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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찾습니다
권승호
붙인이 말 인내를 갖고 읽어주세요.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이태 되던 해, 더위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여름,
서울 용산을 지나 삼각지 근처를 지나던 전철 안에서 만난
한 의인(義人)을 찾습니다
피곤에 지친 사람들이 가득찬 전철 안은 온통 땀 냄새도 냄새려니와
느릿한 속도만큼이나 짜증이 나는 판인데 그 때마침 전철 안으로
칠팔 명의 건달들이 들어오면서 대낮인데도 안하무인으로 주정부리는
그들의 행패는 아무도 제지를 하지 못하는 무법천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부녀자들은 말할 것 없고 오륙십 대 노인들한테까지도
희롱과 폭언을 마구 해 댔지만 겁에 질린 전철 안 사람 그 누구 하나
입을 열거나 그들을 나무라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도 그들 건달 깡패들의 만행과 행패는
더 가관이었습니다.
이 때였습니다.
건달들의 행패를 보다보다 못한 한 중년의 남자가 아무 말도 않고
일어나 그들 건달 중 한 녀석에게 가까이 가더니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가 바닥에 내려 동댕이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건달들이 그 사내에게 달려들었으나 두 번째, 세 번째
놈까지 똑같이 동댕이질을 치니, 나머지 놈들은 어마 뜨거워라
모두 도망질을 쳐버리었고 그제서야 전철 안 모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때 어지러웠던 전철 안의 난장판은 쉽게 가라앉았고,
거기에 함께 탔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장한 사나이 이야기를 어쩌면
그 후 그들 가족과 친구들에게 한동안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참으로 멋있는 사내였다고>말입니다.
세월은 또 얼마를 흘러 1950년 한국전쟁 6. 25가 일어난 해였습니다.
무방비 상태였던 우리나라는 겉잡을 수 없는 저들의 남침공세에
밀려 마침내 서울 시민들의 피난행렬이 남으로 남으로 향해 내려가던
그 때 마침 하나밖에 없던 한강다리가 폭파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 다리가 끊어진 줄도 모르고 밤새 앞줄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남쪽으로 발을 옮기던 수많은 피난민 행렬이 끊어진 다리 밑으로
떨어져 희생된 사람들도 부지기수(不知其數)라고 합니다.
날이 밝아오면서 다리가 끊긴 것을 알게된 피난민들은 한강을 뒤로
들려오는 포성을 들으며 허겁지겁 끊어진 한강 다리 밑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몇 척의 나룻배가 구명선(救命船)이 되어 서로 먼저
올라타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阿卑叫喚)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마지막 한강을 도강(渡江:강을 건넘)해야 하는 나룻배가
떠나려는 순간에 배를 타지 못한 사람들 중에 어린 아이 하나는 등에
업고 또 갓난아이 하나는 가슴에 안은 한 젊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이럴 때 배를 타느냐 탈 수 없느냐는 바로 사선(死線)을 넘어 사느냐
죽느냐의 운명의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갑자기 그 배 안에 탔던 한 사람이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하더니 배에서 뛰어 내리며 배 앞에서 예의 배를 못 탄 그 여인네로
하여금 배를 타게 하고는 뱃사공에게 어서 빨리 배를 저어 강을
건너도록 재촉을 하고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그, 그, 그 사람이, 바로 지난 몇 년 전 서울 삼각지를 지나던
전철 안에서 그 난장판을 조용하게 했던 바로
그 사람이 아니지 않겠어요.
올해로 그 6.25가 일어난 지도 53년이 지났습니다.
그 때 그 마지막 배를 양보하고 돌아선 그 사내가
그 후 6.25 피난생활은 어디서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혹시 피난은 못 갔었다 하더라도 생명은 부지할 수
있었을 건가? 아니면 잘못되어 그 때 북으로 끌려 간 것은 아닐까?
만 가지 생각을 해보며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엔가 살아 있다면
지금은 어디서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건가?
그 사람을 찾고 싶습니다.
나라 안이 온통 어지러운 이 판에 그 사람을 더욱 찾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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