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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잔
2000년 세상을 떠난 한국 문학의 영원한 별 황순원.
그는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스승이자 마지막
한 글자까지 최선을 다한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엄격한 그가 마음만은 어린아이처럼
여리고 정이 많다는 사실에 문인들이
감탄하곤 했다.
1974년 그가 발표한 단편 〈마지막 잔〉에는
이러한 그의 다정다감한 면이 잘 녹아 있다.
이 소설은 바로 한 해 전 그의 죽마고우였던
변역문학가 원응서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북한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이었다.
고향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아픔을 공유한
두 사람은 매일 저녁 허름한 술집에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그런데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러한 작은
즐거움마저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황순원은 그 뒤로도 원응서와의 우정을
지켜나갔다.
〈마지막 잔〉의 제목처럼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그는 마지막 술잔을 들고는 언제나
“응서, 자네 것이네? 라고 산사람 대하듯 하며
탁자 옆 허공이나 퇴주 그릇에 쏟아 버렸다.
먼저 간 친구가 늘 자신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며
그에게도 술잔을 건넨 것이다.
이러한 것을 알고 있는 제자들은 황순원과
술자리를 벌일 때면 자신들도 그 의식을
함께 해 분위기가 경건해지곤 했다.
그의 사랑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한 출판사에서 그의 작품을 묶어 소설집을 냈는데
끝에 실리는 작가 연보에 ‘1940년 단편집
《늪》을 한성도서에서 간행. 원응서와
친교를 맺음’이라고 적었다.
그리곤 정작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은 밝히지
않음으로써 아직도 친구와의 우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27년 동안 혼자서 소중한 우정을 간직한 황순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한 그의 죽음이 황순원에게는
소중한 친구에게로 가는 행복한 발걸음은
아니었을까?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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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마지막 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