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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이동 친구에게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6.14. 19:45:46   추천: 1
명시: 정성수

우이동 친구에게

정성수

우이동 친구여
귀바퀴 하나 열어 놓고
오늘도 나는 살아 남았네
하늘이 가까운 달동네 위로
지난해처럼 봄은 물결쳐 오는 모양이네만
일용할 양식은
먼 들판에 홀로 누워 있고
어인 일인가
반짝이는 파랑새 울음소리
오래오래 숲 속에 숨어
뒷굽 닳은 구두를 끌고
온종일 바람 부는 종로거리를 떠돌며
꽃을 사라
눈먼 사람들아
겨울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 사라고
외쳐댔네만
길 잃은 목소리
속절 없이 허공에 찢어지고
골목 안에서
가면 쓴 사나이들이 쏘아대는 독침들
무수히 날아
눈송이 날리는 내 온몸에 박혔네
다리 절며 피 흘리며
시든 꽃 한 송이 들고 돌아와
어여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흐르는 어두운 골방에서
온몸의 독기를 빨아내고 있네만
우이동 친구여
창 밖에 귀 기울이고 기다리며
우이동으로 숨은 파랑새 울음소리를
기다리며
아직도 나는 무사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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