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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의 함수관계
가끔 황혼에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문학적 소질이 없는 내가 석양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낀 감정과,
괴테와 같은 대시인이 느끼는 감정과는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인가?
혹 느끼는 감정은 유사하지만 시적인 표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까?
황혼에 지는 석양은 마치 땅거미가 어둑어둑 해지기 전에
하루의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황혼은 때로는 인생과 연관하여 생각해본다.
대낮에는 작열하던 태양도 황혼에는 그 열기가 차츰 식어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춘시절에 불타는 패기와 의지도 인생의 황혼기에는
그 열기가 차츰 식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한 사랑에 있어서도 그 극치에 달하면 불타는 정열이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차츰 그 불꽃이 희미해지면서 황혼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인생의 황혼기에,
사랑의 의미를 사랑의 황혼기에 접어들어서야 더욱 깊게
이해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황혼에 지는 석양을 보고
내일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연상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은 그것이 당장에는 영원한 이별이라 할지라도
다시 만남을 희망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괴테는 '프리데케'라는 여인과의 사랑의 체험을 토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고 한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기꺼이 가겠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간다고 말해야 할 형편이라면 참을 수 없겠지요.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라는 말에
"내일 말씀이지요." 라고 대답하고 있다.
두 사람은 비록 영원히 이별하고 있으나,
내일 또다시 만날 것을 말하면서 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비록 영원한 이별이라 할지라도 내일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안녕이라는 말은 하지 않은 채 기약없는 이별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간의 만남은 언젠가는 헤어짐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봄에 다시 돋아나는 잎새를 위해
미련없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그의 순리를 이해하게 된다.
자연은 우리에게 봄이 왔노라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모든 나무에 잎새와 꽃을 피우게 하여 봄이 왔음을 알려 주지 않는가?
만약에 우리가 봄에 꽃이 피었을 때,
가을에 피는 꽃에게 "너는 왜 꽃을 피우지 않니?"
하고 물으면 "때가 돼야 피지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와 같이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말없이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노자는 도덕경에서
"순환하는 것이 道의 활동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 의미는 '자연과 인생에서 제기되는 모든 현상은 변화하여
반대의 측면으로 향하다가 그 극치에 달하면 다시 근본으로
되돌아오고 또 변화하는 순환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황혼에 지는 석양은 내일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으로
순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연은 단지 저기 들에 핀 백합화만을 지칭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에 속하지 않는가?
시냇물은 말없이 흐르고 있는데,
우리의 인생도 물과 같이 흘러 그렇게 황혼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자연은 순리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데,
인간에 있어서의 순리는 과연 무엇일까? 자문해본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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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만남과 헤어짐의 함수관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