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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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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점의 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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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7.11. 21:59:16 추천: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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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한성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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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점의 각도
한성례
나뭇잎 사이로 빛바랜 햇살이 비쳐들어
나무 아래가 온통 군청색 화폭으로 바뀐다
몽롱한 커튼이 드리워진다
적색과 흑색이 뒤섞이는 저녁 무렵
낮도 밤도 아닌 마魔의 시각
거미가 아래로 내려온다
새 한 마리가 저공비행을 한다
허공에서 내려앉는 생명들
그 힘에 이끌려 하늘이 땅으로 딸려오고
땅과 하늘이 가까워져 경계선이 지워진다
낮에 쏟아낸 말을 망각할 시간이다
지축 끝에서는 낮과 밤의 피가 뒤섞여
식지 않는 꿈이 매장되어간다
찰랑찰랑 담긴 피를
쏟지 않으려고
석양이 가만가만 발을 끌며 넘어가고
사람도 아슬아슬한 목숨을 받쳐 들고 흘러간다
햇빛을 향한 갈망이 만들어낸 신기루의
걸어 다니는 나무를 보러 왔는데……
발 달린 나무
뿌리가 몸통에 달려 있어 영양분을 따라
옮겨 다니는 나무
문득 나무들의 군락이 사람 무리처럼 보인다
죽음 직후 살갗에 나타나는 사반 死斑
목숨 쪽이 그 얼룩에 잠겨간 것은 아닐까
낮과 밤 어느 쪽도 아닌
저녁 무렵의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그 한 순간처럼
이쪽 세상인지 저쪽 세상인지
분간이 안 가는 맹점의 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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