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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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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머의 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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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3.03.01. 14:37:57 추천: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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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홍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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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고개
홍지호
고개는 고개를 넘어간
사람의 뒷모습 같아
고개는 그림자를 만들고
고개를 넘기 직전 고개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골목에서의 일상들 골목에서는 몰래 사랑도 나눴었지
잘 내려가야지 고개를
넘었다고 할 수 있어 내려가는 건 꼭
절하는 것 같아
멀리 간 사람에게
그러면 끄덕이는 것도 같아 잘 따라오라는 숨소리 같아
기도하는 마음이 생기구요
고개를 숙이고
가벼워진 손목을 흔들며 걸어볼까
뻐근한 손목을 흔들어볼까 고개를 들어
허공에
인사해볼까
걷다보면 마주보고 있으려나 깜빡 잠들어도 같은 꿈을 꾸고 있으려나
골목에서
밤을 피해 걷다가 도착한 곳은
고작 축축한 새벽이려나
같이 걷던 밤들이 너무 부족하다 그런데도
새벽이라니
웃다가
축축하게
고개는 들었다가도 숙이는 것 고개는
가로젓다가도
눈이 마주쳤을 때
끄덕이는 것
내려다보면
골목에서의 일상들 골목에서는 몰래
사랑도 나눴었지
출처 : 계간 《문학동네》 (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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