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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갤러리
글쓴이: 그도세상  날짜: 2004.12.04. 01:30:49   조회: 1355   추천: 184
갤러리:
전생에 자신은 황후였다는 여자가 있습니다.

소녀 시절에 스스로 지어 붙인 “경자”라는 이름을
자신의 본명인 “천옥자” 앞에 두었지요.

그 뒤 그 이름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슬픔, 외로움들을 신비롭게
표현할 줄 아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여류화가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천경자 화백은 어려서부터 독특한 감수성을 가지고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녀가 자랄 당시 대부분의 여자는
소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일제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천 화백은 교육과 문화에 열린 가정환경 덕분에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지요.

고등학교를 마칠 때 즈음 집안에 혼담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을 공부하고 싶었고 일본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물론 집안의 반대가 심각하였지요.
천 화백은 정신병자 흉내를 내면서까지 부모님께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습니다.

미친듯이 웃다가, 울기도 하고, 중얼거리면서 집안을 돌아다녔지요.
결국 부모님은 허락하셨고, 그녀는 배를 타고 일본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동경여자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온 천 화백은
유학 중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다시 신문기자였던 두 번째 남편을 만났지만 곧 헤어졌습니다.

진주를 품은 조개처럼 쉽지 않았던 인생의 고개들이
그녀의 가슴 속에 쉽게 식지 않는 예술혼을 잉태한 것입니다.

나물 캐러 갔던 동네 소녀가 허리띠인 줄 알고
뱀을 집으려다가 물려 죽은 일이 있었어요.

무서우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끌리는 그 장면이
어렸을 때부터 머리에 남아 언제가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지요.

그러나 내가 처음 그린 뱀은 꽃뱀이 아니라 한 뭉텅이의 푸른 독사였어요.”

인생의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그녀가 자신의 삶에 저항하기 위해 택한 소재가 뱀이었습니다.

그녀는 전남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뱀에 대한 이미지를 탄생시켰습니다.

6.25로 인하여 부산으로 피난을 갔던 천 화백은
그 곳에서 자신이 그린 뱀 그림 전시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젊은 여자가 뱀을 그렸다’면서 신기해하였구요.
그것이 “천경자”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한 것입니다.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이미지는 꽃과 여인입니다.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것이 꽃과 여인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아름다움이 주로 보여지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외롭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하지요.
고독의 미와 아픔의 성숙이 천경자의 예술을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던 1974년, 18년간 재직하던 홍익대 교수직을 버리고,
문득 천 화백은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남태평양과 유럽, 남아메리카까지 계속되었지요.
그곳을 돌아보고 그 여행에서 느낀 선명한 색감과
원시적 인상을 자신의 작품 세계에 반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서 보여졌던 안타까운 인간의 또 다른 모습들을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에 비추어서 그림으로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이었던 1991년 천 화백은 힘든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국립 현대 미술관 소장의 “미인도”에 대한 진품 시비 사건 때문이지요.

천 화백은 끝까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였지만, 사람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많은 감정사들이 그녀의 작품이라고 판결하였고,
입장이 난처해진 미술관에서도 천 화백의 작품이라 주장하였지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천 화백은 자신의 작품들을
서울 시립 미술관에 기증하고, 큰 딸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 뒤 진품 위조 사건은 범인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천 화백은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은 채
지금도 스케치북을 옆구리에 끼고 중남미를 여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 자살의 미 (1968) ]

누구보다 많은 열정을 품었기에 또한 그만큼의 한(限)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여인.
그녀의 인생에 자살이란 단어가 들어왔을 때 느꼈던 나름대로의
차가운 미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잿빛 푸른 색으로 그려진 꽃과 구름으로 자살이라는
가장 극한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꽃과 나비 (1973) ]

한 무더기 아름답고 화려한 꽃다발 아래에 반라의 여인이 한가롭게 누워있습니다.
그녀의 피부색은 그녀가 여기 한국의 사람은 아니라고 느끼게 하고 있네요.

그리고 화려한 공작새와 꽃들도 먼 이국의 정서를 물씬 풍기게 합니다.
여느 천 화백의 그림처럼 색감과 구성이 화려합니다.


이탈리아 기행 (1973) ]

1960년대 말에 시작된 천 화백의 유랑은 많은 작품의 소재를 만들었습니다.
1969년에 갔던 이탈리아에 대한 감흥을 3년 동안 이 작품으로 완성하였지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열었던 보티첼리의 그림과 멋진 건축물이 찍힌 사진,
여인의 장갑 그리고 양주병과 꽃으로 화폭을 채웠습니다.

몇 안 되는 소재들이지만 화려하게 표현된 이 작품으로
그녀는 자신의 느낀 이탈리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孤 (1974) ]

머리에 가득 꽃을 꽂은 이 여인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 큰 눈과 처연한 입술의 끝은 한없이 슬퍼보입니다.

무심한 듯 허망한 듯 바라보는 여인의 시선이
그녀의 짙은 피부색보다 더 내 가슴을 더 막막하게 합니다.

늘상 외로움을 품고 살았다는 천화백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덧입혀주었습니다.

사월 (1974) ]

1974년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그린 그림 속
갈색 피부 여인의 머리칼에는 연보랏빛 등꽃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사월의 신비로움과 화사함이 꽃잎 끝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네요.
강렬한 호랑 나비의 무늬보다
여인의 연보랏빛 입술에 먼저 시선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인도 올드 델리 (1979) ]

올드 델리는 수 천년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많은 성곽들과 모스크,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는 인도의 오래된 도시입니다.

우리의 옛 시골 장터처럼 형성된
올드 델리 길가의 사람들의 모습을 풍경화로 담아내었네요.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이국적 정서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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