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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돈을 벌어라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몽양 여운형은
광복 이후 좌우합작운동을 추진하던 중
1947년 암살되었다.
지금까지도 그는 사회주의 운동 전력을
이유로 독립유공자 서훈이 거부되고 있다.
조선 중앙일보사의 사장일 때도 비가 새는
집에 살 정도로 청빈했지만 그의 배짱
하나는 대단했다.
그의 딸이 쓴 《나의 아버지 여운형》
(김영사 펴냄)에 일화 한 토막이 있다.
여운형이 조선체육회 회장을 할 때의
일이다.
한번은 중국 상해축구팀과 친선경기가
서울에서 있었는데, 12:0으로
우리나라 팀이 이겼다.
그는 선수들을 대견해 하며 한 턱
내기로 하고 어느 음식점으로 선수들을
데리고 갔다.
그는 선수들에게 먹고 싶은 것은
모두 주문하라고 했다.
그런데 종업원들은 2층의 부유한
손님들에게만 부지런히 드나들며
선수들에게는 요리를 내오지 않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본 유행가와 기생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들으니 더더욱 속이 뒤집혔다.
참다못해 누군가 이런 식당은 싫다며
그만 돌아가자고 했지만 여운형은
손짓으로 그를 자리에 눌러 앉혔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끝에 이윽고
주문한 요리들이 들어왔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선수들에게 그릇을
모두 마당에 내던지라고 했다.
선수들은 신이 나서 접시를 모조리
정원으로 내던졌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내다보며
비명을 질렀지만 간장종지까지 다 내던진
선수들의 가슴은 후련했다.
노발대발한 주인이 달려왔다.
그러나 그를 보는 순간
“아, 여선생님이…” 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주인에게 말했다.
“당신도 조선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조선 사람답게 처신하오.
나라가 있다면 이 선수들을 국가적으로
표창하고 축하연을 베풀어주어야
하겠는데, 그렇게는 못할망정 청년들 보는
앞에서 너절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야
되겠는가. 돈을 벌어도 깨끗하게 버시오.”
매섭게 한 마디를 던진 그는 음식값과
그릇 값은 내일 와서 받아 가라 하고는
선수들을 데리고 일어났다.
음식점을 나서는 선수들의 가슴은
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 통쾌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가 보여 준 배짱과
뱃심을 안고 어두운 세상과 맞서 싸우리라
굳게 다짐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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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깨끗하게 돈을 벌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