 갖고 놀며
    슬픔을 잊는다.
    ☆★☆★☆★☆★☆★☆★☆★☆★☆★☆★☆★☆★
    《50》
    시간을 선물합니다

    신달자

    막 낳은 달걀 같은 알의 시간
    새해라는 따뜻한 이름을 선물합니다

    사람이 아닌 신의 이름으로
    축복의 햇살이 널리 퍼지는
    금물결 일렁이는
    새해라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높은 사람이나 낮은사람이나
    잘난사람이나 못난사람에게도
    고루고루 주어지는 신의 선물
    당신에게 새해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 시간 안에는 우주가 넘실거리고
    그 시간 안에는 아침과 밤이 출렁거리고
    그 시간 안에는 사람과 나무와 꽃이 피어납니다

    당신이 피어납니다
    당신이 피어날 때
    날마다 당신의 아침은 새해가 되고
    날마다 당신의 밤은 시간이 됩니다

    숨결 들리고 노래가 들리고 축가가 울려 퍼지고
    당신은 드디어
    생명의 열매로 충만합니다

    날마다 당신은 충만합니다
    당신이여
    진정으로 그런 새해가 되기를……
    ☆★☆★☆★☆★☆★☆★☆★☆★☆★☆★☆★☆★
    《51》
    심장이여 너는 노을

    신달자

    저녁이 노을을 데리고 왔다
    환희에 가까운 심장이 짜릿한 밀애처럼
    느린 춤사위로 왔다

    나는 그와 심장을 나눈 사이

    닿을 듯 말듯 불같은 입술로 내 가슴께로
    왔다 가면
    나는 절반의 심장으로 차가운 밤을 노래한다

    밤이 노을을 데리고 갔다
    노여운 기다림을 온 몸에 감고
    캄캄한 휘장을 던지며 빠른 춤사위로 갔다

    나는 그와 심장을 나눈 사이

    노을에는 내가 활활 타 오르고
    나에겐 노을이 광기처럼 잠자는 울음을 깨운다

    노을의 심장위에 내 심장을 포갠다.
    ☆★☆★☆★☆★☆★☆★☆★☆★☆★☆★☆★☆★
    《52》
    雅歌 아가 6
    신달자님

    해가 저물고 밤이 왔다
    그러나 그대여
    우리의 밤은 어둡지 않구나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어둠은
    물처럼 부드럽게 풀려
    잘 닦은 거울처럼
    앞뒤로 걸려 있거니
    그대의 떨리는 눈썹 한 가닥
    가깝게 보이누나
    밝은 어둠 속에
    잠시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나는 글을 쓴다
    첫 장에 눈부신 그대 이름
    절로 밝아오는 하나의 등불
    내 생의 찬란한 꽃 등이 켜진다
    ☆★☆★☆★☆★☆★☆★☆★☆★☆★☆★☆★☆★
    《53》
    어둠에게

    신달자


    편안하네
    어둠 베고 누워 어둠 덮으니
    좋다 이제야 너와 하나이네

    어둠에서 어둠으로
    그 어둠 비켜 가는 자리에
    더 큰 어둠 삭은 뼈 몇 개
    잡히던 그 어둠

    이제 환하게 안이 보인다
    분홍빛 끝이 잡힐 듯
    오래 같이 살아 내 몸에 닿으니
    투명한 물방울이 되네
    나의 삶 백치 한 덩이 어루만지며
    나를 쓰다듬던 나의 사랑
    그렇게 되기까지 먼 길을 왔네
    ☆★☆★☆★☆★☆★☆★☆★☆★☆★☆★☆★☆★
    《54》
    어머니

    신달자

    젊은 시절 아이들은 어리고
    나의 생활은 복잡하고 아팠다.
    그냥 고달픈 날 이었다고만 말해두자.

    그 시절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날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어머니는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아파하고
    비록 멀리서지만 눈물 흘리며
    같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좀 잤니?”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렸고, 근심으로 가득 찼다.

    나는 지금 어머니의 이 목소리가 그립다.
    늘 내 생활이 고단하고 버겁다고 믿었던
    어머니는 나만 보면 잠 좀 자라고
    애원하고 푹 쉬라고 애를 태웠다.

    가장 시원한 곳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제발 자라고, 꿈도 꾸지 말고 자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는
    이젠 정말 계시지 않는 것인가.

    나는 이미 이십 년이나 지난
    어머니와의 이별을 인정하지 못해,
    인생이 눈물나게 고달프면
    지금도 어머니 어머니, 부르며 가슴을 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지금도 좋은 일에는
    어머니를 덤덤하게 생각하면서도
    지쳐 쓰러져 통곡하고 싶은 우울한 날에는
    어머니를 간절하게 찾게 되는 것이다.

    “엄마!” 나는 지금도 자주
    이렇게 열 몇 살 된 계집아이가 되어
    어머니를 부르고 싶다.
    부르고 다시 부르고 싶다.

    어쩌다 그렇게 부르고 나면
    강력 비타민 몇 알 먹은 것보다
    더 힘이 나고 마음이 밝아진다.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속에서
    나는 자주 울고 싶은데,
    그때 가장 그리운 사람이 어머니다.

    “조심해라, 얘야. 저 피곤한 얼굴 좀 봐라.
    어이구, 어쩌나. 저녁 굶은 거 아니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어머니가 등을 대며 업히라고,
    얼른 업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곤 한다.

    “나 힘들어 엄마.”
    핸들에 얼굴을 묻고 나는 울먹인다.
    요즘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이십 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내 마음속에 살아 있고,
    지금도 나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힘을 얻고 있다.
    ☆★☆★☆★☆★☆★☆★☆★☆★☆★☆★☆★☆★
    《55》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 정지용 시 「향수」에서 인용.
    ☆★☆★☆★☆★☆★☆★☆★☆★☆★☆★☆★☆★
    《56》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신달자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나누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 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것에 초보자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익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
    《57》
    여자의 사막

    신달자

    주저앉지 마라 주저앉지 마라
    저기 저 사막끝
    푸른 목소리가 있으리니
    왼손이 오른손에게
    오른손이 왼손에게
    타이르고 다시 타이르는
    마지막 한순간의 절대의지

    발가락이 타들어가는
    죽음의 전선을 건너
    오직 닿아야 할 곳은
    그대 두손이 잡히는 곳

    떠나지 마라 떠나지 마라
    내 몸의 절판이 모랫벌에 묻힌들
    그대 앞에 당도하는
    이 생명은 꺼지지 않아.
    ☆★☆★☆★☆★☆★☆★☆★☆★☆★☆★☆★☆★
    《58》
    열애

    신달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 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 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나겠다.
    ☆★☆★☆★☆★☆★☆★☆★☆★☆★☆★☆★☆★
    《59》
    오래 말하는 사이

    신달자

    너와 나의 깊은 왕래를 말로 해왔다
    오래 말 주고받았지만
    아직 목이 마르고
    오늘도 우리의 말은 지붕을 지나 바다를 지나
    바람 속을 오가며 진행 중이다
    종일 말 주고 준 만큼 더 말을 받는다
    말과 말이 섞여 비가 되고 바람이 되고
    때때로 계절 없이 눈 내리기도 한다
    말로 살림을 차린 우리
    말로 고층 집을 지은 우리
    말로 예닐곱 아이를 낳은 우리
    그럼에도 우리 사이 왠지 너무 가볍고 헐렁하다
    가슴에선 가끔 무너지는 소리 들린다
    말할수록 간절한 것들
    뭉쳐 돌이 되어 서로 부딪친다
    돌밭 넓다
    살은 달아나고 뼈는 우두둑 일어서는
    우리들의 고단한 대화
    허방을 꽉 메우는 진정한 말의
    비밀 번호를 우리는 서로 모른다
    진정이라는 말을 두려워하는
    은폐의 늪 그 위에
    침묵의 연꽃 개화를 볼 수 있을까
    단 한 마디만 피게 할 수 있을까
    단 한마디의 독을 마시고
    나란히 누울 수 있을까
    ☆★☆★☆★☆★☆★☆★☆★☆★☆★☆★☆★☆★
    《60》
    자동옹주

    신달자

    바라만 봐도 몸이 저릿한 자동옹주를 아시나요
    악연인지 필사적 사랑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두 줄기가 서로 배배틀며 얽혀 능구렁이처럼
    서로 살을 파듯 엉켜
    자웅동주라고 부르는 나무가 있는 것인데요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둥근 정자 옆을 보느라면
    암수가 한 몸으로 아랫도리를 칭칭 감고 있는 것인데요
    서로 종(種)이 다른 나무들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가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몸을 섞은 것인데요
    슬프다 슬프다 어리둥절하다
    밑동만 얽히고 나뭇잎들은 서로 다른 잎을 피우고 있는 것인데요
    인간의 정욕 숨기고 싶지만 얽히고 싶은
    그 징그러운 외로움을 보고 싶거든
    소양강건너 청평사를 좀 가 봐요
    그 낯뜨거운 정사를 볼 수 있을 것인데요
    몸은 얽히고 생각은 다른 그 생각 따라 잎은 모양새가 다른
    그 소름 돋는 상것들…… 아니 정직한 그 인간적 나무를.
    ☆★☆★☆★☆★☆★☆★☆★☆★☆★☆★☆★☆★
    《61》
    적막이 나를 품다

    신달자

    안겨
    적막이 가슴을 열었다
    머뭇거리는 찬 손으로
    속옷까지 완전히 벗고 뛰어들어
    고요히 고요히 적막과 하나가 되어 보는
    겨울 오후
    이렇게 편안한 포옹은 처음이다
    깊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허공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이었던
    무엇이었는데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슬금슬금 사라지는
    바로 그때
    다시 적막이……
    ☆★☆★☆★☆★☆★☆★☆★☆★☆★☆★☆★☆★
    《62》
    종소리

    신달자

    종이 안에서 종이 울리는 것을 듣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종이 앞에서
    뜨거운 과욕의 갈망을 걷어 내는 순간
    울리는 종

    무거운 어깨를 늘어뜨리고
    넝마같이 귓전에 펄럭이는 소음을 지나
    해거름에 더욱 눈 찔리는 불빛들 헐떡이는
    울화처럼 치솟은 빌딩 숲을 걸어와
    간절히 마주하는 종이 앞에서

    맑은 랩으로 싸 얼려 놓은 순수라는 말
    두 손을 비벼 더운 사람의 기운으로
    풀어 녹이는 순간

    저 지하 층층 어둠 속에서 푸르게 다가와
    내 가슴에 울리는 종

    종 울린다.
    ☆★☆★☆★☆★☆★☆★☆★☆★☆★☆★☆★☆★
    《63》
    참 된 친구


    신달자

    나의 노트에 너의 이름을 쓴다.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이건 내가지은 이름이지만
    내가지은 이름만은 아니다.

    너를 볼 때
    이 이름의 주인공이
    너라는것을 나는 알았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나의 것'이라 하지않고
    '우리의 것'이라 말하며 산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라.
    너의 활짝 핀 웃음을 보게
    세상엔 아름다운 일만 있으라.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고싶은 일이 일어나도

    마음처럼 말은 못하는
    바보마음을 알아주는
    참된 친구가 있으니
    내 옆은 이제 허전하지 않으리.

    너의 깨끗한 손을 다오
    너의 손에도 참된 친구라고
    쓰고싶다.

    그리고 나도
    참된 친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
    《64》
    커피를 마시며

    신달자

    견디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신다.

    남보기에라도
    수평을 지키게 보이려고

    지금도 나는
    다섯번째
    커피 잔을 든다.

    실은
    안으로
    수평은커녕
    몇번의 붕괴가
    살갗을 찢었지만

    남 보이는 일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해서
    배가 아픈데
    아픈데

    깡소주를
    들이키는 심정으로
    아니
    사약(死藥)처럼
    커피를 마신다.
    ☆★☆★☆★☆★☆★☆★☆★☆★☆★☆★☆★☆★
    《65》
    파도

    신달자

    누가 저렇게 푸른 종이를 마구잡이로 구겨 놓았는가
    구겨져도 가락이 있구나
    나날이 구겨지기만 했던
    생의 한 페이지를
    거칠게 구겨 쓰레기통에 확 던지는
    그 팔의 가락으로
    푸르게 심줄이 떨리는
    그 힘 한 줄기로
    다시
    일어서고야 마는
    궁극의 힘
    ☆★☆★☆★☆★☆★☆★☆★☆★☆★☆★☆★☆★
    《66》
    허수아비 1

    신달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
    《67》
    헌화가

    신달자

    사랑하느냐고
    한마디 던져 놓고
    천길 벼랑을 기어오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높아지는
    아스라한 절벽 그 끝에
    너의 응답이 숨어 핀다는
    꽃, 그 황홀을 찾아
    목숨을 주어야
    손이 닿는다는
    그 도도한 성역
    나 오로지 번뜩이는
    소멸의 집중으로
    다가가려 하네
    육신을 풀어 풀어
    한 올 회오리로 솟아올라
    하늘도 아찔하여 눈감아버리는
    캄캄한 순간
    나 시퍼렇게 살아나는
    눈맞춤으로
    그 꽃을 꺾는다
    ☆★☆★☆★☆★☆★☆★☆★☆★☆★☆★☆★☆★
    《68》
    화장

    신달자

    속이 비었나봐
    화장이 진해지는 오늘이다.

    결국은 지워 버릴 속기(俗氣)이지만
    마음이 비어서 흔들리는
    가장 낮은 곳에 누운 바람이

    붉은 연지로
    꽃이 핀다
    아이섀도의 파아란
    물새로 날아 오른다

    안으로 안으로 삭이고만 살던
    여자의 분냄새
    여자의 살냄새
    대문 밖을 철철 흘러나가
    삽시간 온 마을 소문의 홍수로
    잠길지라도

    진해버려
    진해버려
    쥐 잡아 먹은 듯
    그 입술에 불을 놓아 버려

    결국은
    색과 향이 있는
    대담한 사생활은
    그저 이것 하나뿐.
    ☆★☆★☆★☆★☆★☆★☆★☆★☆★☆★☆★☆★
    《69》
    희망

    신달자


    초등학교 때 내 희망은
    교회첨탑의 높이
    새로 난 시멘트 다리의 폭이었다.

    그렇게 높게 그렇게 넓게

    서울 바람을 먹고
    대학 시절 방학에 내려가 본
    내 희망은
    주머니에 넣어도 모자랄
    그 높이 그 넓이였다.

    지금은
    다시 그 교회첨탑은 높기만 하고
    다리의 폭은 넓기만 한데
    거품 같은 세월은 나쁘지만 않아
    탐(貪)을 버리고 진(眞)을 찾는데
    손가락쯤 닳아도 아프지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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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 김이듬시모음 21편 김용호2020.11.09.1270
    310 이태수시모음 25편 김용호2020.11.09.800
    309 이남일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1.09.960
    308 김현태시모음 25편 김용호2020.11.09.1541
    307 전동균시모음 21편 김용호2020.11.09.1410
    306 정유찬시모음 25편 김용호2020.11.09.1351
    305 김영미시모음 25편 김용호2020.11.09.1000
    304 황규관시모음 30편 김용호2020.11.09.911
    303 김영숙시모음 12편 김용호2020.11.09.1261
    302 정일근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1.09.1220
    301 정세훈시모음 21편 김용호2020.11.06.1240
    300 오정방시모음 25편 김용호2020.11.06.1220
    299 송찬호시모음 30편 김용호2020.11.06.1661
    298 조용미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1.06.1311
    297 장세희시모음 20편 김용호2020.11.06.840
    296 김광섭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1.06.1091
    295 정성수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1.06.831
    294 신현림시모음 45편 김용호2020.10.31.1740
    293 김영춘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0.31.1011
    292 김명숙시모음 21편 김용호2020.10.31.1112
    291 송수권시모음 40편 김용호2020.10.31.1311
    290 박남희시모음 21편 김용호2020.10.31.1291
    289 박명숙시모음 20편 김용호2020.10.31.1270
    288 김진곤시모음 22편 김용호2020.10.31.1171
    287 송정림시모음 15편 김용호2020.10.20.1382
    286 정현종시모음 65편 김용호2020.10.20.1691
    285 최춘자시모음 25편 김용호2020.10.20.1231
    284 허석주시모음 30편 김용호2020.10.20.1101
    283 박소란시모음 20편 김용호2020.10.20.1431
    282 이성복시모음 45편 김용호2020.10.20.1411
    281 박서영시모음 20편 김용호2020.10.20.1401
    280 김경미시모음 50편 김용호2020.10.20.2281
    279 최영희시모음 61편 김용호2020.10.20.1541
    278 김기택시모음 55편 김용호2020.10.20.1961
    277 양애희시모음 21편 김용호2020.10.20.1301
    276 문매자시모음 6편 김용호2020.10.20.961
    275 서지월시모음 20편 김용호2020.10.20.1181
    274 이수익시모음 30편 김용호2020.10.20.1361
    273 서미숙시모음 11편 김용호2020.10.20.1081
    272 박성우시모음 20편 김용호2020.08.30.1902
    271 김명희시모음 25편 김용호2020.08.30.1941
    270 김강호시모음 41편 김용호2020.08.30.1462
    269 이재무시모음 41편 김용호2020.08.20.1841
    268 강인한시모음 50편 김용호2020.08.20.1871
    267 오규원 시 모음 35편 김용호2020.03.20.4795
    266 현미정시모음 50편 김용호2020.03.20.2915
    265 문성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20.03.20.2564
    264 송미숙시모음 10편 김용호2020.03.20.2294
    263 봄비시모음 89편 김용호2020.03.20.3444
    262 최정란 시 모음 20편 김용호2020.02.15.3436
    261 이정규 시 모음 25편 김용호2020.02.15.3166
    260 정해정 시 모음 15편 김용호2020.02.15.2454
    259 최문자 시 모음 31편 김용호2020.02.15.3353
    258 고재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20.02.15.6574
    257 길상호 시 모음 20편 김용호2020.02.15.5626
    256 최승자 시 모음 30편 김용호2020.02.15.2365
    255 나해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20.01.07.2514
    254 윤수천 시 모음 25편 김용호2020.01.07.2354
    253 박소향 시 모음 55편 김용호2020.01.07.2824
    252 문효치 시 모음 21편 김용호2020.01.07.2525
    251 강인한시모음 50편 김용호2019.12.05.27038
    250 최영미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9.12.05.3194
    249 1월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12.05.4354
    248 구재기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12.05.2454
    247 공석진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12.05.3477
    246 문인수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9.11.16.2635
    245 이향아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11.16.2497
    244 이문조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11.16.2445
    243 전혜령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9.18.3073
    242 하영순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9.18.3063
    241 노정혜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9.09.18.2654
    240 김윤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8.10.3007
    239 손택수 시 모음 33편 김용호2019.08.10.2375
    238 이규리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8.10.2516
    237 주명옥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8.10.2274
    236 최봄샘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8.10.2743
    235 박인걸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9.08.10.3653
    234 친구에 대한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8.10.5139
    233 윤의섭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8.10.2211
    232 문태준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8.10.55714
    231 강연호 시 모음 47편 김용호2019.07.25.4013
    230 김수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7.25.2084
    229 김인숙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7.25.2593
    228 박광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7.25.2383
    227 서유주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7.25.2422
    226 최영애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7.25.2283
    225 주일례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9.07.25.2362
    224 신미항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9.07.25.2461
    223 안광수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9.07.25.2281
    222 박종영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7.25.2072
    221 박남준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7.25.2343
    220 정용철시모음 21편 김용호2019.06.01.2767
    219 김지순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6.01.2344
    218 이문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3145
    217 김동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21916
    216 김재진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3274
    215 이성지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6.01.2666
    214 김명인시모음 65편 김용호2019.06.01.2517
    213 이길옥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6.01.2427
    212 윤기명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2074
    211 이명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6.01.2344
    210 김덕성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3271
    209 찔레꽃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9.06.01.2712
    208 이기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3522
    207 임은숙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2473
    206 김석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2424
    205 류인순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5.15.4006
    204 안경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4843
    203 이병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43413
    202 김정래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9.05.15.37143
    201 정미화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2.17.49310
    200 정연화시모음 75편 김용호2019.02.17.40313
    199 오광수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2.17.60112
    198 오순남시모음 20편 김용호2019.02.17.37452
    197 지소영시모음 35편 김용호2019.02.17.3344
    196 박고은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1.01.5125
    195 곽승란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9.01.01.3355
    194 양성우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3336
    193 함민복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4165
    192 강문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1.01.3365
    191 이윤학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1.01.3905
    190 서명옥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11.10.4389
    189 박소정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4176
    188 한효상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11.10.4136
    187 첫눈 시모음 35편 김용호2018.11.04.3684
    186 고은영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10.25.3686
    185 권규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3388
    184 김현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34614
    183 김설화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3325
    182 김영국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3565
    181 나태주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10.25.4457
    180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3469
    179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3654
    178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2934
    177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3134
    176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3744
    175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53337
    174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44418
    173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51416
    172 윤보영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05.24.51713
    171 안국훈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5.24.61326
    170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5275
    169 안성란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8.05.24.50710
    168 남궁선순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3753
    167 윤재석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37611
    166 임두환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3757
    165 송영수 글 모음 4편 김용호2018.05.24.3809
    164 신팔복 글 모음 18편 김용호2018.05.24.3636
    163 한숙자 글 모음 23편 김용호2018.05.24.3847
    162 김상영 글 모음 8편 김용호2018.05.24.3339
    161 임숙현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04.22.19539
    160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6467
    159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55913
    158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64544
    157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90513
    156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63014
    155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5058
    154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5518
    153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51717
    152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4849
    151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4658
    150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3012
    149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4208
    148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45114
    147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64213
    146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62212
    145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54414
    144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47412
    143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75715
    142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45818
    141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47710
    140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56811
    139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47311
    138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44312
    137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39510
    136 십자가시모음 35편 김용호2018.02.05.42816
    135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43712
    134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43013
    133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48112
    132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45310
    131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60416
    130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63517
    129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58121
    128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58913
    127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59015
    126 조미하 시 모음 65편 수정김용호2018.01.19.61616
    125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76533
    124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81120
    123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73418
    122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33723
    121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74927
    120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89021
    119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114525
    118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84629
    117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97943
    116 이필종 시모음 35편 김용호2016.12.13.129457
    115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624107
    114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552204
    113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584114
    112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2089376
    111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860215
    110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696280
    109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2226178
    108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2342312
    107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775187
    106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476201
    105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184189
    104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918405
    103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309240
    102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652307
    101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252338
    100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2154381
    99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80195
    98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200236
    97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2037141
    96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191192
    95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525138
    94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182229
    93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449216
    92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248137
    91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730283
    90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965108
    89 구연배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1179263
    88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1155200
    87 선미숙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0.07.1224177
    86 이병율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07.1498214
    85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1049173
    84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1069175
    83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1122156
    82 문병란 시 모음 33편 김용호2014.10.07.1122184
    81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175276
    80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1004219
    79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989210
    78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1106456
    77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1083250
    76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1148136
    75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482320
    74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155205
    73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426179
    72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559319
    71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509183
    70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546324
    69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813335
    68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235368
    67 손해일시모음 41편 김용호2014.07.05.3245210
    66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2009267
    65 이운룡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03.01.2506345
    64 호호석시모음 29편 김용호2014.03.01.1895183
    63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2005163
    62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962299
    61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920742
    60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6054566
    59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515647
    58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6157671
    57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297700
    56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774377
    55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301294
    54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583264
    53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3031267
    52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4029555
    51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861376
    50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313248
    49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541349
    48 피천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5.07.29.3859526
    47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508340
    46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309269
    45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943358
    44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594275
    43 김소월 시 모음 31편 김용호 2005.01.05.7173325
    42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24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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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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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81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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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2151328
    30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493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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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305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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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830403
    1 여명 문학 회칙  여명문학2004.01.25.19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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