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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봄샘 시 모음 50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8.10. 23:37:51   조회: 145   추천: 2
    여명문학:

    최봄샘 시 모음 50편
    ☆★☆★☆★☆★☆★☆★☆★☆★☆★☆★☆★☆★
    《1》
    가리라

    최봄샘

    전장터의 꼬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늪은 안식처일 수 없다
    거만한 물줄기로 밀려오는 파도앞에
    날마다 허물어지던 자존심

    가리라
    한번만 날아보자고
    벌레울음 삼키며 그토록 날개짓 하면 할수록
    거미줄에 휘감기던 이 기슭 박차고 가리라

    겨울이 진군해 오기 전
    스스로 떠나야 한다는
    속삭임이 뼈가 되어 일어서는 밤
    어둠살 속 깊이 손 뻗어
    불빛 하나 휘어잡고 가리라

    가리라,
    햇살이 빗어 내리는 가지마다
    붉게 열릴 찬란한 마지막 향해
    짐승의 포효마저 채찍질하며
    너울 너울 그렇게 나는 가리라
    ☆★☆★☆★☆★☆★☆★☆★☆★☆★☆★☆★☆★
    《2》
    가을꽃

    최봄샘

    기다림 하나로 목축이며
    펄럭이던 청춘의 깃발 마름 지어
    단풍물 고운 옷 지어 입고서
    느슨한 오후를 밟고 선 뜨란에
    불혹 비추이는 햇살이 고맙다

    산다는 것은
    찬서리 내리기 전
    어지러운 발자욱 지워내며
    건조해지는 피부에 유효기간 알 길 없는
    수분 화장품을 곱게 먹이며
    맘씨 좋은 꽃 한 송이 피워내는 것이려니
    ☆★☆★☆★☆★☆★☆★☆★☆★☆★☆★☆★☆★
    《3》
    거울아 거울아

    최봄샘

    티끌 한 점 지나칠 수 없는 결벽증인가
    두 눈 마저 가리고 싶어
    아니 차라리 눈알맹이를 꺼내 씻어내고 싶어

    두 눈이 쓰라려도
    보이는대로 담아줘야 하는 이 굴욕
    그럴싸한 껍데기에 싸인 썩은 내장들을
    차마 어찌 다 비추이랴

    술레잡기 술레잡기
    어지럽다
    깨지면 그만인 몸
    끝 없이 자라나는 혀를 잘라내며
    그저 눈앞에 비춰지는 것들만
    믿어 주기로 질끈 눈 감아 버린다

    잘라낸 혀들이 붉은 울음 우는 밤
    꾹꾹 밟아대며 거울앞에 서보는 여자
    하, 빛깔만 먹음직한




    ☆★☆★☆★☆★☆★☆★☆★☆★☆★☆★☆★☆★
    《4》
    겨울 나무

    최봄샘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여자를 감싸는 햇살 밟으며
    오고야 말았다
    그는

    그 남자가 여자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낸다
    흩어진 옷가지들
    어지러운 초겨울 언저리에
    망부석이 된 그녀

    한 세월 누군가의 뜨거운 그림이었던
    한 시절 누군가의 시원한 그늘이었던
    이제는
    다 비워진 여인

    삭정이가 되어버린 가슴에도
    돌아올 그님 있어
    둥지 트는 북풍마저 음미하며
    저리도 도도한가
    ☆★☆★☆★☆★☆★☆★☆★☆★☆★☆★☆★☆★
    《5》
    겨울나기 1

    최봄샘

    빈혈기로 비틀대며
    내려와 부딪히던
    햇살의 몸부림도
    잠시 잠든 밤

    마른 바람이 몰고 오는
    북극 소식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며
    겨울 가지에 걸어 둔
    작은 둥지에
    알을 품고 기다리는
    봄바라기 작은 새

    아랫목에 묻어 둔
    설익은 봄
    살짝 들춰 보기도 하며
    깃털마다 숨겨 둔 불씨들
    하나씩 꺼내 먹는다
    ☆★☆★☆★☆★☆★☆★☆★☆★☆★☆★☆★☆★
    《6》
    겨울나기 2

    최봄샘

    문풍지를 바른다
    틈새마다 스며들어
    찔러 대는 바람에도
    오늘은
    imp 폭풍에 삭으러 들고

    아랫목에 묻어 둔불씨 하나
    다독 다독이며 문풍지를 바른다
    동상 같은 짐꾼들
    쭈그린 모퉁이마다
    힘 찬 심장 소리 담아
    누구인가 실어 보내는 노래
    봄은 멀지 않다네
    봄은 그리 멀지 않다네
    ☆★☆★☆★☆★☆★☆★☆★☆★☆★☆★☆★☆★
    《7》
    그 여자의 시

    최봄샘

    떨리는 손으로
    핀셋을 들고
    어질러진 나사들 하나 하나
    눈물에 씻어
    비워낸 가슴에 조립 한다

    억눌린 아픔의 휴화산에
    불 당겨지면
    굳어 있던 붉은 혀들
    무녀가 되어 흐느적인다

    오늘밤도 어딘가 어긋나기도 하는
    부품들을 달래다보면
    또 다른 분신들을 만나
    도피자의 호수에
    몸을 던진다

    우산도 없이
    빗물에 젖어버린 날
    잘 달구어진 언어들 앞에서
    몸을 쪼이며
    조을기도 한다
    ☆★☆★☆★☆★☆★☆★☆★☆★☆★☆★☆★☆★
    《8》
    금지 된 인연


    최봄샘

    가슴속에 냇물이 흐른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면
    하루의 발걸음 무거울 때
    깊은 밤 문득 잠에서 깼을 때
    같이 할 수 없는 아픔
    쉼 없이 솟아나는 그대 생각에

    저 꽃구름에 실어 둔
    목숨같은 바램들
    아주 조금밖에 못 보여준 마음
    눈물은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될 줄이야

    가고 또 가도 이을 길 없어라
    가슴에 아직 남은 체온
    다시 만나는 날까지 잊을까봐
    아니 그런 날 오지 않을지도 몰라

    긴밤 지샌 한 송이 야생화같은
    그대 모습 흐린 달빛에 지워질까봐
    한 자루 촛불 밝혀 지새는
    가슴에 뜨거운 강물 흐른다.
    ☆★☆★☆★☆★☆★☆★☆★☆★☆★☆★☆★☆★
    《9》
    꿈꾸는 애벌레

    최봄샘

    내일을 기약하지 못한 꽃밭에
    밤이슬 내리면
    금속성 달빛 타고 내려온 검은 바리톤
    잿빛 뇌관을 건드린다

    내장 쥐어짜는 섹소폰 울음
    희뿌연 공간에 부서지는
    허물 같은 비명
    왜 나는 나비가 되지 못하는가?

    오늘밤도 깨지 못한 껍데기에 갇혀
    발작하는 보랏빛 히스테리가
    달빛에 끌려간다
    휘청거리다 자지러진다

    그림자도 없는 애벌레 몸짓,
    왜 나는 나비가 되지 못하는가?
    ☆★☆★☆★☆★☆★☆★☆★☆★☆★☆★☆★☆★
    《10》
    나의 아침

    최봄샘

    햇살이 두드리는
    창문을 열면
    이슬 떨며 반기는 이름 하나
    반짝이는 두 손 내밉니다

    밤새 고뇌하던 젊음도
    넘쳐서 흐르던 강물도
    꿈을 잉태하는 바다로 태어나는 아침

    작은 깃 여미며 올리는 첫 기도
    메마른 등허리 다독여주는
    님의 손길에 뜨거운 파문입니다

    오늘도 나는 한 그루 해바라기
    고개 숙인 심호흡에
    기지개 켜는 낯익은 꿈이
    어느새 다가와 서 있습니다
    ☆★☆★☆★☆★☆★☆★☆★☆★☆★☆★☆★☆★
    《11》
    내 이름은

    최봄샘

    햇살이 미끄럼 타는 창가에서
    호수를 마십니다

    팔도 잘리우고
    다리마저 잘리우고
    족보마저도 잃어버린 나
    나의 님은 오늘도
    꽃을 피워내라
    꽃을 보여달라 하십니다

    뿌리내릴 그 날까지 나 달려가는 거야
    꽃 피울 그 날이 저기 달려오고 있어
    부활하는 그 날이 오는 거야
    토막 난 내 몸뚱이
    나비처럼

    멍에가 꽃으로 환생할 그 날까지
    행운을 부르는
    내 이름은
    내 이름은 행운목입니다
    ☆★☆★☆★☆★☆★☆★☆★☆★☆★☆★☆★☆★
    《12》
    두 얼굴

    최봄샘

    내 가슴에는
    두 개의 심장이 뛴다
    창가에 부딪히는 낙엽소리에도
    흐느껴 우는 한 쪽과
    제욕심만 채우려는 무딘 한 쪽
    철 없이 잘도 뛰고 있다

    달도 별도 꿈속에 잠긴 밤
    지킬과 하이드의 전쟁에
    터질 듯한 이 가슴

    하나의 심장만 갖고싶은
    소원 하나가 반짝
    어둠속에 스러진다.
    ☆★☆★☆★☆★☆★☆★☆★☆★☆★☆★☆★☆★
    《13》
    뜨락에서

    최봄샘

    이 너른 세상천지에
    아주 작은 귀퉁이 조각 하나
    내게도 있다는 것
    얼마나 가슴 벅찬 축복인가
    키 작은 몇 그루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고 새들 깃드는 낮은 공간

    봄여름 가을 지나며
    겨울도 지나는
    때론 폭우에 씻기우고 바람이 할켜도
    시가 자라나고 노래가 머무는 자리
    꽃불 밝혀드는 그대가 있어

    탕자의 도시를 맴돌다
    눈 감아도 눈을 떠도
    돌아오면 언제나 이 자리
    내 영혼의 선착장
    ☆★☆★☆★☆★☆★☆★☆★☆★☆★☆★☆★☆★
    《14》
    막내딸 입학식 날에

    최봄샘

    불 하나 더 밝혀 놓고
    지켜보아야 할 손바닥만한 모습
    새 책가방 어루만지며 기다리던 날
    헤집어진 가슴 다독이며 오늘은
    그 작은 코에 조금 더 큰 멍에를
    바꿔 끼워 주었다

    32년전 그 날
    개나리 진달래 서둘러 달려 올 때
    뻐꾸기 노래 소리 어린 잠깨 우니
    하얀 수건 가슴에 달아 주던 우리 엄마
    그렇게 날 바라보셨지
    바다 만한 학교 마당 허연 서릿발을
    붕어빵 같은 두 발로 밟고 가던 계집아이
    아직도 운동장 한 가운데서
    노느라 바쁜 그 계집아이를
    흰눈 내린 머리카락 빗으며 지켜 주신다
    지금 내가 따라가고 있는 저편 길목에서
    ☆★☆★☆★☆★☆★☆★☆★☆★☆★☆★☆★☆★
    《15》
    먹이

    최봄샘

    찐밤을 까먹는다
    우유빛 형광등 아래서

    갈 빛 짙어 가는 도척 마을 야산
    풀잎 사이 혹은 마른 돌틈
    매끄러운 몸 빛나던 아람 밤톨들

    한 톨 한 톨 탄성마저 주워담던
    두 아이와 함께 초저녁 TV를 보며
    보오얀 살점을 파먹는다

    아빠는 아직 부재중
    무거운 눈꺼풀 아래로
    잠깐 다녀온 꿈속여행
    그 산 속 다람쥐 네 식구
    먹이 찾아 헤매고 있었다.
    ☆★☆★☆★☆★☆★☆★☆★☆★☆★☆★☆★☆★
    《16》
    메아리

    최봄샘

    수화기를 든다
    손가락 핏줄 속 깊이
    흐르고 있는 너의 번호
    열리지 않는 문을 노크하듯
    안타까움 안고 단추를 누른다

    길고 긴 선 저 끝
    아직 대답 없는데
    달도 별도 뜨지 않는 시커먼 하늘에
    아픈 비명만 질러대는
    죄 없는 벨소리

    또 다시 전화를 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
    《17》
    목련꽃

    최봄샘

    무어 그리 급해서
    일찍이도 성급히 얼굴 내미느냐

    아직 채 더워지지 않은 가슴에
    긴긴 기다림이 익어 부풀어
    꽃등불 되었느냐

    너의 향기 따라
    나의 님이 오시는 구나
    너의 길을 따라
    나의 노래도 돌아오는구나
    ☆★☆★☆★☆★☆★☆★☆★☆★☆★☆★☆★☆★
    《18》
    바닷가 노을 즈음

    최봄샘

    저만치 지친 태양이
    붉은 유언을 쓰고 있는
    바닷가 노을 즈음

    시한부 해안선 끝
    껍데기만 남은 바닷고둥 하나
    어디서부터 떠밀려 왔는지
    구토하며 누워 있구나

    반백년 비워낸 몸뚱이
    바다의 혀가 핥다 가면
    치열했던 모래톱의 기억들이
    멀미를 한다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들



    따라온다
    ☆★☆★☆★☆★☆★☆★☆★☆★☆★☆★☆★☆★
    《19》
    밤비

    최봄샘

    북소리가 울린다
    속살까지 헤집고 드는
    탄식의 굿판
    망각의 주사액을 꽂아둔 환부가
    다시 욱씬거린다

    잡초처럼 꺾이고 밟혀도
    가슴에 뼈 하나 세우며
    꿈을 깁던 투명한 밤들
    달려와 유리창에 부딪치며
    '일어나라, 일어서라'
    부르고 있다

    화석이 되어버린 기억들이
    껍질을 깨는데
    어둠속에서 커다란 손이 나와
    밤의 난파선을 쓰다듬는다

    지금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
    《20》
    벗꽃놀이

    최봄샘

    춘야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
    달착지근한 훈풍에 춤 추기 시작하면
    모든 창문들은 입 벌려
    이거리를 삼킨다

    꼬리 치는 옷자락에
    끌려가는 마당쇠들
    이미 그녀 살내음에 몸이 녹아
    송두리째 녹아

    꽃비에 물 오른 춘정







    흩뿌린다
    ☆★☆★☆★☆★☆★☆★☆★☆★☆★☆★☆★☆★
    《21》
    봄 봄이잖아요

    최봄샘

    이제 눈을 떠 일어나 봐요
    겨우내 봉해 두었던 창문 열어요
    개나리 목련 진달래...
    꽃들을 먼저 보여 주시는
    그 분의 향기가 온 천지에
    내려오고 있어요

    떠나지 말아요
    가던 발걸음 다시 돌려봐요
    저기 꽃이 지던 자리
    저기 구름 울던 자리
    초록물빛 들이며
    그대 숨결 기다리잖아요
    그대 손길 기다리잖아요

    이젠 그 눈물도 닦아요
    봄이예요
    꽁꽁 숨어 울던 강물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던 소녀도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불던 소년도 초록빛 웃음 싣고 달려오는
    그리도 기다리던

    봄이잖아요
    ☆★☆★☆★☆★☆★☆★☆★☆★☆★☆★☆★☆★
    《22》
    봄밤

    최봄샘

    어느 여인네 시장 보따리에 실려서
    냉이 한 웅큼 넣은 토장국 내음 가득한
    그 집에 스며들었다.

    작은 뜨란에
    달큼하게 모여드는 바람결 따라
    하나 둘 채색되는 흑백 사진들이 전하는
    오래 된 이야기 엿들어 본다

    먼 나라에서 달려온 별들
    등불같은 이름 하나씩 지어질 때
    오래 묵힌 실타래
    한올 한올 풀어가는 봄밤
    생과부 농익은 한숨에 꽃멍울들 터진다.
    ☆★☆★☆★☆★☆★☆★☆★☆★☆★☆★☆★☆★
    《23》
    비 개인 어느 날 오후

    최봄샘

    한바탕 소낙비의 단 입김이
    아직 창가에 묻어 있는
    거실에 앉아
    찻잔 속에 담긴 하늘에
    나를 포갠다

    수채화 물감을 맑게 풀어놓은
    샘물 같은 한 폭 그림
    그새 목욕을 마친 숲 속에선
    떠나는 여름을 붙잡고
    떼를 쓰는 듯한 매미들 노래

    사람이 그리워
    정녕 사람이 그리워
    이 시간 나의 바램은 하나
    이마를 맞댄 집집마다
    오늘밤엔 온 세상 밝힐
    등불 내어 걸리길
    ☆★☆★☆★☆★☆★☆★☆★☆★☆★☆★☆★☆★
    《24》
    비에 젖어

    최봄샘

    어지러운 장단에
    맨몸으로 춤 추는 하룻밤 축제
    그 열기에 마취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심장에
    최면을 건다

    그 언젠가 나 스스로 짖이겨버렸던
    꽃잎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나
    떠다니는 습기 가득한 공간
    모태속 태아처럼 유영 즐기다
    일기장 갈피에서 소리치며 달려오는
    하얀 그 이름이여

    다 녹지 못하고
    생살 뚫고 나오는 얼음조각들
    숭숭 구멍 난 가슴에
    다시 쓸어담는다

    이제 그만
    안개 검은 저 바다에
    투명한 점 하나로 부서지련다.
    ☆★☆★☆★☆★☆★☆★☆★☆★☆★☆★☆★☆★
    《25》
    비와 여인

    최봄샘

    시한폭탄같은 비를 품고도
    웃고 있는 하늘
    거울앞에 오래 앉아
    화장하는 여인의 가슴엔
    묻어둔 이야기들 두꺼운 세월 뚫고
    뾰족이 얼굴 내민다

    비가 쏟아지겠지
    조금 더 찐하게
    빗물에 씻겨버릴지도 모르니까
    조금 더 야하게
    널 만날것 같으니까
    백치 여백은 들키고 싶지 않아
    장미빛 입술로 선명하게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

    영화처럼
    빗물 가득한 거리에서의 해후라면
    지워질지도 모를 이 가면
    그래도 더 두껍게
    색체를 입혀야지

    ☆★☆★☆★☆★☆★☆★☆★☆★☆★☆★☆★☆★
    《26》
    비워내기

    최봄샘

    진공 유리 상자안
    혼자이다
    그리도 입안을 찌르던
    한 마디 혓바늘마저 뽑아버린다

    부러진 초침을 헤아리며
    너를 기다리는 것
    나를 갉아 허기지게도 했지만
    한 톨 자존심마저 바스러뜨린다

    비로서
    떨리는 평온
    바람 한 점 일지 않는
    배반이 감미롭다
    ☆★☆★☆★☆★☆★☆★☆★☆★☆★☆★☆★☆★
    《27》
    빈 의자

    최봄샘

    나 지금 이렇게 가난하여도
    너를 위한 의자 하나만은
    준비하고 있어
    잿빛 바람만 일렁이던 그 거리에서
    네가 주었던 꽃 한 송이
    아직 향기로 머물고 있어
    곡예사로 살아오는 가시밭길에서도
    뜨겁게 타오르는
    한 줄기 염원 있었지
    너와 나의 영혼에 낀
    푸른 이끼 씻어내고
    희디흰 뼈끼리 부빌수 있기를

    그리움보다 더 붉은
    노을이 울어 울어
    나 이렇게 가난하여도
    저린 가슴 언저리에 돋아나는
    네 이름에 물을 준다
    ☆★☆★☆★☆★☆★☆★☆★☆★☆★☆★☆★☆★
    《28》
    사람아

    최봄샘

    사람아 우리
    이슬비가 되자
    끝 모르는 까만밤
    등불 하나 밝혀놓고
    기다림으로만 목 축이며
    견디는 이의 타는 대지에
    촉촉히 뿌려 주는 이슬비가 되자꾸나

    사람아 우리
    강물이 되자
    퍼렇게 멍 든 세월 안고
    수많은 플랑크톤 가슴에 키워주며
    번뜩이는 겨울의 칼날앞에서도
    그저 꿈 꾸며
    님의 품으로 흘러만가는
    강물이 되자꾸나

    사람아, 사람아 우리
    강가에 젖줄 문
    키 작은 나무가 되자
    끓어 오르는 바램일랑
    잎새로 내어달고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지막 계절의
    키 작은 나무가 되자꾸나,
    ☆★☆★☆★☆★☆★☆★☆★☆★☆★☆★☆★☆★
    《29》
    새장 속의 작은 새

    최봄샘

    눈물도 태워 버리던
    전성기의 노래들
    지금 허공에 묶인 채 녹슬고
    굳게 잠겨진 몸 바라보며
    갉아 먹히는 가슴
    점점 굳어 버리는 날개에
    그냥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살점 뜯기는 고문

    쪼아야 할 것을 쪼지 못한 채
    세월의 볼모에 잡혀
    무디어 가는 부리
    새벽을 단단히 싸고 있는
    껍질만 쪼아댄다

    ☆★☆★☆★☆★☆★☆★☆★☆★☆★☆★☆★☆★
    《30》
    숲속 연가

    최봄샘

    들린다,
    싱그러운 바람결같은
    그대 속삭임

    태고적 목소리로 문 열며 반기는
    품속에 안기면
    혼자라도 외롭지 않아
    내 조그만 모습은
    한 폭 하늘에 그려놓고
    머언 옛날로 돌아가
    때 묻은 옷 벗어버리면
    한그루 나무 되고
    한마리 작은새가 되네

    세월 칼날 견디어 온 축축한 본능도
    어느사이 둥실 떠가는 솜구름 되니
    무겁던 허울마저 한 줄기 바람이 씻어가네
    그대에게 차마
    고백할 수 없었던 이야기
    여기 나뭇잎 엽서에 띄워보내오
    ☆★☆★☆★☆★☆★☆★☆★☆★☆★☆★☆★☆★
    《31》
    여자 40세

    최봄샘

    오랜지빛 립스틱 바르고
    시리워지는 강가에 서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치맛자락을 흔드는 소금 바람

    울안에 가두었던 이름들
    안부를 물어 보며
    갈색 향에 취할 수 있는
    한 잔 여유 속에서도 문득 젖어 오는
    푸른 깃발의 아우성

    날카로운 본능마저도 느슨해지는
    늦여름 햇발 아래
    아직은 설익은 열매들
    가지마다 흔들리는데
    조심조심 디디고 가야 할 계절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얼굴로 다가오는
    당신이 있다
    ☆★☆★☆★☆★☆★☆★☆★☆★☆★☆★☆★☆★
    《32》
    연가

    최봄샘

    이세상 모든 잎새에 맺힌
    이슬을 다 모아
    그대 빈 잔에 채워 드리오리다
    그대 옷깃에 스치는
    한줄기 바람 되어 볼까요
    그리움 닮은 달빛이나 되어
    그대 창가에 머물러 볼까요

    지새운 밤들의 깃털 뽑아
    이 마음 올올이 뜨개질하여
    그대 목에 걸어 드리오리다

    멍 든 덩어리 가슴에 매단채
    걸어 온 청춘 언덕에
    내 상처를 딛고 피어난 꽃이여
    이대로 영영 푸른 이불 덮고 잠 든다해도
    그대는 내 잠 속에 내리는 꽃비
    전설 어디에서부터 시작 된 이야기

    그대 가슴에
    마지막 푸른 잎새 되리
    눈물에 물감을 풀어 쓴 이 편지
    이 노래를 당신께 드리오리다.
    ☆★☆★☆★☆★☆★☆★☆★☆★☆★☆★☆★☆★
    《33》
    연습

    최봄샘

    오늘도 바라본다
    붉은 아지랑이 저편
    아직 높기만 한 봉우리

    꿈속에서도 곤두박질 치던
    나의 목걸이는
    명동 거리 한 복판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고

    더 작아지지 않는 몸
    바늘구멍에 디민다
    비곗살 빼야 한다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

    그저 연습에 지쳐 버린
    시계 바늘마저도 어둠을 안고
    비틀거리는데 그림자처럼 찾아오는
    하얀 속삭임이여
    ☆★☆★☆★☆★☆★☆★☆★☆★☆★☆★☆★☆★
    《34》
    연필

    최봄샘

    체중이 줄어듭니다
    뾰족한 성깔도 무디어 가느라
    그토록 검은 핏물 흘릴 때는 빈혈마저
    슬픔의 퇴로를 차단합니다

    또깎입니다
    짧아지는 내 키만 큼씩 오그라드는 명줄
    뼈 속 깊은 곳에선 머언 숲 속의
    푸르던 전설이 꿈틀거립니다

    어느 모퉁이에 버려져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일
    모멸 덩어리 이 몸뚱이 버려짐의 그림자를
    베고 누워 눈을 감은 채 오직 작아지는
    기쁨을 생각하지요

    마침내 달콤한 어둠에 손 흔들며 흙으로
    돌아가는 날 꿈속 그리던 님의 품에 안기리니

    고향은 언제나 내 심지 속에 별이 되어
    반짝 입니다
    ☆★☆★☆★☆★☆★☆★☆★☆★☆★☆★☆★☆★
    《35》
    오늘 하루도

    최봄샘

    새로운 스케치북 한 장 넘깁니다
    이 아침 카푸치노 거품처럼
    설레임 향기에 젖어 붓을 듭니다

    내가 만나게 될 이웃들, 시간과 공간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날이요
    내일 열릴 더욱 실한 열매들 그리며
    이 하루도 알찬 작품 만들게 하소서

    오늘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이들이게 하시고
    설사 그러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들을 뜨거운 가슴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으스름 저녁 시간엔
    아가의 첫 걸음마 회복시켜 주시고
    꽃잎처럼 하루 접을때
    사뿐히 당신품에 안기게 하사
    오늘보다 더 꽃다운 내일을 그리며
    순백의 기도 올리게 하소서
    ☆★☆★☆★☆★☆★☆★☆★☆★☆★☆★☆★☆★
    《36》
    일출

    최봄샘

    끈적끈적
    피부에 묻어 나는
    하룻밤 흔적 지우며
    잘 포장된 미련
    겨드랑에 숨긴 채
    흑암의 자식들
    젖은 몸 구부려
    떨고 있구나

    밤새 허연 이빨 깨물며
    이 세상
    모든 먹물 다 마시느라
    허공을 쥐어뜯으며
    뒤틀리던 바다는
    지금
    옥동자를 낳는다
    ☆★☆★☆★☆★☆★☆★☆★☆★☆★☆★☆★☆★
    《37》
    저녁 식탁

    최봄샘

    겨울을 잔뜩 부려다 놓고
    앞마당 뒷마당 지키는
    심통 사나운 바람에도
    우리의 저녁은 포근하다

    작은 울타리에
    우리 네 식구
    하루의 먼지
    서로 털어주며
    저녁 식탁에 둘러앉으면
    일상의 오만가지 티끌들마저
    꽃이 되고 별이 되지

    삶의 중심점 위에 서서
    온 마음 모은 작은 손으로
    저녁상 차리노라면
    오늘도 쉴 곳 찾아
    창가에 서성이는
    어둠 한 줄기마저
    불러들여
    함께 하고프다
    ☆★☆★☆★☆★☆★☆★☆★☆★☆★☆★☆★☆★
    《38》
    조약돌

    최봄샘

    바닷가 기슭
    꿈 꾸는 악동
    밀려오는 파도에
    이리 씻기고 저리 깎이며
    반짝이는 꿈속에 산단다

    바람이 들려주는 세상이야기
    모든것 다 아는듯한
    푸른 하늘의 미소
    때론 짓궂은 햇빛에
    몸이 뜨거워 뒤채도
    소낙비가 식혀주기도 하지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와도
    더욱 반짝이는 꿈속에 산단다
    ☆★☆★☆★☆★☆★☆★☆★☆★☆★☆★☆★☆★
    《39》
    찬 양 제

    최봄샘

    어찌 두 손을 모으지 않으리
    어찌 두 눈을 감지 않으리
    가장 높은 곳 향하여
    두 손 높이 드는 자의 눈동자는
    천년 깊은 바닷속 흑진주보다 빛나
    무아세계로 침전하는 사리들

    병든 상처마다
    씻어주는 폭포수위에
    천사들 날개는 더욱 빛나고
    비로서 여기
    먼지같던 피조물들 목소리가
    찬란한 메아리 생명을 얻는다

    주여
    이 순간을 멈추게 하소서
    양털보다 포근한 당신품에서
    상처투성이 내 영혼이
    꿈을 꾸나이다
    ☆★☆★☆★☆★☆★☆★☆★☆★☆★☆★☆★☆★
    《40》
    첫눈

    최봄샘

    반가운 편지가 온다

    잘 있느냐고
    잘 지워냈느냐고
    지금 그 나라에도 하얀 잔치가
    펑펑 열리고 있다며,

    아리랑 고개에서 첫눈 맞이하는 저녁
    커피숍 통유리창에 비치는 그 여자,

    지워져 가던 기억들이 솜옷을 입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하얀 편지가 가슴에 쌓이기 시작한다

    이젠 제발 놓아 달라고
    아프지도 아파하지도 말라고
    메아리 치는 편지는 자꾸만 자꾸만
    아직 어지러운 그녀 가슴에 내린다

    아리랑 아리랑 고개에서
    ☆★☆★☆★☆★☆★☆★☆★☆★☆★☆★☆★☆★
    《41》
    촛불

    최봄샘

    종말을 향한
    화려한 출발
    산화라는 살과 뼈
    향내에 질식하는
    음모의 싹들
    태워 버린 검은 베일의
    허물만 굳어 있다

    종점은 언제나
    완전한 어둠뿐
    ☆★☆★☆★☆★☆★☆★☆★☆★☆★☆★☆★☆★
    《42》
    커피 한 잔의 그리움

    최봄샘

    그 날 그대가
    막 탯줄 자른 청춘
    등에 지고 떠난 후부터
    두 잔 커피 앞에 두고
    홀로 앉은 망부석 되었다

    스무 살 기슭에 닻을 내린 설레임
    새로운 파도 되어 밀려오던 커피 향
    이젠 서른 일곱 고개 넘어가노라니
    가슴에 싸아한
    이슬만 방울방울

    첫사랑 하늘가에 씌여진 편지
    한잔 커피처럼 음미하며
    작은 호수에 출렁이는
    갈색 그리움에 입 맞추면
    백색 공간 채워오는
    보랏빛 편린들
    귓가에 흐르는 안개꽃이어라
    ☆★☆★☆★☆★☆★☆★☆★☆★☆★☆★☆★☆★
    《43》
    터미널에서

    최봄샘

    밀물과 썰물 교차하는 거리
    가슴에 안은 꽃송이마다
    미련을 숨기며 서 있었다

    새하얀 손수건들 나부끼는데
    새떼들 부리마다
    무언가를 물고
    가고 오고
    오고 가고

    이 도시 어느 갈피에
    너를 남겨두고
    내가 타고 가야 할 버스
    물처럼 흘려 보내며
    목구멍 타고 올라오는
    뜨거운 한 마디 말 머금은 채
    속절 없이 붉은 꽃잎만
    또옥 똑 따내고 있었다
    ☆★☆★☆★☆★☆★☆★☆★☆★☆★☆★☆★☆★
    《44》
    하루동안의 방황

    최봄샘

    어디서부터인가
    밀려오고 밀려오는 파도의 주름살들
    거품으로 스러질 그런것인줄도 알지만

    바람을 꺽으려
    바람을 탄다

    쳇바퀴 일상에 부서진 언어의 비늘들
    끝내 난산을 거듭하는
    바람개비 몸짓
    항상 돌아오면
    싱거운 그자리인것도 안다

    허무를 빗질하는 거리마다
    다시는 내손으로 주워 담을 수 없는
    꿈들이 자라나고
    혼자서도 한 하늘만 보며
    잘도 자라는 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일줄도 안다

    신열에 들뜬 하루의 이마위에
    어디선가 우산을 펴드는
    어두운 기척
    지친 날개 접으려 둥지 찾아가는
    썰물의 거리에서
    결국
    회선을 그린다
    ☆★☆★☆★☆★☆★☆★☆★☆★☆★☆★☆★☆★
    《45》
    하얀 기도

    최봄샘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음에
    감사 드립니다.
    다시 새김질하던 티끌들
    거둬 가심도 감사 드립니다.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고
    다 비워지고 하얗게 지워진 내 이름 석자
    사랑한 추억도 미워한 기억도
    끓어오르던 젊은 날 욕망마저
    흔적 없이 사위어간 투명한 가슴 감사 드립니다.
    ☆★☆★☆★☆★☆★☆★☆★☆★☆★☆★☆★☆★
    《46》
    하얀 밤

    최봄샘

    잘 못 채운 단추 사이로
    밀물같은 하얀 밤이 달려 온다
    문득 얼굴 하나 달빛속에 젖어 있다

    어지러운 책상위
    쓰다 찢어버린 편지지위에도
    던져 놓은 누리끼리한 삼류 문예지에도
    마시다 남겨진 잔속에도
    단잠 접수를 마친 점령군이 앉아 있다

    문득
    미쳐서 피어 오르는 열병같은 향기
    그대
    어느 별이 되어
    이 밤길 찾아 오려는가

    실패에 고이 감아 둔 시간들이 풀려
    뛰어가다 멈추다 걸어가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 하늘가에 떠 있는 그대

    또 하얗게 달려 온다
    밀물같은 하얀 밤이

    강을 건넌 후 한 번도 자른 적이 없는
    긴 머리 여자가
    달콤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47》
    한 사람

    최봄샘

    회색 비에 젖어 버린 며칠이었습니다.
    날씨 닮아 지뢰만 밟아대던 어느날
    모든 것 이해한다는 끄덕임
    작은 미소로 지켜보는
    그런 사람 있습니까?

    얼음시선에 마음 다치고
    그다지 예쁘지 못한 옆모습때문에
    오해 받고 해명할 길 없어
    불면과 싸우는 밤
    나직한 목소리로 사는게 다 그런거라면서
    다독여 주는 그런 친구 있습니까?

    급정거하는 버스 안에서
    넘어져 망신감에 어찌할 바 모를 때
    그럴 수도 있는 거라며
    솜이불 같은 손길 내밀어 주는 사람
    그런 친구 있습니까?

    찬 바람 서성이는 창가
    사랑한 기억도 슬퍼한 추억도
    잔에 부어 나누어 볼 그 한 사람
    가을 햇살 닮은 그런 사람
    그런 친구 있습니까?
    ☆★☆★☆★☆★☆★☆★☆★☆★☆★☆★☆★☆★
    《48》
    해 저무는 강변

    최봄샘

    21세기에 마취 된 풀잎들이 비틀거리는 북한강변
    총천연색 수런거림 들려온다
    강변마다 우뚝 선 장승과 돌연변이한 짐승이
    통간하여 쏟아내는 오만가지 분비물들
    강물은 멍든 얼굴로 울컥울컥 위기를 토한다

    난도질 당한 안식처,
    한치 피난처도 없는 운명앞에
    물고기들 비명 빛살물결로 부서지고
    물새들 노래 들리지 않는다

    소돔과 고모라성 핏빛 노을 아래
    롯의 가족은 어디에 숨어 있느냐
    애꾸눈 곱사등 되어버린 물고기라도 낚으려나
    저 강태공들,
    벌거 벗겨진 강변에 주저앉아 낚싯대 드리운다

    아름다워서 불길한 치명적 적요
    어디선가 유황불 냄새 뇌수를 찌른다
    쓰나미 경보등 울린다
    강간 당한 후각을 감싸쥐고
    아직 한 뼘 남은 원시림 찾아 나선다

    넘어지고 깨지고 만신창이 되어도
    이제는 어찌할 수 없이 줄달음 쳐야 한다
    뒤돌아 보면 소금기둥이 될 것이다
    소알성**까지 뒤돌아 보지 말고
    한달음에 달려가야 한다
    ☆★☆★☆★☆★☆★☆★☆★☆★☆★☆★☆★☆★
    《49》
    해돋이

    최봄샘

    끈적끈적 피부에 번진
    하룻밤 흔적 지우며
    잘 포장 된 음모
    겨드랑이에 숨긴채
    흑암의 자식들 젖은 몸 구부려
    떨고 있구나
    밤새 허연 이빨 깨물며
    이세상 모든 먹물 다 마시느라
    허공을 쥐어뜯으며 뒤틀리던 바다는
    지금 옥동자를 낳는다.

    ☆★☆★☆★☆★☆★☆★☆★☆★☆★☆★☆★☆★
    《50》
    회상

    최봄샘

    낙엽 위에 뿌려진 은빛가루 밟으며
    아무도 모르게 나선 길
    작은 다리 건너가면
    누구의 눈동자인가
    보랏빛 신호등

    이정표 없는 길
    맨발로 다시 걷다보면
    어미는 어디 갔나
    고막 파고드는 새끼 새 울음

    바람은 온몸으로 울어
    휘감기는 모퉁이마다
    눈물 젖은 그림자가 자라나고
    죽어도 잊지 않으려
    뼈 속 깊이 손톱으로 새긴
    이름들이 달려온다

    욱신거리는 상처를 감싼
    푸른 속옷 갈아입지 못한 죄
    나만의 바리케이트 살짝 치우고 들어가
    세월 한 자락 깔고 앉아
    혼 불 밝혀 쓰는 또 한 장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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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글 목록 2020. 04. 07.  전체글: 267  방문수: 27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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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 박남준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9.07.25.1032
    220 정용철시모음 21편 김용호2019.06.01.1745
    219 김지순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9.06.01.1583
    218 이문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1783
    217 김동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493
    216 김재진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1763
    215 이성지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6.01.1735
    214 김명인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522
    213 이길옥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6.01.1561
    212 윤기명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334
    211 이명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6.01.1534
    210 김덕성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9.06.01.1581
    209 찔레꽃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9.06.01.1662
    208 이기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1632
    207 임은숙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1463
    206 김석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1693
    205 류인순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5.15.3065
    204 안경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3123
    203 이병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3005
    202 김정래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9.05.15.2625
    201 정미화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2.17.4008
    200 정연화시모음 75편 김용호2019.02.17.3025
    199 오광수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2.17.3045
    198 정일근시모음 15편 김용호2019.02.17.2905
    197 지소영시모음 35편 김용호2019.02.17.2614
    196 박고은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1.01.4034
    195 곽승란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9.01.01.2565
    194 양성우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2544
    193 함민복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2885
    192 강문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1.01.2315
    191 이윤학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1.01.2784
    190 서명옥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11.10.3686
    189 박소정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3394
    188 한효상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11.10.3076
    187 첫눈 시모음 35편 김용호2018.11.04.2894
    186 고은영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10.25.2836
    185 권규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385
    184 김현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569
    183 김설화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495
    182 김영국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275
    181 나태주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10.25.2845
    180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385
    179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493
    178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2273
    177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314
    176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2623
    175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42635
    174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35214
    173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40215
    172 윤보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5.24.3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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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4115
    169 안성란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8.05.24.3976
    168 남궁선순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2833
    167 윤재석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9710
    166 임두환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657
    165 송영수 글 모음 4편 김용호2018.05.24.2666
    164 신팔복 글 모음 18편 김용호2018.05.24.2676
    163 한숙자 글 모음 23편 김용호2018.05.24.2835
    162 김상영 글 모음 8편 김용호2018.05.24.2568
    161 임숙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8.04.22.10878
    160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5367
    159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46811
    158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5078
    157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54113
    156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42810
    155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4237
    154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677
    153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42216
    152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3679
    151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508
    150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34712
    149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3348
    148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37212
    147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52011
    146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49012
    145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40612
    144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38712
    143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48212
    142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3579
    141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38310
    140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37710
    139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38810
    138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36112
    137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30710
    136 십자가시모음 35편 김용호2018.02.05.34114
    135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34310
    134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3439
    133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40010
    132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36110
    131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53316
    130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55415
    129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7914
    128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50913
    127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51313
    126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51212
    125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67414
    124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70416
    123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64618
    122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25621
    121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6124
    120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68221
    119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79424
    118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75428
    117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89143
    116 이필종 시모음 35편 김용호2016.12.13.111955
    115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543104
    114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306204
    113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80108
    112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859303
    111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764176
    110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605272
    109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905173
    108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922302
    107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77183
    106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360196
    105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107183
    104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745331
    103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88236
    102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474250
    101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113336
    100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606320
    99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69292
    98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85224
    97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733134
    96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083173
    95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435136
    94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85225
    93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262195
    92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133133
    91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269274
    90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75105
    89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049250
    88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1014186
    87 선미숙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0.07.1119170
    86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83211
    85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906171
    84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67154
    83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1020155
    82 문병란 시 모음 33편 김용호2014.10.07.946139
    81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68244
    80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907209
    79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906204
    78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70357
    77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940247
    76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1048129
    75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320316
    74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50190
    73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66172
    72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322313
    71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62180
    70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358320
    69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711331
    68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83231
    67 이양우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4.07.05.2992204
    66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95210
    65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231339
    64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734172
    63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919154
    62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814296
    61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640725
    60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95562
    59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174645
    58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883663
    57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138690
    56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515374
    55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131292
    54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58258
    53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78265
    52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726525
    51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71373
    50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84244
    49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348301
    48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454450
    47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392338
    46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123265
    45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61339
    44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83269
    43 김소월 시 모음 31편 [2] 김용호 2005.01.05.6875322
    42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92227
    41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720210
    40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951227
    39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4043279
    38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453272
    37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3067233
    36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144283
    35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74257
    34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2088306
    33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2003317
    32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89341
    31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928320
    30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73288
    29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2000349
    28 홍수희시모음 70편 김용호 2004.07.07.2509367
    27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66267
    26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569284
    25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755304
    24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98278
    23 김용호 시 모음 102편 김용호 2004.03.12.4007233
    22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259288
    21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615295
    20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616263
    19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2918213
    18 도종환 시 모음 40편 [1] 김용호 2004.03.12.3020387
    17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515364
    16 유치환 시 모음 45편 김용호 2004.03.12.3234391
    15 한용운님시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670297
    14 원태연님시모음/25편 김용호 2004.03.12.27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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