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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는 왜?
의식의 세계를 다루던 기존의 미술에서 벗어나
무의식의 세계를 최초로 회화에 도입한 살바도르 달리.
그는 미술계의 프로이트라 할 수 있다.
양끝을 말아 올려 바늘처럼 뾰족한 콧수염으로 유명했던 그는
스스로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괴짜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할 만큼 특이한 행동을 일삼았다.
하지만 그는 20세기 회화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다.
그가 쓴 자서전 《살바도르 달리》(이마고 펴냄)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20대 후반부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심취했던 그는
어느 잡지에 그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그런데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한 사람이 잡지에 실린 그의
글을 읽고 비전문가가 쓴 글이지만 그 정확성에 감탄했다며
만나기를 청했다.
달리는 자신을 칭찬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보니 우쭐해져서는
오후 내내 머릿속으로 정신분석학자를 만나면 할 이야기를
그려보느라 분주했다.
그러다 그동안 그리고 있던 어느 부인의 초상화
작업에 매달렸다.
그 초상화는 갈색의 동판에 그린 초상화였는데 거울처럼
반사되는 동판에 그린 밑그림이 잘 보이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다 한 가지 꾀를 내었는데 가로 세로 3센티미터의
하얀 종이를 코끝에 붙이고 작업했다.
흰색이 동판에 비치면 밑그림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인 6시가 되자 초인종이 울렸다.
그는 급히 동판을 치우고 정신분석학자를 맞아들였다.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정신분석학자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자는 약속을 받아 돌아갔다.
달리는 그가 돌아간 다음 이따금씩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시선과 입술에 살짝 살짝 스쳐 가던 웃음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한 표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며
화실을 왔다 갔다 했다.
달리는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손을 씻으면서 알게 되었다.
코에 붙인 하얀 네모 종이를 떼는 것을 잊어버리고
2시간 동안이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 가장 진지하고
심각한 어투로 떠든 것이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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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하얀 종이는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