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균의 도서관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이단아 또는 천재,
선구 사상가 또는 혁명가, 아니면 방탕아라는
전혀 상반된 평을 듣는 조선 시대의 한 인물이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기에 사람에 따라 이처럼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 까닭은 남다른 총명함을 지니고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으며,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한 삶을 누렸기 때문이리라.
허균은 참으로 많은 책을 읽었다.
그만큼 책을 좋아했던 그는 중국에서
수천 권의 책을 구해 왔다.
그런데 그 방법이 대범하기 그지없었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간 허균은 역관인
현응민을 데리고 갔다.
허균은 현응민에게 ‘선왕인 선조가 덕을 잃은
행동을 했고, 임진왜란 때 왜적들과 내통했으며
지금의 임금인 광해가 왕위에 오른 것은
잘못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임거만록>을
짓게 했다.
책이 완성되자 저자에 중국 사람 이름을 써넣고
시장에서 팔게 했다가 즉시 사들였다.
허균은 돌아오자마자 <임거만록>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해 잘못 기록한 중국의 서적들을
광해군에게 바쳤다. 그리고 이것을 바로잡을
사신을 중국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광해군은 허균이 알아온 일을 크게 칭찬하며
중국에 고쳐 달라고 요청할 책들과 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의논했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 허균은 비용 1만 5천
냥까지 받아 다시 중국에 갔다.
그는 <임거만록>을 고치는 것은 물론 중국
예부에 광해군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그리고는 가져간 돈으로 몽땅 책을 샀다.
중국의 소설은 물론 천주교 서적까지 포함된
수천 권이었다.
만일 조정에 책을 사 오겠으니 돈을 달라고
했으면 주었을까?
그는 강릉에 장서각이라는 오늘날의 도서관
같은 것을 짓고 새 지식에 목말라하는
선비들에게 이 책을 읽게 했다.
뿐만 아니라 허균도 이 책들에서 시와 글들을
발췌하고 재정리해서 다양한 책들을 펴냈다.
이것은 비록 허균이 거짓으로 꾸민 일이었지만
그의 재치와 새 지식을 얻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일화이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
|
암호 
허균의 도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