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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선 시 모음 30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25. 16:14:36   조회: 376   추천: 15
    여명문학:

    안희선 시 모음 30편
    ☆★☆★☆★☆★☆★☆★☆★☆★☆★☆★☆★☆★
    《1》
    가을 어느 날

    안희선

    적막이 山들을 울리는 시간,
    내 가슴의 발자국 소리 듣는다

    무수한 침묵은 愛情과 같은
    따사로운 나무 마다 걸려있고,
    남몰래 밝게 스미는 샘물은
    꼭 너의 눈물을 닮았다

    가을 어느 날, 너의 호흡은
    천천히 내뿜는 낙엽의 향기

    촉촉한 너의 눈으로 맑아지는 숲은
    난처해 돌아서는 내 발걸음 막고
    세월이 가라앉은 골짜기 만들어
    나를 품는데,
    어디선가
    솔방울 하나
    떨어지며,
    사랑이 사랑을 기억했던
    깊은 音響으로
    정적을 깬다

    가을 어느 날, 너의 호흡처럼...
    ☆★☆★☆★☆★☆★☆★☆★☆★☆★☆★☆★☆★
    《2》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안희선

    적막이 오솔길에 고요히 가라앉는 시간
    내 가슴의 외로운 발자국 소리 듣는다

    무수한 침묵은 애정 어린
    따사로운 나무마다 걸려있고
    남 몰래 바위에 맑게 스미는 샘물은
    꼭 너의 눈물을 닮았다

    사방에 가득한 너의 호흡은
    천천히 내뿜는 가을의 향기

    그윽한 너의 입김으로 향기로운 숲은
    쓸쓸히 돌아서는 내 발걸음 막고
    세월이 가라앉은 골짜기 만들어
    나를 품는데

    어디선가 솔방울 하나 떨어지며
    사랑이 사랑을 기억했던
    깊은 음향(音響)으로
    정적을 깬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처럼
    ☆★☆★☆★☆★☆★☆★☆★☆★☆★☆★☆★☆★
    《3》
    그대 앞에서

    안희선

    그대의 행복을 위해
    떠나간다는 말

    TV 드라마 속에
    이별의 대사 같은 말

    난, 늘 그렇게
    나를 버리고
    그대를 위하는 척만 합니다

    정말, 속으로는
    애가 타면서도

    사실,
    그대를 떠날 수 없단 말만
    ☆★☆★☆★☆★☆★☆★☆★☆★☆★☆★☆★☆★
    《4》
    그대를 그리워 한 후

    안희선

    슬픈 징조 같이 마음에 새겨지는 말이 있어,
    고요한 촛불만이 그 소리를 듣는 이 밤

    아, 그대를 사랑하기엔 남아있는 나의 시간이
    너무 짧기만 하다

    먼지처럼 떠오른 그리움은 내 안에 회오리지고,
    야윈 가슴 온통 뒤엉키는 그 짧은 호소의 사슬

    다만, 온전한 사랑으로 그대 곁에서 기쁘게
    잠들고 싶어라

    그러나 나는 혼자이고, 지금 그대는 없다
    홀로 기다림이 되기엔, 차마 외로운 이 밤에
    ☆★☆★☆★☆★☆★☆★☆★☆★☆★☆★☆★☆★
    《5》
    그리움 너

    안희선

    나는 다만
    반짝이는 사랑을 보았을 뿐인데,
    그러나 지금
    견딜 수 없는 거리(距離)만,
    아름답게 아프다
    내 안에서는 오늘도,
    내 눈물보다 더 많은 것이
    비명을 지른다
    너를 숨쉬는,
    맑고 유구(悠久)한
    숨결처럼
    ☆★☆★☆★☆★☆★☆★☆★☆★☆★☆★☆★☆★
    《6》

    그리워

    안희선

    그대 없는 이곳에 내가 있어,
    외롭다

    다시 사랑한다 해도,
    그대일 것을

    내가 없는 그곳에 그대가 있어,
    눈물겹다

    다시 이별한다 해도,
    ☆★☆★☆★☆★☆★☆★☆★☆★☆★☆★☆★☆★
    《7》
    내 사랑 내 곁에

    안희선


    내 곁에 있어줘,
    우리에게 따뜻한 미래가 없더라도

    네가 없이, 어떻게 내가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겠니

    네가 없는 곳에
    어둠은 이미, 공허(空虛)한 내 안으로
    오래 전에 내려앉고

    네가 필요해,
    우리에게 차가운 과거가 있더라도
    ☆★☆★☆★☆★☆★☆★☆★☆★☆★☆★☆★☆★
    《8》
    내 안의 그림자

    안희선

    백지처럼 창백한 바람이 불어,
    기억의 언저리에 서성이는 그림자 하나

    다정한 햇살은 외로운 땅에 닿지 않아,
    산발(散髮)히 씻겨 가는 슬픈 인연

    이젠 되돌아 갈 수 없는 길
    오늘도, 내일도

    죽지 않을 씨앗이 시린 가슴에 자라나
    이따금 내 눈에 조용한 눈물 흐르면,
    펼쳐진 허공 딛고 발돋음 하는 오랜 기다림

    차마, 눈감을 수 없는 그리움에 홀로
    쓸쓸한 날

    적막보다 짙은 내 안의 그림자,
    맨발로 걸어간다
    ☆★☆★☆★☆★☆★☆★☆★☆★☆★☆★☆★☆★
    《9》
    너를 떠나가며

    안희선

    안녕이라 말하는
    내 목소리,
    자꾸만 헝클어진다

    따스함으로 스미던
    너의 얼굴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져,
    차곡히 마름질해 내리는
    하얀 이별

    나를 밀어낸
    네 마음이 차갑기만 해서
    이제, 나도 돌아선다

    길 잃은 어둠 속에서
    내 안의 너를 애써 지우며
    추호도 허황되지 않은
    절망만 간직한 채,
    너를 떠나간다

    그러나
    파랗게 질리어 응어리지는
    저 사랑의 기억만은
    지울 길이 없어,
    널 향한 그리움은
    아직도 내 人生
    ☆★☆★☆★☆★☆★☆★☆★☆★☆★☆★☆★☆★
    《10》
    눈이 내리면

    안희선

    하얀 추억이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혼자 걷는 길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

    꼭, 너인 것만
    같은데

    착한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내 안의 어둠을 깊이 포옹했던
    그대의 순백(純白)한 사랑이,
    빈 어깨 위에
    쓸쓸하게 쌓여갑니다

    말없이 눈을 감는 그리움만
    저 홀로, 하얗게 걸어가는데
    ☆★☆★☆★☆★☆★☆★☆★☆★☆★☆★☆★☆★
    《11》
    들국화

    안희선

    세월 속에 잊혀져 눈물 배어 나오는
    끈적한 향기

    서러운 가슴으로 멀리 뻗은 황톳길은
    눈부신 눈 끝에 시려서라

    애(哀)저린 마음 하나 묻을 곳 없어,
    드러난 속살이
    벌판 가득
    하얗다
    ☆★☆★☆★☆★☆★☆★☆★☆★☆★☆★☆★☆★
    《12》
    따뜻한 추억처럼

    안희선

    섬에는 아무도 없고,
    그리움만 잘 보이네

    펼쳐지는 해변에는
    엄마 발자국

    영롱하게 열리는
    바다의 푸른 가슴

    갈매기 먼 울음소리에
    사랑의 풍경은
    가득 차 오르고

    외딴 집,
    아가 홀로
    오래 전 따뜻한 추억처럼
    잠들어 있네
    ☆★☆★☆★☆★☆★☆★☆★☆★☆★☆★☆★☆★
    《13》
    봄날 오후 스케치

    안희선

    벚꽃이 하얗게 내리던,
    어느 봄날 오후

    흩날리는 꽃잎들은 어우러져
    한바탕 큰 춤 잔치

    꽃잎들이 춤을 추는데
    오후의 햇살은 마냥 눈부시기만 한데,
    어디선가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그렇게 봄날 오후는 익어가는데
    까닭모를 슬픔은
    어디선지 모르게 성큼 다가와 있다

    하염없이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오늘도 시간을 엮는데 실려지고,
    보고픈 친구들은
    빛바랜 편지에 소북히 담겨있는데

    빈 가슴에 스며든
    봄날 햇살은 설겅대기만 해
    하늘 너울대는 그리움 속에
    아련한 추억처럼 파묻히고,
    그렇게 파묻히고

    나는
    왠지 눈이 부셔 눈물 맺힌다
    ☆★☆★☆★☆★☆★☆★☆★☆★☆★☆★☆★☆★
    《14》
    비가 내린다

    안희선

    비가 내린다
    가슴 깊이 고인 외로움에
    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 무너져오는
    무성한 꽃들의 향기는
    그대 만들고

    일렁이는 그리움은
    꿈 같이, 꿈 같이

    물 내음 선연(鮮姸)한
    허공 속에서
    그대의 이름 부르는
    빗소리

    젖은 시간이 만드는 것은
    표현하지 않아도
    가득할, 언어

    그것은
    시작하기 힘들고,
    그만두기 힘들,
    사랑

    그 엉켜진 실핏줄마다
    스미는 두려움
    ☆★☆★☆★☆★☆★☆★☆★☆★☆★☆★☆★☆★
    《15》
    사랑과 그리움

    안희선

    사랑과 그리움이 마주 보는 밤
    그리움의 가로등과
    사랑이라는 가로등이 마주보며
    여름 밤을 녹이는 구나

    첫사랑 그리움이
    푸른 밤이 되어 녹아 내려도
    더는 갈수 없는 길이 듯이

    그리움은 저쪽길에 비취는 가로둥
    나에게로 오는 사랑의 빛 가로등은
    내 몸을 감싸듯 비취고 있구나

    사랑 사랑이 너무나 좋다
    ☆★☆★☆★☆★☆★☆★☆★☆★☆★☆★☆★☆★
    《16》

    사랑과 운명

    안희선

    피하려 하지 말라
    우리의 인연이 겹쳐지는 것처럼,
    아픔의 중력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면

    그대를 두드리는,
    그 어떤 따뜻한 미래도
    아니, 그 어떤 지난 날의 희미한 감동도
    입술을 깨문 지금의 단순한 느낌만은 못한 것

    삶의 기나 긴 괄호,
    그 안에서
    그대는 단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
    견고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
    특히, 그것이 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정결한 혼돈이다
    주저하지 말라
    우리의 인연이 겹쳐지는 것처럼,
    세상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면
    ☆★☆★☆★☆★☆★☆★☆★☆★☆★☆★☆★☆★
    《17》
    산행

    안희선

    최후의 마을을 지나, 오르는 산에는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뼈처럼 숨어있는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빽빽하니 들어찼다

    공기를 흔드는 서늘한 숲의 울음소리에
    놀라 깨어 서걱이는 풀섶

    하늘엔 구름이 엉킬 징조가 보이지 않았지만
    서서히 한낮의 흔적은 지워지고 있었고,
    비스듬한 햇살들은 갈 곳을 몰라
    추억으로 쏠리는 발걸음마다 뽀얗게 묻어났다

    오르는 산은 자꾸만 자꾸만 높아지고
    피로의 숨결이 잠시 후에 고함지를 것을
    이 잠잠한 공간은 침묵처럼 알고 있다

    아, 하루는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주름진 풍경 사이로 황혼이 깃든다
    그렇게 또 나른한 모습으로,
    목덜미 젖히는 태양

    저 멀리 계곡의 끝에서
    끊임없이 똑딱이는 벽시계 하나,
    숲에 둥지를 튼 뻐꾸기를 닮았다

    나를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발가벗은 바위들만 의젓해,
    완만한 바람에도 조금씩 나의 등이 밀린다

    이제 곧 비탈진 숲을 가로질러
    알 수 없는 계곡의 저쪽으로 가야 한다
    그동안 휘청거리는 내 모습이 또 어떤
    다른 내용으로 읽혀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산을 재촉하는 저녁빛이 잔뜩 부풀어 가혹했지만
    멀리 아득한 천둥 소리에 이따금 뒤돌아 보며,
    또 다시 멀어지는 봉우리를 향해
    걸어갈 뿐

    주위엔
    아무도 없다
    ☆★☆★☆★☆★☆★☆★☆★☆★☆★☆★☆★☆★
    《18》
    새해를 위한 기도문

    안희선

    神과 부처 앞에서만 짐짓, 착한 사람이 되지 말게 하옵시고
    더욱이, 사람들 앞에서 내가 그 무엇인 척 돋보이게 하지 마옵시고
    내가 내 이웃을 위해 행한 義로움과 善함이 없이,
    神과 부처에게 자비만 구하지 말게 하옵시고
    이웃을 福되게 함이 없이, 내 복만 바라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가벼운 영혼의 무거운 罪를 바로 보게하사
    오로지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소서

    차가운 욕망 대신 따뜻한 사랑을 지닌,
    눈물어린 한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
    《19》

    신선(新鮮)한 타인

    안희선

    비에 젖은, 공기가
    촉촉한 날

    커피향을 닮은 추억처럼,
    그리운 사람 하나가
    늦은 카페의 문을 열고
    미소 띤 얼굴로 들어올 것 같아요

    비록, 지금은
    신선한 타인(他人)이지만
    ☆★☆★☆★☆★☆★☆★☆★☆★☆★☆★☆★☆★
    《20》
    쓸쓸한 오후

    안희선

    백지처럼 창백한 바람이 불어
    기억의 언저리에 서성이는 그림자 하나

    다정한 햇살은 외로운 땅에 닿지 않아
    산발(散髮)히 씻겨 가는 슬픈 인연

    이젠 되돌아 갈 수 없는 길
    오늘도 내일도

    죽지 않을 씨앗들이 시린 가슴에 자라나
    이따금 내 눈에 거짓말 같은 눈물 흐르면
    펼쳐진 허공 딛고 발 돋음 하는 단 하나의 이름

    차마 눈감을 수 없는 그리움에 홀로
    쓸쓸한 오후

    적막보다 짙은 내 안의 그림자
    맨발로 걸어간다
    ☆★☆★☆★☆★☆★☆★☆★☆★☆★☆★☆★☆★
    《21》
    안개꽃 사랑

    안희선

    내 그리움이 오랜 망설임 끝에,
    그대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대는 언제나,
    바람처럼 나를 스쳐가지만

    그대의 뒷모습에
    시선이 못 박힌 채,
    하얗게 웅크린 사랑

    홀로 서성이는 외로움만
    속절없이 번져,
    세상보다 넓은 기다림은
    사방에 안개꽃입니다
    ☆★☆★☆★☆★☆★☆★☆★☆★☆★☆★☆★☆★
    《22》
    오늘 같은 날에는

    안희선

    그런, 사람이 그립다

    어느 늦은 카페의 아늑한 조명 아래
    아무 말 없이, 서로의 그리움을 확인하고

    고단했던 하루를 서로의 눈빛으로 조용히 위로하며,
    뿌리없는 희망일지라도 미소만은 잃지 않고

    작은 것에서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그렇게, 따뜻한 차(茶) 한 잔 함께 마시고 싶다

    문득, 삶이 쓸쓸한 오늘 같은 날에는
    ☆★☆★☆★☆★☆★☆★☆★☆★☆★☆★☆★☆★
    《23》
    이 시대의 詩가 따뜻해야 하는 理由

    안희선

    지금은 사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외로운 것이다

    뜬 세월 묻히는 세상은 살 갈라지고,
    불어터지고, 뼈 속까지 아픈 사람들이 그들의
    슬픈 시간을 낚는 소리만
    사방천지에 가득할 때
    시(詩)마저 날카로운
    삶의 선(線)을 차갑게 그어대야 할까

    그렇게 인색해야 할까

    가슴 속 내명(內明)으로 흐르는 따뜻함을
    차마 소중한 양식으로 삼지 못하고,
    살아가며 어여쁜 생명도 되지 못하고,
    하루, 하루, 해골인형(骸骨人形)이 되어가는
    가엾은 사람들에게
    ☆★☆★☆★☆★☆★☆★☆★☆★☆★☆★☆★☆★
    《24》
    千年의 사랑 너를 찾아서

    안희선

    영혼 깃든 네 향기에
    외롭게 아파하며,
    천년(千年)을 남루한 신발로
    걸어서, 눈물이 나도
    눈물이 나도

    네가 기다려주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저 언덕 위,
    힘에 부친 이승의 길이라도
    오랜 그리움 펄럭이는
    나만의 풍경 속에
    네가 있는 곳

    긴 세월 끝에
    마지막 불빛처럼,
    내가 닿은 곳

    네 사랑 이외엔
    빈자리 없어,
    내 영혼이 진실로

    안아볼 만한 너인 것을
    ☆★☆★☆★☆★☆★☆★☆★☆★☆★☆★☆★☆★
    《25》
    청자 (靑瓷) 옆에서

    안희선

    무늬 아득한 하늘가에
    점점이 부풀어 오른,
    한 오리 포근한 바람은
    정겨운 심상(心像)으로 가벼이 돌고
    수정(水晶)빛 신음은
    몸부림치며 환희 부드러운
    그리움의 꽃 피운다

    청옥석 머금은 정(淨)한 네 모습이
    함빡 슬픔을 불러내 올 때면,
    홀로 가득한 나의 어둠은
    주위를 감싸안아
    너의 얼굴을 더욱 더 환하게 하고
    청초(淸楚)한 기다림의 끝 아롱진 꽃송이는
    나의 눈물로 시리도록 붉게 붉게
    물드는데,
    아 ...
    푸르게 밝아오는
    실내(室內)의 가장자리에
    그대여,
    이제 와 머무는가
    ☆★☆★☆★☆★☆★☆★☆★☆★☆★☆★☆★☆★
    《26》
    하얀 그리움

    안희선

    까만 잠에서
    솟아난 아픈 꿈은
    가슴에서 쏟아지는,
    하얀 그리움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낯설어진 그대는
    아름다웠던 시간 끝에서
    흔들리는 희미한 햇살

    닿을 수 없는 그 모습에
    가슴 뚫린 내 영혼은
    너무 아파,
    차라리
    그리워하지 않는다

    죽음보다
    깊은 잠 속에서도
    ☆★☆★☆★☆★☆★☆★☆★☆★☆★☆★☆★☆★
    《27》
    하얀 추억

    안희선

    하얀 추억이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혼자 걷는 길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

    꼭, 너인 것만
    같은데

    착한 그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내 안의 어둠을 깊이 포옹했던
    그대의 순백(純白)한 사랑이,
    빈 어깨 위에
    쓸쓸하게 쌓여갑니다

    말없이 눈을 감는 그리움만
    저 홀로, 하얗게 걸어가는데
    ☆★☆★☆★☆★☆★☆★☆★☆★☆★☆★☆★☆★
    《28》
    한해의 끝에서

    안희선

    흐르는 세월에 내몰리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보니,
    횅하니 벽에 남은 달력 한 장이 외롭습니다

    한해의 끝에서 그 달력을 걷어낼 때마다,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듣습니다
    감당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차가운 살 속 깊이 파고듭니다

    창 밖을 보니, 마지막 이파리를 벗고
    겨울을 입은 나무들이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 같은 것이
    잠시 눈동자에 어리다가 이내 흔들립니다

    왠지 고독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향기가 되고 싶은 매혹적인 우울함이
    텅 빈 가슴에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낯설기만 합니다
    지난 가을의 길목에서 돋아난 그리움이
    한껏 부풀어,
    낙엽도 아닌 것이 가슴 위에 아직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 겨울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렇게 저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럴땐, 정말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쓸쓸함을 배웠던 날처럼,
    지워지는 한해의 끝이
    눈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헛헛함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날...

    그리움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내 안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

    비록, 낯선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빈 몸이더라도
    이제사 겨울로 떠나는 나의 계절이
    차갑지 않기 위해
    작은 불씨 하나 그렇게 가슴에 지피렵니다
    ☆★☆★☆★☆★☆★☆★☆★☆★☆★☆★☆★☆★
    《29》
    황혼(黃昏)

    안희선

    어린아이들의 모래장난은 진지하여서
    말릴 수가 없었지만
    어느덧 날이 어둑하고 해는 저물어
    손을 털고, 묻은 모래를 털고,
    돌아가야 한다,
    바다를 닫을 시간이다
    쌓았던 모래성은 파도에 지워지고
    비로소 이제 나도 가볍다
    사람이여, 사람이여,
    부질없는 모래사람이여,
    내 홀가분한 안녕이
    너의 충만한 기쁨이라면
    나는 내 방 깊숙한 곳에서
    푸른 꽃 한 송이 피울 수도 있겠다
    너를 지운 오랜만의 안식으로
    따끈한 茶 한 잔도 마실 수 있겠다
    ☆★☆★☆★☆★☆★☆★☆★☆★☆★☆★☆★☆★
    《30》
    후포항

    안희선

    해조음(海潮音)의 긴 고동으로
    눈망울 푸른 수평선에서
    저 멀리 구름 이는,
    비단 한 조각

    넋으로만 가늠할 수 있는,
    여울진 그리운 빛이
    투명하다

    내 반절(半切)의 눈길로
    출렁이던 물결은
    하늘 소매 넓디 넓게 흔들어,
    무심한 바람의 갈피마다
    하얗게 접히는 해변

    해당화(海棠花),
    머리 씻긴 세월이
    저 홀로 붉게 저문다

    먼 기다림의 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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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12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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