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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희 시 모음 25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10.25. 02:02:19   조회: 169   추천: 2
    여명문학:

    문정희 시 모음 25편
    ☆★☆★☆★☆★☆★☆★☆★☆★☆★☆★☆★☆★
    《1》
    고독

    문정희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
    《2》
    나를 낳은 달

    문정희

    나를 낳은 건 흙이나 학교가 아니었다
    떠나가라 떠나가라 소리치며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달, 그녀의
    깊은 주름살을 오늘은 어머니라 부른다
    맨드라미 같은 붉은 벼슬의꿈과
    날마다 알을 낳는 힘과
    밤마다 사랑을 만드는 눈물을
    그녀가 아니면 어디에서 배웠으랴
    모든 생명을 온기로 품어
    살아있는 대지의 체온
    모든 상처를 맑게 씻어

    결국은 빛나는 생명의 눈부심을
    나를 낳은 달, 그녀가 아니면
    어디서 보았으랴
    지난 여름 매미채 하나씩 들고
    도회로 떠난 아이들은
    고향에 쉬이 돌아올 수 없는
    거인이 되었다지만
    그래서 기쁘고 쓸쓸한
    나를 낳은 달
    가을 창가에 홀로 핀 꽃처럼
    환환 웃음으로 떠오르고 있다
    ☆★☆★☆★☆★☆★☆★☆★☆★☆★☆★☆★☆★
    《3》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숨죽여 홀로 운 것도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처럼 고백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두려워하며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
    《4》
    독거

    문정희

    나하고 나뿐이다
    뼛속에 유빙(遊氷)이 떠다닌다

    나는 나이테 없는 식물 같은 동물
    피다 증발해버린 빙하기를 사는
    독거의 꽃

    불가해한 선사(先史)에서 흘러온
    소금 기둥이다

    불꽃의 순간을 두들기는
    허공의 하루살이이다

    나하고 나하고 나뿐이다
    ☆★☆★☆★☆★☆★☆★☆★☆★☆★☆★☆★☆★
    《5》
    돌아가는 길

    문정희

    돌아가는 길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
    《6》
    물의 처녀

    문정희

    붉은 물이 흐른다
    더 이상은 벌릴 수 없을 만큼
    크게 벌린 두 다리 사이
    하늘 아래 가장 깊은 문 연다
    치욕 중의 치욕의 자태로
    참혹한 죄인으로 죽음까지 당도한다
    드디어 다산(多産) 처녀의 속살에서
    소혹성 같은 한 울음이 태어난다
    불덩이의 처음과 끝에서
    대지모(大地母)의 살과 뼈에서
    한 기적이 솟아난다
    지상에 왔다가 감히 그 문을
    벼락처럼 연 일이 있다
    뽀얀 생명이 흐르는 부푼 젖꼭지를
    언어의 입에다 쪽쪽 물려 준 적이 있다
    ☆★☆★☆★☆★☆★☆★☆★☆★☆★☆★☆★☆★
    《7》
    바다에 시간을 곶고

    문정희

    시간은 뙤약볕처럼 날카로웠다
    두럽고 아슬아슬하게
    맨 살 위에 장대를 꽂기도 했다
    그래서 삶은 때때로 전쟁을 연상시켰다
    하늘아래 허리를 구부리는 것은 굴욕이 아니다
    이 빗발치듯 내려꽂히는 시간 속에
    허리를 구부리고, 서로 이마를 맞대고
    생명과 생명은 이어져왔다
    바다가 밀려오고, 밀려나가고
    또 가을이 오고, 봄이 오고
    그러므로 우리가 허리를 구부려 줍는 것은
    차라리 영원한 허기인지도 모른다
    허기가 바다를 다시 채운다
    허기가 지상에 가을을 불러온다
    마치 병정들처럼
    시간이 맨살 위로
    장대를 들고 다가드는 시간
    문득 발아래 깔리는 무수한 별들을 본다
    ☆★☆★☆★☆★☆★☆★☆★☆★☆★☆★☆★☆★
    《8》
    보석의 노래

    문정희

    만지지 말아요
    이건 나의 슬픔이에요
    오랫동안 숨죽여 울며
    황금시간을 으깨 만든
    이건 오직 나의 것이에요
    ……
    나는 이미 깊은 슬픔에 길들어
    이제 그 없이는
    그래요
    나는 보석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
    《9》
    사랑하는 것은

    문정희

    사랑하는 것은
    창을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오래 오래 홀로 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슬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풀꽃처럼 작은 이 한마디에
    녹슬고 사나운 철문도 삐걱 열리고
    길고 긴 장벽도 눈 녹듯 스러지고
    온 대지에 따스한 봄이 옵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입니다
    ☆★☆★☆★☆★☆★☆★☆★☆★☆★☆★☆★☆★
    《10》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더 튼튼하고
    좀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먹고
    해구신을 고아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속의 눈
    천년의 역사에다 댕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
    《11》
    소식

    문정희


    오늘도 세상에 기쁜 일은 많다
    어느 집에는 아기가 태어나고
    누구네 꽃밭에는
    간신히 실눈 뜨고 꽃도 피었다


    시간이 이글거리는 창가에서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새로 사랑을 시작하고


    새벽녘에 마른 번개가
    잠시 쳤던 것은
    밤새 고통하던 시인이
    드디어 그의 새 시편에
    뚝!하고 마침부호를
    찍는 소리였다
    오늘도 이렇게 기쁜 일은 참 많다


    천길 낭떠러지
    짐승들 우글거리는
    이곳에서도
    ☆★☆★☆★☆★☆★☆★☆★☆★☆★☆★☆★☆★
    《12》
    아름다운 곳

    문정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 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벚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
    《13》
    알 수 없었다

    문정희

    진실로 내가 위험한지 알 수 없었다
    눈에는 안 보이는 매끄러운 떨림은 무엇인가
    방울뱀처럼
    나는 늘 내가 두려웠다
    내가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군집을 벗어나
    뱀처럼 자갈밭을 온몸으로 밀고 가 보아도
    맹독(猛毒)으로 꽈리를 틀고
    시간을 통째로 녹이며 허공을 울어 보아도
    무엇을 향한 것이었을까

    오직 빛난는 질주가 되고 싶은
    아름답고 시퍼런 비늘

    알 수 없었다
    입술 붉은장미를 씹으며 방울 소리를 내며
    빗금 찬란한 상처가 전부일 뿐이었다

    진실로 내가 위험한지 알 수 없었다
    눈에는 안 보이는 이 슬픔의 덜미는 무엇인가
    왜 치명의 고독 속에 꿈틀거려야 싱싱한생명일까
    언제나 나 홀로가 전부여야 할까
    ☆★☆★☆★☆★☆★☆★☆★☆★☆★☆★☆★☆★
    《14》
    우리들 마음속에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뜻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은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무거운 바위틈에서도 풀꽃이 피고
    얼음장을 뚫고도 맑은 물이 흐르듯
    그늘진 거리에 피어나는
    사랑의 빛을 보라
    거치른 산등성이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보라

    우리 마음속에 들어 있는 하늘
    해보다 눈부시고
    따스한 빛이 아니면
    어두운 밤에
    누가 저 등불을 켜는 것이며
    세상에 봄을 가져다주리.
    ☆★☆★☆★☆★☆★☆★☆★☆★☆★☆★☆★☆★
    《15》
    유리창을 닦으며

    문정희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한다.
    ☆★☆★☆★☆★☆★☆★☆★☆★☆★☆★☆★☆★
    《16》
    이별 이후

    문정희

    너 떠나간 지
    세상의 달력으론 열흘이 되었고
    내 피의 달력으론 십년 되었다


    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 안 가득 밥알 떠 넣는 일이다


    옛날옛날적
    그 사람 되어가며
    그냥 그렇게 너를 잊는 일이다


    이 아픔 그대로 있으면
    그래서
    숨막혀 나 죽으면
    원도 없으리라


    그러나
    나 진실로 슬픈 것은


    언젠가 너와 내가
    이 뜨거움 까맣게
    잊는다는 일이다
    ☆★☆★☆★☆★☆★☆★☆★☆★☆★☆★☆★☆★
    《17》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가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만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리 늘 말을 잃어 갔다.
    ☆★☆★☆★☆★☆★☆★☆★☆★☆★☆★☆★☆★
    《18》
    초여름 숲처럼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 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
    《19》
    친구

    문정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
    《20》
    키 큰 남자를 보면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 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
    《21》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22》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문정희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 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떠오르는 별 같은 것
    ☆★☆★☆★☆★☆★☆★☆★☆★☆★☆★☆★☆★
    《23》
    흐름에 대하여

    문정희

    바다에 가서
    바다가 되고 싶다.

    참으로 흐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흐름의 숨결로 키워낸 진주는
    왜 슬픔처럼 영롱한 것인지
    알고 싶다.

    하늘은 왜 우리에게
    햇살과 함께
    자유를 주었는가.

    우리들은 왜 흐르는가.

    바다에 가서
    바다가 되지 못하고
    날개가 되지 못하고
    왜 약속처럼 산으로 가는가.

    산으로 가는가.
    한 벌 죽음으로 자유와 햇살 빼앗기고
    다만 혼자 제 목숨 갖고 가는가.
    ☆★☆★☆★☆★☆★☆★☆★☆★☆★☆★☆★☆★
    《24》
    흐린 날

    문정희

    흐린 날은 절에 가고 싶다
    석연꽃 아래
    북이 울리고
    목어가 우는
    절에 가면
    나는 연등이 되리라
    펄럭이는 하늘 끝에 걸리리라

    무슨 새의 혼을 쓰고 태어났기에
    날아도 날아도 허공이 남을까

    흐린 날은
    그 허공 절에 갖다 아낌없이 바치고
    나는 연등이 되리라
    펄럭이는 하늘 끝에
    무색이 되리라.
    ☆★☆★☆★☆★☆★☆★☆★☆★☆★☆★☆★☆★
    《25》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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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 이윤학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9.01.01.1033
    181 김지순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11.10.2694
    180 박소정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2204
    179 김재진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1.10.2374
    178 첫눈 시모음 35편 김용호2018.11.04.2434
    177 고은영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8.10.25.2345
    176 권규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864
    175 김동수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774
    174 김설화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2044
    173 김영국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844
    172 나태주 시 모음 18편 김용호2018.10.25.2154
    171 목필균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1844
    170 문정희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10.25.1692
    169 박옥화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10.25.1862
    168 박현희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10.25.1832
    167 신경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10.25.2102
    166 김재환 글 모음 13편 김용호2018.05.24.37312
    165 이용미 글 모음 6편 김용호2018.05.24.31213
    164 김민소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5.24.34612
    163 윤보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5.24.3427
    162 안국훈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5.24.29711
    161 임영준 시 모음 61편 김용호2018.05.24.3594
    160 안성란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8.05.24.3405
    159 남궁선순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2483
    158 윤재석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297
    157 임두환 글 모음 14편 김용호2018.05.24.2166
    156 송영수 글 모음 4편 김용호2018.05.24.2166
    155 신팔복 글 모음 18편 김용호2018.05.24.2125
    154 한숙자 글 모음 23편 김용호2018.05.24.2404
    153 김상영 글 모음 5편 김용호2018.05.24.2235
    152 임숙현 시 모음 71편 김용호2018.04.22.6587
    151 조경희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4.22.5007
    150 배혜경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4.22.43310
    149 최영복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8.04.22.4657
    148 양광모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8.02.25.48212
    147 배은미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859
    146 류경희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8.02.25.3886
    145 김성림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4326
    144 안희선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2.25.38715
    143 백재성 시 모음 11편 김용호2018.02.25.3289
    142 이세송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8.02.25.3117
    141 정재석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8.02.25.31310
    140 이정화 시 모음 7편 김용호2018.02.25.2968
    139 김영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25.33411
    138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47811
    137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43511
    136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37212
    135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34511
    134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37010
    133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3189
    132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3479
    131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3399
    130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3309
    129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31410
    128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2699
    127 0 김용호2018.02.05.29312
    126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31010
    125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3059
    124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3649
    123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2759
    122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49515
    121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51814
    120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4913
    119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47112
    118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47412
    117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44811
    116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62013
    115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66815
    114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59417
    113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14020
    112 10월시 모음 45편 김용호2017.09.17.61724
    111 9월시 모음 59편 김용호2017.09.17.60921
    110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70324
    109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69426
    108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84940
    107 이필종 시모음 21편 김용호2016.12.13.102549
    106 이점순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5.12.31.2459100
    105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222201
    104 최학 시 모음 10편 김용호2015.06.12.1439107
    103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775303
    102 임경숙 시 모음 53편 김용호2015.01.25.1693173
    101 12월시모음 73편 김용호2014.12.07.1565260
    100 홍해리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10.1563166
    99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66299
    98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04179
    97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287194
    96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57181
    95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50329
    94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125233
    93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404245
    92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52331
    91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500317
    90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60890
    89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29220
    88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48130
    87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1000168
    86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366135
    85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42220
    84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198190
    83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089130
    82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181270
    81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35103
    80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1001242
    79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69183
    78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856157
    77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34208
    76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64170
    75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21152
    74 김옥자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10.07.984151
    73 최봄샘 시 모음 9편 김용호2014.10.07.886138
    72 김명우 시 모음 열 다섯편 김용호2014.10.07.1035244
    71 한선미 시 모음 열 한편 김용호2014.10.07.868208
    70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55203
    69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28356
    68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894247
    67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983124
    66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254312
    65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00186
    64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18166
    63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204311
    62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01178
    61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221315
    60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66329
    59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35227
    58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83202
    57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61208
    56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014337
    55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90169
    54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77154
    53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71294
    52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495723
    51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44558
    50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089641
    49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772658
    48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079680
    47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57354
    46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76289
    45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10253
    44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25260
    43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573523
    42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21369
    41 김후란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08.20.2133243
    40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231299
    39 피천득 시 모음 23편 [1]김용호2005.07.29.3376448
    38 양현주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6.18.2309331
    37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024263
    36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16335
    35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08261
    34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768318
    33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28225
    32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648206
    31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848225
    30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47274
    29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32268
    28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955225
    27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060279
    26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31255
    25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1997299
    24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59313
    23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37336
    22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806316
    21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30280
    20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54346
    19 홍수희 시 모음 33편 김용호 2004.07.07.2372360
    18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14265
    17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502278
    16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687303
    15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21265
    14 김용호 시 모음 102편 김용호 2004.03.12.3919231
    13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082286
    12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53293
    11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541262
    10 정두리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4.03.12.2725211
    9 도종환 시 모음 40편 [1] 김용호 2004.03.12.2378381
    8 정호승 시 모음 39편 김용호 2004.03.12.2450362
    7 유치환 시 모음 45편 김용호 2004.03.12.317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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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도현님시모음/20편 김용호 2004.03.12.4091508
    2 김남조 시 모음 67편 김용호 2004.03.12.3925347
    1 한시 모음 김용호 2004.02.24.2373508
    0 김시습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4.02.24.2386446
    -1 박목월 시 모음 30편 김용호 2004.02.24.2048245
    -2 고정희 시 모음 38편 김용호 2004.02.10.2187478
    -3 서정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 2004.02.09.2506443
    -4 노천명 시 모음 23편 김용호 2004.02.08.1854399
    -5 정지용 시 모음 24편 김용호 2004.02.08.1921337
    -6 김현승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2.03.4231512
    -7 주옥같은시어모음 김용호 2004.02.03.2267390
    -8 여명 문학 회칙  여명문학2004.01.25.1968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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