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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다운 비석
조선 중기 학자 퇴계 이황은 고매한 인품과
높은 학식으로 아직까지 많은 이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당쟁을 일삼으며 백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조정의 분위기를 몹시도 싫어했다.
그래서 벼슬자리를 내놓고 지방으로 내려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만 골몰했다.
명종은 그의 어질고 검소한 인품을 아껴
수십 번이나 벼슬을 내렸지만 모두 물리쳤다.
그의 선비다운 곧은 면모는 그가 죽음을 맞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임금으로부터 끝없는 사랑을 받고 훌륭한 제자들을
수없이 배출해낸 그가 깊은 병으로 드러누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 전체가 술렁였다.
강의를 그만두고 문하생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는데
그를 따르던 전국의 제자들이 서로 찾아와 돌아가며
간병을 자처했다.
그러한 정성에도 병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학문을 위해 빌렸던 귀한 서적들을 되돌려 보낸 그는
며칠 뒤 지필묵을 준비하고는 조카로 하여금
유언을 받아 적도록 했다.
“첫째로 조정에서 내리는 예장을 나의 유언을 들어
정중하게 사양하거라.
둘째, 내 제사상에 유밀과(油蜜果-사치스런 제수)를 쓰지 말라.
마지막으로 내 무덤에 비석을 세우지 말고 다만 조그마한
돌을 구해 앞에는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도산에서
물러나 만년을 숨어 산 진성 이씨)’라고 새기고 뒷면에는
간단하게 내 고향과 조상의 내력, 뜻함과 행적을 새겨라.”
이렇게 죽는 순간까지 선비로서 검소하고 겸손한
생을 살고자 했던 그는 1570년 일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그의 무덤에는 유언대로 호화로운 비석 대신
세월에 깎인 돌덩이 하나가 그의 위대한 업적과
고매한 뜻을 품고 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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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선비다운 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