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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화 시 모음 14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04.03.12. 22:08:40   조회: 2531   추천: 262
    여명문학:

    류시화 시 모음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
    사랑이란

    류시화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명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 장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지금 알고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잇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 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류시화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 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류시화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
    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
    여기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흰 새의 날개들 같던
    그 눈부심은
    박수 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
    너였구나
    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
    서리 묻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
    너였구나
    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
    서둘러 말을 이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고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겨울의 구름들

    류시화

    겨울이 왔다
    내 집 앞의 거리는 눈에 덮이고
    헌 옷을 입은 자들이 지나간다
    그들 중의 두세 명을 나는 알고
    더 많은 다른 얼굴들은 알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소리쳐 그들을 부른다 내 목소리는
    그곳까지 들리지 않는다
    겨울은 저 아래 길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열중해 있는 것이다

    2

    겨울이 왔다
    나의 삶은 하찮은 것이었다
    밤에는 다만 등불 아래서 책을 읽고 온갖
    부질없이 깊은 생각들에 사로잡힐 때
    늘어뜨려진 가지, 때아닌 붉은 열매들이
    머리 위에서 창을 두드리고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희고 창백한 얼굴로 바깥을 내다보면
    겨울의 구름들이
    붉은 잎들과 함께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내 집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홀로 있었다 등불의 심지만을 들여다보며
    변함 없는 어떤 흐름이 갑자기 멈춘 일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3

    아니다,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책장에 얼굴을 묻고
    참이 들곤 했다, 겨울이 왔다
    나의 삶은 하찮은 것이었고
    나는 오갈 데가 없었다
    내 집 지붕 위로
    겨울의 구름들이 흘러가는 곳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람은 그렇게 오래 불고 조용히 속삭이면서
    더 큰 물결을 내 집 뒤로 데리고 온다
    ★★★★★★★★★★★★★★★★★★★★
    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류시화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
    나무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
    두 사람만의 아침

    류시화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때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모여 지금
    어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한때 우리가 빛의 기둥들 사이에서 두 팔로
    껴안던 것들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때 우리가 물가에서
    귀 기울여 주고받던 말들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새와 안개가 떠나간
    숲에서 나는 걷는다 걸어가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옛날의 불꽃을
    본다 그 둘레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숲의 끝에 이르러
    나는 뒤돌아본다
    ★★★★★★★★★★★★★★★★★★★★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류시화

    넌 알겠지
    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 놓은 고독을
    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
    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
    넌 알겠지
    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
    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

    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
    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
    다시 뒷걸음질친다
    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

    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
    물 솔의 물풀처럼 졸라댄다
    내 마음은 왜
    일요일 오후에
    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
    그렇게 먼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

    넌 알겠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무한 고독을
    넌 알겠지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
    들풀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뮤직 박스

    류시화

    나 어렸을 때
    뮤직박스 하나를 갖고 있었다
    태엽을 감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집착했던 것
    유리상자 안의 인형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내 머리맡에 늘 놓여 있던
    뮤직박스
    나 잠이 들면
    세상 전체가 뮤직박스가 되어
    별자리들의 음악에 맞춰
    끝없이 돌아가곤 했다
    그것이 곁에 있을 때
    나는 슬픔을 잊었다
    나는 나이를 먹고
    뮤직박스는 어느새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집착했다
    당신이 곁에 있을 때
    나는 세상 모든 것을 잊었다
    당신이 내 태엽을 감으면
    나는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아가는
    뮤직박스 속의 인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은
    그 뮤직박스를 버렸다
    아무도 태엽을 감아 주는 이 없이
    춤을 추던 그 동작 그대로
    나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
    그건 바람이 아니야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 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은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세월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 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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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7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1324
    176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1492
    175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1342
    174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622
    173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1902
    172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35512
    171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29711
    170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33211
    169 윤보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5.24.3297
    168 안국훈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5.24.28311
    167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3484
    166 안성란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8.05.24.3244
    165 남궁선순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2373
    164 윤재석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157
    163 임두환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016
    162 송영수 글 모음 4편 김용호2018.05.24.2015
    161 신팔복 글 모음 18편 김용호2018.05.24.1944
    160 한숙자 글 모음 23편 김용호2018.05.24.1784
    159 김상영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2105
    158 임숙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8.04.22.6017
    157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4867
    156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41810
    155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4477
    154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45912
    153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739
    152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3726
    151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176
    150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36515
    149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3169
    148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2987
    147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29510
    146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2828
    145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32011
    144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46511
    143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42310
    142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36312
    141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33211
    140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35610
    139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3039
    138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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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3 0 김용호2018.02.05.2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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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2949
    130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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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48115
    127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50614
    126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3613
    125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45112
    124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46412
    123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43511
    122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60313
    121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65015
    120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58017
    119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11520
    118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0624
    117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59321
    116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68324
    115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68426
    114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83440
    113 이필종 시모음 21편 김용호2016.12.13.100649
    112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448100
    111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160201
    110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28107
    109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763300
    108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677169
    107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545258
    106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541166
    105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37299
    104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595179
    103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277194
    102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43181
    101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40329
    100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11233
    99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393245
    98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34331
    97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481317
    96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58990
    95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14218
    94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35130
    93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988168
    92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354135
    91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32220
    90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183190
    89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066130
    88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157270
    87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25103
    86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989242
    85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59183
    84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846157
    83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22208
    82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54168
    81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12152
    80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976151
    79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870133
    78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24244
    77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60208
    76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48203
    75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17356
    74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885247
    73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967124
    72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180312
    71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989186
    70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08160
    69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193311
    68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291178
    67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178315
    66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52327
    65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19227
    64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62202
    63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34208
    62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1979334
    61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77169
    60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65154
    59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62294
    58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479723
    57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32557
    56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073640
    55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746658
    54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069680
    53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40354
    52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64289
    51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00253
    50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08259
    49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542523
    48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06369
    47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16243
    46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209299
    45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36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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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3991263
    42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696335
    41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297261
    40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750318
    39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0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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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29274
    35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23268
    34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937225
    33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047279
    32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19255
    31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1975299
    30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37313
    29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09335
    28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785316
    27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14279
    26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3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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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02265
    23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487278
    22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663303
    21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483265
    20 김용호 시 모음 85편 김용호 2004.03.12.3901230
    19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046286
    18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41293
    17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531262
    16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2706211
    15 도종환 시 모음 40편 [1] 김용호 2004.03.12.2361381
    14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43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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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용혜원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3372321
    9 안도현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4039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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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시 모음 김용호 2004.02.24.2301508
    6 김시습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4.02.24.2369446
    5 박목월 시 모음 30편 김용호 2004.02.24.2037245
    4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2118478
    3 서정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 2004.02.09.2450443
    2 노천명 시 모음 23편 김용호 2004.02.08.1839399
    1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1909337
    0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4205512
    -1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220390
    -2 여명 문학 회칙  여명문학2004.01.25.1968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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