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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4.02.19. 00:37:07   추천: 2
명시: 황강록

처음으로

황강록

아버지와 단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게 되었다
이런 어색한 일은 될수록 피해 왔었다

아버지가 밥을 차려주었고
나는 꼼짝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단둘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 같은 건
될수록 피하고 싶은 어색한 일 이었다.
가급적이면 떠들썩하고, 정신 없이 바쁘고……
그렇게 얼떨결에 지나가 버렸으면 하는 일

아버지는 늙은
얼굴만 빼고는 몸이 모두
낡은 기계로 되어 있었다.
삐걱거리고 균형을 잘 잡지 못했다.
무척 오랫동안 그 불편한 기계로
험한 일들을 해왔었나 보다.
당연히 구식의 기계로는 밥을 맛있게 차릴 수 없었다.
당연히 아버지 혼자서 밥을 찬찬히,
맛있게 차려 본 적이 없기도 할 테고……

아버지가 차린 맛없는 밥을 우린
말없이 먹었다.
원래 아버지와는 할 말이 별로 없다.

오죽하면 이번이 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된 뒤,
한참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출연한 꿈일까 말이다.

매우 드문
그 순간을 아버지와 난 무척 아쉬워하고 있었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알 수 있었다.

난 쑥스럽지만
기계 몸으로 삐걱대며 일어서는 아버지를 처음으로 부축했고
쑥스럽지만 좀 더 자주 아버지와 이렇게 단둘이 천천히
밥이라도 만들어 먹을 걸 그랬다고 말했고 쑥스럽
지만……

꿈이 끝나기 직전에 입을 겨우 열어서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난 아버지가 수줍어하고 있고
기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출처 : 월간 《현대시》 (202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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