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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시모음 35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05. 00:06:32   조회: 311   추천: 14
    여명문학:

    십자가시모음 35편
    ☆★☆★☆★☆★☆★☆★☆★☆★☆★☆★☆★☆★
    《1》
    눈발

    강은교

    외롭지 않아요. 우린
    함께 함께 내려가요. 우린

    머리칼 죄 뜯긴 나무 위에 풀 위에
    몸살 앓는 잔돌 위에 산등성이 위에

    쇠꼬챙이 담벼락 위에
    비둘기 날개 위에

    안녕 안녕, 돌아서는 사람들 솟은 어깨 위에
    납작 누운 불경기 지붕 위에

    호텔 보드라운 창틀 위에
    취기 오른 불빛 위에

    그리고 미사 위에
    언제나 언제나 홀로 서 있는 십자가 위에

    끝내는 눈물이 되어

    눈물이 되어 온 땅
    질퍽질퍽 흐느끼게 해요
    함께 함께 흐느끼게 해요.
    ☆★☆★☆★☆★☆★☆★☆★☆★☆★☆★☆★☆★
    《2》
    연꽃과 십자가

    고진하

    벽이 허물어지는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네.
    저마다 가는 길이 다른
    맨머리 스님과
    십자성호를 긋는 신부님
    나란히 나란히 앉아 진리의 법을 나누는
    아름다운 어울림을 보네.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아름답네.
    자기보다 크고 둥근 원에
    눈동자를 밀어넣고 보면
    연꽃은 눈흘김을 모른다는 것,
    십자가는 헐뜯음을 모른다는 것,
    연꽃보다 십자가보다 크신 분 앞에서는
    연꽃과 십자가는 둘이 아니라는 것,
    하나도 아니지만 둘도 아니라는 것,
    늦은 깨달음이라도 깨달음은 귀하다네.
    늦은 어울림이라도 어울림은 향기롭네.
    이쪽에서 '야호 !' 소리치면
    저쪽에서 '야호 !' 화답하는 산울림처럼
    이 산 저 산에 두루 메아리쳐 나가면 좋겠네.
    ☆★☆★☆★☆★☆★☆★☆★☆★☆★☆★☆★☆★
    《3》
    붉은 십자가의 묘지

    김경민

    어두운 경인 고속도로 달려가면
    먼 데 벌판 가득히 빛나는
    교회 첨탑 위의 붉은 십자가
    차 안의 사람들 반은 졸고
    반쯤 죽은 사람들 얼굴 위에
    무덤처럼 즐비하게 떠오르는
    붉은 십자가의 교회
    어딘가 제 정처를 향해
    달려가는 버스 양편 어둠에서
    일정하게 다가와 이내 스쳐가는
    저 빈혈의 가등 사이로
    쇠사슬과도 같이 버스와 나를 끌고
    세상이란 거대한 묘지를 향해
    달려가는 붉은 십자가의 무덤
    ☆★☆★☆★☆★☆★☆★☆★☆★☆★☆★☆★☆★
    《4》
    십자가의 길

    김귀녀

    황사가 담벽을 돌아가는
    작은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채
    깃발로 변한 오징어
    골고다 십자가
    주님의 아픔을 닮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보고 읽고 들어도
    욕심의 저울 위에 올리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부족한 믿음
    넓은 길 걸어가는
    죄인임을 고백하며
    욕심에 젖은 입술 깨물어 본다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늘 쫓기는 듯한 마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던
    그분을 떠올리며
    어촌 앞마당 대나무에 꽂힌 오징어처럼
    십자가의 길 침묵으로 걷고 싶다
    ☆★☆★☆★☆★☆★☆★☆★☆★☆★☆★☆★☆★
    《5》
    지금도 고통의 십자가에 달려 계신 주님

    김성림

    사랑이신 주님!
    당신은 지금도 힘든 그 고통
    십자가에 매달려 왜 고통의 절규의
    함성 부르짖습니까?

    이천 년 전 그렇게 피땀 흘리시면서
    골고타 언덕 위에 매달리신 그곳에서
    피눈물의 함성을 왜 아직도 이 민족에
    절규하고 계시나요.

    지금도 당신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당시 양손과 발에 대못이 박히고
    어여쁜 당신의 성심에 찔린
    창의 고통을 왜 아직도 받고 계십니까?

    지금도 당신을 고통스러운
    십자가 위에 매달리게 하여
    당신……
    ☆★☆★☆★☆★☆★☆★☆★☆★☆★☆★☆★☆★
    《6》
    부고 한 장

    김숙영

    여름이 떠난다고
    바람은 호수 위를 물비늘로 걷고 있다.
    어쩐 일일까?
    물 속에 빠져서도
    어두움 건저 올리는 교회 붉은 십자가
    반기지 않아도 찾아오는
    눈가에 잔주름처럼
    깨어진 사금파리로 저며 내는
    상처마다 핏자국 흥건히 고이고
    아직도 이루지 못한 기도가
    거미줄에 걸려 아롱지는데
    사물함에 꽂힌 부고 한 장
    이름 모르는 묘비 오늘 또 세운다.
    ☆★☆★☆★☆★☆★☆★☆★☆★☆★☆★☆★☆★
    《7》
    눈물만 납니다

    김용호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골고다의 거친 언덕길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시면서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까?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시고
    조롱당하실 때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까?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지칠 대로 지치셔서
    손과 발목 못 박히실 때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까?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
    허리에는 굵은 창이 찔렀을 때
    피 흘리시면서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까?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보배로운 피 흘리며
    돌아가신 예수님만 생각하면
    눈물만 납니다.
    ☆★☆★☆★☆★☆★☆★☆★☆★☆★☆★☆★☆★
    《8》
    스승

    김종제

    캄캄한 어둠에
    한 줄기 빛을 던져주어
    꽃도 나무도 눈을 번쩍 떴으니
    새벽, 당신이 스승이다
    얼어붙은 땅속에
    숨쉬고 맥박 뛰는 소리를 던져주어
    온갖 무덤의 귀가 활짝 열렸으니
    봄, 당신이 스승이다
    정수리를 죽비로 내려치며
    한순간 깨달음을 주는 것은
    말없이 다가오므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놓치지 않으려면
    온몸으로 부딪혀 배워야 하는 법
    흘러가는 강물과
    타오르는 횃불과
    허공에 떠 움직이지 않고
    바닥을 응시하는 새와
    제 태어난 곳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고 죽어가는 물고기도
    감사하고 고마운 스승이다
    죄 많은 우리들 대신에
    십자가에 사지를 못박히는 일과
    생을 가엾게 여기고
    보리수나무 아래 가부좌하는 일이란
    세상 똑바로 쳐다보라고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
    《9》
    십자가 위에

    도한호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제 이름 석자 새겨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제 자랑 늘어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학위 가운 걸어놓고
    어떤 이는 십자가 위에
    자기 고난 걸어놓았네

    그러나 그대들은 십자가에
    오직 예수의 공로만 걸라
    그 밖의 것은 모두 그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
    ☆★☆★☆★☆★☆★☆★☆★☆★☆★☆★☆★☆★
    《10》
    말씀

    박수현

    수많은 십자가를 보았다
    산 딸 나무가 밀어 올린 작은 십자가들
    몸 구석구석
    얼마나 많은 어둠을 밟고 왔는지
    한 때 사랑이었고 배반이었고 치욕이었던 것들이
    나무 우듬지마다 가득하다
    사함 받지 못할 죄가 많아서인지
    네 장의 흰 꽃차례마다 담긴 울음이 너무 환해
    지구 저편이 또 맑게 물든다
    한번쯤, 지나쳐 온 어둠 따윈 내팽개쳐도 된다고
    입술이 휘도록 자꾸 내 귀에
    속삭이는 검은 중절모 눌러 쓴 저 말씀

    이곳 유대인 마을은 지금 산 딸 나무 꽃 천지다
    ☆★☆★☆★☆★☆★☆★☆★☆★☆★☆★☆★☆★
    《11》
    나무 십자가

    박순옥

    다정하게
    손을 잡듯
    기도 없이도
    나무 십자가
    따스하다
    ☆★☆★☆★☆★☆★☆★☆★☆★☆★☆★☆★☆★
    《12》
    십자가

    박인걸

    저물던 조선 하늘에
    십자가 처음 달렸더니
    백년 세월 붉은 십자가
    서울하늘이 못자리다.

    하늘 사람이 달려 죽어
    쳐다보는 자마다
    하늘 사람이 된다더니
    수효가 너무 많아
    효능이 의심되고

    울긋불긋 네온사인
    주점 빛깔 흡사하여
    세속과 혼합된
    복음의 상업화 부끄럽네.

    숭고한 십자가는
    죽어야 사는 진리의 웅변
    지고 가라는 당부 외면한 채
    매달아 놓고 사람을 모으는
    십자가 없는 십자가여!
    본질은 사라진 껍데기여!
    ☆★☆★☆★☆★☆★☆★☆★☆★☆★☆★☆★☆★
    《13》
    고향에 가서

    박인환

    갈대만이 한없이 무성한 토지가
    지금은 내 고향

    산과 강물은 어느 날의 회화
    피 묻은 전신주 위에
    태극기 또는 작업모가 걸렸다
    학교도 군청도 내 집도
    무수한 포탄의 작열과 함께
    세상엔 없다

    인간이 사라진 고독한 신의 토지
    거거 나는 동상처럼 서 있었다
    내 귓전에 싸늘한 바람이 설레이고
    그림자는 망령과도 같이 무섭다
    어려서 그땐 확실히 평화로웠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미래와 살던 나의 내 동무들은
    지금은 없고
    연기 한 줄기 나지 않는다

    황혼 속으로
    감상 속으로
    차는 달린다
    가슴 속에 흐느끼는 갈대의 소리
    그것은 비창한 합창과도 같다

    밝은 달빛
    은하수와 토끼
    고향은 어려서 노래 부르던
    그것 뿐이다
    비 내리는 사경의 십자가와
    아메리카 공병이
    나에게 손짓을 해 준다
    ☆★☆★☆★☆★☆★☆★☆★☆★☆★☆★☆★☆★
    《14》
    아름다운사랑

    박희엽

    아름다운 사랑
    십자가의 생명의 사랑

    날 위해 가신 생명
    영혼을 사랑하신 사랑

    빛보다 아름답고
    무지개 꿈을 심어주신 주

    오늘도 보고픈 사랑
    나의 생명 다하는 날까지

    당신의 뜻을 따라
    내 십자가지고 갑니다.
    ☆★☆★☆★☆★☆★☆★☆★☆★☆★☆★☆★☆★
    《15》
    오늘 하루를 위한 기도

    작자 미상  

    사랑이신 당신이여.
    항상 깨어 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제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깨끗하고 순수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루종일 말없이 매달려 있는
    당신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용서하는 마음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
    《16》
    따름

    오운교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 몰아닥치면
    밀려오는 먹구름 움켜잡고
    얽히고설킨 문제로 답답할 뿐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공식에 포개고 적응하며
    톱니바퀴로 맞물려 돌아가려면
    한 통속이 유리한다는 오류 뿐

    뾰족한 정답 없는 긴 여정
    숨 가쁘게 내달리는 순간마다
    오늘보다 찬란한 내일을 향해서
    뒤꿈치를 들지 않는 겸손함으로
    십자가에 두 손 모아 기도할 뿐
    ☆★☆★☆★☆★☆★☆★☆★☆★☆★☆★☆★☆★
    《17》
    십자가를 만든 목수

    용혜원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나는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만든 목수입니다

    그 동안도 나는 내가 만든
    십자가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슬퍼했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죄인이라 해도
    처참하게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괴로워했습니다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나의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만든 목수입니다

    이번에도 나는 죄인들이 달릴
    십자가를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내가 만든 십자가에
    주님이 달리시다니요

    주님은 목수 유명한 목수
    주님이 만드신 멍에는 가볍다고 소문이 났는데
    나는 주님이 지고 가신 십자가
    나는 주님이 달리신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내가 만든 십자가에
    주님이 달리시다니요
    ☆★☆★☆★☆★☆★☆★☆★☆★☆★☆★☆★☆★
    《18》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
    붉은 십자가

    이선명

    나는 울고 있는데
    나는 울고 있는데
    당신도 울고 있군요

    나는 웃고 있는데
    당신을 잊은 듯 웃고 있는데
    당신은 울고 있군요

    몰랐습니다
    나 때문에 울고 있는 당신을
    붉은 십자가엔 온통 눈물뿐이라는 것을

    나는 울고 있는데
    당신을 잊은 듯 울고 있는데
    붉은 십자가엔 온통 눈물뿐이군요
    당신도 울고 있었군요
    ☆★☆★☆★☆★☆★☆★☆★☆★☆★☆★☆★☆★
    《20》
    나의 기도

    이성균

    하나님 나의 이 마음을 받아 주소서
    나의 평생의 소원을 들어 주소서

    가난함을 나의 부(富)로 삼게 하고
    낮아짐을 내 명예(名譽)로
    섬기는 것을 즐거워하며
    고난 중에 주(主)를 높이게 하고
    잠잠히 행동케 하며
    나의 죄악 중에 항상
    십자가 보게 하소서

    그 은혜로 매일 살게 하소서
    ☆★☆★☆★☆★☆★☆★☆★☆★☆★☆★☆★☆★
    《21》
    십자가 앞에서

    이용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골고다 걷고 있는 발자국마다의 고통.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으로
    또렷한 발자국이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언제나 힘겹게 느껴왔던 우리들의 발자국은
    시험삼아 몇 발자국을 걸어본 것처럼
    아직은 낯선 새벽이다.
    악몽처럼, 끝없이 추락하는 공포로 얼룩진
    우리들의 삶일지라도 우리들은 신에 대한
    분노로 일그러진 우리들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기도하며 살자. 어디선가
    우리들의 발자국을 지키고 계실 그분을 위해
    하늘을 보며 살아야 한다.
    언젠가 또렷한 발자국 없이, 일그러진 발자국을 남기며
    우리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지라도
    어떤 모습일지 모를 마지막 발자국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걸어야 한다.
    바쁘게 흐르는 시계의 초점 속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죽음을 거부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보다 나답게 살기를 바라온 삶이었지만
    언제나 안타깝게 돌아봐지는 우리들의 발자국.
    아픈 삶일지라도 이제는 걸어야 함을 알고 있다.
    ☆★☆★☆★☆★☆★☆★☆★☆★☆★☆★☆★☆★
    《22》
    십자가

    이윤학

    언젠가
    펌프질 우물이 메워졌는지 알고 있는가.
    나무곳간 바깥 벽 소나무 기둥
    못에 걸려 비스듬한
    물지게 죄 삭아버렸다.

    양팔에 달았던 갈고리 손도
    도망가 버렸다, 물지게
    골 깊은 등허리에 지고
    물통을 매달고 십자가 되어 걷던 사람.

    흔들리던 물통은 길가에
    물을 뿌리던 기구였다.
    십자가 되어 함께 걷던 그가
    지난봄에 죽은 걸 알고 있는가.

    슬쩍 스치기만 해도
    두 동강나 떨어질
    뼈만 앙상히 발린 물지게
    앉은뱅이.

    남의 몸을 빌려 일어나 걸어온
    죽은 소나무 귀신.

    겨울 아침마다 보리밭 이랑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던 십자가.
    간신히 수평을 잡고 걸어가던
    똥통을 매달았던 십자가.
    ☆★☆★☆★☆★☆★☆★☆★☆★☆★☆★☆★☆★
    《23》
    검은 구름 토하는 고개

    이은상

    이름조차 험한 산 고개
    '검은 구름 토하는 고개'
    구름이 장막처럼 몸을 휩싸고
    비를 몰아오는 바람소리
    세기의
    종말을 고하는
    선지자의 선언과도 같이

    진실! 진실을 잃어버리면
    거기는 캄캄한 지옥
    허위의 얼굴을 대하면
    악마보다 더 무서워
    지구가
    온통 검은 구름에
    휩싸여 있는 오늘이다

    여기 불타고 말라 죽어
    잎사귀 하나 없이 헐벗은 나무
    인간들이 받아야 할 형벌을
    대신 받고 서 있는 것 같아
    경건히
    그 십자가 아래 서서
    속죄의 기도를 올린다

    방향을 잃은 인간들
    허위적거리는 발등에
    차라리 이 순간
    뇌성벽력이라도 쳤으면 싶다
    주춤 서
    검은 구름 토하는 고개
    올려다 보는 심정이여!
    ☆★☆★☆★☆★☆★☆★☆★☆★☆★☆★☆★☆★
    《24》
    오늘도 십자가 앞에 서면

    이해인

    기쁠 때도 슬풀 때도
    성당의 십자가 앞에서면
    예기치 않은 기쁨과 평화가
    피어 오릅니다

    말을 하면 향기가 날아 날까봐
    안으로 밖으로 고요히 침묵하면
    오늘도 십자가 앞에서
    사랑을 배웁니다

    날마다 이마에 사슴에 십자를 긋고
    십자 목거리와 십자 반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작은 잊고 살았던 십자가의 의미를
    두려워 하지 않고 받아 안을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십자가에 숨어있는
    놀라운 빛의 기도
    사랑의 승리
    날마다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 누구를 위로하고 싶을때
    성당의 십자가 앞에서면
    죽움의 눈물도 웃음으로 바뀌는
    기적 갈은 은총이여

    죽엄을 뛰어넘는 사랑의 어리석음을
    몸으로 가르친 예수 그분이 계시기에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삶의 희망이여
    ☆★☆★☆★☆★☆★☆★☆★☆★☆★☆★☆★☆★
    《25》
    화려한 십자가

    이향아

    동네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예배당도 네 군데나 새로 문을 열었다
    아파트로 솟아오른 십자가의 불빛은
    밤을 지켜 새벽이면 빈혈이 깊어가도
    그야 어떠랴, 아름다운 일이다
    요즘 세상에서 유행하는 말로
    기죽지 마, 기죽지 말라고
    소리소리 저렇게 자지러지면서도
    하늘에 먼저 가서 닿으려는 발돋움
    그야 어떠랴, 어여쁜 일이다
    다만 이것만은 걱정이다
    외롭던 성자의 피에 젖던 고난이
    오늘은 애드벌룬처럼 떠 있어도 되는지
    유명 메이커의 상표 속에서
    저토록 헤픈 눈짓으로 손을 까불어도 되는지
    화려한 십자가가
    죄짐보다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새벽
    기죽지 마, 기죽지 마,
    나는 얼토당토않게
    기죽지 않을 것만 결심하였다
    ☆★☆★☆★☆★☆★☆★☆★☆★☆★☆★☆★☆★
    《26》
    주님의 사랑 가득 넘치게 하소서

    이효녕

    은은한 성탄의 종소리 들려오는
    밤이면 별빛이 머무는 창가
    작은 소나무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예쁘게 반짝이는 은색별 금색별
    동방박사 세 사람 성자 아기 예수
    베들레헴 말구유 오시는 것 알고
    경배 드리러 가는 길 위에 뜬 별들인가

    어두운 길 못 찾는 이 세상사람 위해
    주께서 소리 없는 거룩한 빛이 되어
    이 땅에 모든 사랑 주시러 처음 오신 날
    이제 우리 천사가 된 하나의 마음으로 맞는
    아기 예수 탄생하신 축복의 크리스마스
    손에 성스런 촛불 하나씩 들고
    하늘의 별이 되어 들려오는 성가대 합창소리
    온 누리 순결한 축복의 하얀 눈 펄펄 내리는
    행복이 넘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사랑이 넘치는 메리 크리스마스
    고난의 십자가 짊어지시고
    어려운 이웃 속에서 오신 예수님
    우리 작은 가슴에서 다시 만나
    주님의 사랑 가득 넘치게 하소서.
    ☆★☆★☆★☆★☆★☆★☆★☆★☆★☆★☆★☆★
    《27》
    그 십자가

    임종호


    골고다의 십자가에
    높이 달리신 이
    뼈가 저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피며
    물이며
    다 쏟아 내시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늘도
    땅도
    빛들조차도 부끄러워
    숨어 버리다

    그 십자가
    그 십자가
    ☆★☆★☆★☆★☆★☆★☆★☆★☆★☆★☆★☆★
    《28》
    나무 십자가

    정재영

    십자가의 예수의 상은 떠나고
    나무만 벽에 걸려 있다
    어디를 간 것일까

    형태를 섬기고
    뜻을 팽개쳐 놓은 것을
    아시고 숨으신 것일까

    아예 겉모습에 숨겨진
    환유를 말하기 위함일까

    지고 가던 십자가를 버리고
    다시 지실 짐과 사람을 위해
    어두운 골목길을 찾아 헤매고 있을까

    집나간 민무늬 나무 십자가.
    ☆★☆★☆★☆★☆★☆★☆★☆★☆★☆★☆★☆★
    《29》
    주께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로렌스 하우스먼

    주께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나는 무엇을 져야 하겠습니까?

    주께서 가시면류관을 쓰셨습니다.
    나는 무엇을 써야 하겠습니까?

    주께서 나를 돌보셨습니다.
    나는 누구를 돌보아야 하겠습니까?

    주께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내가 감히 무엇을 더할 수 있겠습니까?
    ☆★☆★☆★☆★☆★☆★☆★☆★☆★☆★☆★☆★
    《30》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작자 미상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모든 걸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모든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모든 걸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모든 걸 초월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모든 걸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모든 걸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때문에
    영원히 당신 것이 되었습니다.
    ☆★☆★☆★☆★☆★☆★☆★☆★☆★☆★☆★☆★
    《31》
    이 가을비에 슬픔

    한경숙

    뜨거운 햇볕이 달구던 여름이 지나고
    뭉게구름이 솜털처럼 어여쁘다
    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한들한들 코스모스 피어오르고
    지난해의 비극들이 일시에 밀려온다

    어둡고 슬픈 이별의 몸부림 속에
    님과 아이들 그리고 나
    먼 곳으로 떠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가을의 마지막 밤
    세상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님은 떠났다.
    그가 없는 일 년의 빈 공간 속에
    그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눈물은 마르고
    가슴속 저 밑바닥은 강물처럼
    눈물이 흐르고
    생채기가 되어
    부매랑처럼 다시 되돌아왔다

    그가 없는 일 년이 백지가 되어
    또다시 가을을 맞은 지금
    아무 준비도 없이
    님을 생각나게 하는 시간

    오늘도 살기 위해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다시 천국에서 만나리라 기억하며
    님의 발자취를 찾아갈 뿐이다
    ☆★☆★☆★☆★☆★☆★☆★☆★☆★☆★☆★☆★
    《32》
    행복한 사랑은 없다네

    Louis Aragon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네.
    그의 힘도 무력함도 마음도.
    또한 그가 자기의 팔을 벌린다고 믿을 때,
    그의 그림자는 십자가의 그림자이며,
    그가 행복을 붙잡는다고 믿을 때,
    그는 자기의 행복을 부수어 버리네.
    인간의 삶이란 이상야릇하고 고통스러운 이별.

    행복한 사랑은 없다네.

    그의 삶은 사람들이 또 다른 운명을 위해 옷을 입혔던,
    무기 없는 병사들을 닮았다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이 될까?
    저녁이면 사람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무장해제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그들에게
    내 삶이라는 말을 해주오. 그리고 눈물을 거두오.

    행복한 사랑은 없다네.

    나의 아름다운 사랑이여, 나의 소중한 사랑이여, 나의 상처여,
    나는 마치 상처 입은 새와도 같은 사랑을 내 품안에 안네.
    또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본다네.
    제가 엮은 말들을 저를 향해 되뇌이면서.
    그리고 커다랗게 눈을 뜬 당신에 대해 곧 죽어버릴 말들을.

    행복한 사랑은 없다네.

    사는 것을 배우려는 때가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네.
    하나가 된 우리 마음은 한밤중에도 눈물을 흘리네.
    정말 가장 작은 노래를 위해서는 불행이 필요하고,
    정말 몸서리를 치기 위해서는 회한이 필요하고,
    정말 기타 한 곡을 위해서는 흐느낌이 필요하다네.

    행복한 사랑은 없다네.

    고통받지 않는 사랑은 없다네.
    상처받지 않는 사랑은 없다네.
    시들지 않는 사랑은 없다네.

    또한 당신에게 애국심은 더 이상 없다네.
    눈물로 살아가지 않는 사랑은 없다네.

    행복한 사랑은 없다네.
    하지만 그건 우리 모두에게 속한 사랑이라네.
    ☆★☆★☆★☆★☆★☆★☆★☆★☆★☆★☆★☆★
    《33》
    십자가 아래서

    홍수희

    고독과 고통을 음미하라!
    아주 천천히

    그리하여 그곳에서
    마침내 단맛이 나게 하라!

    그때 비로소,
    고독은 기도가 되고
    고통은 은총이 되리라!
    ☆★☆★☆★☆★☆★☆★☆★☆★☆★☆★☆★☆★
    《34》
    십자가의 길

    홍수희

    내가 나를
    업고 가는 길입니다
    내가 나를
    참아주며 걸어가는 길입니다
    끊임없이
    내가 나를 실망시킬 때에
    나에게는 내가
    가장 큰 절망이 될 때에
    내가 나를 사랑함이
    미워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에
    괜찮다
    토닥이며 가는 길입니다
    위로하며
    화해하며 가는 길입니다
    십자가는
    밖에 서 있지 않고
    십자가는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휘청이며 넘어지며
    깨닫는 그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
    내가 나를 만나는 길입니다
    ☆★☆★☆★☆★☆★☆★☆★☆★☆★☆★☆★☆★
    《35》
    겨울 저녁 서산에서

    황동규

    어른대던 사람들 둑에서 내려가고
    한참 만에 사람 하나가 새로 올라간다
    하늘과 땅을 가르고 있던 금 천천히 풀어지고
    언제부터인가 눈이 자꾸
    안 보이는 것을 찾고 있다
    바티칸이 감추어 두었다
    이따금 꺼내 보여주는 미켈란젤로 그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베드로 얼굴의 눈이
    열심히 미켈란젤로를 찾는 그런 겨울 저녁
    눈 친 벌판을 둘러보는 동박새의 눈
    한 점 두 점 눈발이 시작되다
    빗방울이 되어 날기도 하는
    그런 저녁
    가창오리 몇 마리 날아올라 허공을 휘돌다 사라진다
    김용배의 설장구, 그 시원한 끄트머리!
    빗방울 몇이 얼굴을 따갑게 때린다
    손사래를 친다
    지금 이곳이 지구 속인가 밖인가?
    생각하다 말고 바람이 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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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74183
    61 선미숙 시 모음 40편 김용호2014.10.07.864157
    60 이병율 시 모음 43편 김용호2014.10.07.1239208
    59 박현숙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07.869170
    58 이승하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4.10.07.827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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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김예성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0.07.861203
    52 전병윤 시 모음 81편 김용호2014.10.07.933356
    51 김성우 시 모음 열 두 편 김용호2014.10.07.903247
    50 김옥준 시 모음 75편 김용호2014.10.07.992124
    49 마종기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4.10.07.1260312
    48 심성보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005186
    47 박재삼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07.1222166
    46 반칠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4.10.07.1213311
    45 황지우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07.1306178
    44 조지훈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07.2240315
    43 임 보 시 모음 김용호2014.07.05.1668329
    42 이생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14.07.05.2038227
    41 이양우 시 모음 48편 김용호2014.07.05.2894202
    40 허소라 시 모음 열편 김용호2014.03.01.1866208
    39 이운룡 시 모음 34편 [1]김용호2014.03.01.2033337
    38 허호석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4.03.01.1694170
    37 김지향 시 모음 61 ∼ 131까지 김용호2014.03.01.1884154
    36 김지향 시 모음 1 ∼ 60편 김용호2014.03.01.1777295
    35 강은교 시 모음 40편 김용호2006.08.09.6510723
    34 천상병 시 모음 20편 김용호2006.08.09.5750558
    33 나희덕 시 모음 30편 김용호2006.08.09.5096641
    32 박두진 시 모음 37편 김용호2006.08.09.5783658
    31 홍윤숙 시 모음 23편 김용호2006.05.27.4085680
    30 이외수 시 모음 34편 김용호2006.04.22.2466354
    29 함석헌 시 모음 9편 김용호2005.10.16.3082290
    28 김수미 시 모음 41편 김용호2005.10.16.2415253
    27 노래가 된 시 34편 김용호2005.10.16.2829260
    26 고은 시 모음 59편 김용호2005.08.20.3582523
    25 김용택 시 모음 29편 김용호2005.08.20.262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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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기형도 시 모음 21편 김용호2005.08.20.225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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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이육사 시 모음 17편 김용호2005.03.12.4049263
    19 박병순 시 모음 20편 양력 김용호2005.01.31.2722335
    18 이현옥 시 모음 85편 김용호2005.01.25.2318262
    17 김소월 시 모음 30편 [2] 김용호 2005.01.05.6779318
    16 김춘수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3037225
    15 김영랑 시 모음 25편 김용호 2005.01.05.2656207
    14 이형기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2854226
    13 김수영 시 모음 15편 김용호 2005.01.05.3962275
    12 신석정 시 모음 65편 김용호 2005.01.05.2340270
    11 윤동주 시모음 스무편 김용호 2004.12.29.2970226
    10 천양희 시 모음 77편 김용호 2004.12.29.2065280
    9 허영자 시 모음 18편 김용호 2004.12.29.1944256
    8 황금찬 시 모음 34편 김용호 2004.12.29.2020300
    7 양현근 시 모음 21편 김용호 2004.12.29.1967314
    6 김지하 시 모음 52편 김용호 2004.12.29.2143337
    5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824317
    4 유안진 시 모음 22편 김용호 2004.12.29.2137281
    3 노향림 시 모음 20편 김용호 2004.12.29.1961347
    2 홍수희 시 모음 33편 김용호 2004.07.07.2386361
    1 조병화님 시모음 22편 김용호 2004.07.02.2820266
    0 이정하 시 모음 51편 김용호 2004.07.02.2506278
    -1 신달자 시 모음 35편 김용호 2004.07.02.2693303
    -2 서정윤 시 모음 26편 김용호 2004.03.12.2531266
    -3 김용호 시 모음 102편 김용호 2004.03.12.3927233
    -4 이해인 시 모음 28편 김용호 2004.03.12.4121287
    -5 박노해 시 모음/15편 김용호 2004.03.12.2559294
    -6 류시화 시 모음 14편 김용호 2004.03.12.254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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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도종환 시 모음 40편 [1] 김용호 2004.03.12.238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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