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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염없이 하염없는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4.02.19. 01:12:49   추천: 2
명시: 강연호

하염없이 하염없는

강연호

하염은 왜 하염없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직립한 젠가의 블록처럼
들고 나는 흔적도 없이 너는 위태로웠다
하염없는 날들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한때 힘겨웠으나 나는 사실 여전히 숨을 잘 쉬고
세수를 하기 위해 물도 잘 움킨다고 위로했다
잠시 손금에 스며드는 순간의 찰랑거림
그렇게 네게 스며들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결국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갔다
하염은 어째서 하염없을까
나는 하염없이 하염없는 세상의 한 귀퉁이를 찢어
너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곤 했다
유리컵의 차가운 표면에 단호하게 달라붙은 물방울인들
허공을 두 쪽으로 완연히 갈라놓은 비행운인들
결국 순간을 견딜 뿐이다
우리가 영원이라고 애써 약속했던 영원은
순간이 겹치고 접힌 주름의 잔상일 뿐이다
하염은 여전히 하염없을까
젠가의 단순한 규칙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명료한 결론은 무너져야 한다는 것
허공은 왜 공허의 다른 이름일까
공허는 어째서 허공의 같은 이름일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젠가의 텅 빈 허우대 속에서
하염없이 하염없는 질문이 두리번거렸다

출처 : 시집 《하염없이 하염없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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