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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우 시 모음 21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9.01.01. 00:47:29   조회: 240   추천: 4
    여명문학:

    양성우 시 모음 21편
    ☆★☆★☆★☆★☆★☆★☆★☆★☆★☆★☆★☆★
    《1》
    그대여 마지막 밤의 슬픈 노래여

    양성우

    그대여, 마지막 밤의 슬픈 노래여
    하늘 위에 역사 위에 별이 되어 반짝이는 큰 넋이여
    그대 빛의 나라에서 만나리라
    그대의 피절은 땅 틈도 없이 스민 이 어둠의 끝에,
    남 다 살리기 위하여 앞장서서 죽고 영원히 죽지 않는 그 넋으로
    떠도는 그대 빛의 나라에서 만나리라
    이 원한의 살 속 깊이 파고드는 가시바늘 한꺼번에 꺾고,
    겹겹이 쌓이는 아픔을 넘어 그대 눈부신 아침의 빛의 굽이에서
    산몸으로 만나리라
    그대 이 오월 땅 끝에서 땅 끝까지 불처럼 뜨겁게 태우는
    사랑 하나로 스스로 몸을 던져 재가 되신 이여
    여전히 예처럼 안팎으로 넋 나간 뭇사람들의 손찌검에 거듭하여 죽고,
    지금은 적막강산 가득히 떠돌며 오도가도 못하는 이여
    그대가 뿌린 씨앗이 수풀을 이루고, 오오 그대가 붙인 열망의 불길이
    세상을 태우리라 세상을 태우리라
    아무도 모르는 그 어느 한 순간에
    그대의 이름 아래 남과 북이 한몸이 되고, 누구든지 골고루 낱낱이
    기쁨으로 배부를 그 날이 오리라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피절은 땅 틈도 없이 스민 이 어둠의 끝에,
    남 다 살리기 위하여 꼿꼿이 맞서고
    우수수 수천 수만의 꽃잎으로 떨어진 그대 눈부신 아침의
    빛의 굽이에서
    산몸으로 만나리라 산몸으로 만나리라
    그대여, 마지막 밤의 슬픈 노래여
    ☆★☆★☆★☆★☆★☆★☆★☆★☆★☆★☆★☆★
    《2》
    그대의 하늘 길

    양성우

    어디쯤 갔는가, 그대의 하늘 길
    거기서는 눈부시게 물결치며 오는 날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가
    여기 맨주먹 큰 싸움 매운 연기 속에
    그대 앞선 자리 살아남은 형제들 그대의 이름으로
    마지막 이 어둠을 뿌리 채 거두리로다
    절대로 티 없이 칼날 앞에 한치의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 넋들 몸을 던져 역사를 여는 눈물겨운
    함성 속에
    시뻘건 피 뿌리며 떠나간 이여
    그대의 슬픈 그 이름 하나로 이 어둠을
    뿌리째 거두리로다
    응답하라 그대,
    이 여름날 백양로에 불같이 일어선 형제들 땅을 치며
    목을 놓아 그대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나니
    ☆★☆★☆★☆★☆★☆★☆★☆★☆★☆★☆★☆★
    《3》
    그믐날 밤 개울가에서

    양성우

    우스워라.
    못 마땅한 일이 너무 많아서
    나 여기 혼자 왔다
    쓸개를 씹으며.
    물아. 그믐날 밤
    소리치며 흐르는 물아.
    그 어찌 이 시절에 한마디로
    내 목숨을 내 목숨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차라리 잘드는
    칼끝이 아니라면,
    우스워라. 눈물의
    바람,
    죽은 나무 숲을 지나
    나 여기 혼자 왔다.
    밤이슬 털고.
    ☆★☆★☆★☆★☆★☆★☆★☆★☆★☆★☆★☆★
    《4》
    기다림의 시

    양성우

    그대 기우는 그믐달 새벽 별 사이로
    바람처럼 오는가 물결처럼 오는가
    무수한 불변의 밤, 떨어져 쌓인
    흰 꽃 밟으며 오는
    그대 정든 임.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새 깨우고 눈물의 골짜기 가시나무 태우는
    불길로 오는가, 그대 지금
    어디쯤 가까이 와서
    소리 없이 모닥불로 타고 있는가
    ☆★☆★☆★☆★☆★☆★☆★☆★☆★☆★☆★☆★
    《5》
    꽃 꺾어 그대 앞에

    양성우

    그대 큰 산 넘어 오랜만에
    오시는 임
    꽃 꺾어 그대 앞에
    떨리는 눈물 애써 누르며
    끝없이 그대를 바라보게 하라
    그대 큰 산 넘어 이슬 털고
    오시는 임
    꽃 꺾어 그대 앞에
    떨리는 손으로 받들고
    그대의 발, 머리 풀어 닦으며,
    오히려 기쁨에 잦아드는
    목소리로
    그대를 위하여
    길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게 하라
    ☆★☆★☆★☆★☆★☆★☆★☆★☆★☆★☆★☆★
    《6》
    꽃상여 타고

    양성우

    꽃상여 타고 그대
    잘 가라.
    세상에 궂은 꿈만
    꾸다 가는 그대.
    이 여름 불타는 버드나무
    숲 사이로
    그대 잘 가라 꽃상여 타고.
    그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어이어이 큰 눈물을
    땅 위에 뿌리며,
    그대 잘 가라
    꽃상여 타고.
    ☆★☆★☆★☆★☆★☆★☆★☆★☆★☆★☆★☆★
    《7》
    눈오는 날 광주에서

    양성우

    눈쌓인 산 위에 또 다시 죽음처럼
    흰눈이 내리고,
    나는 이 겨울에 내 길을 나 혼자 간다.
    그렇지만 염려마라.
    나 비록 이렇게 빈손이지만
    그 어찌 우두커니 마른 입술만
    깨물고 있겠느냐?
    아직은 무릎 위에 아이들은 철없고,
    가시지 않은 상처 온몸을
    조여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가슴속에
    끝도 없이 넘치는 큰 뜻이
    있으므로
    염려마라. 이미 머나먼 길
    떠나간 사람아.
    저 눈쌓인 높은 산 가득히
    소리치며 오는 봄을
    그대와 함께 여전히 살아서
    보리라.
    ☆★☆★☆★☆★☆★☆★☆★☆★☆★☆★☆★☆★
    《8》
    눈오는 밤에

    양성우

    그대여, 밤이 깊으니 아이들은
    잠들고
    이 어둠 속에서도 눈이 내린다.
    언제나 그렇듯이 눈이 내리면
    나는 먼저 그대의 큰 이름을
    허공에 쓰고,
    사랑하는 이여
    오죽하면 듣는 이도 없는 노래를
    혼자 부를까?
    그렇지만 밤이 깊으니
    아이들은 잠들고,
    그대여. 소리 없이 이 어둠 속에서도
    흰눈이 내린다.
    ☆★☆★☆★☆★☆★☆★☆★☆★☆★☆★☆★☆★
    《9》
    돌아와 눕는 날 밤이면

    양성우

    늘 쫓기다가 돌아와 눕는 날 밤이면
    낯모르는 넋들도 따라와
    내 곁에 눕는다.
    혹은 소리치며, 혹은 한숨으로
    피묻은 옷섶 풀어 헤치며
    낯모르는 넋들도 따라와
    내 곁에 눕는다.
    늘 쫓기다가 돌아와 눕는 날이면,
    오오 마른 나무 껍질같이 갈라져
    터벅터벅 돌아와 눕는 날 밤이면,
    이미 죽어 열 두 번 다시 죽은 넋들도 따라와
    그 뜨거운 살 맞대며
    내 곁에 말없이 눕는다.
    썩은 길바닥 헤매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와 눕는 날 밤이면
    벌써 지워졌지만, 잊을 수 없는 억울한 이름들도
    따라와
    내 곁에 나란히 누워
    입술 깨물며 소리 없이 흐느낀다.
    손가락질 당하며, 돌에 맞으며
    헝겊처럼 찢어져
    돌아와 눕는 날 밤이면.
    ☆★☆★☆★☆★☆★☆★☆★☆★☆★☆★☆★☆★
    《10》
    백두산

    양성우

    저 백두산에 못 가게 하네 저 백두산에
    내가 가리다
    물이란 물은 다 내 물이고, 산이란 산은
    다 내 산인데
    저 백두산에 내 어찌 못 가리
    내 손으로 이 깊은 밤을 으스러지게 찍고
    저 백두산에 내가 가리라 저 백두산이
    나를 부르니, 남과 북의 말뚝 뽑은 꽃 피는 길을
    다리 절며 손뼉치며 내가 가리라
    흙이란 흙은 다 내 흙이고, 풀이란 풀은
    다 내 풀인데
    내 땅에서 내 발바닥으로 저 백두산에 내 못 가네
    저 백두산에 내가 가리라 저 백두산에
    내 어찌 못 가리
    벙어리 한 시절이 드디어 끝나고
    남과 북의 말뚝 뽑은 꽃 피는 길을
    얼싸안고 덩더러쿵 내가 가리라
    저 백두산에 내가 가리라 저 백두산에
    못 가게 하네 저 백두산에 내 어찌 못 가리
    내 손으로 이 칼날의 숲을 불 놓아 태우고
    살아서 저 백두산에
    내가 가리라
    ☆★☆★☆★☆★☆★☆★☆★☆★☆★☆★☆★☆★
    《11》
    북한강

    양성우

    네 뜻으로 내 가슴을 삽질하라.
    4월에도 그늘져 눈물만 스민
    내 가슴을 삽질하라 여자여.
    새벽은 이렇게 더디 오고
    칙칙한 어둠 속에서 매암돌면서
    나는 무엇으로 물결치며
    어디까지 눈감고 흐를 것이냐?
    비가 숨는 모래밭에서 나는 병들고,
    보이지 않는 먼지로 허공에 떠서
    나는 안타깝게 목마르다 여자여.
    네 손톱으로 내 눈을 삽질하라.
    네 손톱으로 내 눈을 삽질하라.
    여자여.
    ☆★☆★☆★☆★☆★☆★☆★☆★☆★☆★☆★☆★
    《12》
    비 오는 날

    양성우

    둥지 없는 작은 새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나비들은, 잠자리, 풍뎅이, 쇠똥구리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맨드라미, 나팔꽃, 채송화 그리고
    이름모를 풀꽃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칠 줄 모르고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에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문득 헤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
    《13》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뿐이다

    양성우

    사람으로 순간을 산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이 짧은 삶 속에서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미워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모든 사물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더우기 몸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아직도 여기 이승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 속에서
    이제 남은 시간은 도대체 얼마인가?
    고즈넉이 사방에 깊이 모를 침묵이 있고,
    그 안에서 참으로 외로운 자만이 외로움을 안다.
    보아라, 허물처럼 추억만 두고
    사라지는 것은 사람일뿐이다.
    ☆★☆★☆★☆★☆★☆★☆★☆★☆★☆★☆★☆★
    《14》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
    《15》
    삼수갑산 갈지라도

    양성우

    황룡강 강바닥에 설움을 묻고
    아비들도 장성갈재 넘어갔으니
    어찌 빈집에 이불 쓰고 누워
    밟힌 가슴만 앓고 있겠느냐
    삼수 갑산 갈지라도 죽창을 다듬고
    진눈깨비 속에서도 일어서서 말하리
    한 세월을 꿈 속에서도 오지 않는 날을
    어찌 앉아서만 기다리겠느냐
    맞아 죽은 아비들의 넋을 부르며
    진눈깨비 속에서도 일어서서 말하리
    진눈깨비 속에서도 일어서서 말하리
    ☆★☆★☆★☆★☆★☆★☆★☆★☆★☆★☆★☆★
    《16》
    앉은뱅이 연가

    양성우

    그대,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오는 이여.
    여기 흰 서리 내리는 황토 언덕,
    사금파리처럼 햇살에 번쩍이며
    그대를 위하여 북을 치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게 하라.
    열두길 물 속에 잠기고
    흩어져 다리 절며 잡목 숲을
    쫓기는 동안에도,
    그대의 큰 이름을 외쳐 부르고
    그대를 위하여 한줌의 재도 없이
    타오르게 하라.
    오죽이나 긴 세월 피 묻은 채찍 아래
    이 몸을 두고,
    그렇지만 꿈속에도 오지 않는 이여

    ☆★☆★☆★☆★☆★☆★☆★☆★☆★☆★☆★☆★
    《17》
    옛사랑에게

    양성우

    우연이라도 너를 만나야겠다.
    무척 오랜 뒤에도 잊을 수 없는 한 사람.
    만나서 두 팔로 너를 힘껏 껴안고 싶다.

    그때는 네가 귀 기울여 듣고자 해도
    내 입으로는 한마디 말하지 않으리.

    내가 어찌 마음의 어둔 길을 걸었는지를.
    그래도 내 안에 가득히 설움이 차오르면
    눈물 대신 겉으로는 환하게 웃어야지.

    너는 내 영혼의 변하지 않는 긴 그림자.
    너와 나의 하루가 아무리 고단해도
    사랑만 있으면 사는 것이 아니던가.

    어느 곳에서라도 몹시 그리운 너를 만나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
    《18》
    오월제

    양성우

    부활하라
    마른 땅 겹겹이 스민 피,
    여기저기 아직도 허공에 떠도는
    젊은 넋들
    모조리 부활하라
    이제는 어둠의 손아래 무단히 죽어 가는 것이
    아니라
    끝 날까지 빛의 이름으로 정정당당하게 살기 위하여
    그대들
    하늘에서 땅에서 물결처럼 어울려 북을 치며
    한순간에 부활하라
    드디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발을 구르며,
    살아생전 매맞고 굶주린 이들
    눈을 뜨고 모조리 부활하라
    부활하라
    피여 넋이여
    ☆★☆★☆★☆★☆★☆★☆★☆★☆★☆★☆★☆★
    《19》
    우리 살았다 하지 말자

    양성우

    우리 살았다 하지 말자
    검붉은 피 가득히 흘리며 떠난 젊은 넋들 앞세우고
    무리지어 지르는 함성 속에
    우리 결코 살았다 하지 말자
    너도나도 온몸에 촉촉히 기름을 붓고
    스스로 당긴 불, 원한의 불길 속에
    숯이 되어 떠난 벗들 앞에
    우리 결코 입을 열어 살았다 하지 말자 살았다 하지 말자
    저 피 묻은 칼 끝에 갈가리 찢기고
    지금도 하늘 너머 남북으로 떠도는 넋,
    아직도 여기저기 오갈 곳 없는 뜨거운 넋들과 함께
    우리 한 시대를 쪼개고 나누니,
    그 무엇이 있어 전날처럼 그다지 두려울 것인가
    우리 그림자도 없는 무수한 손찌검 뒤에
    혹은 모래가 되고 흙이 되고 혹은 별이 되어
    다시 살아 원한 위에 부단히 벌이는 맨주먹 싸움 앞에
    어찌 우리 한 마디로 살았다고 말하랴
    우리 살았다 하지 말자
    아직은 참으로 오는 새벽이 아니니,
    죽으나 사나 몸을 던져 역사를 여는 빛으로 넘치고
    또다시 어둠 속에 물이 되어 스미는
    그 여리디여린 몸 남김없이 던져 내일의 눈부신
    큰 기쁨을 위하여
    꼿꼿이 일어선 전사,
    살 찢어 허공에 꽃으로 뿌리며 가는 피넋들을 두고
    그 누가 입을 열어 우리 모두 사람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랴
    돌아오게 하라 돌아오게 하라
    앞뒤도 없이 닫힌 땅 깊은 그늘에 창끝으로 솟고,
    드디어 불이 되어 허공에 치솟으며 뭇가슴에
    박힌 못 남김없이 뽑는 힘으로 물결치며 돌아오게 하라
    오직 하나 이 어둠을 거두기 위하여 이미 먼 길 아득히 떠난 이들
    곳곳에 눈부신 깃발 휘두르며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시절에 어찌 우리 사람으로 살았다고 말하랴
    이 시절에
    우리 결코 사람으로 살았다 하지 말자
    우리 살았다 하지 말자
    ☆★☆★☆★☆★☆★☆★☆★☆★☆★☆★☆★☆★
    《20》
    젊은 견훤

    양성우

    아직은 우리 다 죽지 않았으니,
    살아 남은 사람들아 염려하지 마라
    억새풀 무등산 깊은 골짜기
    그을린 돌무더기 저 수풀을 헤치고
    젊은 견훤이 서둘러 오고 있지 않느냐?
    여기저기 살붙이들의 말없는 무덤 위에
    상처 위에 때가 차니,
    피를 피로 갚고
    원한을 원한으로 갚기 위하여
    그 가슴에 가득히 비수를 품고
    작고개 너릿재 넘어 화살처럼 오는 이
    저 젊은 견훤을 두고
    우리 그 무엇을 두려워하랴
    기뻐하라
    좀도둑 칼날 아래 갈 곳도 없이 뿔뿔이
    흩어지고,
    이 음침한 산그늘 밑, 진흙탕 무진벌에
    못 죽어 숨어사는
    백제의 아비들아
    ☆★☆★☆★☆★☆★☆★☆★☆★☆★☆★☆★☆★
    《21》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양성우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총창뿐인 마을에 과녁이 되어서
    소리 없이 어둠 속에 쓰러지면서
    네가 흘린 핏방울이 살아 남아서
    오는 봄에 풀뿌리를 적셔 준다면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골백번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이 진흙의 한반도에서
    다만 녹슬지 않는 비싼 넋으로
    밤이나 낮이나 과녁이 되어
    네가 죽고 다시 죽어
    스며들지라도
    오는 봄에 나무 끝을 쓰다듬어 주는
    작은 바람으로 돌아온다면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끈끈한 눈물로
    잠시 머물다가 갈지라도
    불보다 뜨거운 깃발로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이 땅을 깨우고
    남과 북이 온몸으로 소리칠 수 있다면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엄동설한에 재갈 물려서
    식구대로 서럽게 재갈 물려서
    여기저기 쫓기며 굶주리다가
    네가 죽은 그 자리에 과녁이 되어
    우두커니 늘어서서 눈감을지라도
    오직 한 마디 민주주의, 그리고
    증오가 아니라 포옹으로
    네가 일어서서 돌아온다면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이 저주받은 삼천리에 피었다 지는
    모오든 꽃들아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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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7 임은숙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6.01.903
    206 김석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6.01.813
    205 류인순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9.05.15.2832
    204 안경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2863
    203 이병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9.05.15.2775
    202 김정래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9.05.15.2424
    201 정미화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9.02.17.3117
    200 정연화시모음 75편 김용호2019.02.17.2565
    199 오광수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9.02.17.2615
    198 정일근시모음 15편 김용호2019.02.17.2615
    197 지소영시모음 35편 김용호2019.02.17.2354
    196 박고은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9.01.01.3624
    195 곽승란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9.01.01.2375
    194 양성우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2404
    193 함민복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9.01.01.2625
    192 강문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9.01.01.2175
    191 이윤학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1.01.2634
    190 서명옥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8.11.10.3456
    189 박소정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3134
    188 한효상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11.10.2886
    187 첫눈 시모음 35편 김용호2018.11.04.2714
    186 고은영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10.25.2686
    185 권규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165
    184 김현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358
    183 김설화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355
    182 김영국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115
    181 나태주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10.25.2545
    180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105
    179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2043
    178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2123
    177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034
    176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2363
    175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40735
    174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33114
    173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37715
    172 윤보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5.24.3688
    171 안국훈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5.24.34016
    170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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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 김상영 글 모음 8편 김용호2018.05.24.2408
    161 임숙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8.04.22.7078
    160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5187
    159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45211
    158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4898
    157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52313
    156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40510
    155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4127
    154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557
    153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40816
    152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3539
    151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298
    150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33611
    149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3208
    148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35512
    147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50011
    146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47112
    145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39012
    144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37512
    143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40212
    142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3389
    141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36710
    140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36210
    139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37510
    138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34012
    137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29610
    136 십자가시모음 35편 김용호2018.02.05.33114
    135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32710
    134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3269
    133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38410
    132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33810
    131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51716
    130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53715
    129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6614
    128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49413
    127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49213
    126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46912
    125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65514
    124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69216
    123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63418
    122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21821
    121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4024
    120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66521
    119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75524
    118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73427
    117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87943
    116 이필종 시모음 35편 김용호2016.12.13.106255
    115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500103
    114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270203
    113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56107
    112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812303
    111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735176
    110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587270
    109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613171
    108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793301
    107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51183
    106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328196
    105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84183
    104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83331
    103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57236
    102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437247
    101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81334
    100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543320
    99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65392
    98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58224
    97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86134
    96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062170
    95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413136
    94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67225
    93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223194
    92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114132
    91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214274
    90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61105
    89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022244
    88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96185
    87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1031160
    86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64210
    85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89171
    84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44153
    83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1003153
    82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905138
    81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54244
    80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88208
    79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82204
    78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47357
    77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919247
    76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1023128
    75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288316
    74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30189
    73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41172
    72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255313
    71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28180
    70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279320
    69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80331
    68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56231
    67 이양우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4.07.05.2926204
    66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81209
    65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101339
    64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710172
    63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903154
    62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98295
    61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541725
    60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70561
    59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120643
    58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831663
    57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102684
    56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86356
    55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99292
    54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36256
    53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47262
    52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614524
    51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46373
    50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46244
    49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314301
    48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403450
    47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327337
    46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080265
    45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32337
    44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49267
    43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800320
    42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69227
    41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697208
    40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875227
    39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98277
    38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51271
    37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3007231
    36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081282
    35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58257
    34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2041301
    33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86317
    32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57341
    31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869320
    30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56288
    29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76348
    28 홍수희시모음 70편 김용호 2004.07.07.2418367
    27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40267
    26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526284
    25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706304
    24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55267
    23 김용호 시 모음 102편 김용호 2004.03.12.3946233
    22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183288
    21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82295
    20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564263
    19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2746213
    18 도종환 시 모음 40편 [1] 김용호 2004.03.12.2964385
    17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480364
    16 유치환 시 모음 45편 김용호 2004.03.12.3204391
    15 한용운님시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625296
    14 원태연님시모음/25편 김용호 2004.03.12.2692326
    13 용혜원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3418326
    12 안도현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4122510
    11 김남조 시 모음 67편 김용호 2004.03.12.3979350
    10 한시 모음 김용호 2004.02.24.2439510
    9 김시습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4.02.24.2419448
    8 박목월 시 모음 30편 김용호 2004.02.24.2076247
    7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2244481
    6 서정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 2004.02.09.2560449
    5 노천명 시 모음 23편 김용호 2004.02.08.1878401
    4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1936339
    3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4277516
    2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31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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