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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높은 생각
1988년을 기점으로 삼성그룹의 해외
수출총액이 드디어 50억불을 넘어섰다.
당시 대한민국 수출 총량의 1/10을
한 회사가 점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삼성의 그 방대한 규모와 힘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어마어마한 삼성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이 삼성과 싸우기 무려 20여 년에
단 한번도 져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언제나 삼성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미원 주식회사가 바로 그것이다.
한 시대 경제계의 신화적인 거목으로서
얼마 전에 작고한 고 이병철 삼성회장은
자기 평생을 통하여 마음대로 해볼 수
없었던 것 세 가지가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 하나가 자식으로, 마음대로 안 되더라는
것이다.
자식 키워 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미풍이 미원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골프 핸디가 자기 생각대로
늘지 않더라는 것이다.
천하의 이병철씨가 고백한 세 가지 불가항력
가운데 하나를 창출한 미풍과 미원의
싸움에는 가지가지 일화도 풍성하다.
그 중에 하나, 삼성이 현 본관 건물을 지어서
개관식을 할 때다.
건물 내부를 돌아보고 다니던 이회장의 눈이
지하의 어느 판매코너를 응시하고선
마치 고압선에 감전된 사람처럼 몸을 떨고
있더라는 것이다.
수행하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바라보니 거기에는 전매청에서 배부한
담배 간판 밑에 미원 광고가 함께 붙어 있었다.
웃지 못할 일화 중의 하나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미원이 결국 삼성의
아성에까지 광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묘한 일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집단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
한국적인 기업의 범주를 넘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삼성과 싸워서
계속하여 승전가를 부르게 된 미원의 승리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추상적인 생각이나 일번적인 추론을
접어 두고 승리의 당사자인 미원 회장의
입을 통하여 그것을 한번 알아보자.
미원의 창업주요 회장인 임대홍씨 가로되,
"한국적인 대기업의 상징적 인물인
이병철씨를 나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하고 또 흠모한다.
다만 미원이 그쪽 조미료보다 약간 우위에
있는 것은, 그에게는 조미료가 사업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미원은 내 전부라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삼성이라는 초특급 라이벌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가 말한 이 이야기는 결코 감상적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고 냉철한 이성으로
상대와 자신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내린 결론이요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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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차원 높은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