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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의 지혜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3여 년의 한국전쟁은 이 땅 위에 많은 비극을 낳았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기습 폭격으로 인해 많은
문화재들이 훼손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으로 있던 최순우는
박물관의 유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유물의 일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서울이 북한군에 의해 점령되자 박물관과
그곳에 남아 있던 많은 유물들도 북한군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북한군은 많은 문화재를 북한으로 실어 가려고
했지만 함부로 손대지 못했다.
문화재를 온전히 옮기기 위해서는 세심하고
특별한 포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문화재
전문가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 문화재의 운송을 위해 끌려나온 사람이
바로 서예가 소전 손재형이었다.
고서적을 비롯한 각종 유물에 관해 박식했던
그는 문화재 운송 사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문화재를 실어 가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 그는 작업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엄포를 놓았다.
“이삿짐 옮기듯 묶어서 부서지든 말든 마구
보내려거든 내 도움 받을 생각 아예 마시오.
하지만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제대로
옮길 생각이라면 작업의 전 과정을 나의
판단에 맡겨 주시오.”
그리고 나서 그는 박물관에 머물고 있던 북한군
책임자에게 몇 트럭 분량의 오동나무 판자와
목수 10명을 구해 달라고 했다.
조상의 혼이 담긴 문화재를 옮기려면 오동나무로
정성을 다해 용기를 만들어 거기에 담아 문화재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
손재형은 목수들을 시켜서 오동나무로 상자를 짜기
시작했는데 목수들에게 시간은 얼마가 걸리든지
상관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 상자를 짜라고 독려했다.
평소 온화한 인품으로 유명한 손재형은 그답지 않게
상자가 완성되면 여러 가지 트집을 잡아 망치를
들고 여지없이 때려부수었다.
이렇게 손재형은 문화재들을 아예 포장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루하루 시간을 연장했고
얼마 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해 그 문화재들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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