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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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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학 시 모음 10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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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5.06.12. 23:12:31 조회: 1835 추천: 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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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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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학 시 모음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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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한마디
최학
하고 싶었던 말
날려보내고 싶은 새 한 마리
남김 없이 주어도
줄지 않는
목까지 찬 그리움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
꿈속의 나
최학
뭇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당신을
눈도 멀고 귀도 멀어
가득히 쌓이는 그리움
꿈속에서도 못 잊을 그대
하늘 먼 무지갯빛 소망
하필이면 당신을
영원 속에 그리며
꿈속에나 만날까
해는 벌써 지는데.
☆★☆★☆★☆★☆★☆★☆★☆★☆★☆★☆★☆★
돌부처 단상
최학
산마루 등에 업고
이승을 바라보는 돌부처
청산이 내는 신음神音 소리
노승의 읊은 범패梵唄소리
듣고 있는지 귀를 세우고 있다.
투명한 이슬 먹고
절 마당에 피어 있는 연꽃
슬쩍슬쩍 보다가 말다가
멈춘 듯 흘러가는 구름에
만리심萬里心 얹어놓았다.
돌부처 앞에 낮은 숨소리로
두 손 모은 채 서 있는
여린 마음들
심금에 쌓여있는 그늘
씻어 달라고
아름다운 무덤 하나
장만해 달라고 빌고 있다.
닳고 닳은 코와 귀
뭉뚱그려진 그의 모습이 어쩜
저리도 환하고 빛이 날까.
저녁 햇살에 단청으로 물든
먼지 낀 돌부처를
청솔 가지 그림자가 쓸고 있다.
☆★☆★☆★☆★☆★☆★☆★☆★☆★☆★☆★☆★
바라만 보아요
최학
하얀 목련꽃 아래
미소 머금은 여인
영롱한 눈빛
청초한 자태
가까이는 갈 수가 없어요
곱던 마음 부서질까 봐
하염없이 바라만 보아요.
☆★☆★☆★☆★☆★☆★☆★☆★☆★☆★☆★☆★
하늘 한 모금 마시고
최학
희부연 하늘 빗장 열고
달뜨는 소리
쑥국 새 울음에 젖는 밤
세월의 아픈 빛살에 젖어
아득히 머∼언
구천 (九天) 길 바라보며
눈, 귀 닫고
기억의 비늘마저
몸밖으로 보내더니
낡은 침묵 다독이며
침전하는 영혼 한 벌 입고
푸른 산 흙에 젖어드는 할머니.
☆★☆★☆★☆★☆★☆★☆★☆★☆★☆★☆★☆★
날 부르시면
최학
그대 앞에 서면
빨간 능금 빛 익는 얼굴
아득히 먼
별꽃 총총히 새긴 가슴
하늘이 군청색으로 물든 밤
눈빛으로 묻어나던 푸른 언어들을
창문으로 스며든 달빛에 걸어놓고
저어기 어디쯤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
날 부르시면.
☆★☆★☆★☆★☆★☆★☆★☆★☆★☆★☆★☆★
눈빛마저 태우는 가을 산
최학
산의 이마에 햇살 내려도
들풀에 쌓인 고요는 부서지지 않고
명상 깊은 골짜기에 피어난 능금향
갯돌 안고 흐르는 물 꽃구름으로 핀다
푸른 고집 털어 내던 나무들은
삽상한 바람에 붉은 꽃잎 피우고
능선마다 이는 화염 한 자락
가슴에 담았더니 눈빛마저 붉게 탄다
☆★☆★☆★☆★☆★☆★☆★☆★☆★☆★☆★☆★
빈 가지에 걸린 삶
최학
뼈만 남은 삶의 낟알들이
단호하게 엉겨 붙어 있는 장막 속
제별 하나 심지 못한
머리 덥수룩한 사내가
문풍지 소리 윙윙대는 가슴에
성자의 눈물 같은 성호(聖號) 긋는다
세상은 어둡고 눈빛이 붉다.
☆★☆★☆★☆★☆★☆★☆★☆★☆★☆★☆★☆★
세상을 닦는 걸레
최학
물먹은 숨구멍
성대 잘린 바람을
찾아다니고
삭정이 부딪치는 소리에
때로는 눈물이다가
부려진 허기를 다독이며
드럼의 목마를 타고
겨울의 허겁증 (虛怯症)에
하얗게 씻겨진 몸
눈물 꽃 핀 가슴들 데우려고
연서의 빛으로
뼈만 남은 세상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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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닦는 걸레
최학
물먹은 숨구멍
성대 잘린 바람을
찾아다니고
삭정이 부딪치는 소리에
때로는 눈물이다가
부려진 허기를 다독이며
드럼의 목마를 타고
겨울의 허겁증 (虛怯症)에
하얗게 씻겨진 몸
눈물 꽃 핀 가슴들 데우려고
연서의 빛으로
뼈만 남은 세상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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