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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치미 꽃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7.11. 21:05:28   추천: 1
명시: 이명윤

시치미 꽃

이명윤

오늘도 건강한약국 앞 인도에서
도라지 파는 할매
-막 캐 온 것이여 선상님 한 소쿠리 사 주소 차비해 집에 갈랑께
행인들은 안
박스 안에 수북할 막 캐 온 도라지들
버스가 지나가고 꽃무늬 양산이 지나가고
길고양이 하품을 끌며 지나가고

할매와 도라지는
남남처럼 앉아있다

무릎을 오므린 채 손등 위에 올려놓은 얼굴
비쩍 마른 저 도랑에 꽃이 핀다
메이드 인 산골 호미 우리 할매
개나리꽃 진달래꽃 좋아라 좋아라 웃던 얼굴
도시 한복판에 그림자로 앉아
호미는 밭에서 녹슬어 울고
호미 잡던 손엔 물 건너온 도라지

그늘 잎 띄우고,
청승 잎 띄우고,

우리 할매 늘그막에 꽃이 되었네
이 좋은 봄날, 나비도 벌도 찾지 않는
꽃으로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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