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살던 집
受天/김용오 (낭송:고은하)
당신을 사랑하기에
흔히들 남들이 말 하는 바다와 같은
가슴이 넓은 사랑은 난 할 줄 모릅니다.
그저 흙냄새를 좋아하고
사람냄새를 풍기는 당신의 손을 잡으며
당신이 곁에 있어 하루가 행복하였노라
말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밖에
될 수가 없을듯합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산과 같은 깊은 꿈이 없기에
큰 꿈은 드릴 수가 없겠기에
저 또한 큰 사랑은 바라질 않겠습니다.
언제고 가까운 곳에 있는 현실에
눈을 돌리며 내 앞을 지나는 바람에
만족하며 오순도순 행복을 찾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하늘과 같은 높고 청명한 마음을
당신에게 드릴 수가 없겠기에
저 또한 당신께 하늘과 같은 높은 마음을
원치를 않겠기에 이런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휘영청 상제리제 불빛 닻을 내리는
호텔의 호화판 테이블의 메뉴보다
토담냄새 폴폴 나는 초막집의 청 마루에서
장종재기 하나일망정 작은 상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텃밭에 심어둔 감자며 고구마의
얘기를 함께 나누며 밥을 먹는
이런 작은 소망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시골의 외딴 초막집 굴뚝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듯 정이 피어오르고
흙냄새가 묻어나며 연기냄새 배어있는
믿음으로 서로가 위해주는 그런 맛이 있는
사랑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밤이면 하늘을 보며 별을 헤고
처마 밑에 호롱불을 밝혀 놓아
산토끼 다람쥐들 놀러 오게 하고
앞마당 장독대에 물을 떠 놓아
목마른 노루 물마시게 해놓고 저 멀리에서는
애기들 가물가물 우는 호롱불을 보고
도깨비가 살던 집이라 소문이 나는
꿈을 키우는 동화속의 그런 집을 만들어
작은 소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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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살던 집/낭송 고은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