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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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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과실(果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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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6.14. 19:46:14 추천: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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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용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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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과실(果實)
김용제
1915년 음력 8월15일
초저녁부터 달밤에 풍악 잡히고
밤 새워 춤추는 거북 놀이
어린이는 즐겁기만 한 추석명절이었다
어머니 병환이 무거운 탓에
그 해는 차례도 못 올리고
어른들은 큰집 작은집으로 가고
어머니 혼자만 쓸쓸히 누워 계셨다
나는 그때 겨우 일곱살
“만수(萬壽)야 억수(億壽)야”
우리 형제 아명(兒名)을 불러 앉히고
바지 무릎을 못내 어루만지며
눈물만 흘리고 말은 목에 막히셨다
머리맡에 놓였던
껍질이 아직 푸른 배 한 덩이를
떨리는 손으로 겨우 드셨다
그것을 먹는 대견한 꼴이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나를 주셨다
그러나 어린 나의 앙큼한 결백성은
병때에 검어서 꼬주주하고
뼈에 가죽만 붙은 어머니 손이
그 손이 더럽다고 배를 받지 않았다
아아 어머니의 최후 선물인
그 배 한 덩이의 슬픈 과실이여
이것이 어머니 임종 때의 불효이었고
내가 최초로 범(犯)한
사랑에 대한 반역의 죄상이었다
해마다 슬픈 어머니의 제일(祭日)을
즐겁다는 추석 명절에 맞아
젯상에 햇배를 고여 놓고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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