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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믐밤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18.02.28. 19:22:40   추천: 19
명시: 조영수

그믐밤

조영수

대숲을 뒤적이던 바람소리가
말을 버리고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먹을 갈아야겠다
세상의 깊이를 알 수 없겠거든
그믐밤 어둠 끝에 생각을 내려놓으라던
아버지 말씀보다 더 진하게

노을자락에다 몸을 던진 저녁새떼가
제 울음 물고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먹을 갈아야겠다
그리움의 무게를 잴 수 없겠거든
그믐밤 외로움처럼 섧게 울먹여보라던
어머니 말씀보다 더 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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