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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편이 남긴 것
1980년부터 시작해 1996년에야 비로소 끝을 맺은
소설《혼불》은 소설가 최명희의 처녀작이자
유고작으로 더 유명하다.
특히 최명희가 암 투병 와중에도 집필한 소설이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울린다.
전북 남원을 무대로 여성 삼대의 삶을 그려낸
이 소설은 우리 민족의 문화, 사상, 가치관 등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고 있어 문학은 물론 인류학,
민속학, 여성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 장편의 역사소설이 대체적으로
시대적 흐름을 좇느라 놓치기 쉬운 소설적 묘사와 긴장이
《혼불》에는 팽팽하게 드러나 있다.
그가 소설 속에서 우리 옛 모습들을 재현하기 위해
들인 정성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사천왕 신앙을 쓰기 위해 송광사, 선운사, 능가사 등
수많은 사찰들을 1년 남짓 쫓아다녔는가 하면 연날리기
풍속을 묘사하기 위해 손수 수십 개의 연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
또 주인공 강모의 만주 생활을 그려내기 위해
이 지역을 2개월이 넘게 꼼꼼히 취재했다.
또한 그녀는 이 소설에 매달리느라 단편은 물론
흔한 수필 한 편 쓰지 않았다.
신문? 잡지사의 수많은 원고 청탁을 번번이 사양하는
바람에 공연히 본의 아니게 콧대 높은 작가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원고지 한 칸의 깊이가 너무 깊어 토씨 하나만
틀려도 다시 쓰기를 반복해 10여 장의 파지를
만들곤 했다”는 그의 말에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써 내려간 그의 정성을 엿볼 수 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고통스럽게 글을 썼던 최명희는
소설을 탈고한 지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병마의 고통에 시달렸던 작가는 정작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창작노트에 마지막 글을 남겼다.
‘아름다운 이 세상, 잘 살고 갑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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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소설 한 편이 남긴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