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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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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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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6.09. 00:46:06 추천: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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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현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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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시
김현승
나도 처음에는
내 가슴이 나의 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가슴을 앓고 있다.
나의 시는
나에게서 차츰 벗어나
나의 낡은 집을 헐고 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아는 것과는 나에게서는 다르다.
금빛에 입 맞추는 것과
금빛을 캐어내는 것과는 나에게서 다르다.
나도 처음에는 나의 눈물로
내 노래의 잔을 가득히 채웠지만
이제는 이 잔을 비우고 있다.
맑고 투명한 유리빛으로 비우고 있다.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얻으려면 더욱 얻지 못하는가.
아름다운 장미도 아닌
아름다운 장미와 시간의 관계도 아난
그 장미와 사랑의 기쁨은 더욱 아닌 곳에,
아아 나의 시는 미른다
나의 시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의 시는 둘이며 둘이 아닌
오직 하나를 위하여,
너와 나의 하나를 위하여 너에게서 쫓겨나며
나와 함께 마른다
무덤에서도 캄캄한 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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