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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기다림
1988년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는 일대 변화를 맞았다.
외국인 선수를 받아들인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그때 OB베어스 감독으로 선수를 뽑으러 갔다.
그때 OB가 선택한 선수는 내야수 에드가 캐세러스와
외야수 타이론 우즈였다.
캐세러스는 워낙 깔끔한 플레이를 했고 수비가 뛰어났다.
그런데 우즈는 테스트 경기 내내 헛방망질이 일쑤였고,
수비에서도 큰 두각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기록이 좋은 외야수들이 많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우즈를 선택했다.
우즈는 개막과 함께 선발로 뛰기 시작했지만
계속 헛스윙만 해댔다.
4월 한 달이 다 지나갔다.
타율이 2할도 안 됐다.
그런데도 우즈는 3번 타자로, 타순이 바뀌지 않았다.
“우즈 때문에 타선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아닙니까?”
“우즈는 변화구에 너무 약하지 않나요?”
여기저기서 기자들의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특유의 시골 아저씨 같은
인자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뒤 우즈는 한국 투수들의 바깥쪽 변화구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홈런을 펑펑 터뜨렸다.
그리고 결국 당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41개)을 깨고
42개의 대포를 날려 당당히 시즌 홈런왕에 올랐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시즌 ‘꼴찌 1순위’인 한화를
4강으로 이끌었다.
대전고 코치를 하던 지연규와 기아에서 방출된
김인철 등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고참들이 재기했고,
문동환, 이도형 등 한물 간 것으로 여겨졌던 베테랑들이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조성민이 ‘
감격의 첫 승’을 따게 되었다.
김인식 감독은 선수를 믿는다. 선수가 계속 실수를 해도
꾹 참고 기다린다.
그리고 그 선수가 언젠가 제 몫을 해줄 때 비로소
돌아서서 씩 웃는다.
경기에서이기는 건 선수들이다.
하지만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의
4강 뒤에는 김인식 감독이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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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믿음과 기다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