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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낀 화가
조선 영조 때 산수화에 뛰어났던 최북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인으로 통했다. 그는 스스로를 칠칠이라고 했는데
이는 자신의 이름에 쓰인 북(北)자를 둘로 나면 칠(七)이
두 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칠칠이는 당시 못난이, 바보를 일컫는 속어였다.
게다가 그림에 대해서만은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해
붓(毫) 한 자루에만 의지해 먹고 살겠다는 각오를 담아
호생관(毫生館)이라는 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기인이고 무엇에도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던 그는
그림도 자신이 내켜야만 그렸다.
그래서 아무리 높은 벼슬에 있는 사람이 사정하거나
부자가 돈으로 유혹해도 절대 자신의 양심에 꺼리는
그림은 그리지 않았다.
하루는 그의 산수화 솜씨를 들은 세도가가 그에게 찾아와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
최북은 세도가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거만한 데다 그림을 아름다운 예술로써 보다 단순한
사치품 정도로 생각하는 세도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세도가는 처음에 달래기도 하고 자신의 힘을 들먹이며
여러 차례 강요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최북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마침내
그를 잡아다 가두었다.
그리고 그가 끝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눈을 뽑아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최북은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불같이 화를 내며 ?
당신이 천하제일의 사람이라도 나를 강압으로 어쩌지 못하오.
나의 주인은 나요.
당신에게 해를 입느니 내가 나를 위해하겠소?라고
말하고는 스스로 한쪽 눈을 찔러 버렸다.
최북의 대담한 행동에 당황한 세도가는 결국 그를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최북은 다친 눈에 안경 렌즈를 끼고 평생을 애꾸로
살아야 했지만 최북은 한 번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도 자유로운 인간으로, 소박한 화가로
남고 싶었던 최북. 그가 화폭에 담은 것은 신분사회의
질곡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으로 누리고 싶은
소박한 자유였던 것이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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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안경 낀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