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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을 넘어선 민족의 힘
지난 76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27번째 주로 강제
합병시키자, 18세의 나이로 팔린틸의 독립투쟁조직에 들어가
24년 동안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한 로스팔로스
지부장의 이야기이다.
검은 피부에 깡마른 체구, 강한 눈빛을 지닌 그가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다.
동티모르를 지원하기 위해 상록수 부대가 배치되고
박인철 부대장이 이 지역의 평화유지와 피해복구를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박 대령을 만난 자리에서 “상록수 부대의 지원 덕택에
치안 안정이 이루어졌으므로 수감 중인 46명의 민병대를
석방하겠다”고 말했다.
박대령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실 민병대는 같은 민족이기는 그들을 침략한 인도네시아
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총부리를 겨누던 세력이었기에
오히려 그들에게는 인도네시아 군보다 더 미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라르에게 그들은 배신자들이 아닌 역사가
만들어낸 희생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인도네시아 군에 피해를 당하기는
여러분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이웃들 그리고 민족을 위해
잘 지내주길 바란다.”
살라르는 진심 어린 당부의 말과 더불어 이들 46명에게
전세계인의 염원이 담긴 쌀 한 되씩을 나눠주었다.
그 쌀은 유엔 동티모르 지원단이 팔린틸에 배급한 식량이었다.
이날 풀려난 리카르도는 “우리가 저지른 일에도 불구하고
용서해 주어 감사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민족을 위한 일들을 하며 지난
죄값을 치루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살라르는 박 대령에게도 양 세력간의 화해를 위해 도와 달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녕, 조국의 독립을 기원합시다.”
팔린틸 독립군과 이들로부터 풀려난 민병대 사이의 우정어린
작별인사가 로스팔로스 평원을 가르고 있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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