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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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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이전(黎明以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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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6.13. 12:39:31 추천: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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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박팔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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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전(黎明以前)
박팔양
이제야 온단 말인가 이 사람들아
나는 그대들을 기다려 기나긴 밤을 다 새웠노라
까막까치 뛰어다니며 아침을 지저귈 때
나는 그대들의 옴을 보려고 몇번이나 동구 밖에 나갔던고
그대들은 모르리라
황량한 이 폐허, 이 거칠은 터에
심술궂은 바람이 허공에서 몸부림치던 지난밤 일
아아 꽃같이 젊은 무리가
죄없이 이 자리에서 몇이나 피 토하고 죽은지 아느뇨
광명한 아침을 못 보고 죽은 무리
그대들 오기를 기다리다가
아아 옳은 사람 오기를 기다리다가 가버린 무리
그들의 피묻은 옷자락이
솟아오르는 아침볕에 붉게 빛나지 않느뇨
지나간 모든 일은 한바탕의 뒤숭숭한 꿈자리
고개너머 마을에 있는 작은 종이 울어
구원(久遠)의 길을 떠난 수난자를 조상할 때
보라 나와 그대들의 머리 우에 있는 해와 무지개!
폐허, 야반의 비극을 모르는 것 같고나
밤새워 기다리던 이 사람들아
이제는 그 지리하던 어둔 밤이 다 지나갔느뇨
천리 만리 먼 곳으로 다 지나갔느뇨
아아 지나간 밤의 지리하였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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