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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심 시 모음 21편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4.11.10. 06:50:18   조회: 1031   추천: 181
    여명문학:

    안현심 시 모음 21편
    ☆★☆★☆★☆★☆★☆★☆★☆★☆★☆★☆★☆★
    《1》
    나무사람

    안현심

    식탁에 책이 쌓이기 시작했네
    나무 군락에 밀려
    끼니는 말없이 웅크려 앉네

    화장대에도 나무가 자라네
    화장수 두어 가지
    나무향기에 빨려 들어가네

    나무 말에 귀 기울이다
    몸뚱이에 물관부 열리겠구나
    수척한 팔다리에 잎이 돋겠구나.

    ☆★☆★☆★☆★☆★☆★☆★☆★☆★☆★☆★☆★
    《2》
    나비잠

    안현심

    토요일이라고, 딸애가 술 한 잔 하자고 한다.
    글발이 터졌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틀이라도 얼른 잡아놓자고,
    나분대다 가보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들어
    있다.

    옆구리에
    붙어서 자자고
    조르는 어린아이를
    원고와 씨름하다가 혼자
    잠들게 하더니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모질기는 매 한 가지

    행간에 어른거리는
    나비잠 얼굴.
    ☆★☆★☆★☆★☆★☆★☆★☆★☆★☆★☆★☆★
    《3》
    도라지꽃

    안현심

    대전역 스산한 포장마차에서 부러진 하이힐처럼 널브러져
    소주를 들이붓고 있을 때 쓸쓸히, 쓸쓸히 당신이 들어왔지요.
    우린 자연스레 입이 맞았고, 술이 맞았고, 외로움이 맞아
    허름한 여인숙으로 들어갔어요.

    속옷을 벗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당신, 한 번도 바람을 피워보지 않았군요.
    그래요, 노래를 불러줄 테니 편안히 자요. 오늘, 당신은 내 아기예요.

    잠속으로 빠져든 얼굴, 고독한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군요.
    부디, 당신의 앞날이 쓸쓸하지 않기를, 플라타너스 잎이 뒹구는 뒷골목을 걸었어요.

    거리의 여자에게 단비로 온 당신, 그 하얀 꽃잎을 차마 찢을 수 없었어요.

    ☆★☆★☆★☆★☆★☆★☆★☆★☆★☆★☆★☆★
    《4》
    목숨 세우기

    안현심

    진악산에 올라서 이파리 투명한 아기나무를 보다.
    이름도 모르는 살결이 하도 이뻐서 그만 훔치고 말다.
    마당가에 다독여 심고 푸른 날갯짓을 기대했지만
    하루도 안지나 이파리가 화르르 타 죽고 말다.
    날마다 들여다보며 애태우던 중
    실바람과 햇빛이 살을 섞던 어느 날,
    죽은 팔뚝 겨드랑이에 솟는 바늘 촉

    가랑비에도 녹아버릴 살갗,
    물갈이만이 살 길이다.
    쇠바람 속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짱짱한 이파리가 필요할 뿐이다.

    환해진 눈으로 들여다보다.
    작은 잎에 일고지는
    하늘의 섭리.

    진악산 : 충남 금산군에 있는 산.

    ☆★☆★☆★☆★☆★☆★☆★☆★☆★☆★☆★☆★
    《5》
    무량사에서

    안현심

    산문을 들어서니
    가을이 아름드리 안겨옵니다
    빛바랜 극락전 단청이
    하늘 속에 아슴히 그렁입니다

    시대의 방외인 김시습이
    산천을 누비다가 터잡은 절집
    그대 영정 앞에 서서
    길이 아닌 곳엔 들 수 없었던
    대쪽 같은 고집을 생각합니다
    오백여년 전의 이끼가 살아
    가슴에 소용돌이 일으킵니다

    밤늦도록 등잔불 심지 돋워
    성삼문, 박팽년과 같이 죽지 못한
    부끄러운 목숨을 불태우다가
    이른 새벽 혼자서 서성였을 절 마당,
    숨결 밴 자갈돌 딛고 서서
    그 날의 체온을 그리워합니다
    꺾을 수 없었던 절개를 찾아
    늦가을, 산자락에 서 있습니다.
    ☆★☆★☆★☆★☆★☆★☆★☆★☆★☆★☆★☆★
    《6》


    안현심

    풀씨 한 낟 떨어뜨리기 위해
    아득한 광년을 달려온 별이 있었네

    풀잎 한 올 틔우기 위해
    천 날을 기도한 별이 있었네

    납작하게 쓰러져 우는 동안
    비수 꽂힌 채 바라보던 별

    달려온 길보다
    바라보는 날들이 더욱 시리던

    어머니라는 이름의
    별이 있었네.
    ☆★☆★☆★☆★☆★☆★☆★☆★☆★☆★☆★☆★
    《7》
    보시報施
    안현심


    대전시 오정동, 소 도살장 주변엔 피비린내가 흥건하다. 바람에 설핏설핏 묻어오는 살육의 냄새, 죄 없이 참수된 내 머리통이 눈 부릅뜬 채 내걸려 있고, 맹수들은 게걸스럽게 피를 마신다. 입술이 벌겋게 간을 내어먹고 가슴살을 물어뜯는다. 취하여 달아오른 얼굴, 핏빛 물든 입술, 생살을 뜯지 못하는 놈은 살아남을 수 없다.

    소 도살장 옆구리 생고기 전문 식당,
    으르렁거리는 맹수들에게 몸을 내어주는
    순한 눈망울, 거기에 내가 있다.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시장 뒤 소 도살장 주변엔 생고기 전문점이 있다.
    ☆★☆★☆★☆★☆★☆★☆★☆★☆★☆★☆★☆★
    《8》
    부화를 꿈꾸다

    안현심

    우주에 탯줄을 건
    한 마리 애벌레.

    뿌리 깊은 말씀을 들을 때면 몸이 굼실굼실
    커간다. 아득한 눈빛에 탯줄을 걸고 지식과
    지혜가 어울려 파닥이는 자양분 덩어리를 빨아들인다.
    조화로운 섭리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핥는다.
    전율은 파도로 일렁이고, 생명 겨워 혼절하는 나비.

    나는, 부화를 꿈꾸는
    향기로운 목숨.

    *정효구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부화를 꿈꾸는 애벌레가 되다.
    ☆★☆★☆★☆★☆★☆★☆★☆★☆★☆★☆★☆★
    《9》
    사랑의 두 얼굴

    안현심


    치마폭에 들어앉아 자는 척 눈감고 허리 늘인 개 꼴 좀 보아. 배냇저고리 안에서 갓난아기가 두 팔을 뻗고 잠든 모습, 어미가 그 모습을 얼마나 사랑스러워하는지, 그렇게 해야만 목숨 걸고 저를 지켜준다는 걸 개는 알고 있지. 주인이 들어오지 않는 밤내 현관문을 지키다가, 취하여 거실에 쓰러져 잠들면 그 곁을 지키며 침대로 가주기만을 기다리는 개. 걸핏하면 등 돌리는 사람보다 낫다면서 햄을 먹이고 소시지를 먹이지. 조금만 아파도 응급실로 데려가 자식이 죽어가는 양 야단을 떨지.

    폭신한 침대 대신 눅눅한 요를 깔고 잔다.
    다리가 쑤시고 머리가 아파도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없어 사시사철 앓으며 산다.
    안아서 재워줄 사람도 없고 이뻐서 잘근잘근 물어줄 사람도 없다.
    찬밥 한 술에 물 말아 먹으며 질긴 목숨을 원망하며 산다.

    사람이면서 사람에게 소외당한
    늙어 구부러진 할머니의 허리.
    ☆★☆★☆★☆★☆★☆★☆★☆★☆★☆★☆★☆★
    《10》
    사랑의 상흔

    안현심

    옛날 얘기 들으러 찾아든
    충남 논산군 벌곡면 만목리
    외길 계곡 따라
    풀 냄새 풀꽃 냄새
    밤 뻐꾸기 운다 밤 뻐꾸기
    미나리 밭 허공에 떠 흐르는
    조각난 내 사랑
    밤 뻐구기 운다

    하늘 맞닿은 바랑산 날망에서
    평생을 사신 배두환 할아버지
    -부그러워유- 나 이렇게 살어유
    이런 집 본적 있어유-
    개 짖는 소리에
    창호지문의 유리를 통해
    밖을 내다보는 할아버지
    -여그서 다섯 남매 나서 길렀어
    다들 나가서 잘 살고 있지-

    쓰러져 가는 흙벽이
    얼릴 적 내 집 같아
    시렁에도 매달려보고
    휘어진 문고리도 잡아보고

    벽을 두드려본다

    허물어진 돌담 너머
    휘영청 달이 뜨고
    진달래꽃 무더기진 언덕에 누우면
    무논의 개구리 마을을 떠메어 가고
    밤 뻐꾸기는 심장 한 가운데서 울었다

    - 나 겉은 시상 산 이도 있을라구
    소잔등에 여섯 말 콩을 얹고
    나는 멜빵 메어 너말을 지고
    칠십 리 논산장에 다녀오던 밤
    소가 코를 처박으며 뒷걸음질 치잖여
    웬일가 했더니
    황소 만한 호랭이가 따라오고 있네
    주먹을 불끈쥐고
    이놈 호랭이야
    소가 욕심나거든 놓고 갈 텅께
    너하고 싶은 대로 하그라
    그랬드니 호랭이는 사라지고
    집에 오니 온 몸은 땀에 젖었지
    육이오 동란 전엔
    호랭이가 우리랑 같이 살었당께
    난리 때 총소리에 놀라

    지금은 어디로 가고 없지만-

    얘기에 취해 돌아 나오는
    산길 내내 운다 밤 뻐꾸기
    못자리 판 다듬느라 지친 허리
    뻣뻣한 손을 불에 비비면
    베어진 골에 흐르는 눈물
    뻐꾸기 유장한 울음
    도랑물 되어 그 골을 흐른다
    가슴 깊이 패인 사랑의 상흔
    도도하다 날 쓰러뜨리고
    ☆★☆★☆★☆★☆★☆★☆★☆★☆★☆★☆★☆★
    《11》
    쑥대를 뽑고

    안현심

    생전에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나는 죽어 큰곰뱅이에 묻히고 싶지 않다
    깊은 산중에서 농사짓느라
    허리 휘어지게 오르내린 길
    생각만 해도 어지럼증이 이는
    그 곳에 죽어서는 가지 않겠다

    그러나 어머닌
    마다하던 산중에서 주무시네요
    일년에 한번 풀숲 헤집고 찾아오는
    자식들 기다리며 사시네요

    발 아래 골짝물 흐르고
    새소리, 벌레소리 심심치 않은데

    봉분을 뒤덮은 쑥대를 뽑고,
    엉성한 머리칼 말끔하게 깎아놓고
    어머니, 가녀린 여인
    까맣게 그을은 모습을 봅니다.

    ☆★☆★☆★☆★☆★☆★☆★☆★☆★☆★☆★☆★
    《12》
    쓸쓸한 시인

    안현심

    태풍 ‘에위니아’가 사흘째 우리 땅을 휩쓸어
    서울에도 대전에도 비가 오고 있을 때
    적막을 깨고 하데스*가 음성을 보내왔다.

    거기도 비가 오고 있나요? 서울 하늘은 온통 비에 묻혔어요. 쓸쓸해서, 참으로 쓸쓸해서 혼자 술을 마셨어요. 공자도 장자도 예수도 석가도, 모두 쓸쓸한 사람들이었지요. 지는 해를 붙잡지 않았고, 비가 오는 것을 막지 않았어요. 순리대로 살면서 쓸쓸하여 한마디 던진 것이 세상에 남아 떠돌아다니지요. 각기 다른 목청으로 쓸쓸한 노래를 불렀을 뿐이에요.

    나직한 울림으로 또박또박 이어지던 시인의 음성,
    쓸쓸함을 말아 쥐고 지금은 그 시인 잠들었을 것이다.
    공허한 말장난이 싫어서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시인,
    우주의 광막한 시간이 버거워 잠시 죽음을 택했을 것이다.

    창을 흔든다,
    시인을 잠재운 빗방울.

    *하데스 : 그리스 신화에서 영계靈界를 다스리던 신.
    영혼과 무의식의 세계를 관장하였다.
    ☆★☆★☆★☆★☆★☆★☆★☆★☆★☆★☆★☆★
    《13》
    아름다운 비례

    안현심

    나를 떼어내 버리는 만큼
    달은 토실토실 살이 찬다

    버리고 버려서 작아진 만큼
    나무는 무럭무럭 키가 큰다

    내 외로움 베어먹고
    실하게 속이 오르는 아이

    나는 마른 꽃대가 된다
    가는 대궁 속에 사리 하나 문
    ☆★☆★☆★☆★☆★☆★☆★☆★☆★☆★☆★☆★
    《14》
    아름다운 죄

    안현심


    남태평양의 작은 섬 해안, 둔한 몸짓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를 파고, 눈물범벅 모래 범벅이 되어 알을 낳는 바다거북을 보았는가? 어미거북과 알을 노리는 자들이 사방을 에워쌌는데 목숨을 하늘에 맡기고 분만하는 바다거북을 보았는가? 백분의 일의 생존율로 살아남아 단 한번 아름다이 살을 섞은 죄, 태어난 섬으로 다시 돌아와 하늘에 순응하는 바다거북을 보았는가?

    나는 날마다 몸을 섞는다.
    욕정의 화약을 품고
    분만을 살상하는 몸을 섞는다.
    ☆★☆★☆★☆★☆★☆★☆★☆★☆★☆★☆★☆★
    《15》
    엄마의 연애

    안현심

    헐렁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엄마가 나가네요.
    나를 두고 엄마는 연애하러 가요.

    저렇게 나갔다가 들어올 때면 주머니 가득 뻐꾹새 울음소리,
    떡갈나무 정액 냄새.

    바위에 걸터앉아 휘파람을 불어요.
    숲의 요정들과 온몸으로 주고받는 사랑의 노래.

    언젠가 업어달라고 떼를 썼더니 이제는 나를 안 데리고 가요.
    엄마의 사랑에 방해가 될 뿐.

    엄마의 연애가 깊어갈수록 내 심장이 타 들어가요.
    슬리퍼나 물어뜯는 안타까운 내 사랑.
    ☆★☆★☆★☆★☆★☆★☆★☆★☆★☆★☆★☆★
    《16》
    오늘도 물구나무서다

    안현심

    각설이패가 되어 떠나자 했지
    염생이 똥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오일장 찾아 떠돌자 했지
    환쟁이는 초상화를 그려주고
    소리쟁이가 각설이 타령을 구성지게 부르면
    춤꾼은 곱사춤을 신명나게 추고
    그도 저도 재주가 없는 사람은
    약이나 나눠주고 돈을 받기로 했지
    하루 판을 벌여서 번 돈은
    그 날 먹고 잘 수 있으면 족하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날은
    하룻저녁 몸이라도 팔자고 했지.

    그 날 허공에 대고 한 약속,
    그러나 거짓말은 아니네
    서러운 사람살이 아우른 후에
    초연히 구를 수 있는 날을 위하여
    오늘도 나는 물구나무서네.

    ☆★☆★☆★☆★☆★☆★☆★☆★☆★☆★☆★☆★
    《17》
    하늘사다리

    안현심

    우리 집에는
    청동 코끼리가 있네

    하늘로 오르고 싶은 날에는
    치켜든 코를 타고 기어오르네

    하늘에 닿는 하늘사다리
    만년설 덮인 히말라야 봉우리에서
    겨자씨 속에 잠든 우주를 보네

    ☆★☆★☆★☆★☆★☆★☆★☆★☆★☆★☆★☆★
    《18》
    행진

    안현심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아홉 살 어린애가 꿈을 꾸었네
    남녘 끝자락에서 낙원을 소망했더니
    물결 일으키며 용이 솟아올랐지
    황금 비늘이 눈부셔 차마 볼 수 없었지
    등에 찰싹 기대어 목 휘어 감고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땅으로 미끄러져 갔지.

    큰곰뱅이재에 서서 선산 바라 있었네
    선산 계곡엔 맑은 물이 흘렀고
    검은 바위 사이사이 푸른 잎이 휘늘어져
    싱싱한 빛깔을 연주하고 있었지
    어디선가 뱀이 나와 바위와 수풀 새를 드나들더니
    수채화 물감 칠한 용이 되었지
    용틀임할 때마다 푸른 몸뚱이가 굵어지더니
    결국은 계곡을 가득 메웠지.

    삶의 여울목을 돌 때마다
    그 꿈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지
    그 여운으로 열어가는
    삶이라는 행진.
    ☆★☆★☆★☆★☆★☆★☆★☆★☆★☆★☆★☆★
    《19》
    현심이

    안현심


    넌 참 이상한 아이였어.

    풀꽃을 볼 때마다 피고 지는 이치를 꼬치꼬치 캐물어 곤혹스럽게 하더니
    커서는 가지 말라는 길만 골라서 들어갔지.
    주제도 모른 채 태평양을 넘보고 터무니없는 꿈만 꾸다가 놀림감이 되곤 했지.

    무엇이
    너를
    외롭게 하더냐

    겨울강변에 서서
    큰고니 날아간 자리
    그리던 아이야

    무엇이
    너로 하여
    꿈꾸게 하였느냐.
    ☆★☆★☆★☆★☆★☆★☆★☆★☆★☆★☆★☆★
    《20》
    화신化身

    안현심


    소요산 날망에 절벽을 기둥삼아 몸 붙인 소요사,
    칠성각에 절하고 마음 비운 내 앞에 커다란 장수풍뎅이가 꾸물거린다
    탄탄한 등껍질, 가시 돋친 다리, 투구모양 뿔
    산중의 깊은 참선이 빚어낸 몸뚱이일까?
    귀한 매무새에 욕심이 일어
    집어 들었다가 놓아주고선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산신각에 들렀다가 내려오면서 어디로 갔는지 찾아봤더니
    놓아준 그 자리 찬란한 등껍질이 눈에 부시다
    다시 집어서 주머니에 넣으려다
    아니지, 욕심을 버리라 한 부처 앞에서 무슨 몹쓸 짓,
    다시는 사람 눈에 띄지 말라고 풀숲 깊이 던진다.

    다른 몸 입고 산책 나온 전생의 나,
    서러운 애옥살이 시킬 뻔하다.

    *소요산 : 전북 고창군에 있는 산. 산 아래엔 서정주 시인의 생가가 있다.
    ☆★☆★☆★☆★☆★☆★☆★☆★☆★☆★☆★☆★
    《21》
    황사바람

    안현심

    내가 먹고 사는 방법은 몸뚱어리를 파는 일이었다. 조금씩 팔아먹은 시력이 바닥나고 혹사시킨 뇌에 점멸등이 깜빡인다. 수많은 밤이 갉아먹은 몸뚱어리, 나에게 오는 먹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몸을 떼어내는 것과 비례했다. 단 한 톨의 쌀알도 아픈 이름 붙여지지 않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돋보기 없이는 책장을 넘길 수 없는 눈,
    흐려진 눈에도 눈물은 고이는가.
    꼭꼭 걸어 잠근 창 너머 황사바람이 뒹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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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이성부 시 모음 9편 김용호2018.02.07.45010
    118 이종승 시 모음 38편 김용호2018.02.07.4159
    117 김민자 시 모음 6편 김용호2018.02.07.35311
    116 최명운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7.32511
    115 김홍성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7.34410
    114 서동안 시 모음 19편 김용호2018.02.07.2979
    113 조은주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8.02.05.3229
    112 장석주 시 모음 31편 김용호2018.02.05.3018
    111 임우성 시 모음 49편 김용호2018.02.05.2939
    110 박재성 시 모음 51편 김용호2018.02.05.29410
    109 전덕기 시 모음 23편 김용호2018.02.05.2519
    108 김자향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8.02.05.27011
    107 차영일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8.02.05.28710
    106 한정원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2.05.2849
    105 박희종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2.05.3389
    104 최규영 시 모음 17편 김용호2018.02.05.2539
    103 이정순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8.01.19.47415
    102 최한식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8.01.19.49814
    101 이경순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8.01.19.42913
    100 손숙자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8.01.19.44112
    99 최제순 시 모음 16편 김용호2018.01.19.45712
    98 조미하 시 모음 20편 김용호2018.01.19.42411
    97 이정애 시 모음 56편 김용호2018.01.09.59713
    96 김수열 시 모음 26편 김용호2017.12.31.63615
    95 정재영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7.12.26.57217
    94 도지현 시 모음 82편 김용호2017.11.20.109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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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 기도시모음 65편 김용호2017.09.12.67024
    90 김수향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9.02.67425
    89 조미경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7.02.05.8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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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전근표 시 모음 85편 김용호2015.06.12.210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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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 임경숙 시 모음 90편 김용호2015.02.15.174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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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 복효근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616298
    79 강해산 시 모음 60편 김용호2014.11.10.1587178
    78 이시영 시 모음 35편 김용호2014.11.10.1267194
    77 안현심 시 모음 21편 김용호2014.11.10.1031181
    76 신동엽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1.10.1631329
    75 오태인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1.10.1097233
    74 박경리 시 모음 70편 김용호2014.11.01.1382244
    73 이효녕 시 모음 65편 김용호2014.11.01.1017331
    72 오세영 시 모음 55편 김용호2014.11.01.1465317
    71 이정록 시 모음 27편 김용호2014.10.23.155490
    70 이은상 시 모음 15편 김용호2014.10.23.1002218
    69 정채봉 시 모음 41편 김용호2014.10.23.1624128
    68 성진명 시 모음 45편 김용호2014.10.23.978168
    67 우덕희 시 모음 22편 김용호2014.10.23.1336133
    66 황인숙 시 모음 25편 김용호2014.10.23.1023220
    65 곽재규 시 모음 34편 김용호2014.10.23.1173190
    64 이병주 시 모음 50편 김용호2014.10.07.1059130
    63 오세철 시 모음 87편 김용호2014.10.07.1137270
    62 김동원 시 모음 79편 김용호2014.10.07.814102
    61 구연배 시 모음 36편 김용호2014.10.07.981242
    60 김영화 시 모음 30편 김용호2014.10.07.95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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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박인환 시 모음 17편 김용호 2004.12.29.177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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